서적소개
자연법의 문제들
박은정 / 세창출판사 / 2007.7.25
– 자연법 전문서로 자연법의 개념과 문제점, 실정법질서와의 관계, 인간학적 차원, 자연법비판의 한계 등으로 구성
20년 전 저자는 ‘자연법사상’을 출간한 바 있다. 부제에서도 드러났듯이 그 책은 자연법론을 실천에 관한 일반이론의 문제로서, 그리고 ‘실천철학의 복권’의 맥락에서 다루었다. 그러는 가운데 저자는 우리 법철학계에서 자연법을 둘러싼 논의가, 이론적으로는 법의 문제를 가능한 한 덜 단편적으로 포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보탬을 주고, 실천적으로는 보다 나은 법에 대한 호소와 함께 우리 사회의 법치문화를 한 단계 높이는 비판적 성찰을 촉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러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예나 이제나 자연법론을 정법론으로 파악하며, 자연법의 이념을 궁극적으로 인간이념에 가닿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므로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법사상이요 법개념과 법이념의 보고(寶庫)인 ‘자연법 다시보기’를 통해, 저자는 기본입장에 있어서나 독자에 대한 바람에 있어서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밝힌다. 다만 ‘자연법사상’이 법학도 이외에도 철학도, 사회과학도를 염두에 두고 쓰였다면, 이번의 책은 법학도를 더 염두에 두었다.
이 책의 일정 부분은 전작 (前作)으로부터 발췌된 것이다. 제4장의 일부와 제6장, 제7장, 그리고 제8장이 그러하다. 사실 수년 전부터 저자는 ‘자연법사상’의 절판을 아쉬워하는 학계 일각의 몇 분들과 독자들의 말을 들어왔다. 그러나 저자는 ‘자연법사상’의 새로운 판을 내기보다는, 오늘날 법철학계의 논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자연법의 문제를 좀더 법학도의 시각에서 다루는 새로운 저술을 택했다. 그러면서 자연법 이해에 도움이 되는 기본 내용이 담긴 전작 (前作)의 일부를 이 책에 싣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물론 그 부분에 대해서도 내용을 일부 수정, 보충하고 가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문장을 다듬었다. 제10장은 저자가 편역한 ‘라드브루흐의 법철학’ (문학과지성사, 1989)에 실었던 논문을 토대로 쓴 것이다.
○ 목차

제1장 자연법의 개념과 문제점 1
Ⅰ. 왜 자연법인가 1
Ⅱ. 자연법개념의 다의성 6
Ⅲ. 자연법의 기능 9
Ⅳ. 자연법에 대한 이데올로기혐의 문제 13
Ⅴ. 법으로서의 성격의 문제점 16
Ⅵ. 자연법의 역사성의 문제 21
제2장 자연법과 실정법질서의 관계 28
Ⅰ. 자연법이냐 법실증주의냐? 28
Ⅱ. 자연법과 실정법질서의 관계 33
Ⅲ. 실정법의 과제와 자연법 35
제3장 자연법의 사법적 적용가능성 45
Ⅰ. 법개념과 법실무 45
Ⅱ. 법관을 위한 법개념 52
Ⅲ. 법개념의 보고(寶庫): 자연법론 다시 보기 58
Ⅳ. 비실증주의적 법개념의 사법적 적용 예: ‘불법논변’과 ‘원리논변’ 60
제4장 자연법론의 인간학적 차원 67
Ⅰ. ‘존재법’이냐 ‘자연법’이냐 67
Ⅱ. 자연법의 인간학적 기초 71
Ⅲ. 법존재론으로서의 자연법론 76
Ⅳ. 카우프만의 인격적-관계적 자연법론 82
Ⅴ. 페흐너의 실존적 자연법론 87
Ⅵ. 학문과 실존의 경계 94
제5장 자연법의 역사―소피스트에서 칸트까지 98
Ⅰ. 고대의 자연법: 자연법의 탄생에서 스토아 자연법까지 98
Ⅱ. 중세의 자연법: 기독교자연법의 특색 119
Ⅲ. 근대의 자연법: ‘시대의 철학’으로 나타난 실정화 이념 134
제6장 자연법·실천철학·이데올로기 172
Ⅰ. 법의 옷을 걸친 사회철학 172
Ⅱ. 자연법과 이데올로기 175
Ⅲ. 자연법과 실천철학 180
제7장 자연법에 있어서 ‘유명론’의 영향 183
Ⅰ. 유명론의 의의 183
Ⅱ. 자연법의 ‘세속화’과정과 유명론 185
Ⅲ. 법실증주의로 가는 길 190
제8장 ‘기하학의 정신’과 자연법 196
Ⅰ. 방법원리와 자연법 196
Ⅱ. 기하학의 정신과 자연법 201
Ⅲ. 기하학적 자연법의 의의 208
