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성탄과 2026년 새해 인사
우리 앞에는 성숙한 책임이 놓여있습니다
성탄은 언제나 ‘기쁜소식’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그 기쁜 소식은 궁궐이 아니라 마구간에서 시작되었고, 왕에게가 아니라 들판의 목자들에게 먼저 전해졌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늘의 부요함을 버리고, 우리의 가난 속으로, 인류의 역사 속으로 찾아오신 이 엄청난 사건은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와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며칠 전, 본다이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 큰 충격과 슬픔을 남겼습니다. 아무 죄 없는 생명들이 일상의 한복판에서 희생되었고, 도시는 깊은 애도의 침묵 속에 잠겼습니다. 우리는 이 시간,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앞에 말보다 먼저 침묵과 눈물로 고개를 숙입니다. 그리고 생명의 주관자 되신 하나님께 이 땅에 참된 위로와 치유를 간절히 구합니다. 이러한 비극 앞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은 더 복잡해집니다. 슬픔과 두려움, 그리고 “우리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함께 안게 됩니다.
그러나 성탄은 우리에게 분명히 가르칩니다. 폭력에 대해 증오로 반응하지 말고, 공포 앞에서 침묵하지 말며, 상처 입은 사회 속에서 더 깊은 책임과 성숙한 사랑으로 살아가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예수님은 안락한 환경에서 탄생하지 않으셨습니다. 머물 곳조차 없어 마구간에 누이셨고, 곧이어 헤롯의 칼을 피해 이집트로 ‘난민 이민’을 떠나셔야 하셨습니다. 이방인으로, 약자로, 보호받지 못한 존재로 이 땅의 고통을 온 몸으로 살아내신 분이셨습니다.
중세의 어느 신학자는 성탄에 대하여 “하나님은 크심을 감추시고, 사랑을 드러내셨다”고 표현했습니다. 낮은 자리로 오신 그분은 힘으로 군림하는 왕이 아니라, 상처입은 치유자로, 상처입은 세상을 품는 평화의 왕이 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민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더 나은 삶을 찾는 의미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사회의 아픔을 함께 짊어지는 ‘성숙한 책임’을 지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 땅의 아픔 앞에서 방관자가 아니라 기도하는 이웃으로, 분열의 언어가 아니라 화해의 언어로, 두려움을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 평화를 심는 사람으로 부름 받았습니다.
혹 지난 한 해, 이민자의 삶이 더 버겁게 느껴지셨습니까? 불안한 뉴스 앞에서 마음이 흔들리셨습니까? 성탄은 오늘도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희와 함께 있다.” “세상 끝날까지 함께 있을 것이다!”
이 성탄의 계절에 우리가 서로에게 작은 평화가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이웃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한 사람의 상처앞에 함께 서주고, 이 도성을 위해, 이 나라를 위해 조용히 무릎 꿇는 그 자리에서 평화의 왕은 다시 오십니다.
이 땅 시드니에, 본다이의 슬픔 위에, 모든 이민자의 가정과 다음 세대 위에 평화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위로와 은혜가 가득 임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송기태 목사 / 호주시드니한인교회교역자협의회 회장, 두란노교회 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