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최초의 역사 수메르 : 국내 최초 수메르어 점토판 해독본
김산해 / 휴머니스트 / 2021.12.27
인류 최초의 문명이자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모든 인간 문화의 발원지인 수메르문명. 바로 이 수메르의 역사를 되살린 한국인 전문 연구자의 책. 5,000여 년 전에 쓰인 점토판 원문을 손수 한국어로 해독해가며 수메르의 역사를 추적하고 복원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저작이다.
실제 수메르문명기 당시에 제작된 수백 장의 점토판과 석판을 샅샅이 톺아보고, 설형문자로 새겨진 일차 사료에서 곧장 건져 올렸다. 문명사의 흐름을 살린 시간순 서술과 200여 장에 달하는 방대한 사진 자료, 압도적인 전문성을 뽐내는 주석과 캡션은 수메르문명의 발굴 현장에 서 있는 듯한 생생함을 전한다.
원(原)수메르인이 유프라테스 강가 오우에일리 (Tell el’Oueili)에 정착해 마을을 형성한 기원전 6500년경부터 우르 3왕조 멸망으로 수메르문명이 지상에서 사라진 기원전 2004년까지 약 4,500년 동안의 이야기를 통째로 건져 올렸다.
○ 목차

여는 글
역사왜곡으로 잃어버린
수메르 역사를 복원하다
1부 최초의 도시문명국
원수메르인, 정착하다
최초의 도시, 에리두
우바이드 문화, 퍼지다
우루크, 에리두를 밀어내다
급변
경작지의 한계
쟁기와 짐수레 바퀴
해양무역의 혁명
청동기와 물레
문자 탄생지, 우루크
거래기억장치, 물표
점토판과 인장
상형문자와 설형문자
문명의 조건
문명 탄생지, 우루크
대사제, 왕이 되다
최초의 도시문명국, 수메르
2부 최초의 역사
유프라테스강과 수메르인의 운명
슈루파크의 비극
키쉬의 부상
왕조의 시작
영웅-왕, 길가메쉬
에덴쟁탈전
라가쉬의 개척자, 엔헤갈
메실림의 내정간섭
우쉬의 라가쉬 침공
우르-난쉐의 비상
우르와 움마의 라가쉬 협공
최초의 왕실 가족
에안나툼의 신통한 출발
움마의 반기
신탁의 실현
승자 에안나툼의 불안증
최초의 황제, 에안나툼
흔들리는 제국

움마 왕, 우르룸마의 분노
움마의 왕위 찬탈자
성군 엔메테나
왕이 된 이인자
최악의 폭정
적폐의 치맛바람
개혁 실패
움마의 약진
난세의 영웅
황제 루갈자게씨
수메르 황제의 치욕
사르곤의 수메르 정복
3부 수메르 암흑기
악카드 제국과 사르곤의 식민통치
리무쉬와 수메르 독립전쟁
마니쉬투슈의 남방 무역전쟁
나람-씬과 수메르 독립전쟁
나람-씬의 과대망상
제국의 어두운 그림자
악카드, 사라지다
구데아, 희망을 품다
구데아의 꿈
꿈이 이루어지다
유일한 빛이 저물다
4부 해방과 통일 그리고 종말
해방자, 우투-헤갈
통일 황제, 우르-남무
수메르 재건
우르-남무 법전
슐기의 내치
슐기의 광기
우르의 분열
배신자, 이쉬비-에라
수메르, 사라지다
덧붙이는 글: ‘최초의 역사’를 되찾은 기쁨
이쉬비-에라의 본색
악카드인의 기질
과거사 청산 실패와 망국
수메르의 배신자와 〈수메르 왕명록〉
우르 3왕조판 〈수메르 왕명록〉과 역사왜곡
우르와 라가쉬의 지역감정 싸움
수메르 역사에서 라가쉬의 증발
〈수메르 왕명록〉 역사왜곡의 진범
애국심은 사악한 자의 미덕
라가쉬 애국 청년의 분노
대혼란
수메르족이 먼저냐, 셈족이 먼저냐
유치찬란한 제국의 속성
‘기억의 역사’도, ‘기록의 역사’도 허구였다
‘최초의 역사’를 되찾은 기쁨
맺는 글
제국·전쟁·국경 없는 세상을 꿈꾼다
부록
인류 역사상 ‘최초의 목록 57가지’ 해설
수메르와 메소포타미아 남부의 간략한 연표
이 책에 나오는 사람
이 책에 나오는 도시·국가·유적지
이 책에 나오는 신
이 책에 나오는 신전·왕궁
이 책에 나오는 강·운하·해협·바다·산
이 책에 나오는 기타 목록
이 책에 나오는 박물관·컬렉션
사진 출처
참고 문헌
○ 저자소개 : 김산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신화와 인류학을 공부했다. 30여 년 동안 수메르의 신화·역사·문명 연구에 전념했고, 수메르어·악카드어 같은 고대어를 해독하며 인류의 ‘최초’를 찾아 나섰다.
