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
13층 (The Thirteenth Floor)
감독: 조셉 러스낵 / 주연: 크레이그 비에코, 아르민 뮐러 슈탈, 그레첸 몰 / 1999년작
잠에서 깨어난 컴퓨터 프로그래머 하논 퓰러 (아민 뮐러-스탈)는 무언가 엄청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동료 더글라스 홀 (크레이그 비에르코)에게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급히 메모를 남기고 술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하논은 그 날 밤 살해 당하고, 그의 동료 더글라스가 의심을 받게 된다. 더글라스는 자신의 침실에서 죽은 하논의 피묻은 셔츠를 발견하지만, 지난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할 수가 없다. 그는 하논과 함께 1937년대 L.A를 재현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 중이었다. 그는 하논이 남겨둔 편지를 찾기 위해 그 게임에 들어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13층’은 1999년 조세프 루스넥 감독이 만든 SF 영화로 1960년대 SF 소설인 대니얼 갤로이의 ‘시뮬라크론 3’를 원작으로 하였다. 같은 시기의 영화 ‘매트릭스’ 처럼 가상현실을 다룬 영화지만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데에서 ’13층’은 한걸음 더 나아간다. 영화는 주인공의 정체성을 통해서 우리가 지각하는 세계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 출연 / 스탭

조셉 러스낵 Josef Rusnak – 감독
대니얼 갤로이 – 원작자
크레이그 비에코 Craig Bierko (더글라스 홀 / 존 퍼거슨 / 데이비드 역)
아르민 뮐러 슈탈 Armin Mueller-Stahl (하논 퓰러 / 그리어슨 역)
그레첸 몰 Gretchen Mol (제인 퓰러 / 나타샤 몰리나로 역)
빈센트 도노프리오 Vincent D’Onofrio (제이슨 휘트니 / 제리 애쉬톤 역)
○ 줄거리
이 영화의 처음 시작은 데카르트의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로 시작한다. 배경은 1999년 LA의 빌딩 사무실 13층으로 주인공 더글라스 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의 개발자이다. 주인공인 더글라스 홀은 기억을 잠시 잃고 일어난 날, 형사로부터 자신의 상사인 해넌 풀러의 살인 용의자로 의심받게 된다. 혼란스러운 그 앞에 자신도 모르던 해넌 풀러의 딸 제인 풀러가 나타나고 그녀는 아버지 회사를 상속받으려 한다.
사건의 전말을 알고자 더글라스 홀은 해넌 풀러가 자신에게 남기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만든 1937년의 가상현실 상의 인격체인 퍼거슨으로 의식을 전환하여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직접 경험한다. 해넌의 메시지를 얻지 못하고 다시 13층 사무실로 돌아온 더글라스홀에게 해넌 풀러 살인의 목격자인 술집 사장이 나타나 돈을 요구한다. 다시 한 번 가상현실로 들어간 더글라스 홀은 해넌 풀러의 편지를 중간에 호텔 웨이터인 애쉬톤이 가로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애쉬톤은 해넌 풀러의 편지를 읽고 이 세계가 가짜임을 알게 되고 더글라스에게 왜 자신들을 만들어 냈냐며 화를 낸다. 애쉬톤과의 싸움 중에 13층으로 돌아온 더글라스는 제인이 해넌 풀러의 딸이 아님을 알게 되고 그녀를 찾아 나서다 그녀와 외모만 닮은 나타샤를 만나게 된다. 나타샤와 제인의 비밀을 알게 된 더글라스는 자신도 2024년의 데이비드의 캐릭터임을 알게 되지만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한편 가상 속 세계가 궁금했던 더글라스의 동료 휘트니는 1937년으로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하여 자신의 캐릭터인 애쉬톤의 의식이 13층의 휘트니 몸과 연결되어 버린다.호출을 받고 사무실로 온 더글라스의 몸에 데이비드의 의식이 연결되어 애쉬톤을 총으로 쏘아 죽이고 제인을 위협한다. 뒤늦게 도착한 맥베인 형사에 의해 데이비드가 총에 맞아 죽게 되고 더글라스의 의식은 2024년에서 깨어나게 된다.
○ 등장인물