제9장 한스 켈젠의 자연법비판의 한계 211
Ⅰ. 켈젠의 자연법 비판 211
Ⅱ. 순수법이론과 자연법론의 관계 222
Ⅲ. 근본규범의 기능 227
제10장 라드브루흐의 상대주의 법철학과 자연법 231
Ⅰ. 가치의 패러독스의 표현으로서의 상대주의 법철학 231
Ⅱ. 법실증주의와 자연법의 저편 239
Ⅲ. 상대주의 법철학과 인권 243
Ⅳ. 라드브루흐의 상대주의법철학이 남긴 것 250
제11장 피니스의 자연법이성주의 256
Ⅰ. 실천이성의 원리로서의 자연법 256
Ⅱ. 기본적 가치와 권리의 원천으로서의 자연법 258
Ⅲ. 문제점 및 의의 262
사항색인 267
○ 저자소개 : 박은정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로 봉직하면서 법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법철학회 회장, 유네스코국제생명윤리위원회 (IBC) 위원,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세계 법 및 사회철학회 (IVR) 한국대표, 아세아여성법학연구소 소장,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자연법 사상』(1987), 『현대의 사회문제와 법철학』(1995), 『생명공학시대의 법과 윤리』(2000), Boiethics, Research Ethics and Regulation(2005), 『자연법의 문제들』(2007), 『법철학의 문제들』 (2007), 『왜 법의 지배인가』(2010) 등이 있다.
○ 독자의 평
자연법의 문제들 (박은정, 세창출판사, 2007)
1. 자연법은 선실정법적이고 초실정법적인 법이념으로서 법의 윤리적 척도의 구실을 해왔다. 실정법에 대한 척도이념이었던 까닭에, 자연법은 실정법과 충돌할 때 언제나 효력에 있어서 실정법의 우위에 놓이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2면)
2. “정당하지 못한 법은 결코 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법이 가진 힘은 그것의 정당성의 정도에 달려 있다. … 인간이 정한 모든 법은 자연법에서 도출된 한에 있어서만 법의 본질을 지닌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든 자연법에서 이탈하면 그것은 더 이상 법이 아니라 법의 타락인 것이다.” (토마스 아퀴나스) (2면)
3. “정의가 조금도 추구되지 않은 경우, 정의의 핵을 이루는 평등이 실정법을 제정할 때에 의식적으로 부정된 경우 이와 같은 법률은 단순한 ‘악법’이 아니라 오히려 법으로서의 본질을 전혀 결여한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법이라고 칭할 때에는 그것이 실정법이라 하여도 그 의미로 보아서 정의에 봉사하도록 정하여진 제도나 규칙으로 정의하여야 하지 이와 전혀 다르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구스타프 라드브루흐) (2면)
4. 17,8세기에는 ‘시대의 철학’으로 군림했던 자연법론은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법학에서 퇴조를 보이게 된다. 자연법이념이 부분적으로 제도화되면서 법비판 내지 법쇄신의 동기가 자연스럽게 수그러들게 된 것이다. 자연법의 주요 요청이나 내용이 헌법이라는 국가법질서에 실정화되면서, 자연법은 법으로서의 성격도 서서히 잃게 된다. 자연법은 실정법과의 관계에서 효력상 우위를 점한다는 규범적 지위로부터 이제 ‘도덕철학’으로, 아니면 ‘실정법의 철학’으로 옮겨 앉게 된 것이다. (4, 5면)
5. 20세기에 들어와 법치국가 재건이라는 시대요청 앞에서 자연법 논의는 다시 부활한다. … ‘자연법의 르네상스’ … 나치의 악법이 청산되고 법치국가가 다시 안정을 되찾게되면서 자연법논의는 다시 후퇴하는가 싶었다. (5면)
6. 법에 관한 가장 오래된 철학이요 법이념의 보고인 자연법 사상은 21세기를 들어서는 전환시점에서 실정법에 위탁된 새로운 과제를 환기시키면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 … 자유민주국가의 법적 안정성 이념과 사회적 복지국가의 정의 이념의 통합, 세계화 시대의 법다원주의 논의, 가치상대주의의 극복, 생명복제 등 첨단과학기술시대에서의 윤리와 복지의 조화, 지속가능한 발전, 미래세대를 위한 정의로운 저축 … 이 모든 이론적 과제들은 실정법질서를 다시 한 번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법사고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을 요구하고 있다. (6면)
