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목사의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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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지능 (emotional intelligence)’
‘정서지능 (emotional intelligence)’ 은 자신이나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는 개인의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대니엘 골먼으로 인해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정서적 지능이 높은 사람은 정신 건강이 일반적으로 좋으며 리더십과 더 나은 업무 수행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서를 지능으로 보는 부분에서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아가며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많다.
한 청년은 친척의 도움으로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직장에 나간 지 이틀만에 작은 실수로 상사로부터 야단을 듣자 그것에 바로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풀이 죽고 직장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아프다고 하면서 직장에 결근을 했고 그런 경험이 몇 번 이어지면서 결국 직장을 그만 두게 되었다. 그에 비해 한 청년은 긍정적 정서가 많은 청년이다. 직장에서 실수를 했다고 상사로부터 야단을 들으면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닐 때는 자신을 변호하며 적절하게 설명을 한다. 그리고 잘못했을 때는 인정을 하고 상사의 피드백을 잘 받아들인다. 이 청년은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임으로 배워 나가는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청년은 직장에서 주위 사람들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지 않고 오랫동안 일을 잘 할 수 있었고 상사의 인정도 받게 되었다.
이렇게 정서라고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을 계속하게 하기도 하고 일을 그만 두게도 한다. 정서는 사람들로 하여금 행동하고 선택을 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정서 조절은 건강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에 의하면 배우자가 정서적인 확언과 지지를 더 많이 해주고 더 많이 표현해 주는 사람은 부부 관계가 오래 지속되고 건강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높다고 한다.
정서의 중요성이 어느 때 보다 많이 인식되다 보니 최근 상담이나 심리학에서 ‘정서 조절’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언급하고 있다. 부부 치료에서도 정서 조절을 다루고 있고 개인의 심리 치료에서도 정서 조절을 많이 다루고 있다. 필자로 상담을 진행하면서 관계의 고통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에게 정서 조절 훈련을 시켜 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정서 조절은 무엇일까? 정서 조절은 말 그대로 정서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다. 불안증이나 우울증을 경험하는 분들이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심한 불안감을 경험하고 우울함을 경험하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 (understandable)이고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예를 들어서 불안증이 있는 사람이 새로운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 갑자기 노출되었을 때 불안감을 극심하게 느껴서 그 자리에서 도망을 가는 일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우울감이 있는 사람이 사람을 아무도 안 만나려 하고 잘 먹지도 않고 잘 자지도 않는 것을 볼 때 우리는 이해할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상황에 적절한 감정은 아닐 수 있다. 이해할 만한 감정이 아니라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감정을 갖도록 훈련하는 것이 적절한 감정을 갖게 한다. 위의 상황에서 적절한 감정은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약간은 낯설어져 주저할 수는 있지만 기대하는 마음과 약간의 긴장하는 마음이 함께 있으면서 그 장소에 머무는 것이 적절한 감정이다. 그리고 오늘 특별한 일이 없다면 편안하게 여기고 평안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더 적절한 감정이다. 정신 건강에 문제를 갖고 계신 분들은 이렇게 적절한 감정을 경험하는 부분에서 불균형을 경험하는 분들이다. 과하게 분노를 표출할 필요가 없는데 과하게 분노를 경험한다거나 과하게 공포감을 경험할 필요까지 없는데 공포감을 크게 경험한다든가 반대로 슬퍼해야 하는데 슬퍼하지 못하고 감정을 느껴야 하는데 느끼지 못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것은 과거의 외상으로 인해 신경 조절체계에 이상이 생겨서 살짝만 건드려도 큰 소리가 나는 과도한 경보기 반응을 하거나 반응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극도한 감정조절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위해 변증법적 치료에서는 적절한 감정을 배워 나가기 위해 다양한 기술 훈련을 실시한다. 각 감정이 가지고 있는 기능에 대해서 배우기도 하고 여러가지 상황에 대입해서 그 상황에 적합한 감정적 수준이 어떠한 것인지도 생각해 보게 한다. 그래서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감정은 적절하게 잘 표현하게 하고 너무 과도한 감정은 적절한 반응을 위해 그 반응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그 감정이 보내는 신호에 반하는 반대 행동을 하게 해서 감정을 조절하게 한다. 예를 들면, 쉽게 화를 잘 내는 아내가 화가 확 올라왔을 때 자신의 감정이 지금의 상황에 적절한 감정인지를 스스로 생각해 본 다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반대 행동 예를 들면, 화를 내게 한 대상에게 공격하는 대신 친절한 말을 하는 것이다. 반대로 화를 내야 할 상황에도 화를 낼 줄 모르고 무조건 참는 사람이 있다면 그 강도를 높여서 자신이 화가 난 것을 잘 표현하도록 하는 것을 훈련하는 것이다. 그렇게 연습을 하다 보면 지나친 감정은 줄이고 부족한 감정은 늘리고 적절한 감정은 상대방에게 잘 표현하는 것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게 된다.
과거에 많은 사람들은 감정 조절을 배우기 보다 감정 억압을 배워서 부정적 감정을 쌓아 두다가 어느 날 모아서 한꺼번에 터뜨리는 일들을 많이 했다. 감정은 고유한 그 기능이 있고 그 기능은 우리로 하여금 건강하게 반응하고 행동하게 하는 힘이 되고 때로는 우리 삶의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기 때문에 감정은 잘 조절하여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강아지를 주인이 잘 훈련하다 보면 어디에서 변을 보아야 하는 지 아는 것처럼 감정을 잘 훈련해서 적절한 곳에 적절하게 잘 표현하고 사용해야 한다. 처음 익숙하지 않을 때는 훈련 안된 강아지처럼 여기 저기 불편함을 주는 일이 발생할 수 있지만 훈련하다 보면 감정을 훨씬 더 잘 조절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상담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더 감정 조절을 잘 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을 많이 보면서 훈련을 통해 사람이 변화되고 그들 주위의 관계가 성숙되어져 가는 것을 보는 것이 무척이나 즐겁다. 훈련을 통해 적절하게 감정을 조절하여 자신의 행복과 가족의 행복을 되찾는 사람들이 많아 지기를 바란다.
