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클롭스 (Cyclopes) – 그리스·로마 신화의 외눈박이 거인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외눈박이 거인들로, 영어 표기로는 사이클롭스(Cyclops)다.
퀴클롭스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어로, 발음이 변한 현대 그리스어로는 Κύπρος (Cyprus)를 키프로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키클롭스라고 발음한다. 복수형은 퀴클로페스(Κύκλωπες)다.
특징은 얼굴 한가운데에 박혀있는 커다란 눈, 전승에 따라 눈 두개에 커다란 눈 하나가 이마에 있다는 식으로도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외눈박이의 모습이 가장 유명하다.
최초의 퀴클롭스들은 바로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난 삼형제로, 각각의 이름은 브론테스(천둥), 스테로페스(번개), 아르게스(벼락)이다.
이들은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었으나 우라노스에 의해 감금당했다. 그러던 중 동생들인 헤카톤케이레스들도 우라노스가 타르타로스에 감금한다.
이렇게 아들들을 가둬놓는 것을 본 가이아는 우라노스에게 반발하였고 축출할 것을 결심하게 된다. 문제는 우라노스를 축출한 크로노스도 어머니 가이아의 바람을 무시하고 오히려 퀴클로페스(키클로페스)들까지 봉인해버린 것.
참고로 우라노스가 추하다고 판단해 유폐시켰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는데 정작 신통기 어디에도 그들이 추하다는 언급은 없고 오히려 위풍당당하고 신들과 같았으며 정신 또한 올곧았다는 칭찬 일색이다. 다시 말해, 우라노스나 크로노스나 이 거인들이 자신들의 지위에 위협이 될 만큼 강하기에 경계하여 쫓아낸 것이지 어딘가 못나서 그들을 내쫓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위에서 상기되었듯 제우스에게 보답으로 훌륭한 무기들을 만들어 선물해주고 헤카톤케이레스들 역시 제우스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줄 만큼 성격도 좋다.
그 후 티타노마키아 때 제우스가 꺼내주며, 그 보답으로 세 개의 보물을 만들어주는데, 이 중 하나가 바로 제우스의 무기 아스트라페이다. 나머지 두 개는 하데스의 투명 투구인 퀴네에, 포세이돈의 삼지창인 트라이던트. 이래서 이들에게는 뛰어난 대장장이라는 설정이 있는데 그 실력은 대장장이의 신으로 유명한 헤파이스토스보다 몇 수는 위라고 한다.
그러나 나중에 제우스가 그 번개창으로 아폴론의 아들인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이자 아폴론이 그 창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죄없는 삼형제를 죽인다.
제우스는 이에 화가 났는지, 아폴론에게 아드메토스에게 가서 속죄의 의미로 1년간 양치기 생활을 하라는 벌을 내린다. 아폴론의 속죄가 끝난 후, 제우스는 죽은 삼촌들인 퀴클롭스들과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를 부활시켰다고 한다.
티타노마키아 등의 사례 등으로 알 수 있다시피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어떤 방법으로도 죽지 않는 불멸자들인데, 반신도 아닌 순수한 혈통의 신이면서도 사망한 몇 안 되는 예외 사례 중 하나이다. 따지고 보면 이 삼형제는 아폴론의 친가 쪽 작은할아버지로 아폴론의 화살 역시 이들의 작품이라 한다.
본래 제우스의 강력한 무기인 번개나 포세이돈의 삼지창, 하데스의 마법 투구 등을 만들어 줄 정도로 보통 인간 이상의 지성과 뛰어난 손재주를 지녔지만 제우스가 티탄들을 무찌르는데 도와준 공로로 퀴클롭스들을 시칠리아 섬에 살게 해준 뒤부터 그들과 그들의 자손들은 예전의 지성을 잃어버리고 거의 야만인 수준의 단순한 괴물이 되었다. 거기에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목축과 인간을 기습하는 것 밖에 할 줄 모르게 되었다.
