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
두 교황 (The Two Popes)
감독)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 주연) 앤서니 홉킨스, 조너선 프라이스 / 2019년
두 교황 (The Two Popes)은 2019년 개봉한 전기 영화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후임 교황 프란치스코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앤서니 매카튼이 자신의 2017년작 희곡 〈교황〉(The Pope)을 직접 각색하였고, 브라질의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감독이 연출하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은 앤서니 홉킨스, 교황 프란치스코 역은 조너선 프라이스가 맡았다.
2019년 8월 텔류라이드 영화제에서 전 세계 최초로 상영되었고, 같은 해 1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 극장 개봉도 진행되었는데, 2019년 11월에 미국과 영국에서 개봉하였고, 대한민국에는 12월 11일에 일부 극장에서 상영되었다. 이듬해 골든 글로브상,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제92회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 제작 및 출연
- 제작진
감독: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각본: 앤서니 매카튼
제작: 댄 린, 조너선 아이릭, 트레이시 수어드
원작: 앤서니 매카튼의 희곡 ‘교황’
촬영: 세사르 샤를론
편집: 페르난도 스투츠
음악: 브라이스 데스너
미술: 마크 틸데슬리, 마티아스 마르티네즈, 사베리오 삼말리, 베로니카 멜레리
의상/분장: 루카 칸포라, 베아트리쯔 디 베네데또, 라파엘라 이오리오, 마리즈 랭건
캐스팅: 하비에르 브라이어, 바바라 지오르다니, 니나 골드, 프란체스코 베도바티
제작사: 넷플릭스
배급사: 넷플릭스
개봉일: 2019년 8월 31일 (텔류라이드 영화제), 2019년 11월 27일 (미국), 2019년 12월 11일 (대한민국), 2019년 12월 20일 (넷플릭스)
시간: 125분
국가: 영국, 미국,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언어: 영어

- 출연진
조너선 프라이스 – 호르헤 베르골리오 / 프란치스코 교황
후안 미누힌 (젊은 시절)
앤서니 홉킨스 – 베네딕토 16세 교황
루이스 그네코 – 클라우지우 우메스 추기경
시드니 콜 – 피터 턱슨 추기경
리산드로 픽스 – 프란츠 할릭스 신부
마리아 우세도 – 에스테르 바예스트리노
윌리 조나 – 프랜시스 아린제
토머스 D. 윌리엄스 – 미국인 기자
아킬레 브루니니 – 마르티니 추기경
페데리코 토레 – 에스테베스 신부
헤르만 데실바 – 요리오 신부
호세요 베야 – 마세라 제독
- 수상 및 후보
아카데미 각색, 남우주연(조너선 프라이스), 남우조연상(안소니 홉킨스) 후보
BAFTA 영국 작품상, 각색상, 남우주연상(조너선 프라이스), 남우조연상(안소니 홉킨스), 캐스팅상 후보
골든 글로브 드라마 부문 작품상, 각본상, 드라마 남우주연상(조너선 프라이스), 남우조연상 (안소니 홉킨스) 후보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각색상, 남우조연상(안소니 홉킨스) 후보

○ 줄거리
자진 퇴위로 바티칸과 세계를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관계를 담은 실화 바탕의 이야기다.
2005년 4월,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의 대주교를 역임하고 있는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서거함에 따라 새 교황을 선출하러 바티칸 시국으로 소환된다. 세 차례에 걸친 콘클라베 결과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선출되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된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득표수에서 2위에 머문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12년, 로마 가톨릭교회는 바티칸 문서유출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스캔들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속속 제기되면서 재임기간의 오점을 남기고 만다. 교황청 측이 아동성추행을 자행한 신부들을 막연히 처분하였고, 특히 피터 헐러만은 라칭거 추기경이 직접 다른 교구로 배치했음에도 계속해서 아동학대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된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대주교 자리에서 사퇴하겠다는 요청서를 바티칸에 보내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이에 로마로 직접 날아가서 교황에게 사직서를 직접 전할 채비를 하다가, 마침 바티칸으로 와달라는 서신을 받게 된다. 베르골리오와 베네딕토 교황은 교황청 소유 여름 별장인 카스텔 간돌포 궁전에서 회동한다. 두 사람은 신과 교회의 역할에 대해 논한다. 베네딕토 교황은 자신이 어떻게 사제가 되었나를 털어놓다가 문득 개인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베네딕토 교황이 좋아하는 TV드라마 ‘경감 렉스’ (Kommissar Rex)를 보던 두 사람은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사직 문제에 관하여 또 한 차례 토론을 벌인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젊은 시절 자신이 성당으로 향하게 된 이야기를 되짚어본다. 본래 약혼자와 결혼을 할 생각이었던 그는 성당 신부님과의 고해성사를 계기로 예수회에 들어가고, 프란즈 할릭스 신부와 오를란도 요리오 신부를 만나 신앙의 친우가 된다. 베네딕토 교황은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사직서를 거절하면서, 자신이 사직을 받아들이면 추기경마저 교황을 신임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해서 가톨릭교회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베네딕토 교황과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서로의 의견차를 덮어두고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점차 친근한 사이가 된다.
