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목사의 특별기고

핵심 신념 (Core belief) 찾기
한 여성분이 말하길 자신의 오빠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오래 전에 자신에게 자신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여성분은 가족에게 들었던 자신에 대한 평가로 인해 자신은 문제가 있고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그 분에게 오빠가 그래서 그 이후에 대화를 전혀 하지 않는 지 아니면 그 때가 서로 갈등이 있었던 특수한 상황이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때가 특수한 상황이었고 그 말이 한 번 들었던 경험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바른 말, 고운 말을 하는 사람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데 세상은 건강하고 성숙한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상처입은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이 내뱉는 말들이 거칠고 상처가 되는 말인 경우에 사람들은 그 말에 영향을 많이 받고 그들의 말을 진리처럼 믿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학대를 주는 부모인 경우에도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원망을 돌리기 보다 자신에게 원망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위의 여성은 자신과 이야기하기 싫다는 오빠의 말을 일회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 말을 영구적으로 받아들여서 자신에게 그 화살을 돌리며 자신을 문제가 있는 부족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의 결과는 ‘낮은 자존감’이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 보느냐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 결국 나의 가치가 하락을 하게 되는 것이다. 위의 여성이 오빠와의 관계뿐 아니라 주위의 친한 사람들과 몇 번의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자신을 미워하게 되고 또 더 나아가서 주위 사람들은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피해의식을 갖고 살아가게 된다.
상처는 반복하는 경향이 있는데 상처가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상처만 받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상처 속에서 잘못된 거짓말을 믿게 된다. 그 거짓말을 많이 믿는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하게 되지 않을 뿐 더러 주위의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성격적인 결함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나는 상처로부터 내 자신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는 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상처로 인해서 나를 너무 무가치하고 못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은 지 또는 반대로 상처로 인해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가해자로 생각하고 있진 않은 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가장 흔한 거짓말들 중 몇 가지를 생각해 보면 ‘나는 무가치한 사람이야 ‘, ‘나는 충분치 않아’, ‘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와 같은 자기 자신의 가치를 절하시키는 생각들이다. 물론, 이런 거짓말을 믿게 된 것은 그냥 된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반복해서 가치 절하 평가의 말을 권위자로부터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경우는 심한 신체적인 학대나 방임으로 인해서 그런 생각을 믿게 되기도 한다. 그것은 몸으로 정서적으로 경험한 나쁜 경험이기에 자연스럽게 그런 것을 경험한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 야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모두는 인간이라고 하는 것 자체로 가치 있는 존재이고 누구나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존재이다.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인간을 만드시고 그 인간이 무엇을 해서가 아니고 있는 모습 그대로 “참 좋았더라“라고 하셨다. 인간을 행위로 평가한다면 불의의 사고로 온 몸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장애인은 가치가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능력으로만 인간을 평가한다면 인간은 순서를 매겨서 누가 더 중요하고 누가 덜 중요하다라고 평가받아야 한다. 사람들은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비 인간적이라고 여긴다. 그것은 사람의 가치가 능력이나 행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처들과 불우한 배경 속에서 자라난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그리고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이 어렵고 힘들다 할 지라도 내가 가치 있는 존재인 것은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가슴 깊이 뿌리 박힌 내 자신에 대한 거짓말은 생각보다 바꾸는 것이 쉽진 않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치료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각만 일시적으로 바꾼다고 할 때 또 다른 상처가 다가올 때 옛날에 뿌리 깊이 박혀 있던 거짓말을 다시 깨우기 때문이다. 인지 행동 치료에서는 그렇게 가슴 깊이 뿌리 박힌 생각을 ‘핵심 신념 (Core belief)’ 이라고 부른다. 