7. 자연개념의 다의성 내지 모호성은 자연법에 관한 의미 있는 논의 자체를 불가능하게 여길 정도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만 해도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의 자연개념을 구사하고 있다. … ‘자연법론의 문제’에서 독일의 법철학자 에릭 볼프는 다양한 자연개념과 법개념을 분류하여 이에 따라 22가지나 되는 자연법 개념들을 늘어놓기도 했다. (6, 7면)
8. 자연법론은 당위의 내용을 자연으로부터 도출하고자 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이 당위의 내용도출의 방법은 모든 시대에 통용될 수 있었지만, 도출된 당위내용, 즉 무엇을 자연에 합당한 것으로 혹은 자연에 반하는 것으로 보았는지는 시대와 저자에 따라 저마다 달랐던 것이다. 이 점에서 벨첼은 자연법을 비판하면서 모든 자연법론은 일종의 순환논법에 빠져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자연에 부합되는 것을 타락한 사물로부터가 아니라, 최선의 (‘자연에 합당한’) 상태에 있는 사물로부터 도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순환논법임이 명백하다. 즉 우리는 무엇이 ‘자연에 합당한 것’인지 혹은 ‘자연에 반하는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기 전에, 먼저 무엇이 사물의 최선의 상태인지 혹은 타락한 상태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그러므로 선이나 악을 ‘자연에 합당한 것’이나 ‘자연에 반하는 것’으로부터 얻을 수는 없다.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자연법론자들은 가치표상을 사물에 투입하고 나서, 그 가치표상을 ‘자연적인 것’ 혹은 ‘자연에 반하는 것’으로 거기서 다시 끄집어 내보이는 것이다. (9면)
9. 벨첼은 ‘자연법과 실질적 정의’의 마지막 장에서 자연법론의 이데올로기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자연에 의거한다는 것은 투쟁수단, 공격과 방어의 무기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윤리적 현존재 설계에 아무런 새로운 실질적 근거를 부여해 주지는 않으면서, 투쟁의 구호로서 자기진영의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강화하고 적수의 저항의지를 흔들리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한 한에서 모든 자연법론은 ‘이데올로기적’이다.” 그러나 그의 저서에서 바로 이어지는 다음 문장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그래서 그(자연법) 내용도 잘못된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 근거지움이 지나치다는 것, 즉 자신이 갖지 않는 타당성을 참칭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벨첼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그 근거지움이 지나칠 때” 자연법론이 이데올로기의 부름을 받거나, 어떤 초월적인 것을 직접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신앙론의 계열에 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13, 14면)
10. 인권이야말로 이데올로기를 초월하는 관점에 세워지며, 자연법은 바로 인간의 존엄을 정의의 유일한 기초로 받아들인 이론구조 이외에 다른 어떤 것일 수 없기 때문이다. (15면)
11. 첫째, 의무를 부과하는 당위개념이다. (26면)