‘사랑의 띠 걷기 대회’
호주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호주의 8백만명 이상 전체 호주 인구의 31.5%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장기간 건강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이 되었고 2.2 백만명, 호주 인구의 8.8%가 우울증과 불안증을 포함하여 정신 건강 문제가 있다고 보고가 되었다고 한다.
세계 보건 기구는 사람의 정신 건강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관계가 원만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알고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여 사회에 기여하며 살아가는 웰빙 상태로 정의를 내리고 있는 데 이 정의에 따르면 호주 인구 중 30% 이상이 정신 건강에 있어서 어려움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살아간다는 셈이 된다.
모두가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 주위에는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내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통계에 보는 것처럼 정말 많다. 특히, 정신 건강과 관련해서 문제가 있는 경우 문제를 나누고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수치심과 사회적인 낙인으로 인해 자신의 문제 및 가족의 문제를 드러내지 못하고 혼자서 아파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언어적인 장벽으로 인해서 사회적인 복지 서비스에도 접근이 훨씬 더 어려운 부분도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어려움을 겪게 하는 부분이다.
거의 20년간 호주 한인 사회에서 정신 건강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안심하고 자신의 문제를 의논할 수 있는 기관으로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는 그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는데 정신 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더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 삶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올 해부터 정신 건강 증진 캠페인 걷기 대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생명의 전화가 걷기 대회 행사를 하나 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단순한 걷기 대회가 아니라 교민들 전체가 정신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더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기 위한 캠페인이자 운동(movement)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힘을 가진 자가 또는 능력을 가진 자가 누리고 힘을 행사하는 곳이다. 그래서 더 많이 스펙을 쌓으려고 하고 더 많은 힘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반 사회의 특성이다. 대체적으로 지식과 힘이 있고 재산이 있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이기고 자신이 사회에서 자리를 차지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소위 능력 주의 사회다. 그렇지만 이 세상은 그런 사람들로 만 이루어져 있는 곳이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불행한 환경에서 태어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살아가다가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되는 사람이 태어나면서 장애인인 사람 보다 훨씬 많고 때로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반복되는 실패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역사적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인,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도 동일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도록 해야 한다는 운동들이 일어나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운동이 있으면서 사회는 조금씩 소외되고 사회에서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제도와 서비스를 도입해 가기 시작했다. 그런 것들이 지속됨으로 인해서 이 사회는 복지 제도가 더 발전되어져 가게 된 것이다. 좋은 변화는 그냥 일어나는 법이 없다.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으로 얻어지는 아름다운 열매다.
그러므로, 이번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에서 하는 ‘사랑의 띠 걷기 대회’는 작은 일이 아니다. 정신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정신 건강의 문제를 가지고 고생하는 많은 한인 가정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또한 정신 건강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을 바꾸고 커뮤니티가 함께 정신 건강에 관심을 갖도록 촉구하는 큰 의미가 있는 행사라 생각된다.
기회만 된다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라고 생각하지 않고 한인 커뮤니티 전체가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하여 나도 사회의 변화에 한 몫을 하는 기쁨을 느껴 보길 바란다.
호주 기독교 대학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학과에서는 이 번 텀에 ‘자기 옹호’를 증진하고 촉진하라는 과목을 운영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공부를 하면서 자신이 호주에 살면서 언어적 장벽으로 인해 ‘자기 옹호’를 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억울한 경험들을 나누기도 하고 동시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자기 옹호 ( self advocacy)’를 하며 정신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가지신 분들이 사회에서 억울한 일을 겪었을 때 어떻게 ‘ 자기 옹호’를 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지를 배우고 있다.
자기 옹호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일어날 수도 있지만 사회의 시스템을 향해서 일어날 수도 있고
그룹으로 힘을 모아서 할 수도 있다. 호주의 한인들이 힘을 모아서 해야 하는 일들이 어쩌면 이런 일들이다. 내 일이 아니면 ‘상관없어’가 아니고 한인들이 호주 사회에서 힘을 행사하고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자기 옹호’를 체계적이고 단체를 통해서 때로는 매스컴을 통해 때로는 탄원서를 통해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한인들이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 하는 다양한 좋은 취지의 행사들이나 캠페인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협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에 진행하는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의 걷기 대회도 일종의 ‘자기 옹호’의 전략이며 ‘자기 옹호’를 더 촉진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또 이민자로서 호주에서 살다보면 억울한 일을 한 두 가지 겪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화적으로 언어적으로 제한되다 보니 억울한 일에 대해서 ‘자기 옹호’를 하기 보다는 참고 넘어가야하는 일들이 많다. 참고 인내하는 것이 때로는 미덕일 수 있지만 때로는 더 나은 사회의 변화를 위해 작게는 건강한 커뮤니티의 변화를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자기 옹호’를 하고 권리를 찾는 부분을 행사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피하지 않고 ‘ 자기 옹호’하는 것에 꼭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사회에서 소외되어 사회 복지의 도움이 없이는 힘든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누군가가 대신 목소리를 내어주는 것이 필요한 부분이다.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정신이 건강한 한인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성황리에 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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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