유명한 퀴클롭스는 오디세이아에 등장한 포세이돈의 아들 폴리페모스. 퀴클롭스들의 비사회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디세우스 일행을 잡아먹다 오디세우스의 책략에 속았지만, 승리에 도취해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도망가는 오디세우스에게 저주를 내렸다.
폴리페모스가 제우스를 들먹이며 자신들을 죽이지 말고 손님으로 대우해줄 것을 요구하는 오디세우스에게 ‘우리는 제우스를 포함한 신들보다 강하기 때문에 그런 건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지지 않은 이상 제우스가 두려워서 너희들을 살려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면박을 주는 걸 살펴보면, 포세이돈의 아들인 것만 믿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폴리페모스의 오만방자함을 고려하더라도 이 시대에 남아있는 퀴클로페스들의 힘 자체는 그들의 조상들인 최초의 퀴클로페스 삼형제들 못지 않게 강했던 모양이다.
이 괴물의 탄생 배경은 고대의 코끼리 화석이라는 주장이 있다. 코끼리의 두개골에는 이마 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코가 달린 부분)이 있는데, 고대인들이 이 화석을 보고 이마 한가운데 커다란 눈이 박힌 괴물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더불어 코끼리의 경우 초식동물의 특징인 눈이 머리에 양 옆에 달려 안와골이 인간과 매우 다르게 생겨 해부학적 지식이 부족한 과거에는 더 착각하기 쉬웠을 것이다. 실제 거인의 두개골이라고 전해져온 머리뼈를 조사해 보았더니 코끼리의 두개골이었던 사례가 있다.
더불어 단안기형에 걸린 태아 또한 외눈박이 괴물의 모티브가 되었을 것이라고도 한다. 단안기형의 경우 말 그대로 눈이 하나인데, 태아의 형성 과정에서 눈이 좌우로 분리되어야 함에도 분리되지 않은 채 태어나는 경우이다. 이런 단안기형의 경우 완전하지 않은 코가 이마에 달려 있어 마치 뿔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도양, 아라비아해, 벵골만 등에서 발생하는 태풍을 부르는 명칭인 사이클론Cyclone이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태풍의 눈도 한 개이기 때문이다.)
검물벼룩은 두개의 눈이 하나로 융합되어서 속명이 Cyclops가 되었다.
한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도 퀴클롭스와 유사한 외눈박이 괴물이 종종 등장한다. 이름만 다를 뿐 식인을 한다거나 괴력을 지녔다든가 인간이나 신에게 속아 망하는 게 대부분인 것 등 공통점이 많다.
○ 키클롭스 또는 퀴클롭스(고대 그: Κύκλωψ Kuklōps)

키클롭스 또는 퀴클롭스(고대 그: ΚύκλωψKuklōps, 복수형은 Κύκλωπες Kuklōpes 키클로페스)는 그리스 신화 및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하나의 눈(single eye)을 가진 거신(巨神)으로, 이 눈은 이마 한가운데에 위치한다. 키클롭스(Kuklōps, 영: Cyclops)의 문자 그대로의 뜻은 일반적으로 ‘원형의 눈을 한’ 또는 ‘둥근 눈을 한(circle-eyed 또는 orb-eyed)’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는 다음과 같은 적어도 두 유형 혹은 세 유형의 키클롭스들이 있는데, 각 유형에 대한 신화상의 이야기들과 진술들에 의거할 때 이들의 성격과 역할은 확연히 구분된다.
1.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와 슈도-아폴로도로스의 ‘비블리오테케’에 나오는 키클롭스 삼형제
2.칼리마코스의 ‘데메테르에게 바치는 찬가’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 나오는, 불과 장인의 신 헤파이스토스의 보조자로서의 대장장이 키클롭스들
3.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키클롭스 폴리페무스(Polyphemus)와 그의 동료 키클롭스들
키클롭스의 유형에 구분이 있다는 것에는 학자들간에 의견이 일치한다. 특히 위의 세 유형 중 첫 번째 유형과 세 번째 유형, 즉 ‘키클롭스 삼형제’와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의 그룹’이 서로 확연히 다르다는 것에는 의견히 일치한다. 하지만 이들 두 유형간의 관계 그리고 위의 목록의 세 유형간의 관계는 고대의 주석가들 때부터 논란거리였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예를 들어, 위의 세 유형 중 첫 번째 유형과 두 번째 유형을 묶어서 동일 유형으로 보는 견해도 있고, 두 번째 유형과 세 번째 유형을 묶어 동일 유형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위의 목록에 나타난 문헌들 외의 다른 문헌들에서 언급되고 있는 키클롭스들을 포함시켜 이들 세 유형보다 더 세분된 대여섯 유형이 있는 것으로 논하기도 한다. 한편, 그리스 신화를 기술하고 있는 고전들에서 여성 키클롭스가 등장하는 경우는 없다.
