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잡기장 – 피아니스트 임윤찬

또 하나의 인문학자 – 임윤찬
• 청년 피아니스트 임윤찬씨는 참 훌륭하고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하지만, 그 나이 또래에게서는 찾아보기가 그리 쉽지 않은 인문학자 같다. 2004년생이니까 금년에 스물한 살이다. 어렸을 때부터 천재적 피아니스트란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가지 상들을 많이 받았지만 3년전인 2022년, 불과 18살 나이에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다. <반 클라이번 콩크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가 되었다.
• 요즘은 가끔 그의 피아노 연주곡들을 듣는다. 쇼팡의 <에튀드, Etudes>와 리스트의 <에튀드 연습곡>을 비롯하여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황제>, 피아노 소나타 <월광> 그리고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곡인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자주 듣는 편이다. 나는 음악에 대해 별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그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으면, 음악의 세계를 넘어서 인생과 자연 그리고 하느님의 세계로 이끌림을 받는 듯하다.

다음은 TV나 신문 등에서 임윤찬씨가 여러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는 대화에서 내 마음에 닿아 메모해 놓은 글들이다.
• 음악 앞에 모든 연주자들은 영원한 학생들입니다.
• 연주자에게 있어서 만족하는 순간은 대단히 위험한 순간입니다.
•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발표를 듣는 순간, 저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에게는 우승이 목표가 아니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박수 받는 것이 민망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박수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제 피아노 인생의 르네상스는 12살 때였습니다. 그 때가 저에게는 가장 순수한 때였기에 그렇습니다.
• 저의 연주가 왜 상을 받고 칭찬을 받아야 하나요? 사실 정말로 칭찬받고 상을 받아야 할분은 리스트가 아닐까요? 리스트, 쇼팽, 바흐, 모짜르트, 베토벤이 받아야 할 상을 우리 연주자들이 받고 있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지요.
• 저는 그날 제가 한 연주회나 시상식 영상을 그후 한번도 보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잘못했으니까요.
• 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연주 할 때 틀리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또 어떤 음악에서는 의도적으로 틀리기도 합니다. 그것은 악보로 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입니다. 음악의 최종적 목표는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자유는 그냥 자연을 따라가는 길목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 피아노는 음표를 따라 치는 것이 아닙니다. 음표 뒤에 있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것이 피아노 연주입니다.
• 이것이 나의 마지막 연주라고 생각하면서 친 곡들이 있어야만 그는 마침내 진정한 피아니스트가 된다고 봅니다. <나의 잡기장 – 음악가들은, 피아니스트들은 음 하나 하나에 심혈을 기울이고 온갖 정성을 다 할뿐만 아니라 그 음에다 의미를 부여하고, 마침내는 그 의미와 가치를 넘어서서 숨겨진 신비의 세계를 찾아가려고 하는데, 그런데 설교자인 나는 왜 설교에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정성을 다 하지도 못하고 내가 하는 설교에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 내질 못하는 것일까? 임윤찬은 피아니스트를 넘어서는 새로운 인문학자요, 신실한 종교인이로구나!> (*) 홍길복 (2025. 5.9)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4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