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구 목사의 목회단상

향기와 연기 사이에서
성전의 연기는 제단 위로 오르되,
그 향은 하늘에 닿지 못했습니다.
제사장의 손끝에서 타오른 불,
그 불은 따뜻하지 않았습니다.
주님의 이름이 해 돋는 곳에서
해 지는 곳까지 높아진다 하셨지만,
인간의 마음은 여전히 좁고, 닫혀 있었습니다.
“형식이 본질을 가릴 때,
진리는 제도 밖으로 흐르게 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형편을 묻지 않으시고,
너의 제물은 무엇이냐고.
다만 물으셨습니다,
그 불은 네 안에
사랑의 잔불인가?,
권위의 횃불인가?. 물었습니다
오늘도 주님은
성전 제단의 연기를 지나
진심의 향기를 찾으십니다.
하나님은 더 이상 특정 제단의 소유물이 아니라,
인간의 진실과 사랑이 피워 올리는
향기 속에서 현존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런 하나님이 본문을 통해 진정으로
우리에게 질문하십니다
“나는 하나님께 무엇을 드리는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마음으로 그분을 마주하는가?”
이 질문이 곧 우리 예배의 시작이 됩니다.
- 설교 시작 전 말씀 묵상 글입니다.
설교제목 ‘헛된 불을 피우지 마라!’ (말라기 1:9-11)
10월의 마지막 주일은 종교개혁 기념주일입니다.
“샹하이, 경계 위의 예루살렘”
바다 끝의 도시,
문이 닫힌 세상 속에
오직 하나 열려 있던 항구, 샹하이.
그곳은 제국의 손에 찢긴 땅,
그러나 하늘은 그곳에
버림받은 자들의 숨을 모아 두셨다.
유럽의 어둠에서 쫓겨온 이들—
그들은 짐보다 더 무거운 기억을 짊어지고,
지도에도 없는 길을 따라 도착했다.
홍커우의 골목마다
히브리어와 한자의 숨결이 뒤섞이고,
망명자와 피지배자의 눈빛이 서로를 알아본다.
“너도 잃었구나, 나도 잃었네.”
그 상처의 인사 속에서
새로운 예루살렘이 태어난다.
그 도시는 신의 질서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
무너진 질서의 틈새에서
서로를 받아들인 인간의 손으로 세워졌다.
샹하이—
그 이름은
국경과 민족과 신앙을 넘어
인류의 마지막 항구라 불렸다.
그곳에서 우리는 배운다.
구원은 제국의 힘이 아니라,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심장에 품는 연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하나님은 오늘도
국경의 먼지 위에 서 계신다.
그분의 나라는
지도에 그려지지 않고,
망명자들의 눈물 속에 비친다.
- 20251106 시드니에서 포월

전현구 목사 (시드니조은교회 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