○ 키클롭스 삼형제
– 이름과 계보편집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나타나는 키클롭스는 세 명인데 이들은 우라노스와 가이아가 낳은 아들들로,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와 크로노스를 포함한 제1세대 티탄들 12명과 형제 또는 남매 관계이다. 흔히 이들을 통칭하여 키클롭스 삼형제라고 부른다. 또는 복수형으로 키클로페스(영: Cyclopes)라고도 하는데,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이것은 이들 삼형제에 대한 별명이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와 슈도-아폴로도로스의 ‘비블리오테케’에 따르면, 키클롭스 삼형제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아래의 이름들과 나열 순서는 ‘신들의 계보’에 따른 것이며, 이름의 문자 그대로의 뜻에 대한 설명은 헤시오도스의 설명이 아닌 ‘신들의 계보’의 영문본 번역자의 주석에 따른 것이다.
1.브론테스(Βρόντης Brontes): 천둥을 일으키는 자(Thunderer)
2.스테로페스(Στερόπης Steropes): 번개를 일으키는 자(Lightener)
3.아르게스(Ἄργης Arges): 선명한 자 혹은 선명하게 빛나는 자(Vivid One)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자녀들 중 크로노스를 비롯한 12명의 제1세대 티탄들이 가장 먼저 태어났으며, 그 다음에 키클롭스 삼형제가, 그 다음에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가 태어났다. 따라서, 키클롭스 삼형제는 아버지 우라노스를 폐위시키고 ‘신들(특히, 티탄들)의 왕’이 된 크로노스의 동생이 된다. 그리고 아버지 크로노스를 폐위시키고 ‘신들과 인간들의 왕’이 된 제우스의 작은 삼촌이 된다.
이에 비해, 슈도-아폴로도로스의 ‘비블리오테케’에 따르면,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자녀들 중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가 가장 먼저 태어났으며, 그 다음에 키클롭스 삼형제가 태어났고, 그 다음에 12명의 제1세대 티탄들이 태어났다. 즉, ‘신들의 계보’와는 태어난 순서가 반대이다. 따라서 키클롭스 삼형제는 크로노스의 형이 되고, 제우스의 큰 삼촌이 된다.
○ 키클롭스 삼형제에 대한 현대의 오해
현대의 그리스 신화 자료들 일부에서는 “키클롭스 삼형제는 못생긴 거인 괴물로 정수리에 눈이 하나 박혀있고 대단히 힘이 세고 난폭했으며 대장장이질에 능숙했다” 혹은 “키클롭스 삼형제는 흉측하게 생겨서 우라노스가 이들을 싫어해 태어나자마자 타르타로스에 감금하였다”는 식으로 키클롭스 삼형제에 대해 기술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진술에 나타난 표현들 중 못생겼다(또는 흉측했다) · 괴물이다 · 난폭했다는 세 가지는, 최소한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와 슈도-아폴로도로스의 ‘비블리오테케’에 나타난 표현들에 따를 때, 키클롭스 삼형제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다. 이러한 진술들이 나오는 주된 이유는 ‘식인을 하는 거신들 혹은 거인들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괴물로 분류되곤 하는’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와 그의 동료들의 그룹과 키클롭스 삼형제를 혼동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수리(top of head, crown of head)에 눈이 하나 박혀있다’는 진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진술로, 정확히 진술하자면, 키클롭스 삼형제는 하나의 눈을 가진 거신이었는데 이 눈은 “이마 한가운데에(in the midst of their fore-heads)” 있었다.
