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상 단체들, 올해 이상기후 현상 더 극심해질 것 전망
52도 폭염에 ‘하지’ 메카 성지순례 중 570여명 사망…기후변화 여파
국제기상 단체들은 올해 이상기후 현상이 더 극심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 (WMO)는 지난 6월 6일 (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향후 5년 (2024∼2028년) 내 지구평균 기온이 온난화 한계점인 산업화 이전보다 1.5도를 초과하는 극한 기후로 돌입할 가능성이 80%에 달한다고 밝혔다.
2023년 지구 기온은 산업화 (1850~1900년) 이전보다 1.45도가량 높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WMO는 지난 12개월 (23년 6월~24년 5월) 내내 매월 새로운 지구 기온 기록이 세워졌고, 이 기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1.63도 높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파리 협정 목표와 관련한 지구 기온 전망도 들어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세계 195개국은 앞으로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나아가 이번 세기말까지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앞으로 5년 (2024~28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 매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1~1.9도 높을 것 ▷ 적어도 한 해의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일시적으로 초과할 가능성 80% ▷ 가장 더운 해인 2023년보다 더 더운 해가 나타날 가능성 86% ▷ 5년 전체의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를 넘을 가능성 47% 등이다.
특히, 앞으로 5년 전체의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를 넘을 가능성을 47%로 예측한 것은 충격적이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2023~27년에 대해 내놨던 예측치인 32%보다 15%p나 상승한 것이다. 또, 향후 5년간 적어도 한 해의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초과할 가능성은 2015년 0에 가까웠는데, 2017~21년 20%, 2023~27년 66%로 꾸준히 상승해 이번에는 80%까지 치솟았다. WMO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속적인 온난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국 해양대기청 (NOAA)도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평가될 확률은 55%며 가장 더운 해 상위 5위 안에 포함될 확률도 99%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기온이 오르면 기록적인 폭염, 극심한 강우 및 가뭄과 잦은 산불, 해양 수온 상승과 빙하의 급격한 감소 등 기상 이변도 잦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보험사 알리안츠가 선정한 세계 10대 위험 요인 중에서는 ‘자연재해’가 3위에 올랐다. 지난해 6위에서 세 단계가 뛴 것이다. 최근 지진, 홍수, 산불 등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지역으로 보면 크로아티아·그리스·홍콩·헝가리·말레이시아·멕시코·모로코·슬로베니아·태국 등 9개국에서 자연재해가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구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도 7위에 오르며 지난해에 이어 기업 경영의 주요 불안 요소로 꼽혔다. 멕시코와 튀르키예는 기후변화 리스크가 큰 국가로 꼽혔다.
손실이 커지자 보험업계는 보험료율을 인상하거나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변경해 손실 메우기에 나섰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조사 결과 지난해 보험사의 손실 보전 역할을 하는 재보험사의 40%가 최소 7.5% 이상 보험료율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재해 발생 위험이 큰 지역에선 보험사가 아예 철수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최대 손해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은 캘리포니아주 전역에서 신규 주택보험 인수를 중단했다. 최근 매년 대형 산불이 발생해 이 지역 재보험료가 상승하자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이다.
앞서 2020∼2021년에도 루이지애나주에서 4개 허리케인이 몰아쳐 보험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12개 보험회사가 파산하고 50개 이상 보험사가 허리케인 관련 보험 인수를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자연재해에 대한 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2020년 발생한 기후 관련 경제적 손실은 1650억 달러에 달했으나, 보험으로 보전한 피해 규모는 60%에 불과했다.
올해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지난해보다 기상재해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보험사 알리안츠는 ‘2024년 위험 지표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를 디지털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함께 올해 기업 경영 환경의 최대 리스크로 지목했다.
52도 폭염에 ‘하지’ 메카 성지순례 중 570여명 사망…기후변화 여파
전 세계 이슬람 신도들의 연례 메카 성지순례인 ‘하지’가 현지시간 6월 14일부터 닷새간 진행됐다.
그런데 낮 최고 기온이 섭씨 52도에 달하면서 최소 570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이슬람력으로 12월 초에 열리는 ‘하지’ 행사는 올해 최고기온이 50도를 넘는 불볕더위 속에 치러졌다.
그럼에도, 신앙 고백, 예배, 자선, 라마단 금식과 함께 이슬람교 5대 의무 중 하나인 ‘하지’를 위해 180만 명이 넘는 무슬림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를 찾았다.
그러나 일부 순례객엔 죽음의 여정이 됐다. 이집트인 320여 명과 요르단인 60명이 포함됐는데, 대부분 온열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기후변화 탓에 메카 지역의 온도가 10년마다 0.4도씩 올라가서 갈수록 ‘하지’ 순례에도 영향을 준다고 지난달 사우디 연구팀이 밝혔다. 현지시간 17일 메카 대사원의 기온은 낮 한때 섭씨 51.8도를 기록했다.
‘하지’ 순례를 위해선 사우디 당국이 발행하는 별도 비자가 필요한데, 이번엔 상대적으로 많은 이집트인이 비용을 아끼려 다른 경로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례길에 마련된 에어컨 시설에 접근도 못 하고, 제대로 된 응급치료도 받지 못했다.
전 세계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슬람의 최대 성지순례 행사에도 기후변화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