지은 책으로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신화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청소년을 위한 길가메쉬 서사시》, 《수메르, 최초의 사랑을 외치다》 등이 있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수메르어와 악카드어로 쓰인 점토판 원문을 모두 해독하여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책 또한 모든 것의 ‘최초’가 된 수메르와 만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수메르만을 생각하면서 집필한 역작이라 할 수 있다.

○ 책 속으로
[1] ˝우루크에서 문자가 출현했고, 문명이 탄생했다. 우루크 문화가 기어이 문명을 일으켰다. 수메르는 최초의 문명국이었다. 우루크는 최초의 문명도시였고, 문명의 도가니였다.˝ (68)
˝문명의 본향은 수메르였다.˝ (69)
[2] ˝에덴을 끼고 있는 라가쉬와 움마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의 적수였다. 에덴전쟁은 물전쟁이었고 식량전쟁이었으며, 영토전쟁이었다. 수메르에서 벌어진 ‘자본전쟁의 시작’이었다.˝ (110)
[3] ˝에안나툼은 평화를 갈구하는 자신의 마음을 엔릴에게 전하고 싶었다. 왕이 선택한 ‘평화의 전령’은 야생비둘기였다. (…) 왕은 비둘기를 눈화장과 삼나무 진액으로 치장했다. 삼나무는 수메르에서 구할 수 없는 값비싼 ‘신의 나무’였다.˝ (174-175)
[4] ˝‘자유’를 의미하는 설형문자는 ‘아마-기(ama-gi4)’이다. ‘아마(ama)‘는 ‘어머니’이며, ‘기(gi4)‘는 ‘돌아가다’라는 뜻이다. 엔메테나가 세상에 내놓은 자유는 ‘어머니에게 돌아가다’에서 탄생한 철학적인 수메르어이다. 수메르어 ‘아마’의 악카드어는 ‘움무(ummu)‘이다. 여기서 영어의 ‘마마(mama)’나 한국어의 ‘엄마’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은 ‘아마, 움무, 마마, 엄마’의 품에 안길 때 가장 평온하다. 이때가 고달픈 삶의 무게에서 해방되는 자유로운 순간이다. ˝32행: 어머니를 자식에게 돌려보냈고, 33행: 자식을 어머니에게 돌려보냈다.˝ 최초의 역사 이야기에서 가장 가슴이 벅찬 순간이었다.˝ (225) 접기
[5] ˝수메르는 ‘적어도’ 8,500년 전에 ‘(수메르) 남부의 남쪽’ 오우에일리에서 출발했다. 4,000여 년 도안 이어져온 수메르의 역사는 수메르인의 몫이었다. 그러나 수메르는 악카드인 사르곤에게 국권을 넘겨주었다.˝ (301)
[6] ˝이씬의 《수메르 왕명록》은 악카드인을 위한 역사 기록이었고, 악카드인에 의한 역사 기록이었다. 어느 역사가라도 조국의 정체성·정당성·정통성에만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몰입한다면 역사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누르-닌슈부르의 ˝애국심은 사악한 자의 미덕˝이었다.˝ (428) – ‘애국심은 사악한 자의 미덕’이란 말은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
[7] ˝1064년에 세상을 떠난 에스파냐학자 이븐 하즘(Ibn Hazm)이 가장 처음 사용한 ‘셈, 셈어, 셈족’이라는 신조어가 1781년 독일의 역사학자 루트비히 폰 슐뢰처에 의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 서구인이 가지고 있던 최초의 기억은 진실이 아니었다.˝ (439)
[8] ˝라가쉬의 필경사들이 4,600년 전부터 가열된 에덴쟁탈전의 실제 상황을 기록했다. (…) 그 당시 라가쉬와 에덴은 수메르 역사의 중심이었다. (…) 수메르는 우르 3왕조를 마지막으로 역사에서 사라졌다. 3,840년 전쯤(B.C.E. 1817) 이씬의 필경사 누르-닌슈부르가 수메르 역사를 ‘크게’ 왜곡했다.˝
˝그로부터 약 1,200여 년 후 히브리인은 ‘수메르의 비옥토 에덴’을 ‘에덴동산’으로 바꾸었다. 수메르에 실재했던 ‘황금 들판’ 에덴은 신화 속으로 들어갔다. (…) ‘구약성서’와 ‘에덴동산 신화’를 쓴 역사가들은 누르-닌슈부르보다 훨씬 더 ‘적나라하게’ 수메르와 최초의 역사를 지웠다.˝ (440)