– 못생겼다 혹은 흉측하게 생겼다는 것에 대하여
우라노스는 자신의 자녀들 중 키클롭스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를 처음부터 싫어하여서 태어나는 대로 타르타로스에 감금하는 악행을 행하였으며, 또한 이들을 감금한 것을 크게 기뻐하였다. 반면 12명의 티탄들은 감금하거나 하지 않았다.
우라노스가 처음부터 키클롭스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를 싫어했다는 진술은 ‘신들의 계보’에 나오지만 왜 유독 이들을 싫어했는지에 대해서는 ‘신들의 계보’에 설명되어 있지 않다.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키클롭스 삼형제는 “위풍당당했고(overbearing in spirit), 이마 한가운데에 하나의 눈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외형상으로는] 다른 모든 점에서 [다른] 신들과 같았으며, [정신의] 강인함과 [신체의] 힘과 [천둥과 번개를 다루는] 장인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이들(즉, 키클롭스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은 가장 무시무시(terrible)하였고 [즉, 모든 신들 중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힘을 가졌고], 그리고(and, 그래서?) 그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아버지의 미움을 받았다”라고 되어 있어 문맥상 그 이유를 일정 정도 추정할 수 있게 한다.
한편, 후에 크로노스가 이들을 구출한 후 다시 타르타로스에 감금하고 그런 후 제우스가 키클롭스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를 다시 구출하는데, 이들을 재구출하는 대목에서 헤시오도스는 크로노스가 이들을 다시 감금한 이유를 진술하고 있다. 헤시오도스의 진술에 따르면, 크로노스가 키클롭스 삼형제를 다시 감금한 이유와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를 다시 감금한 이유는 서로 다르다. 키클롭스 삼형제에 대해서는 “그리고 그(즉 제우스)는 자신의 아버지(즉 크로노스)가 어리석어서 감금하였던, 자신의 아버지의 형제들 즉 우라노스(하늘)의 아들들(즉 키클롭스 삼형제)을 그들의 지독한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였다”라고 말함으로써, 키클롭스 삼형제를 재감금하게 된 것이 키클롭스 삼형제에게 원인이 있다기 보다는 크로노스에게 원인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즉, 크로노스의 어리석음, 달리 말하면, 크로노스의 지혜의 부족이 그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비해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를 재감금하게 된 이유는 이들이 “너무 뛰어나게 남자답고 잘생겼으며 신체가 거대하여서(exceeding manhood and comeliness and great size)” 크로노스가 이것을 질투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슈도-아폴로도로스는 ‘비블리오테케’에서 “각자는 이마에 하나의 눈을 가졌다. 그러나 우라노스(하늘)가 그들(즉, 키클롭스 삼형제)을 속박하여 타르타로스에 던졌다”라고 진술하고 있을 뿐, 이것 외에는 키클롭스 삼형제의 외형은 물론이고 가진 바 힘에 대해서도, 그리고 우라노스가 이들을 타르타로스에 가두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별다른 진술이 없다. 그리고 크로노스가 키클롭스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를 타르타로스에서 구출한 후 다시 감금하는 대목에서도, “그들(즉, 티탄들)은 타르타로스로 내던져진 자신의 형제들을 구하였고 크로노스의 지배권(왕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그(즉 크로노스)는 다시 이들을 속박하여 타르타로스에 감금하였다”라고 말하고 있을 뿐 크로노스가 키클롭스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를 다시 감금하게 된 이유나 이들의 외형에 대한 추가적인 언급이 없다.
위의 원천 자료들에 따를 때, 현대의 그리스 신화 관련 자료들 일부에서 말하는, 키클롭스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가 추악하고 끔찍하게(terrible) 혹은 흉측하게(terrible) 생겨서 타르타로스에 감금된 것이라는 진술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최소한 그리스 신화의 신들의 관점과 헤시오도스의 관점에서 볼 때, 감금한 자가 어리석었거나 혹은 감금된 자가 오히려 너무 잘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인해 감금된 것이다.
