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목사의 특별기고
돈은 인간 관계를 멀어지게 할까?
캔버라에 소재한 예수 전도단 (Youth With A Mission )이라는 선교단체에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푸드뱅크(Food Bank)에서 음식을 가지고 와서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일을 수 년간 해 오고 있다.
푸드뱅크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모아서 필요로 하는 기관에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YWAM의 팬트리 (pantry)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가난한 사람만 그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집과 충분한 수입이 있지만 홈 론 (주택 대출금)을 갚는데 수입이 너무 많이 사용되어져서 어쩔 수 없이 먹는 것을 푸드 뱅크 (Food bank)를 통해서 해결을 하는 중산층들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이자율이 올라가면서 위와 같은 사례들이 솔직히 더 많아지고 있다. 많은 돈을 벌고 일을 하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일을 많이 하다보니 가족 간의 관계는 함께 어려워져 가는 경우들이다. 주위에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행복하기 위해 집도 사고 돈도 모으는 게 아닌 집을 사고 재산을 축적하기 위해 마치 지금의 행복을 팔아 버린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근면하게 노력해서 집을 사고 재산을 모으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나 그것이 정도를 넘어설 때 바람직한 것이 아닌 무리이며 가족의 행복을 빼앗아 버리는 가혹함이 된다. 전문가들은 수입의 25%에서 35% 가 홈론으로 사용되어지는 것이 적정 수준이라고 말하는데 아마도 지금의 이자율이 올라간 상태에서는 두 배가 훌쩍 넘어가버린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어떤 한 분은 자신의 수입의 90%이상이 홈론으로 사용된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는데 그 분의 삶이 얼마나 고달플 지 상상을 해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돈과 집은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긴 하다. 집이 있으니 예전 보다 훨씬 더 마음이 안정되어졌다고 하는 분들도 보게 된다. 그리고 재정이 있으면 더 좋은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더 좋은 일을 하면서 사람과 인류에게 더 기여를 하고 관계를 더 윤택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돈은 인간 관계를 멀어지게 한다. 몇 일 전에도 시드니의 갈스톤에 사는 한 사람이 Oz lotto에서 40 밀리언을 받게 되었다고 뉴스가 올라왔다. 많은 사람들은 그 뉴스를 보면 로또가 당첨된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라고 생각을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어 보면 로또로 부요하게 된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더 좋아지고 가족이 행복해졌다기 보다는 가족이 깨어지고 인간 관계가 더 나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말할 것이다. 앞의 사례는 아주 갑자기 돈이 많이 생겨난 경우이고 일반 사람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유명한 과학 잡지인 <사이언스>에서 돈이 인간관계를 멀어지게 한다고 하는 실험 연구 결과들을 몇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한 가지 실험을 보면, 참가자들에게 간단한 설문지를 컴퓨터로 작성하게 한 후에 화면 보호기가 작동되게 한다고 한다. 그런데 한쪽은 물고기 그림을 보여 주고 한쪽은 지폐가 한 장씩 넘어가는 그림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다른 실험자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니 모퉁이에 있는 의자를 가져다 놓으라고 한다. 그런데 물고기를 본 참가자들은 의자를 가까이 두었으나 지폐를 본 참가자들은 의자를 평균적으로 다른 사람들에 비해 50 센티나 거리를 더 두었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다른 예도 있다. 학교 운동장에 있는 아이들의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을 분석한 결과 상류층의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거리를 더 많이 유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비슷한 것으로 참가자들에게 서로 대화를 나누어 보라고 한 다음에 상류층 아이들을 구분하라고 했을 때 쉽게 구분을 할 수 있었는데 상류층의 아이들은 시선이나 미소로 상대와 접촉하지 않고 자신에게만 열중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선택의 조건> 이라고 하는 책을 쓴 바스카스트 저자는 그의 책에서 행복이 돈에 있지 않음을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어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부 재벌이나 기부 천사 연예인들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수입이 여유롭지 못한 사람들보다 적게 기부한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돈을 주었을 때 옵션이 있다면,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는 집단 활동보다는 개인활동을 택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고 한다. 결국, 모든 연구 결과는 돈이 인간 관계의 거리를 두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은 강박적으로 성공해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충동을 가지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 결핍된 욕구를 보상해 주려고 하는 그런 시도는 좋은 것이나 그것에 이끌려 인생을 살아가다가 성공과 돈이 목적이 되어 버리는 사람이 되어버리기 쉽상이다. 이제는 은퇴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쉬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 하면서 그 동안 멀어진 가족과의 관계는 틀어질 대로 틀어진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돈과 행복을 연관시키는 어리석은 믿음은 이제 내려 놓는 것이 필요하다.
베를린 프리드리히 가의 한 스테이크 레스토랑에는 벽에 이런 말을 써 놓았다고 한다. “자본주의는 사랑을 죽인다. (Capitalism Kills Love)”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써 놓은 말일 수도 있지만 돈을 추구하는 사람은 인간 관계를 깊이할 수 없다 라고 해석을 한다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말인 것 같다. 돈은 행복으로 가기 위한 작은 과정의 수단일 수 있지만 그것을 너무 중요시하다 보면 정말 더 중요한 사랑의 관계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이 일위인 나라다. 물질 주의와 성공주의, 그것을 위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부모들은 더 행복해 지기 위해 공부를 하고 노력하라고 요청하지만 실상은 소중한 사랑의 인간관계를 잃어버리게 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런 것을 절감한 일부 사람들은 모든 인류 문명의 것을 내려 놓고 산에 들어가 자유인으로 또는 자연인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내려 놓는 것은 또 다른 극단주의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돈이 인간 관계를 멀어지게 할 수 있음으로 돈을 전혀 추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돈을 지향하는 삶이 아닌 인간 관계를 돈 이상으로 귀하게 생각하며 그것을 위한 노력과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필자는 상담현장에서 돈과 성공 지향적으로 달려가는 분들이 계시면 포기할 것이 무엇인지 내려 놓을 것이 무엇이지를 생각해 보라고 권면드린다. 더 늦기 전에 돈과 성공에 대한 집착을 조금은 내려 놓고 소중한 나의 관계들을 돌보며 나의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시간와 에너지를 투자하는 지혜로움이 필요함을 기억하자.
김훈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