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방문
“반드시 필요하고, 유익한, ‘대체 불가능한’ 상담대학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동역이 아름다운 엠마오상담대학 (Emmaus Counselling College at ACCS)
지난 1월 30일 (화) 엠마오상담대학 한국학부 (학장 김병근 박사)를 방문했다. 최근 사회적 고립과 소외 등의 문제로 남녀노소를 초월하여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는 시기에 상담의 필요성은 더욱 더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 맞물려 우수한 교수진과 수준 높은 강의를 통해 ‘사랑, 배움, 봉사’라는 비전을 갖고 새해를 열어가는 엠마오상담대학 (이하 엠마오)의 근황을 나눠본다.
○ 준비하면 세 번은 쓰인다!
학장 김병근 박사는 “‘세상을 살며 준비하다보면, 아무리 하찮은 작은 일이라도 배워두면 세 번은 쓰인다’고 늘 조부께서 말씀하셨는데, 목회하며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병행해오다 보니 엠마오를 책임 맡을 기회가 왔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심리학의 거장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사랑하고 일하고, 일하고 사랑하라. 그게 삶의 전부다”라는 말도 소개했다. 그는 프로이트의 교훈을 따라 늘 ‘꿈꾸는 상담사’로서 일을 사랑하며, 그 일이 척박한 이민의 삶에서 마음이 상하고 아픈 사람을 돕고 섬기는 일이기에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하였다. 특히 우울증 관련 서적을 집필하고 상담 현장에서 우울증 치유로 정평 난 그는 상담학이 현대 사회에 미치는 중요성을 역설했다.
“2022년 기준으로 호주의 전 국민 대비 우울증 환자 비율은 약 4.8% 정도입니다. 이는 호주 정신건강의료연합 (Headspace)과 호주 통계청 (ABS) 등의 조사를 토대로 추정된 수치입니다. 특히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우울증이 주요 질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비율은 60대 이상 인구의 비율인 25.15%보다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노년기 우울증은 ‘상실’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노화로 인한 신체적 증상,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등이 발병 요인입니다. 노년층에서 우울증은 치매 등 다른 질병을 야기할 수 있지요. 그래서 초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특히 어르신 돌봄 (Aged Care)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이 상담학을 공부하면, 상담을 통해 어르신들의 감정, 생각, 행동을 탐색하고, 문제를 해결하거나 적절한 대처 방법을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시장조사기관 KPMG가 작성한 ‘아시아 우울증 스펙트럼 분석 백서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우울증 환자의 90% 이상은 적절한 도움을 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호주에 사는 우리 교민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백서에 따르면 호주 정부가 연간 1인당 국민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에 아태 지역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합니다. 그런데 그 혜택을 몰라서 어둠속에 사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퍽 안타까운 일입니다.”
김 박사는 또 ‘전인건강, 즉 영적, 지적, 정신적, 정서적, 사회적, 육체적 건강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밸런스를 위해서도 상담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로마 시대 당시 로마 시민들은 육체적으로는 매우 강건했으나 정신은 타락하고 부패했으며 피폐한 상태였습니다. 이때 시인 유베날리스가 ‘제발 너희들 그 단련된 무식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기를 기도하라’는 의미로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했지요. 이 말은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까지 깃든다면 바람직할 것이다’라는 의미입니다. 이후 존 로크와 같은 사상가들이 이 말을 인용하여, 건강한 육체와 건전한 정신의 상호 연관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건전한 정신은 많은 요소들과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육체적인 단련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건전한 정신은 사색, 독서, 자기반성, 수양, 현실의 부당함에 맞선 실천 등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엠마오 상담학의 여러 심리치료 이론은 좀 전에 말씀드린 6분야의 전인 건강에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 엠마오 상담의 독보적 8단계 기법
엠마오는 김 박사의 학문적, 임상적 성취로 ‘엠마오 상담8단계’라는 독보적인 방법을 개발했다.