– 괴물이라는 것에 대하여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제9권에 나오는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와 그 동료들은 동굴에 살며 양떼를 들판에 풀어놓고 기르는 목축을 하는데, 대장장이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다. 즉 청동기 문명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오디세이아’ 제9권에서 폴리페모스는 오디세우스를 포함한 13명의 동료들 중 6명을 식사꺼리로 잡아먹었다. 오디세우스가 그로부터 빠져나가기 위한 계책의 일부로 희석되지 않은 강한 포도주를 주자 이것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폴리페모스는 오디세우스에게 나름 큰 은혜를 베푸는데, 그것은 단지 오디세우스가 잡아먹히는 순서를 맨 마지막으로 한다는 것일 뿐이었다.
이와 같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제9권에 나오는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와 그 동료들은 문명이 없는, 거대한 신체를 가진 종족 또는 부족이며, 사악하며 식인하는 집단인데, 이런 면에서 괴물들의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키클롭스 삼형제가 언급되고 있는 ‘신들의 계보’나 ‘비블리오테케’에는 이러한 언급이 전혀 없거나 혹은 오히려 이와 반대되는 모습으로 언급되고 있다.
– 난폭했다는 것에 대하여
‘신들의 계보’와 ‘비블리오테케’에 따르면, 키클롭스 삼형제는 타르타로스에 두 번 감금된다. 한 번은 자신의 아버지 우라노스에 의해서이고, 다른 한 번은 자신의 형(‘비블리오테케’에 따르면, 동생)인 크로노스에 의해서이다. 그런데, 막강한 힘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타르타로스에 감금될 때 아버지나 형에게 반발했다는 이야기는 이 두 문헌 모두에서 전하고 있지 않다. (물론, 아버지에 의해 감금될 때는 태어나자마자 감금된 경우이므로 반발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는 상당히 고분고분한 아들 또는 동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발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없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키클롭스 삼형제가 난폭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신들의 계보’에는, 크로노스에게 다시 감금된 후 제우스의 의해 이들이 재구출되었을 때 이들이 취한 행동이 기술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이들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And he set free from their deadly bonds the brothers of his father, sons of Heaven whom his father in his foolishness had bound. And they remembered to be grateful to him for his kindness, and gave him thunder and the glowing thunderbolt and lightening: for before that, huge Earth had hidden these. In them he trusts and rules over mortals and immortals.
그리고 그(즉 제우스)는 자신의 아버지(즉 크로노스)가 어리석어서 감금하였던, 자신의 아버지의 형제들 즉 우라노스(하늘)의 아들들(즉 키클롭스 삼형제)을 그들의 지독한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였다. 그리고 그들(즉 키클롭스 삼형제)은 그의 친절함에 감사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고 그에게 ‘천둥(thunder)’과 ‘빛나는 번개와 벼락(glowing thunderbolt and lightening)’을 주었다: 이 이전까지는 거대한 가이아(땅)가 이것들(즉 천둥과 번개)을 숨겨왔다. 이것들[의 힘]을 그(즉 제우스)는 믿으며 [이것들로 인해 제우스는 모든] 필멸자들과 불멸자들 위에 군림한다 [즉 모든 인간들과 신들의 왕이 된다]. _ ‘신들의 계보’ 501~506행. 영문본 & 한글본 편집자 번역
적어도 이 인용문에서 분명한 것은, 키클롭스 삼형제는 ‘가장 나중에 잡아먹겠다는 큰 은혜’를 베푼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와는 완전히 다른 소양을 가졌다는 것이다. 구출에 대한 감사의 답례로 키클롭스 삼형제가 제우스에게 준 선물은 ‘모든 인간들과 신들의 아버지 또는 왕’이 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인 천둥과 번개였는데, 이 날은 10년간의 티타노마키아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즉, 이 날에서야 비로소 제우스는 장차 자신을 상징하게 될 무기인 천둥과 번개를 자신의 생애에서 처음으로 가지게 되었으며, 진정한 ‘모든 인간들과 신들의 아버지 또는 왕’이 되기 위한 10년간의 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편, 제우스의 여러 별명 가운데 하나가 “지혜로운 제우스(wise Zeus)”인데 지혜라는 측면에서 보면, 크로노스는 어리석어서 키클롭스 삼형제를 가두었지만 제우스는 이들을 구출하였다. 이런 면에서는, 키클롭스 삼형제와 이들이 제우스에게 준 천둥과 번개는 ‘모든 인간들과 신들의 아버지 또는 왕’이 되게 하는 열쇠인 ‘신의 지혜’를 상징한다. 그리고 10년간의 티타노마키아의 마지막 날에 재구출되는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는 ‘신의 지혜의 완성’ 즉 ‘신의 권능’을 상징한다.