[9] ˝에덴전쟁사와 라가쉬가 없는 《수메르 왕명록》은 거짓되고 망령된 역사이다! 이는 필자가 대한민국 산방에 홀로 앉아 세상에 던지는 화두이다. 약 3,840년 동안 잃어버린 ‘최초의 역사’를 되찾아 한없이 기쁘다.˝ (443)
[10] ˝잊지 못할 전쟁이 있다. 1990년에 시작되어 2011년에 끝난 미국 대통령 부자(父子)가 일으킨 전쟁이다. 부시 부자는 수메르의 옛 땅을 ‘부수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숱한 수메르 유적지와 유물이 사라졌다. ‘희대의 제국’ 미국의 광기였다.˝ (444)
[11] ˝역사는 거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이다˝ (447) – 미국 저널리스트, 평화운동가 노먼 커즌스의 말
[12] ˝나는 제국 없는 세상을 꿈꾼다.
나는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꾼다.
나는 국경 없는 세상을 꿈꾼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는가.˝ (448)
○ 출판사 서평
“수메르라는 이름은 인류의 기억에서 2,000년 이상이나 지워졌었다.” 새뮤얼 노아 크레이머
“우리들은 대부분 24시간 전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시간을 쓰면서 6,000년 전에 대해서는 너무 적은 시간을 쓴다.” 윌 듀란트
– 세상 모든 만물의 시작, 수메르 모래바람에 뒤덮여 있던 최초의 역사가 되살아난다 : 8,500년 전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국내 최초 전문 연구자의 수메르문명사
인류 최초의 문명이자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모든 인간 문화의 발원지인 수메르문명. 바로 이 수메르의 역사를 되살린 한국인 전문 연구자의 책이 출간되었다. 《최초의 역사 수메르》는 〈길가메쉬 서사시〉의 점토판 원전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직접 해독하여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의 저자 김산해의 신간으로, 30여 년 동안 수메르문명 연구에 전념하여 일구어낸 또 하나의 성취다. 《최초의 역사 수메르》 역시 5,000여 년 전에 쓰인 점토판 원문을 손수 한국어로 해독해가며 수메르의 역사를 추적하고 복원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저작이다.
실제 수메르문명기 당시에 제작된 수백 장의 점토판과 석판을 샅샅이 톺아보고, 설형문자로 새겨진 일차 사료에서 곧장 건져 올린 《최초의 역사 수메르》는 8,500년 전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 흐르는 메소포타미아 남부의 비옥한 대지로 독자를 소환한다. 문명사의 흐름을 살린 시간순 서술과 200여 장에 달하는 방대한 사진 자료, 압도적인 전문성을 뽐내는 주석과 캡션은 수메르문명의 발굴 현장에 서 있는 듯한 생생함을 전한다. 세상 모든 만물의 시작, 인류 역사의 장엄한 기원, 위대하고 찬란한 초고대 문명 수메르의 숨결이 수천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나 지금 바로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웹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는 뻔한’ 수메르의 역사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았다. 내 앞에 점토판과 석판에 기록된 사료들이 첩첩했다. 나는 설형문자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기 시작했다. … 제대로 된 수메르의 역사 이야기를 꼭 쓰고 싶었다. _〈여는 글〉에서
– 물 흐르듯 읽히는 수메르문명 통사 _ 역사적 맥락을 선명히 살린 시간순 서술로 박진감 넘치는 수메르의 진면모를 되찾다!

