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목사의 특별기고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야 하는 이유
우리는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그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냥 무시해 버리거나 지나쳐 버리게 되기가 쉽다. 몸의 상처는 당장 눈에 보이기 때문에 반창고라도 바르고 병원에 가게 되지만 그에 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는 당장 급하게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옆에 있는 사람이 주의를 기울여서 확인을 하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다 보니 치료를 받는 것에서 우선순위가 되지 않는다. 어떤 청년이 여자 친구와 헤어져서 마음이 너무 힘든데 직장에는 그 일로 인해서는 쉬겠다고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결국은 몸이 아파 직장에 갈 수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일을 보면 중요한 관계가 깨어져 마음의 큰 고통을 겪고 있어도 그것은 신체적인 고통만큼이나 사회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게 된다.
이렇다 보니,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어떤 분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직장의 일 때문에 장례식에만 급하게 참석하고 바로 직장으로 복귀해서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아버지의 죽음을 제대로 슬퍼할 수 있는 애도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상당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결과들이 있는 지를 살펴보자.
A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로 부터 엄청 많이 맞고 자랐다고 한다. 그것으로 인해 열등감과 수치감 그리고 아버지로 부터 늘 인정받지 못한 목마름이 늘 있었는데 성인이 되어 자신이 하는 비지니스로 성공을 해서 아버지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성격적인 결함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A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타인을 엄청나게 칭찬을 했다가 화가 나면 무자비하게 타인들에게 화를 내어서 타인을 조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끌고 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A는 한 가지 일을 오래 하지 못하고 사람들과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외로운 사람이 되었다. 그 뿐 아니라 가족들과의 관계가 다 어렵다.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되었지만 자기 중심적인 결정들과 일방적 소통을 하다 보니 가족들이 점점 거리를 두게 된 것이다. 이렇게 치료가 되지 않은 상처들은 한 사람이 성인이 되었을 때 장기적인 성격적 결함을 경험하게 만들 수 있다.
마음의 상처는 성격적 결함을 가져오는 치명적 어려움을 주기도 하고 작게는 치료가 되지 않을 때 신경적인 결함을 경험하여 크고 작은 신경증적 정신질환을 경험하게 한다. 어떤 한 여성 분은 이혼의 상처를 적절하게 잘 치료를 하지 못하자 그것이 불면증과 우울증을 가져오게 하였다. 아무리 잠을 잘 자려고 해도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고 살은 빠지고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해서 아이들을 돌보려고 하는데 아이들을 돌 볼 수 있는 힘이 없어서 결국 배우자가 아이를 돌볼 수 밖에 없는 슬픈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또 다른 어떤 여성은 마음의 상처가 치료가 되지 않은 상태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고 또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다 보니 불안 증세가 오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일을 하다가 밖에 차를 보면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들뿐 아니라 자신이 사고가 나서 죽을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흔한 치료되지 않은 상처가 가져오는 부작용은 감정적 조절의 어려움이다. 화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일에 꼭지가 돌아서 화를 쉽게 내거나 그렇게 슬픈 일이 아닌데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된다거나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지나치게 염려하고 공포스러워하는 일들이다. 이것을 부적응적인 감정적 반응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 딱 한 번 아버지에게 심하게 체벌을 당한 경험이 있는 딸이 친절하고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은 생각이 나지 않고 아버지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성이 난 아버지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라 두려운 마음이 든다면 그것은 아버지로 부터 받았던 한 번의 상처가 아직 치료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적응적인 반응이다. 마음의 치료를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두려운 아버지의 모습은 작아지게 된다. 좋은 기억을 남겨준 아버지의 다른 기억과 함께 떠오르는 평범한 작은 기억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또한, 치료가 되지 않은 마음의 질병은 육체의 질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많은 스트레스와 치료되지 않은 상처의 재 경험들은 지속해서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다 보니 결국 건강까지 나빠지는 경우가 되는 것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들 중 3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심인성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정신질환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 중 신체적 건강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마음의 상태가 신체적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을 보게 된다. 실제로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약물 중독에도 더 잘 빠지게 되고 음식도 충동적으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들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 좋지 않은 자극적인 음식을 자신도 모르게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점점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정서적으로 허기짐을 잘못된 음식으로 채우게 되어 건강이 나빠지고 건강이 나쁘니 정서적으로도 영향을 받아 자신을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거나 세상을 더 원망하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또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폭식이나 중독을 또 불러 일으키는 일이 발생하게 하는데 이것이 장기화되면서 건강에도 치명적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의 상처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손가락이 베어 피가 날 때 반창고를 붙이고 연고를 바르는 것처럼 마음의 상처가 났을 때 응급 처치를 하고 치료를 하는 것을 일상화 해야 한다. 그리고 제법 큰 상처는 마음을 돌봐주는 심리 상담소를 찾아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실망되고 속상한 일이 생기면 그것을 그냥 넘기지 말고 그 일로 인해서 내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그 상처의 크기는 어떠한 지 색깔은 어떠한 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고 가능한 그것을 구체적인 감정의 언어로 묘사를 한 다음 나의 필요를 확인해 보고 나를 돌봐주는 과정을 밟아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간단하게는 일기를 기록하는 것을 통해 시도할 수 있다. 상처 일기, 또는 감정 일기와 같은 것을 작성해서 나의 마음을 충분히 살펴보고 그 마음을 정리하고 위로하고 또 어떤 적절한 행동으로 또는 말로 표현되어질 것이 있다면 그것들을 결정해 보는 시간을 가질 때 나의 내면은 상처를 쌓아두지 않고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주위에 안전한 대상인 가족 또는 좋은 친구나 멘토와 같은 사람을 통해 또는 안전한 공동체를 통해서 마음의 상처를 나누어서 위로 받고 공감을 받는 것이 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부작용이 있는 마음의 상처를 그냥 덮지 말고 그 때 그 때 잘 싸매어주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훈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