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목사의 특별기고

가정의 질서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세대를 걸쳐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고 현재 우리 가족의 질서를 깨뜨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한 가족의 예를 들어 봅시다. 홀어머니로 자녀를 키우다가 질병으로 돌아가시게 된 어머님이 계셨는데 그 어머니는 남겨진 남매에게 서로를 잘 돌 봐주면서 살아야 한다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그 유언을 받들어 남매는 서로를 아주 잘 돌보았는데 결혼을 하고 난 후에도 엄마는 가족을 돌보기보다 오빠의 가정을 돌보고 챙겨주느라 막상 자신의 가족은 돌 봐주지 못해서 아이들은 상처와 외로움으로 힘들어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자신과 동일시하는 딸에게는 늘 구박과 잔소리로 잘하는 것이 없다고 하면서 야단을 많이 쳐서 딸은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으로 힘들어 했고 남편과 아들은 가정에서 삼촌보다 존재감이 없어서 외롭고 소외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부모님의 죽음으로 인해서 생긴 정서적인 어려움을 이 남매는 슬퍼하는 비애의 과정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충성심을 결혼을 한 이후까지도 지키면서 현재의 가정 안에 질서를 깨뜨리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세우기’로 유명한 독일의 심리 치료사 헬링거는 이것을 이론적으로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 한 가족 구성원이 자신에게 속하지 않은 위치를 부당하게 차지하거나 자신에게 속한 위치를 잃어버리는 일과 같이 적합하지 않은 일이 생기면 가족 안에는 건강하지 않은 증상과 병리적 고통이 발생하는데 그 중하나가 죽거나 희생을 당한 사람의 삶을 동일시하려는 역동과 대리 과정의 역동이 보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헬링거의 말처럼 위의 남매는 양육자가 자리를 잃어버리면서 자신들이 그 양육자의 역할을 서로에게 해주려고 했고 그것이 가족의 질서를 깨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헬링거는 가족 구성원들이 가족의 질서를 되찾는 부분이 가족의 회복과 치유를 위해서 중요한 부분임을 설명합니다. 깨어진 질서와 회복되기를 원하는 질서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는 감사, 인정, 존중의 의식을 하게 하는데 이것은 회복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는 가정이 원초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건강한 질서를 ‘사랑의 질서’ 라고 부릅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정의 건강한 질서입니다.
상담하다 보면 부모로부터 또는 가족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양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미워하면서도 그렇게 미워하는 자신이 용서가 잘 안되고 그 깊은 내면에는 상처를 준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이 모두 내면안에 있으면서 여러가지로 얽혀서 마음이 괴롭고 힘든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가족의 질서가 깨어지는 것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로 인한 심리적 역동으로 혼란스러운 사람들에게 헬링거는 가족 세우기 ‘family constellation’ 이라는 기법을 통해서 가정의 질서를 다시 세우게 함으로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게 하고 치유하는 여정을 갖게 합니다.