“지금 송기태 박사와 함께 <엠마오 상담의 전략과 기술> (가칭)이란 교과서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이 기법에서는 내담자가 상담을 청할 때, 먼저 병리학적 개념으로 도식화합니다. 즉 ‘진단-치료-예방’의 과정으로 8회기를 기준으로 만납니다. 1-3회기는 진단과정으로;
1회기는, 현재 사건의 개념화과정입니다. ‘나는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2회기는, ‘내가 누구였는가?’ 과거의 문제를 다루면서, 내담자의 애착과, 상처, 열등감을 등을 점검합니다.
3회기는, 인지요법으로 새로운 가치관을 갖게 합니다.
그 다음 4-6회기는 구체적인 치료과정입니다. 이때는 이야기 (내러티브) 치료와 긍정심리학적 방법으로 접근합니다.
4회기는 감사로 과거를 재해석하며, 내담자가 겪은 사건과 사연 속에 숨겨진 독특한 결과(보석)를 찾아내며, 이야기를 재구성합니다. 그 다음엔 내담자가 가진 긍정심리학의 성격강점을 발견하도록 합니다.
5회기는 현재는 사랑과 용서로 품도록 합니다.
6회기는 행동치료 기법으로 접근하는데, 의지적으로 반대기법과 역설기법이 있습니다.
7-8회기는 다시는 동일한 문제를 겪지 않게 하는 예방과정으로 의미요법을 도입합니다.
7회기는 어떤 행동이든 의미요법을 도입하여 의미를 갖게 합니다.
8회기는 크리스천의 정체성을 회복하여 성숙한 크리스천, 헌신된 크리스천의 삶을 살도록 도와줍니다.
엠마오 졸업생은 이 방법에 아주 익숙하고, 실제 상담현장에서 굉장히 많은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물론 사회가 복잡하고, 사람들의 의식과 환경도 다양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각 사람에 맞는 치료기법들이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지요. 그렇지만 이 기본 골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임상적으로 검증된 방법입니다.”
○ 최근 송기태 교수와 동역이 돋보이는데
알파크루시스 대학 한국학부 설립 때 (당시 서던크로스 칼리지)부터 교수 사역을 해온 송기태 박사는 2023년 초부터 엠마오에 합류하여 동역하고 있다.
김병근 학장은 송기태 교수를 소개하며 “우리 대학에 송 박사님께서 합류해 더욱 스펙트럼이 넓어졌습니다. 폭도 넓고 깊어 많이 배우게 됩니다. 또한 연구를 쉬지 않는 분으로 서적도 많이 출판해 학생들에게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날 동석한 송기태 교수는 “엠마오는 시드니 한인 상담학계의 메카로 이미 탄탄하게 자리를 굳혔습니다. 우리 한인 상담학계의 상징적인 분으로 존경받는 김병근 박사님 곁에서 연구, 강의, 집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특권입니다. 시인 김유정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그리고 영원히 가려면 사랑으로 가라’고 했고, 안중근 의사는 ‘혼자 있으면 외나무다리, 여럿이 있으면 숲은 이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김 박사님은 오래 전 이민 초창기부터 저에게 멀리, 영원히 가는 법과, ‘더불어 함께’ 숲은 이루는 법을 가르쳐주신 멘토십니다. 그리고 엠마오 공동체는 졸업생과 재학생의 단톡방으로 굉장히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서로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하여, 그리고 진로를 열어주기 위해 아주 돈독한 생명체와 같은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또 엠마오에서는 티저 (teaser) 강의, 1년에 세 번 정도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위한 PD (Professional Development) 개설도 하여 지속적인 성장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말에도 서울신대 상담대학원장을 지난 조현숙 박사님을 초청하여 심리치료 이론의 전반에 대하여 집중강의를 개설했습니다. 한 번 졸업하면 그것으로써 끝이 아니라, 생명의 유기체처럼 연결된 네트워킹이 엠마오의 큰 장점입니다. 정글도 함께 걸으면 길이 된다고 했던가요? 사실 엠마오 네트워크는 정글 같은 이민의 삶 현장에 상담의 길을 개척한 동지들이지요”라고 했다.
