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주민 지위 인정’ 개헌안 문구 공개…올해 국민투표 실시
원주민 대변 헌법기구 설치 개헌안 찬반 투표 … 호주 헌법, 사실상 원주민 존재 인정 안해
호주 정부가 헌법에 원주민 대변 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문구를 공개했다. 국민투표는 올해 말 실시될 예정이다.
3월 23일 (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에서 앨버니지 총리는 올해 국민투표에서 “애버리지니 (호주 원주민 · aborigine)와 토러스 해협 제도 주민들을 위한 헌법기관을 설립해 이들이 호주의 첫 주민임을 인정하는 개헌안에 동의하는가”라고 질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버리지니는 호주 대륙의 원주민이고 토러스 해협 제도 주민은 호주 북부와 뉴기니 사이 274개의 작은 섬들의 주민을 뜻한다. 이들은 호주 전체 인구 2600만명에서 약 3.2%를 구성한다.
헌법을 개정해 호주 원주민의 지위를 인정하자는 움직임은 2017년 호주 원주민 권리 단체인 울루루 다이얼로그 그룹이 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호주 원주민은 영국이 호주를 식민지로 만들기 전부터 이 지역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현행 호주 헌법은 영국이 주인 없는 땅에 나라를 세웠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제정됐다. 즉 헌법에서 원주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원주민들은 영국 식민지 시절 토지를 빼앗기거나 노예로 전락하는 등의 차별과 억압에 시달렸으며 1960년대까지 투표권도 부여받지 못했다. 이들은 여전히 다른 호주인보다 평균 수명도 짧고 실업률과 자살률 등이 불균형적으로 높다.
앨버니지 총리는 헌법에 원주민의 존재를 인정하고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이들의 지위를 향상할 수 있는 헌법 기구 ‘보이스’ (Voice) 설치를 주장해온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터 더턴 자유당 대표는 정부가 해당 기구와 관련해 세부사항을 정부가 설명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보이스를 지지할지 반대할지는 적절한 시기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당은 이미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좌파 녹색당과 일부 무소속 의원들은 지지를 약속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설문조사에 따르면 호주 시민 중 59%는 국민투표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한편 호주에서 국민투표를 통과하려면 과반수 찬성을 받아야 한다. 현재까지 총 44건의 국민투표에서 8건만이 통과됐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