가장 원뿌리 되는 핵심적인 생각이 크고 작은 일상의 상처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내적 신념들을 만들게 하는 데 부정적인 신념들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슴 깊이 뿌리 박힌 내 자신의 가치에 대한 생각은 바꾸는 것이 쉽지 않지만 꼭 바꾸어야 우리는 잘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가슴 깊이 뿌리 박힌 내 자신의 핵심 신념을 어떻게 찾아서 바꿀 수 있을까?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일상 생활에서 기분 나쁜 일을 경험할 때 지금 내 머리 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 지를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나서 그 생각이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라고 생각을 해 보면서 생각의 뿌리는 한 단계씩 찾아보는 연습을 하다 보면 나의 핵심 신념을 찾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의 예에서 나온 여성분은 오빠와의 관계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 자신의 머리 속에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먼저 기록을 다 해보고 그 생각이 어떤 믿음에서 왔는 지를 찾아 보고 그 믿음이 사실인 지 그리고 그 생각에 반대되는 증거는 없는 지를 점검을 해 보고 그리고 나서 내 안에 있는 다양한 자동적 사고 그 밑에 내 자신에 대해서 내가 뭐라고 믿고 있는 지를 찾아보다 보면 내 자신에 대해서 내가 믿고 있는 신념을 찾게 된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기도를 통해서 내가 내 자신에 대해서 믿고 있는 거짓말이 어떤 것들이 있는 지 알게 해달라고 기도할 필요도 있다. 그래서 발견한 잘못된 핵심 신념이 있다면 건강한 반대 신념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한다. 건강한 사고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나의 부정적 핵심 신념을 새로운 신념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므로, 상처는 부정적 감정을 갖게 할 뿐 아니라 왜곡된 사고를 갖게 만들어서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에 살아가면서 경험한 상처가 있다면 반드시 상처 치유의 과정을 통해서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고 왜곡된 사고를 건강한 사고로 바꾸어서 내 자신을 사랑할 뿐 아니라 타인과도 건강한 관계 맺기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가정 폭력
80년대 ‘서정희’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나도 고치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아름답고 청순하였으며 유명 개그맨인 서세원과 결혼해서 현모 양처로 살고 있는 사람이었고 그것을 증명하듯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이 종종 여성 잡지에 등장해서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샀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녀가 32년동안의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이혼을 하면서 밝혀진 완전히 다른 진실은 그녀는 성폭력을 당해서 임신한 채로 남편과 결혼했으며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남편 서세원이 사망한 후에 서정희씨는 최근 ‘금쪽 상담소’에 출연을 하여서 자신의 어려움을 상담하게 되었는데 필자는 서정희씨가 말하는 내용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랫동안 가정 폭력에 시달린 피해자들이 보여주는 특성을 고스란히 말에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번째는 결혼한 후 서정희는 남편의 말만 듣고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고 한다. 지인들과 의 연락을 하지 못하도록 남편은 사회적 관계를 차단했고 원 가족들 과의 관계도 소원해졌으며 오직 남편이 시키는 대로만 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가정 폭력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것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게 하고 철저하게 외부의 영향력을 차단함으로 피해자가 자신만을 의지하게 하며 다른 곳에 도움을 얻지 못하도록 고립시키는 행동을 한다.
친구를 만난다고 하면 누구를 만나는 지 자세히 캐묻고, 서정희가 나가서 누구를 만나도 자주 연락을 해서 만난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어 자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일을 하고 그 사람에 대한 비난을 하거나 외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게 외로움을 호소한다든가 협박을 한다든가 가정일에서 다른 요구들을 많이 해서 타인과의 관계를 차단시키게 한다.
두 번째는 가스라이팅이다. 가스라이팅은 폭력적인 관계에서 상대에게 거짓말을 진리로 믿게 하는 정서적 폭력으로 상대방을 철저하게 속이고 조정하고 통제하는 방식이다. 서정희는 자신이 남편보다 잘 난 것이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남편이 자신에게 한 일들은 자신을 사랑해서 한 일이라고 믿고 있었다. 남편이 폭력을 행사한 것도 철저하게 사회생활을 차단한 것도 사랑에서 나온 행동이며 자신은 아직도 남편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혼을 하고 나서 다시 돌아가서 결혼 생활을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편이 이혼 후 건강이 나빠진 것에 대해서 자신이 책임감을 느끼는 부분도 얼핏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을 통해서 철저하게 서정희는 남편의 모든 나쁜 행동들조차 사랑 때문이라고 믿는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가스라이팅을 철저하게 당한 것을 알 수 있다.