12. 사람들이 자연법에 반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연법은 현실의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침을 실정법에 줄 수 없다는 것이다. (35면)
13. 자연법론은 “법이 무엇인가”라는 (실증주의적) 법이론의 문제영역 이외에, 이를 넘어서서 “왜 법에 복종해야 하는가”라는 정치이론의 문제영역에 걸려 있다. (36면)
14. “자연법의 사법적 적용가능성” (45면)
15. 오랜 동안 학제적 통찰의 무풍지대였던 법과 법학은 오늘날 각종 ‘하드 케이스’에 처해 학제적 연구의 필요를 느끼면서 외부세계, ‘비법의 세계’를 향해 구원을 청하고 있다. (48, 49면)
16. 법관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법을 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은 그들의 관심이 우선 법전이나 판례의 의미로 좁혀진 실무법률가적 법개념보다는, 조문의 배후원리에 연관된 복합적인 법개념을 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52면)
17. 비실증주의적 법개념의 사법적 적용 예: ‘불법논변’과 ‘원리논변’ (60면)
18. 카우프만의 인격적-관계적 자연법론 … 그는 법의 존재성과 관련하여 생의 현실과 동떨어진 객관주의를 상상하지 않는다. 그에 있어서 법의 존재성은 무엇보다도 현실성과 구체성, 그리고 역사성을 함축한다. 카우프만의 이와 같은 현실적 존재론적 파악은 ‘자연법성’과 ‘법의 실정성’을 통합시킬 수 있게 해준다. (82면)
19. 법의 ‘올바름’은 그 (카우프만)에 의하면, 결코 이미 확보된 ‘상태’일 수는 없다. 법의 올바름은 법규 안에 고정된 재고품일 수는 없고, “현실적 생활사태와 규범 사이의 변증법” 속에서 나타난다. 그의 법이론적 방법론적 문제는, 법이 어떻게 고정된 규범들로부터 논리적으로 추론될 수 있겠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법이 “살아 있는 역사적 언어로부터 해석학적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인가”였던 것이다. (85면)
20. 인격은 대상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 언제나 관계 즉 ‘관계적 존재 (relationales Sein)’이기도 하다. … 이런 의미에서도 인간은 ‘더불어 있는 존재 (Mitmensch)’이다. … 그리하여 관계존재론으로서의 법의 존재론은 인격의 존재론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카우프만의 ‘관계존재론 (Relationsontoloige)’은 결국 인격성을 드러내 주는 구조를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관계론적 법사고는 소위 구조주의적, 기능주의적 법사고로까지 연결되기는 어렵다. (86, 87면)
21. 에리히 페흐너의 ‘법철학’은, 전후 독일에서 씌여진 저작 중에서, 자연법의 문제영역을 가장 포괄적으로 법의 철학 안으로 끌어올린 저작이라 할 수 있다. (88면)
22. 크게 보면 이들의 자연개념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소피스트 자연법은 이념적 자연법과 실존적 자연법으로 묶을 수 있게 된다. 전자는 인간을 이성적, 사회적 존재로 보는 자연관에, 후자는 인간을 경험적으로 파악하여 비이성적, 충동적 존재로 보는 자연관에 입각해 있다. (108면)
23. 위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피스트들이 확고하고 통일된 법 및 국가이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연’에 의존하여 기존의 질서를 비판한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또한 이를 정당화시킨 사람도 없지 않았다. (108, 109면)
24. 여기서 모든 자연법론은 결국 순환론에 빠지고 만다는 주장과 함께 자연법론에 대한 이데올로기 혐의도 제기될 수 있다. (109면)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