먼저, 문제 상태의 가족들의 모습을 대리 가족들을 세우는 작업을 통해서 감정이입이 일어나게 하는 현상학적 경험을 하게 합니다. 그러면서 가정의 질서가 어떻게 깨어졌는지를 보게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고통과 아픔을 표현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카타르 시스가 일어나게 되고 나의 고통만 보지 않고 가족 전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힘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나면 이제 새로운 질서가 있는 가족의 모습을 대리인을 통해 세워 나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치유가 일어나면서 치료사의 감사, 인정, 존중의 멘트를 따라할 때 상처를 많이 준 부모라 할 지라도 그들이 부모인 것을 인정하면서 그들의 삶을 존중해 주게 됩니다. 동시에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서 살지 않고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고백을 통해 회복된 가정의 질서를 경험하고 소망하는 과정을 갖게 되면서 상담 받는 사람은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루 프리올로는 ‘네 자녀를 노하게 하지 말라’ 라는 책에서 분노와 문제 행동이 있는 아이들을 상담해야 할 때 아이들을 바로 상담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부모님을 만나서 두 세 번 정도 상담을 한다고 합니다. 상담을 하는 이유는 그 가정이 자녀 중심의 가정인지 아니면 부모 중심의 가정인지를 살펴본다고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아이의 문제로 인해서 아이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이 되면서 아이에게 끌려가는 가정의 현재 상태가 자녀 중심의 가정과 같은 질서를 깨뜨리는 자녀양육 방식을 해서 문제가 된 것인 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부모님이 부모 중심의 가정으로 양육을 하지 못했다면 앞으로는 부모 중심의 가정으로 질서를 세워가면서 자녀를 양육하는 교육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가정의 질서를 바로잡고 세워나가는 교육만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를 실제로 만나서 상담을 하기 전에 많은 변화를 준다고 이 저자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렇게 가정을 건강하게 세워 나가는데 있어서 가정의 질서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여기에서 질서라고 하는 것이 항상 수직적인 구조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 중심으로 가정을 운영함으로 자녀가 부모에게 순종하도록 질서를 세우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헬링거가 말하는 질서의 한 부분은 ‘주고받음의 공평 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부모는 부모로서 자녀는 자녀로서 그 역할을 적절히 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과도하게 아이들이 해주어야 하는 것을 다 해주어서 자녀가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하는 것도 질서를 깨뜨리는 것이 될 수 있고 부부 사이에서 주고받음이 공평하지 않고 한 쪽만 일방적으로 희생한다고 할 때도 가정의 질서는 깨어질 수 있습니다. 가정이 건강한 질서로 나가기 위해서는 부모는 부모로서 의 적절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아이들은 아이들 답게 나이에 맞는 역할을 잘 수행할 때 가정의 질서는 잘 세워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인생은 늘 평탄한 것만이 아니어서 앞의 예와 같이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큰 트라우마로 인해서 가정의 질서에 영향을 받는 사건 사고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지난 2년 동안 Covid19으로 인해서도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 가족을 돌아보면서 회복되어야 할 질서는 없는 지를 한 번쯤 확인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깨어진 가정의 질서가 있다면 건강한 질서를 세워 나가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하는 노력과 도움을 받을 부분은 없는 지도 확인해 보셔서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리지르는 부모, 귀를 막는 아이들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 번 즈음은 누구나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소리지르는 부모, 귀를 막는 아이들’이라는 책의 저자 그레이스 케터만과 펫 홀트는 500명의 엄마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자주 소리를 지르는 엄마가 45%, 거의 매일 소리를 지르는 엄마는 6%, 가끔 소리지르는 엄마는 43%, 그리고 전혀 소리를 안지르는 엄마는 6%라는 결과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6%의 엄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소리를 지르고 산다는 것이다. 필자의 남편은 사람들을 만나면 타인들에게 ‘우리 아내는 화를 안내요!’ 라고 말을 하곤 했었다. 남편의 말은 그 정도로 화를 안 낸다는 것이지 필자가 화를 전혀 안내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문제를 약간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면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엄마들의 실제 비율은 더 높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렇게 화를 내는 엄마들이 많은데 아이들은 엄마의 가장 좋은 점은 다양한 반면 엄마가 화를 내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엄마들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원시 시대에 분노라는 감정은 생존과 관련이 깊었고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감정이었다.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분노를 낼 때 적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었던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위협이 느껴질 때 화라고 하는 감정이 유용하다고 생각해 본다고 할 때 위협이 없는 아이들을 양육하는 상황에서는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지 않고 상황을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아이들이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 무의식적 엄마의 안전체계를 건드려서 실제와는 다르게 위협적인 상황이 되었다고 사인을 보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어쨌든 엄마의 내면에 경고등이 켜져서 분노가 나는 상황은 실제 위협이라고 보기보다는 엄마의 마음에 있는 잘못된 경고등이 작동을 하여서 실제 상황보다 더 과도하게 부정적 반응을 하며 분노하는 일들이 생겨나는 것일 수 있다. 이것을 다르게 설명하면 엄마가 소리를 지르는 것은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엄마의 내부적 요인에 있을 확률이 크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엄마가 자신을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자신을 잘 다스는 것이 어릴 때부터 훈련이 잘 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기질적으로 충동적인 부분이 많고 훈련도 잘 되지 않는 분들이 있다고 볼 때 어떤 엄마에게는 자신을 잘 다스리는 것이 쉽지가 않을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공감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는 것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서 그 중에 몇 가지만 살펴보자.
