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목사의 특별기고
자기 돌봄의 필요
한 선교사 컨퍼런스에 참석을 하게 되었다. 멀리 모스크바, 일본, 네팔, 태국, 베트남, 그리고 인도 등의 여러 지역에서 오신 선교사님들의 사역과 삶의 이야기를 4박 5일동안 듣게 되었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선교사님들은 중견 선교사님들로 오랜 시간 동안 한 곳에서 사역을 해오신 분들이었다. 그 중에 한 곳에서 너무나 힘들게 사역을 하시던 선교사님께서 병에 걸리셔서 아내 선교사님께서 줄곧 따라다니시면서 그 분을 돌보고 계시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비슷한 나이의 선교사님들 이시지만 어떤 분은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하고 계셨고 어떤 분은 이미 건강을 잃어버려서 약을 복용하고 치료를 받고 계신 분들이 계셨다. 잦은 비자 조건의 변화와 현지의 열악한 삶의 조건들이 대부분의 선교사님들의 건강을 지켜 나가는데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었는데 장기간 타문화에서 삶을 보내는 선교사님들의 일상에서 ‘자기 돌봄’ 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자기 돌봄’은 건강한 사람이든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든 꼭 필요한 부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건강한 사람이 자기 돌봄을 더 잘하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자기 돌봄을 더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밖에도 나가기 싫고 밥도 먹기 싫고 잠도 잘 안 자다 보니 마음에만 병이 드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병이 들게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우울증을 고치고자 약을 복용하는 경우 그것으로 정서는 조절이 되나 식욕이 좋아져 살이 찐다던가 또 생각을 많이 하지 않게 되어 간혹 조기 치매 증상을 경험하시는 분들도 있게 된다. 그 와중에 살이 찌면서 자신의 신체 이미지가 나빠져 자존감에 손상을 겪게 되는 경우도 생겨나게 되고 우울증이라고 하는 것이 자신의 프레임이 되어서 적극적인 자기 돌봄을 위한 노력을 하지 못하게 되니 점점 더 나빠지는 일들이 생겨나게 된다.
자기 돌봄의 문제는 비단 여러가지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아니라 바쁜 사역을 하는 선교사님들, 사람들 돕는 사회 복지사들, 그 외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두 가지, 세 가지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 일반의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이 된다. 하루 종일 일을 하면서 식사를 제대로 챙겨먹지 않는 사람들이 일을 마무리하면서 저녁에 폭식을 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문제는 그렇게 식사를 하게 될 때 과식을 하게 되거나 또 몸에 좋지 않은 단 음식을 섭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삶이 지속되다 보면 결국은 자신은 타인을 돌보는 삶, 전문적인 삶에서 인정을 받을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는 연약 해져서 전문적인 삶에도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자기도 모르게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자신을 돌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너무 큰 스트레스가 쌓여 있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한 자기 돌봄을 정기적으로 수행해야 하지만, 몸에 익숙해진 습관대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건강하지 못한 방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의사소통과도 비슷하다. 마음이 행복하고 안정이 되어 있을 때는 칭찬도 잘 하고 참기도 잘 하고, 건강한 언어를 사용하고 표현도 잘 하게 된다. 그렇지만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건강하지 못한 의사소통의 패턴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평소에 건강한 의사소통 방법을 잘 연습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데, 이처럼 자기 돌봄은 아플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 잘 해야 하는 것인데, 평소에 자기 돌봄을 잘 해야 어려울 때도 가능하다는 것을 잘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자기 돌봄을 한다는 것은 평소에 자기 관리를 잘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자기 관리라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은 신체적인 돌봄에 많은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자기 돌봄이라고 할 때는 신체적영역 뿐 아니라 정서적영역, 사회적영역, 영적영역 모든 영역이 함께 가야 한다. 앞에 언급한 선교사님들의 경우 영적인 부분에서는 다른 일반인들보다 자기 돌봄이 잘 되실 수 있으나 낯선 문화에 들어가 사역을 하시다 보니 정서적인 부분이나 신체적인 부분은 잘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몇 십년 사역 후에 질병을 얻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선교사이니 영적인 사역을 위주로 해야 하고 신체를 돌보거나 정서적인 부분을 돌보는 것을 사치로 여긴다면 그것이 장기적인 사역을 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 되어질 수 있음을 잘 아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선교사님들 스스로 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 교회의 성도들에게도 필요한 인식들이다. 사역을 열심히 하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중요하나 삶의 균형을 깨뜨려 버린다면 그것은 모두에게 해가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어떤 한 분은 60이 넘으셔도 일만 열심히 하는 남편으로 인해 힘들어한다. 자신의 가정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하지만 가족들에게도 같은 요구들을 한다고 한다. 남편으로 인해 가족은 함께 휴가도 떠나지 못하고 아파도 쉽게 말하지 못하며 쉴 때도 눈치만 보아야 할 때 일만 하면서 살아갈 때 당연히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자기 돌봄을 잘 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일과 쉼의 균형을 잘 이루어야 한다. 성경에도 보면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후에 쉬셨다고 말씀하시고 예수님도 제자들이 힘들어할 때 쉬도록 배려해 주셨다.
이번에 만난 선교사님들 중에는 자기 돌봄을 잘 하시고 자신만의 균형 있는 삶을 찾아가신 분들도 있으셨다. 한 선교사님의 아내 분은 선교지에 계시면서 선교지의 자연을 그림으로 그리게 되셨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 안에서 치료가 일어나게 되었는데 그 분은 자신이 그림으로 회복된 것을 이웃 선교사님들과 나누시고 선교사님들을 위한 미술 교실을 열어서 그들도 자신과 같은 힐링의 경험을 하시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계셨다. 선교사기 때문에 영적 사역만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분들도 일반인들처럼 일상을 살아야 하는 분들이며 특히 사람을 많이 상대해야 하며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일을 해야 하기에 육체도 잘 돌보고, 정서적으로도 자신을 돌보고, 또 외롭지 않게 사회적 지지 관계를 잘 이루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방법을 찾아서 그것을 통해 또 사회적 관계까지 좋은 영향을 주는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한 이선교사님은 자기 돌봄을 잘 하고 있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자기 돌봄은 병들고 지치고 탈진이 되었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해야 하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바쁜데 여유 부릴 시간이 어디에 있느냐고 말하지만 자기 돌봄은 5분간, 10분간, 30분간도 가능하다. 5분간 복식 호흡을 할 수도 있고 10분간 스트레치를 할 수도 있고 30분간 천천히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는 것도 자기 돌봄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 당장 5분간 부터 자기 돌봄을 시작해 보자.
김훈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