다음날 두 사람은 헬리콥터를 타고 바티칸으로 향한다. 헬기 안에서도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사직서 수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달라고 밝히려 하지만 베네딕토 교황은 이야기 자체를 거부한다. 이후 시스티나 성당 내에 있는 눈물의 방[1]에서 추기경을 다시 접견한 베네딕토 교황은 사직을 수리하지 않는 이유가 사실 자신이 교황직에서 물러날 생각이기 때문이라고 털어놓는다. 갑작스런 고백에 놀란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교회의 전통과 승계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한다. 이에 베네딕토 교황은 이제는 전통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달리할 때라며 변화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또 자신의 후임 교황으로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나설 만하다고 솔직하게 밝히지만, 베르골리오는 아르헨티나 군부 쿠데타에 일부 협력한 데다, 친우들을 지키고 군부독재에 맞서지 못했다는 인식이 자신의 평판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교황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베르골리오는 더러운 전쟁 시기 아르헨티나 예수회 관구장직에서 축출되었고, 이를 계기로 평범한 교구 사제가 되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10여년간 전도를 펼친다.
이후 베르골리오 신부는 할릭스 신부와는 화해하지만 요리오 신부와는 영영 화해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거기에 독재정권 시기 자신이 저지른 행동과 무력감에 대한 기억이 그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되뇌인다. 베네딕토 교황은 베르골리오 추기경을 위로하며 사면을 내린다. 그리고는 그 역시 자신은 이제 더 이상 신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고 고백하며 이제 그만 물러나고 싶다고 단언한다. 베르골리오 추기경 역시 교황을 위로하고 사면을 내려준다. 두 사람이 방에서 나오자 시스티나 성당을 구경하던 관광객들은 깜짝 놀란다. 베네딕토 교황은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셀카를 찍는다. 교황의 뜻을 확인한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아르헨티나로 향한다.
1년 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전세계를 향해 교황직에서 내려올 것임을 공식 발표한다. 이어 치러진 콘클라베에서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후계 교황으로 당선되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된다. 그 후 두 사람은 다시 만나 2014년 FIFA 월드컵 결승전에서 자국인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를 시청한다.

○ 평가
자진 사임으로 바티칸과 전세계 카톨릭 신자들을 충격에 빠뜨린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 사이에 있었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개봉 당시부터 꾸준히 호평을 받아온 영화이다. 전통과 규율을 신봉하는 보수성향의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개혁을 지지하는 진보성향의 교황 프란치스코가 서로 간의 이념과 신념의 차이를 인정해가는 과정을 유쾌하고 인간적으로 풀어냈다. ‘교황’이라는 성스러운 권위의 무게를 벗은 그들의 인간적인 고민과 방황을 엿볼 수 있다. 두 교황이 대화를 나누는 주요 장소로 나오는 시스티나 성당 내부는 정교한 CG로 완벽하게 재현되어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하고,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연기한 앤서니 홉킨스와 교황 프란치스코를 연기한 배우 조너선 프라이스는 말 그대로 최고의 연기 앙상블을 선보인다. (2020년 제8회 무주산골영화제)

○ 영화 이모저모
시티 오브 갓, 콘스탄트 가드너, 눈먼 자들의 도시의 감독인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연출, 안소니 홉킨스, 조너선 프라이스 주연의 2019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텔루라이드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영화 본 현직 사제, 수도자들은 영화의 정치적 잣대에 대한 불쾌함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메세지나 묘사 등을 호평하며 지나치게 작위적이지도 않고 시의적 메세지가 담긴 수작이라고 평했다.