○ 신화에 나타난 본래의 이야기와 역할
우라노스는 키클롭스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를 처음부터 싫어하여 이들이 태어나자마자 타르타로스에 감금한다. 이에 가이아가 분노하고 가이아의 계획에 크로노스가 동참하여 우라노스를 거세하고 폐위한 후 키클롭스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를 구하고 신들의 왕이 된다. 하지만 크로노스는 다시 이들을 타르타로스에 감금한다.
이후 크로노스와 레아가 결혼하고 이들 사이에 다섯 자녀가 태어나는데, 크로노스는 자신도 자신의 자식에 의해 폐위당할 것이라는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예언이 실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 다섯 자녀들을 태어나는대로 삼킨다. 크로노스와 레아의 여섯 번째 자녀이자 막내인 제우스는 레아의 노력과 가이아의 계책에 의해 삼켜지는 것을 피하게 되며, 장성한 후 크로노스로 하여금 다섯 형제자매들을 토해내게 만들어 이들을 구출하고, 타르타로스에 있는 키클롭스 삼형제도 재구출한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키클롭스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의 재구출 시점은 서로 다르다. 키클롭스 삼형제의 재구출은 다섯 형제자매들을 토해내게 하여 구출한 후 곧이어 이루어진 것으로 이 날은 크로노스를 주축으로 하는 티탄들과 제우스를 주축으로 하는 올림포스 신들의 전쟁인 10년간의 티타노마키아가 시작된 날이다.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는 10년간의 티타노마키아의 마지막 날에 구출되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가 구출된 바로 그 날 최후의 결전이 일어나 10년간의 티타노마키아가 올림포스 신들의 승리로 종결된다. 반면, 슈도-아폴로도로스의 ‘비블리오테케’에 따르면, 키클롭스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는 모두 10년간의 티타노마키아의 마지막 날에 재구출되었다.
‘신들의 계보’에서는 키클롭스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가 감금된 타르타로스를 지키는 간수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는데 비해, ‘비블리오테케’에 따르면 캄페(Campe)라는 암컷 용이 이들을 감시하였다. ‘비블리오테케’에 따르면 제우스는 티타노마키아의 마지막 날에, 캄페를 죽이고 키클롭스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를 모두 한꺼번에 구출하였다.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키클롭스 삼형제는 재구출된 후 감사의 답례로, ‘모든 신들과 인간들의 왕’이 되게 하는 무기인 천둥과 번개를 제우스에게 “주었거나 만들어 주었다(gave or made)”. 하지만 다른 신들에게도 선물을 했다는 언급은 없다. 이에 비해, ‘비블리오테케’에 따르면, 키클롭스 삼형제는 감사의 답례로 제우스에게는 천둥 · 번개 · 벼락(thunder and lightning and a thunderbolt)을, 플루톤(하데스의 다른 이름)에게는 [보이지 않게 하는] 투구(helmet)를, 포세이돈에게는 삼지창(trident, 트리덴트)을 “주었다(gave)”.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이 선물을 받은 날은 10년간의 티타노마키아가 시작된 날이며, 제우스는 그가 받은 천둥과 번개를 바탕으로 점점 더 성장해 간다. 반면, ‘비블리오테케’에 따르면, 이 선물을 받은 날은 10년간의 티타노마키아의 마지막 날이며, 세 신들은 자신들이 받은 무기들을 사용하여 티탄들을 제압하고 완전한 승리를 거두며, 이로써 10년간의 티타노마키아는 올림포스 신들의 승리로 종결된다.