수메르는 8,500여 년 전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유역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오늘날의 이라크)에서 발달한 세계 최고(最古)의 문명이다. 악카드·아시리아·바빌로니아 등 메소포타미아 문명 가운데서도 단연 앞서 태동한 문명이 수메르였다. 한때 지구상에 미개와 야만만이 존재하는 것으로 오해받았던 기원전 6500년경부터 수메르인은 마을을 일구고, 힘을 합쳐 농사를 짓고, 권력과 도시를 창조해내더니 전쟁과 평화의 변주곡 안에서 국가와 문명을 탄생시켰다.
《최초의 역사 수메르》는 원(原)수메르인이 유프라테스 강가 오우에일리(Tell el’Oueili)에 정착해 마을을 형성한 기원전 6500년경부터 우르 3왕조 멸망으로 수메르문명이 지상에서 사라진 기원전 2004년까지 약 4,500년 동안의 이야기를 통째로 건져 올렸다. ‘수메르인의 경제-생활-문화’ 식으로 나뉘어 이야기의 흐름이 툭툭 끊기던 기존의 교과서식 주제별 서술에서 탈피해, 역사적 맥락을 선명히 살린 시간순 서술로 박진감 넘치는 수메르의 진면모를 되찾았다.
최초의 도시가 발달하고, 대홍수가 대지를 집어삼키고, 영웅-왕 길가메쉬가 등장하고, 비옥토 ‘에덴’을 차지하려는 끝없는 쟁탈전이 벌어지고, 최초의 수메르 제국이 개창하고, 끔찍한 부정부패가 자행되고, 악카드의 사르곤이 쳐들어와 수메르를 점령하고, 수메르 도시국가들이 독립운동을 펼치고, 왕과 신하 간 권력 암투로 문명의 마지막 빛줄기가 꺼져가기까지 피 튀기고 갈등이 끊이지 않는 수메르의 대서사를 오롯이 담아냈다.
수메르 땅은 에안나툼이 벌인 전쟁의 광기로 피바다가 되었다. 수메르의 평화는 온데간데없었고 오직 먹고 먹히는 처절한 전쟁만이 있었다. 에안나툼은 눈에 보이는 도시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켰다. 어느덧 그가 정복할 곳은 더 이상 없었다. 에안나툼은 수메르의 남쪽과 북쪽의 도시를 모두 차지했다. 엘람과 수바르투까지 정복한 그는 모든 수메르 군주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 … 에안나툼은 명실공히 수메르 ‘최초의 황제’였다. _ 2부 17장 〈최초의 황제, 에안나툼〉에서
키쉬를 통합한 사르곤이 남쪽으로 칼끝을 돌렸다. 그는 아가데 (Agade)의 아홉 부대를 이끌고 우루크로 쳐들어갔다. 우루크에서 수메르 황제 루갈자게씨가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 그의 마지막은 끔찍했다. 루갈자게씨의 목은 엔릴 신전의 문설주에 걸렸다. 수메르 황제의 치욕이었다. _ 2부 29장 〈수메르 황제의 치욕〉에서
수메르 독립전쟁이 다시 일어났다. 수메르 도시들은 악카드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 … 수메르 전역의 도시들이 대대적으로 봉기할 태세였다. 수메르 북쪽과 남쪽 지도자들이 서로 힘을 모아 악카드를 쳐부술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_ 3부 4장 〈나람-씬과 수메르 독립전쟁〉에서
– 수메르어, 한국어 국내 유일 직접 해독 _ 전 세계 18개 박물관에서 일일이 발굴해낸 5,000년 전 수메르어 점토판의 생생한 기록!