○ 시드니성시화운동을 하며
김 학장은 성시화운동의 대표회장을 맡아 교계연합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젊을 때는 주도면밀하게 계획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인생 후반기를 살아가며 ‘내 뜻대로 마시고 주님 뜻대로 되길 원합니다’라는 기도를 많이 합니다. 가정도, 사역도, 성시화도, 대학도 그렇게 진행되길 기도합니다. 작년부터 시드니성시화운동본부 대표회장을 맡게 되어, 매달 노방전도와 기도회를 운영하며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성시화는 전도와 기도가 없으면 ‘앙꼬 없는 빵’처럼 되지요. 성시화와 관련한 모든 일들이 기도보다 성령보다 앞서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이 모든 일들의 모범과 교범은 사도행전입니다. 저는 우리 시드니 교민 전체가 사도행전에 튀어나온 사람들처럼 성령의 불덩어리가 되어 가는 곳마다 불을 지르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작은 불꽃 하나가 큰 불을 일으켜 온 산을 태우듯이 지금은 작게 시작된 기도모임, 노방전도, 십자가 행진이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굴러 크게 불어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마디그라 행진보다 더 큰, 시드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교계 연합운동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는 교계 연합운동을 하면서 또 하나 숨겨진 사실을 발견했다고 했다.
“성시화운동을 하며 보니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시드니 교민사회나 기독교와 관련한 소중한 역사가 많은데 소실되어가는 것을 보며 참 안타까웠습니다. 얼마 전에 만난 목사님 한분이 시드니 교민 역사의 거의 모든 희귀자료를 갖고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그분이 소장하신 자료가 언제 유실될지 모르는데, 교민사회에 교민 역사관이나 전시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라고도 했다.
한편 시드니성시화운동본부는 한홍 목사 (새로운교회 담임, 전: 온누리교회 양재캠퍼스 담당 수석목사, 횃불 트리니티 신학대학원 교회사 교수)를 강사로 ‘시드니성시화 집회’ (3월 8 ~ 9일, 시드니새순장로교회에서), ‘십자가 행진 및 연합예배’ (3월 10일), ‘리더십 포럼’ (3월 11일, 시드니한인회관)을 개최한다.
○ 좋은 것을 힘께 나누는 학문공동체
송기태 교수는 “엠마오는 좋은 것을 함께 나누는 학문공동체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지나친 흑백논리와 과잉 일반화, 낙인찍기, 의미 확대와 의미 축소, 개인화, 긍정적 사고의 가치 절하, 성급한 결론, 자신의 가치를 낮추는 평가 등으로 각 개인은 정체성에 대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엠마오는 이런 인지왜곡과 오류로 큰 홍역을 앓는 우리 사회에 큰 몫을 감당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좀 전에 학장님께서 우울증 이야기를 하셨는데, 40년 전만 해도, 우울증이 처음 발병하는 평균 연령은 29.5세였으나, 지금은 14.5세로 더 낮아졌습니다. 우울증 평생 유병률은 1990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번아웃 증후군 (burnout syndrome)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립니다. 그런데도 주변의 부정적인 인식 탓인지 상담학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상담학을 공부하는 것은 ‘자기 상담’을 통한 자기 치유, 또 일상생활에서 ‘차 한 잔의 상담’을 통한 관계 개선과 이웃에 일상적인 도움을 데도 유익한 만큼 누구에게나 필요한 학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상담학의 유익을 밝혔다.
김병근 학장은 “우리 엠마오는 더욱 노력해 교민 분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고, 유익한, 그리하여 ‘대체 불가능한’ 상담대학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교민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하시면 좋겠습니다. 정기적으로 세미나와 특강 등을 실시하며 성도 분들이나 교민 분들을 위해 열려있습니다. 특히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 상담을 통해 여러분의 평안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인터뷰어 = 임운규 (본지 발행인)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