주인공인 전/현직 교황을 연기하는 안소니 홉킨스(전임 베네딕토 16세)와 조너선 프라이스(현임 프란치스코)가 실존 인물과 매우 닮아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실제 인물들이 직접 출연하는 다큐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있었을 정도. 두 배우는 2020년 아카데미상에서도 각각 남우 주연상,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에서의 두 교황의 사고방식 차이는 실제 두 교황의 성직자로의 모습과 행적 면에서 유사점이 있고,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된 베르고글리오 주교가 사표를 낸 것도 사실이지만, 둘이 논쟁하면서 차츰 절충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모습은 둘의 상황에서 추측한 가공된 허구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독일인이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인인 베르고골리오(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머를 시종일관 유머로 받아들이지 못하며 베르고골리오는 계속 유머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다 두 사람의 대화가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은 후 교황직을 제안했을 때는 베네딕토 16세는 독일식 농담을 보여준다. 베네딕토 16세가 “1978년에는 교황이 3명이나 되었소”라고 하자 베르고골리오는 “그래도 동시에 있었던 건 아니었죠”라고 말한다. 이에 베네딕토 16세는 “이건 독일 농담을 한 거요. 독일 농담은 상대를 웃길 필요가 없소”라고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향 팀인 CA 산 로렌소의 팬일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깨알같이 축구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축구에 큰 흥미를 느끼지 않는 베네딕토 16세는 무덤덤하다. 그래도 영화 마지막에는 아예 두 교황이 월드컵 결승전을 시청하면서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론 프란치스코 교황은 경기 당일에 아예 축구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중립을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경기 이후 공식 발표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경기를 관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베네딕토 16세는 왼쪽 눈을 실명했는데, 독특하게도 그를 연기한 안소니 홉킨스는 MCU에서 또 다른 단안실명 캐릭터를 맡은 적이 있는데 이때는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의 프라이스는 왕좌의 게임에서 가공의 종교 칠신교의 수장인 하이 스패로우 역할을 맡았다.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큐리티에게 길거리 피자와 환타를 배달시켜 나눠먹는 장면에서 베네딕토 16세의 식사기도가 끝날듯 말듯 길어지자 피자를 집으려다 다시 기도하는 프란치스코의 인간적인 모습, 교황의 라틴어 퇴임 연설을 듣고 제대로 들은게 맞냐며 웅성대는 추기경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손을 씻으며 흥얼거리던 댄싱 퀸을 콘클라베 개최 장면과 맞물려 쓸데없이 웅장하게 편곡하는 등 영화 곳곳에 대놓고소소한 유머가 녹아있어서 잔잔하게 웃을 수 있는 구간이 상당히 존재한다.
프란치스코가 베네딕토 16세를 직접 방문했던 첫날 저녁에 두 사람은 따로 식사를 하게 되는데 그 때 프란치스코가 받았던 식사는 “독일식 익힌 만두 요리”였다. 식사를 가지고 왔던 수녀가 설명하길, 그 음식은 베네딕토 16세의 어머니가 해주시던 자신의 고향 스타일 그대로의 음식이며, 교황도 같은 음식을 드시고 계신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음식의 냄새를 맡고 외형을 살펴본 프란치스코가 물끄러미 수녀를 쳐다보는데 수녀가 말하길 “네, 저도 알아요”라고 말하고, 두 사람은 웃는다. 영화 내에선 웃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지만, 대본 지문을 읽어보면 너무 맛없어 보여서 웃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안소니 홉킨스는 2011년작 ‘더 라이트 : 악마는 있다’ 에서 신부 역할을 했었다. 8년만에 교황으로 돌아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중음악을 즐기고, 베네딕토 16세는 클래식을 연주하는 등 흔히 생각하는 진보=보수의 다소 작위적인 스테레오타입이 묘사되지만, 사실은 프란치스코 교황도 클래식음악을 좋아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