수메르 발견은 고고학이 이룬 최대의 성과로 꼽힌다. 150여 년 전부터 오늘날 이라크 땅에서 발굴되기 시작한 수메르문명의 유산들은 5천 년 넘는 시간 동안 사막의 모래 아래 파묻혀 있던 인류 문명의 새벽을 되찾게 해주었다. 수메르인들은 이기 (利器)를 만들 줄 알았고, 인류 최초의 문자인 설형문자 체계를 정립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점토판에 촘촘히 기록해 두었다.
《최초의 역사 수메르》는 바로 이 5,000년 전 제작된 수메르어 점토판이라는 일차 사료에 철저히 근거한다. 전 세계 18개 박물관에 보관된 수백 장의 점토판에서 설형문자 기록들을 일일이 발췌해 오기·오독의 문제 가능성을 엄정히 검토한 뒤, 수메르 역사의 ‘미싱 링크 (missing link)’들을 꼼꼼히 깁고 엮어 우리 눈앞에 수천 년 동안 존재해왔으나 여태껏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수메르의 문명사를 짜임새 있게 복원해냈다. 더욱이 영어 중역에 의존하지 않고 수메르어 점토판을 한국어로 바로 해독한 만큼 여타 번역서들은 범접할 수 없는 광범하고도 생생한 수메르 역사 이야기를 선사한다.
푸주르-슐기의 편지가 입비-씬에게 도착했다. 푸주르-슐기는 편지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이제 이쉬비-에라가 제 쪽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저를 도와줄 사람도 없고, 저와 연대할 사람도 없습니다. 그가 아직 저를 그의 손아귀에 넣지 못했으니, 그가 저를 덮치면 전하께 (도망)가겠습니다. 통촉해주시옵소서!”(영국박물관 소장 “푸주르-슐기가 입비-씬에게 보낸 편지” 점토판 명문 중)
입비-씬이 답신을 보냈다. 왕은 마지막 충신에게 배신자 이쉬비-에라의 실체를 폭로하며 버텨줄 것을 호소했다.
“나에게 오지 마라! 개같은 성향을 지닌 마리 출신의 이놈이 통치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 강토를 되찾으면 정말로 모든 이방의 땅에 우리의 힘을 알리게 된다. 급하다! 모두 포기하지 마라!”(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인류고고학박물관 CBS 14224 점토판 명문 18~38행) _ 3부 8장 〈배신자, 이쉬비에라〉에서
– 30여 년의 연구, 13년의 집필… 생애를 바친 압도적 전문성, 200여 장의 현장감 넘치는 시각 자료까지 _ 기존 수메르 학설의 모순과 오독을 바로잡는 놀랍도록 치밀한 연구!
저자 김산해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신화와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30여 년 동안 수메르의 신화·역사·문명 연구에 전념했고, 수메르어·악카드어 같은 고대어를 해독하며 인류의 ‘최초’를 찾아 나섰다. 특히 《최초의 역사 수메르》는 2007년 12월부터 2021년 6월까지 13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용 조사와 자료 수집, 원고 집필에 몰두한 회심의 역작이다. 집필 도중 3번의 시한부 선고를 받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해 병마와 싸워가며 글을 썼고, 마지막 원고를 탈고한 지 4개월여가 흐른 지난 11월, 안타깝게도 출간을 지켜보지 못한 채 영면했다.
생애를 바쳐가며 완성해낸 이 책에서 그는 오늘날 수메르학의 교과서로 여겨지는 〈수메르 왕명록〉에만 치중한 기존 수메르 학설의 모순과 오독을 바로잡는다. 인류 최초로 역사를 점토판 위에 남긴 도시국가 ‘라가쉬’ 필경사들의 기록을 찾아내고, 〈수메르 왕명록〉의 의도적인 라가쉬 기록 누락을 증명하는 한편, 200여 장의 현장감 넘치는 시각 자료와 압도적인 전문성을 갖춘 주석·캡션까지 가득 담았으니 깊이 있는 수메르문명 연구에 목말라 하던 마니아 독자들의 묵은 갈증을 해소해줄 만하다. 저자 김산해는 살아생전 수메르학의 토대가 전무한 우리나라 고대 역사 연구의 현실을 늘 애석해했다. 이제 그의 책이 국내 수메르학의 고전이 되어 인류의 최초를 향한 지적 탐험의 정수를 독자들에게 선물할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