세 번째로 무기력함이다. 서정희는 이혼 후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대부분 오래동안 가정 폭력에 시달린 피해자들은 독립성과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오래동안 가스라이팅을 당했기 때문에 가해자에게 의존되어져 있고 가해자 없이 자신이 무엇인가를 독립적으로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게 된다. 조금 잘못할 때마다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고 그 잘못이나 실수를 커버하고 이해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가해자뿐이라고 철저히 느끼게 하는 경험을 끊임없이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오랫동안의 가정폭력의 희생자로 살아왔기에 그것을 고발하고 이혼 소송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 생활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자신은 사실 이혼을 안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가정 폭력으로 인해서 혼자 독립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학습된 무기력이 그녀의 삶을 붙잡고 있었던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생각 외로 가정 폭력에 시달린 사람들이 많다. 어린 시절 가정 폭력에 시달린 사람의 경우 학습된 무기력으로 인해 이제는 자신이 나이가 많은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앞에 서면 다시 무기력감을 느끼며 아무것도 표현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해야 이런 가정 폭력의 가해자로부터 피해자를 구해낼 수 있을까?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가정 폭력의 가해자는 피해자의 모든 구체적인 사생활을 다 점검하고 감시하는 사람일 수 있기에 그 두려움의 크기로 인해서 감히 그 생활에서 나올 엄두를 못 내는 경우도 많다. 그런 부분을 알기에 가정 폭력을 신고하는 기관들 에서는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기록이 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오랫동안 사회적인 관계가 차단을 당했기 때문에 막상 도움을 줄 대상들이 주위에 많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가정 폭력의 문제는 생명과 관련된 문제이며 사람의 가장 소중한 핵심 가치인 자아 존중감을 망가뜨리게 하며 독립적으로 한 인간으로서 건강하게 서지 못하게 하며 모든 관계를 깨뜨리게 하는 주범이기에 반드시 다루어야 하고 빛 가운데 드러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는 가정 폭력의 피해자인 것을 세상에 알리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가정 폭력의 피해자는 폭력이 있을 때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며 관련 복지 기관을 통해서 도움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공식적인 기관에 도움을 구하는 것과 동시에 가까운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힘의 원리가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더 큰 힘 앞에서는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기에 주위의 사람들이 알도록 알리는 것이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두 번째로 가정폭력의 피해자는 잃어버린 자기 가치감을 되찾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호주 정부에서 시행하는 가정 폭력 복지 서비스가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방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나 최근에는 가정 폭력을 다루는데 있어 예방이 치료보다 중요하고 심각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정폭력의 문제로 연락을 한 사람에게 독립성을 갖게 하며 자신을 사랑하게 하고 가정폭력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하게 하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도 보게 된다.
세 번째로 가정 폭력의 피해자들은 언제 위기 상황이 생길 지 모르기에 위기 정도를 평가하고 위기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 혹시나 있을 위험한 상황을 위해 대비를 하는 것은 피해자와 자녀들을 보호하는 중요한 일이다. 대비가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폭력사건이 생긴다면 도망을 가도 있을 곳이 없게 될 때 난감한 상황이 된다. 게다가 어린 아이까지 있다면 더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기에 상황을 미리 대비해서 안전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 번째로 가해자도 어쩌면 예전에는 폭력의 희생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는 분노 조절 훈련을 받거나 개인상담 또는 집단 상담을 통해서 가정 폭력이 얼마나 큰 피해와 아픔을 주는 지를 훈련하는 것이 좋다. 언젠가 가정 폭력의 문제로 지속적인 상담을 해야 하는 분이 계셨는데 그 시간이 본인에게는 귀찮은 시간이 될 수 있지만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고 똑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일부 사람들은 어떻게 가족을 신고해서 이렇게 어려움을 겪게 하냐고 말하고 가족은 어떤 행동이든 서로 덮어주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가족이기에 더 변화가 어렵고 가족이기에 더 건강한 관계를 세워 나가는 것이 중요해서 반복되거나 심각한 가정폭력은 꼭 신고를 해야 하며 가해자의 분노 조절 훈련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당장 경제적인 손실이 그리고 관계의 서먹함이 경험되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가 치료를 받을 때 변화는 더 빨리 경험되어질 수 있다.
가정 폭력은 누구나 에게 경험되어질 수 있는 부분인데 오래동안 가정폭력에 노출된 사람은 자기됨을 잃어버리고 독립된 힘도 상실하게 된다. 그러므로 가정 폭력의 문제는 꼭 다루어져야 한다. 가정폭력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눈을 감는 사람이 아니라 가정폭력의 근절에 앞장서는 모두가 되어서 좀 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데 기여하자.

김훈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