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목사의 특별기고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 사람이 끊임없이 배우자에 대해서 불평을 늘어 놓았다. 20분 30분 40분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해서 불평만 늘어놓고 있다. 워낙 쌓인게 많은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다음 번에 만났는데 그때도 똑같은 이야기만 계속해서 늘어 놓고 있었다. 이 사람은 현재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경험하고 있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보니 그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다른 것을 보지 못하고 그 문제만 너무 확대되어 보여 거기에 몰입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문제만 계속해서 들여다 볼 때 잘 못하면 문제 자체에만 골몰하게 되고 해결에는 촛점을 맞추지 못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나는 위와 같은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만날 때 마다 반복적으로 똑같은 문제를 이야기 하는데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문제에만 휘말려 자신의 감정의 늪에 푹 빠져 버리게 된 사람들이다. 결국은 깊은 문제 속에서 갈등하고 있는 그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문제에 너무 압도가 되어서 해결책을 생각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면서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으로 관계를 계속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보다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지금 보다는 문제가 해결된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치료법 중의 하나인 해결 중심 치료법은 문제에 초점을 두지 말라고 이야기를 한다. 결국은 문제가 아니라 문제가 해결된 후에 내담자가 정말 하기 원하는 어떤 것들이 있을 텐데 그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심리 치료 모델에서는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을 해야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있다라고 말한다. 그것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잘 진단하며 그것에 맞는 해결책을 추구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 해결 중심 치료에서는 문제와 해결책을 같은 선 상에 두지 않는다. 꼭 문제를 파고 들지 않아도 해결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이 해결 중심 치료이다.
어느 부부가 상담소를 찾았는데 아내가 외도의 문제를 가지고 있어서 아내에게 이메일 비밀번호를 달라고 하는데 아내가 절대로 주지 못한다고 해서 상담소에 왔다. 처음에 이 부부는 남편은 아내를 더 이상 신뢰를 하지 못하겠다고 하고는 아내를 바라보는 눈빛이 험악했다. 억울해 하며 반응하는 아내도 남편을 향한 사랑이나 존중이 전혀 보여지지 않았다. 이럴 때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상담사는 신뢰의 문제를 다루며 이메일 번호를 주는 부분에서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 문제와 관련된 예민한 감정들이 건드려져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 해결 중심 기법을 위의 케이스에 적용해 순식간에 부부 문제를 해결한 상담사, 엘리엇 코니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문제는 그대로 두고 해결책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를 물어 보았다고 한다.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던 험악한 부부가 갑자기 초점이 달라지자 자신들이 얼마나 서로를 사랑했었는지를 생각하며 마음이 풀어졌다. 그리고는 두 사람이 상담 후에 어떤 모습이기를 원하는 지를 자세하게 그려보게 하고 그 그림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 작은 시도를 두 사람이 각각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물어 보았는데 놀라운 것은 일 주일만에 두 사람의 관계가 놀라울 정도로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때로 우리는 부정적인 문제에만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보니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우리의 모습이 어떠했는데 어떻게 서로를 대하고 있었는지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위의 경우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 두 사람이 사이가 좋았을 때 어떻게 서로를 대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하기를 원하는지를 행동함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 자연스럽게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낀 아내는 외도 대상자에게 이멜을 보내서 관계를 정리했고 이메일 비밀 번호를 남편에게 주며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쪽지를 주었다고 한다.
때로 가정에서 어떤 실수나 나쁜 일들이 생길 때도 해결에 초점이 있기 보다는 문제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릇이 깨어져 있다고 할 때 촛점은 “누가 깬 거야?“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일어난 사건을 잘 정리하기 보다는 누군가에게 원망을 돌리고 범인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그릇을 깬 사람을 찾아서 야단을 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최선의 방법은 아닌 경우가 많다. 심하게 야단을 들은 아이들은 미래에 거짓말을 하게 되거나 수치감을 느끼게 되어 조심스럽게 물건을 다루고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처리를 해야하는 지를 잘 배우기 못하게 된다. 그래서 문제가 아닌 해결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관계에서 중요한 일이다.
어떤 부부는 늘 싸우는 주제가 ‘내가 옳다. 네가 틀렸다.’ 이다. 결국은 내가 더 옳다는 것을 주장함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고 내가 우위에 서서 상대를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하고 싶은 욕구에 의해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부부 관계에서 누가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문제에 촛점을 맞춘 상호 작용의 방식은 갈등과 아픔만 남기게 한다. 인간의 기억이나 경험은 조작적이며 잘못될 경우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나의 기억이 100% 완벽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나의 기억이 옳은 것이 관계를 윤택하고 성장하게 하는데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그것을 생각해 보면 관계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관계에 있을 때 서로가 어떻게 대하는지 어떻게 대우를 받기 원하는지를 생각하고 관계의 회복된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훨씬 더 관계에는 도움이 된다.
또 한 가지 해결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보려는 사람은 자신만의 방법을 고집하지 않는다. 문제에 깊이 몰입되어 있는 경우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방법으로만 문제를 들여다 보고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한 선생님이 학교에서는 너무나 좋은 선생님인데 집에 와서는 아이에게 엄격한 엄마이며 아이를 잘 훈련하지 못하는 갈등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은 집에서 최선을 다해 보려는데 왜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 분이 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잘 지도할 때 사용하는 방법을 집에서는 사용하고 있지 못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 예에서 처럼 문제가 잘 해결이 안된다면 문제만 들여다 보지 말고 타인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기도 하고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때 훨씬 효과적이게 된다.
그러므로,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내 방식으로 내 생각으로만 바라보며 고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태도를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적용한다면 생각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답을 앞에 나오는 커플의 예 처럼 쉽게 찾을 수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 생각을 때로는 타인들의 시선과 생각을 통해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이 건강하고 지혜로운 방법이다. 나의 방법만 옳다고 생각함으로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음을 믿고 융통성 있는 태도로 문제가 해결된 미래를 그려보며 문제의 답을 찾는다면 누구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해결 중심의 사람인 지 아니면 문제 해결의 사람인지를 각자 점검해 봄으로 자신을 더 확장 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김훈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