– 크레이그 비에코 (더글라스 홀& 퍼거슨& 데이비드 역)
영화에서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가상세계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1999년 더글라스 홀과 1937년의 퍼거슨, 2024년의 데이비드 역을 맡는다. 1999년이라는 세계의 비밀을 밝히는 핵심적인 인물이다.
– 그레첸 몰 (제인풀러 & 나타샤 몰리나로 역)
1999년 시스템을 만들어낸 데이비드의 아내이자 시스템에 접속하여 1999년의 시스템을 폐기시키려는 인물이다. 더글라스 홀에게 가상세계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더글라스와 사랑에 빠진다.
– 빈센트 도노프리오 (휘트니 & 애쉬톤 역)
더글라스의 동료이자 시스템을 다룰 수 있는 또 다른 인물로서 1937년 애쉬톤의 의식이 1999년의 휘트니와 연결되어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 아민 뮬러 스탈 (해넌풀러 & 그리슨 역)
더글라스 홀과 시스템을 같이 개발한 인물로서 시스템의 배경이 1937년으로 만들어진 이유를 제공한다.
– 조데니스 헤이스버트 (레리맥베인 형사 역)
해넌풀러의 살인사건과 연루된 더글라스 홀이 가상세계에 접속하도록 하는 계기와 전반적인 영화 속 사건의 흐름을 제공하는 인물이다.
○ 영화 속 숨은 의미들
– 13층

영화 제목이자 시스템이 설치된 장소. 서양에서 13은 예수의 최후의 만찬 때 참석한 인원을 의미하여 사람들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숫자이다.
– 진실
풀러가 더글라스 홀에게 알려주려 했던 것으로 그들의 세계도 자신들이 만들어낸 시스템처럼 가상의 것임을 의미한다.
– 당신이 낯에 익어요
1999년의 더글라스 홀이 제인 퓰러에게, 1937년의 해넌 퓰러가 더글라스 홀에게 했던 대사. 시스템 내의 가상체와 현실의 인간이 연결점이 있음을 보여주며 영화의 복선으로도 작용한다.

– 1937년
시스템의 시간적 배경. 해넌 풀러와 원작 ‘시뮬라크론-3’의 저자 다니엘 F. 가루브가 젊었을 시절이다.
– 전자 인격체
시스템 내에 존재하는 인격체를 이르는 단어이다.
– 세상의 끝
시스템의 경계로, 영화 속 인물들에게 시스템 내의 세계와 현실을 구별해내는 척도로 작용한다.
○ 영화 ‘13층’의 철학적 함의
– 의식과 존재

우선 이 영화는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이정표로서 영화는 관객에게 르네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제시한다. 이 의문에 대한 두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과학의 발달로 인해 의식과 존재의 상관관계가 부정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식을 갖은 전자인격체의 존재를 긍정하는 것이다.
– 가상세계와 시뮬라시옹 현상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가상세계 속 가상세계 때문에 현실이 어디인지 알지 못하는 혼돈에 빠지게 된다. 이 영화는 주인공 더글라스가 영화 속에서 현실이라고 제시된 2024년에서 깨어남으로써 막을 내린다. 하지만 이를 본 관객들은 2024년 또한 가상현실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더 나아가 영화 속에서도 그 곳이 현실이라는 정보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렇게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가상세계의 특성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은 한 이론과 관련이 있다.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시뮬라시옹 이론이다. 구체적인 설명으로 시뮬라시옹이란 원본을 복제하고 그 복제품을 복제하는 이러한 과정이 계속 일어나면서 결국은 무엇이 원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이와 비슷한 양상을 영화 ‘매트릭스’와 ‘인셉션’ 등에도 표현하고 있다.
– 가상세계 속 윤리성
가상세계에 접속해 부도덕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인물들도 있다. 해넌풀러는 1937년의 그리슨이 되면 젊은 여자들과 무분별한 성관계를 맺고, 데이비드는 여러 가상세계에서 양심의 가책없이 살인을 저지른다. 이는 인물들이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에서는 윤리적 책임의 의무를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가상’세계에서 저지른 일들이 윤리적인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받지 않아도 되는지의 의문을 남긴다.
○ 과학적 실현 가능성

– 가상현실
가상현실이란 컴퓨터나 기타 기기를 통하여 인공적인 가상세계를 구현하여 사용자가 느끼기에 실제와 같은 또는 보통 일반인이 얻기 힘든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양한 상호작용 기술을 통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가상환경과 자연스럽게 교류가 가능하게 한다.
– 전자 인격체
시스템 상에 존재하는 인격체를 지칭하는 전자 인격체는 인간과 흡사한 지성을 갖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인공지능의 일종이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전자 인격체는 시스템 내에서 인간과 흡사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으로부터 신경망 구축을 통한 인공지능으로 보인다. 현재로서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은 그 한계점이 명확하며 순수 인공지능보다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하위 영역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