먼저는 자신을 잘 다스리기 위해 계획하는 삶, 체계적인 삶을 사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 가족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선 순위를 세운 다음에 그 우선 순위에 맞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 가족에게는 신앙 생활이 중요한 우선 순위다. 또는 자녀 교육이 우선 순위다. 또는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선 순위다 라는 우선 순위가 있다면 그것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가족은 신앙 생활을 잘 하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할 때 주일에 교회에 가는 것, 가정 예배를 드리는 것, 묵상 생활을 하는 것 등을 먼저 계획을 세우고, 그 다음이 가족의 건강, 규칙적인 생활이다 라고 한다면 그것에 대한 계획을 함께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계획 세우는 것이 잘 안되시는 분은 전화기나 구글에 나와 있는 시간 계획표 같은 것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계획을 세워서 살아가고 집도 정리하고 싶지만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는 집을 정리하고 치우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그것을 포기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그에 더해 배우자마저 정리하는 것에 관심이 없을 때는 나중에는 집인지 쓰레기장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가 되는 경우도 생긴다. 어지러운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에게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므로 비록 잘 지켜지지 않더라도 가정의 우선 순위에 맞는 계획을 작은 것이라도 세워서 실천을 할 때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고 그것이 아이에게 소리지르지 않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리가 어려운 사람은 한꺼번에 다 정리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구역을 정해 놓고 그 부분을 해 나가는 실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계획을 세워 놓고 실천하는 것이 좋은 것은 무엇이 중요하게 빨리 처리해야 할 일인 지에 대해서 알게 되는 부분이 있다. 그럴 경우 누군가 요청하거나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때 “아니요 “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너무 많은 일을 쫓기듯이 하지 않을 때 엄마는 더 안정될 수 있고 그럴 때 아이들에게도 훨씬 더 소리를 지르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필자는 예전에 “아니요“라는 말을 잘 하지 못해서 누군가 부탁을 하거나 만나자고 하면 무조건 Yes를 해서 나중에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내게 중요한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계획을 세워 놓으면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가정의 규칙을 세워 놓고 그것을 지켜 나가려고 할 때 엄마는 소리지르지 않고 아이들을 훈련시키기가 더 좋아진다. 물론 규칙을 세워 놓으면 그것을 지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노력과 검토가 필요하지만 이것이 습관이 되어지고 나면 나중에는 아이들을 키우기가 훨씬 더 쉬워지고 소리를 지르는 일들이 더 줄어들게 됨으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꾸준히 규칙을 세우고 지켜나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 중에서 쇼핑 센터에 가면 이것저것 사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들을 종종 보았을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미리 아이와 규칙을 정해서 설명하고 지키지 않을 때 일어날 일을 설명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쇼핑 센터에서 미리 계획을 한 것이 아닌데 물건을 사달라고 때를 쓸 경우 엄마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고 쇼핑을 포기하고 아이를 도로 집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규칙에 따라 필요할 수 있다. 그리고 왜 도로 집으로 왔는지에 대해서 아이에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하면서도 아이가 떼를 쓰면 규칙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일이 반복이 되면 아이는 훈련되어지는 것이 어렵게 된다.
이렇게 엄마가 계획과 규칙을 세워서 아이들을 교육하면 자신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이런 계획과 체계를 세워나가는 것과 더불어 필요한 것은 융통성이다. 규칙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다 보면 반발심을 살 수도 있고 예기치 않은 일들이 발생할 때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게 된다. 그러므로 한 번씩은 규칙을 지키지 않고 아이들이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도 유익할 수 있다. 이것을 통해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들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여길 수 있게 된다. 부모도 너무 엄격하게 규칙을 지키려고만 하면 그것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기도 하고 부부 다툼이 있게 되기도 함으로 융통성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부모가 먼저 자신을 잘 조절하는 사람이 되는 것임으로 작은 일부터 자를 잘 훈련하고 다스리는 법을 실천해 보기를 바란다.

김훈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