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곤충 (飼育)이 뜬다! 갈색 거저리 (甲蟲), 밀웜 (Mealworm)
굼벵이
오래된 일이다. 한국 고향에서 뒤곁에다 초가지붕의 자그마한 양계장에서 닭을 키웠던 일이 있었다. 초가지붕이라 몇 년에 한 번씩 이엉을 걷어내고 새 이엉을 입히는 작업을 해야 했는데, 이때마다 이 엉속에서 굼벵이가 쏟아져 나왔다. 어느 한 해에 굼벵이가 너무 많이 나오니 아저씨 한 분이 이것을 쓸어 담아서 서울 경동시장에 내다 팔아 꽤 큰돈을 받아온 일이 있었다. 50여년전 일인데 최근에 유튜브를 보니 굼벵이 사육으로 사업성공을 거둔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번데기 하면 누에 번데기를 생각하게 되는데 최근에 양잠이 거의 사라진 이래 누에 번데기를 맛보려면 남대문 시장에나 가야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누에 번데기 외에, 각종 번데기나 유충을 말려서 상업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미래에는 식량 부족으로 인해 여러가지 다른 먹거리고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이 바로 식용곤충 (食用昆蟲)이다.
고소애
식용 곤충 중에도 널리 알려진 것은 “고소애”다. 고소애는 보통 유충은 약 2.5cm 이상이고, 성충은 1.25~1.8cm다. 배에는 균등하게 나뉘어진 선형 홈이 있다.
날개가 퇴화 (退化)된 거저리 (甲蟲) 종류 중에서 그나마 날 수 있는 곤충이다. 저공비행으로 단거리밖에 못 날지만. 그래서 연구소 사육실같이 사육 상자에 틈이나 일부가 열려 있는 사육 상자 같은 경우에는 갈색 거저리가 종종 바닥으로 튀어나온다고 한다.
대다수의 거저리를 포함한 딱정벌레 종류가 그렇듯이 성충은 체내에 취선(臭腺)이 있어 손으로 잡으면 웬만한 먼지벌레랑 맞먹을 만큼 냄새가 끔찍한 방어물질을 분비한다. 평소에도 미약하게 분비하고 다니는지라 성충 갈색거저리 사육장의 냄새를 맡아보면 방어물질 악취가 진동한다.
거저리
갈생거저리는 지중해가 원산지로, 현재는 인간의 무역으로 전세계 곳곳에 분포한다. 당연히 대한민국도 서식 범위에 들어오며, 귀화종 (歸化種) 취급을 받는다.
번식력이 매우 왕성하다. 수컷이 암컷에게 정자낭 (精子囊)을 삽입 (揷入)하는 식으로 번식하며, 암컷은 부드러운 땅에 굴을 파고 알을 낳는다. 평균 약 500개의 알을 낳는다.
약 4~19일 후에 알이 부화한다. 갓 부화한 유충은 흰색이고, 성장함에 따라 갈색으로 변한다.
번데기를 통해 약 3~30일 후 성충으로 변태 한다. 수명은 6~12개월 정도다.

밀웜 (Mealworm)
이 벌레의 유충을 바로 밀웜 (Mealworm)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식용 시판명으로는 고소애라고 한다.
식용곤충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응모한 이름으로, 뜻은 맛이 고소한+애벌레. 꽃무지 애벌레는의미다. 꽃벵이, 귀뚜라미 등과 함께 먹이용 벌레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생물이다.
어류, 조류, 포유류, 거북이, 식충식물, 거미나 전갈, 다른 곤충들의 대표적인 먹이로 잘 쓰이며, 고슴도치가 특히 잘 먹는다.
다른 먹이 곤충에 비해 지방 함량이 높고 인/칼슘 비율이 불균형한 편이므로 밀웜만 먹일 경우 영양결핍 및 골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적당히 다른 먹이와 섞어주거나 주식으로 삼을 경우엔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배출이 지구 온난화 전체의 17%에 달한다는 점에 대비해 식용 곤충은 그 친환경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영양학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미래의 식량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의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곤충 요리를 많이 유입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일부 식량안전보장이 되지 않는 개발도상국가들에게 비용효과적인 해결책으로 식용곤충사육이 주목받고 있다. 쿠키와 마카롱, 파스타 등의 음식들을 판매하는 레스토랑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식용곤충의 혐오감을 줄이고 일상에서 식품으로 이용하기 위한 관련 과학기술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요리들이 개발되고 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FAO)에 따르면, 곤충은 쇠고기에 비해 단백질 뿐만 아니라 미네랄, 비타민, 그리고 섬유질의 함량이 높다. 더불어 포화지방보다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높은 음식으로, 영양학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곤충은 냉온동물로 체온을 유지하는데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므로 적은 양의 사료를 필요로 하며 물발자국과 온실가스 발생량이 기존 가축보다 현저히 낮다.
식용 곤충은 전통적인 가축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빠른 성장과 번식주기를 보여주고 필요한 토지공간이 적은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식용곤충이 미래식량으로 대중화되기 위해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바로 식품 알레르기로, 새우나 게 등 갑각류 (키틴질)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도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다음 곤충을 식품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메뚜기누에, 벼메뚜기,갈색거저리 유충, 쌍별귀뚜라미 등이 있다.

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3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민주화 실천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