칼리마코스의 ‘데메테르에게 바치는 찬가’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제8권에서는 키클롭스들이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서 불 · 기술 · 장인의 신인 헤파이스토스를 도와 일했다고 말하고 있다.
에우리피데스의 희곡 ‘아스클레티스’에 의하면,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가 제우스가 내려친 벼락을 맞아 죽는데, 키클롭스는 그를 죽게 만든 벼락을 만들었다는 [다소 엉뚱한] 죄목으로 아폴론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 일로 아폴론은 1년간 테살리아의 왕 아드메토스의 양치기가 되어 속죄하였고 제우스는 아스클레피오스와 키클롭스를 다시 타르타로스에서 데려왔다.
○ 키클롭스 폴리페무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는 폴리페무스(Polyphemus))라는 키클롭스가 등장한다. 오디세우스는 시칠리아 해변에서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에게 붙잡히게 되었다. 이 폴리페모스는 양을 기르면서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었는데, 오디세우스와 12명의 부하들을 동굴에 가두어 놓고 거대한 돌로 입구를 막았다. 그는 매일 끼니로 두 명의 오디세우스 부하들을 잡아먹었는데 한번은 오디세우스에게 너의 이름은 무엇인가? 하고 물었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이름이 “아무도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후에 오디세우스는 꾀를 내어 폴리페모스를 포도주에 취하게 하고 잠든 사이에 불타는 장작개비로 외눈을 찔러 맹인으로 만들었다.
장님이 된 폴리페모스가 소리를 지르자 동료 키클롭스들이 도와주러 달려왔다. 동료 키클롭스들은 폴리페모스에게 ‘누가 너를 괴롭히느냐?’고 물었다. 폴리페모스는 나를 괴롭히는 것은 “‘아무도 아니’다.”라고 대답했는데 그 말을 듣고 다른 키클롭스들은 돌아가 버렸다. 그 때문에 오디세우스는 폴리페모스에게 잡아먹히지 않은 부하 6명과 양의 배에 매달려 탈출할 수 있었다.
다른 설화에서 폴리페모스는 갈라테이아라는 네레이스를 짝사랑했다. 그러나 갈라테이아는 아키스라는 인간을 사랑하고 있어서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폴레페모스는 화가 나서 갈라테이아의 연인 아키스를 죽여 버렸고 아키스는 시칠리아의 강이 되었다고 한다.
○ 키크롭스의 거석 기념물
이오니아인, 아카이아인, 도리아인이라는 제 3파 그리스인 이전 시대의 페로포네소스반도 (그: Πελοπόννησος / Pelopónnisos ; 영: Peloponnesos)에서 뮤케나이(미케네) 티륜스, 아르고스 등으로 대표되는 뮤케나이 문명이 번성했지만, 그들은 바위로 요새를 구축했다.
정착한 제 3파 그리스인들은 선인이 남긴 대대적인 거석 기념물을 거인 키크롭스가 축조한 것으로 생각하여 키크롭스 석조물(Cyclopean masonry)라고 한 것 같다. 이것은 영국의 스톤헨지(Stonehenge)로 대표되는 스톤서클과 유럽 각지의 선돌, 고인돌 등 거석 기념물이 신비하게 보인 것으로 거인이 남긴 것으로 여겼던 것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지금도 미케네 유적지 입구로 가는 길옆, 거대한 돌로 쌓은 성벽이 아직도 튼튼하게 서 있다. 오랜 세월 몇 번의 심한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았는데,
이음매가 여전히 딱 들어맞는다. 3000년도 더 된 성벽이 말이다. 후세 그리스인들은 이를 ‘키클롭스의 벽’ 이라고 불렀다. 키클롭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외눈박이 거인족이다. 돌 하나가 15톤이 넘는다니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기에 학자들은 당시 코끼리를 데려와 성을 쌓은 것이 아닌가 추정하기도 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