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묵자 / 시대의창 / 2015.12.1
이번 달에는 묵자 (墨子)를 나누려한다. 묵자는 ‘사랑 (겸애 兼愛)와 반전 (反戰)’을 주창한 사상가이며 실천가이다. 묵자의 이론은 단순하지만, 그 이론을 지탱하는 무게는 끝없이 크다.
묵가의 사상을 집대성한 묵자는 여러 판본이 존재한다. 묵자 원전은 한나라 때까지 71편이 전해졌다고 하나 현전하는 것은 53편이다. 묵자의 핵심은 ‘묵자 10론’, 곧 겸애 (兼愛), 비명 (非命), 비공 (非攻), 상현 (尙賢), 상동 (尙同), 천지 (天志), 명귀 (明鬼), 절용 (節用), 절장 (節葬), 비악 (非樂)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묵자 10론’을 구성하는 묵자 원문의 중요한 대목을 쉬운 문장과 입담으로 풀어냈다.
묵가는 춘추 전국 시대에 유가와 더불어 쌍벽을 이룬 철학 사상이었다. ‘한비자’에서 “세상에 잘 알려진 학파는 유가와 묵가다.”라고 할 만큼 유행했지만 신분의 귀천과 계급을 무시하는 등 당시로서는 지나치게 파격적이어서 지배층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결국 춘추 전국 시대가 끝나고 한나라가 들어서면서 정치 지도자들은 묵가에 비해 보수적인 색체를 띠었던 유가를 자신들의 정치 철학으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묵학은 유학보다 더 선진적이고 개혁적인 학파였지만 오늘날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2000여 년을 앞서간 의로운 사상가 묵자가 21세기 우리들에게 보내는 겸애 (兼愛)와 반전 (反戰)의 메시지는 시기적절하다.
○ 목차
프롤로그
길잡이의 초대장
1 묵자 여행 준비
2 길잡이의 나침반
묵자 사상의 중심, 겸애/‘이익’을 어떻게 볼 것인가
3 묵자, 그는 누구인가
묵墨의 무리/노나라가 낳은 사상가/여담
4 시간적 배경
어떻게 하면 전쟁을 끝낼 수 있는가/씨족공동체의 일원에서 보편 인간으로
5 묵자가 본 인간
노동하는 존재, 자기 몫을 지닌 존재, 욕망하고 계산하는 존재/묵자는 성악론자
6 묵자의 하느님
동양 사상의 하늘, 하느님/묵자의 天, 현실과 단절된
7 기축 시대의 스승, 묵자
8 공자와 묵자, 유가와 묵가
먼저 공자가 있었다/仁에서 겸애로, 다시 대동사상으로
9 유가와 묵가의 사고 단위, 그리고 전국 시대의 통일
국지적인 유가, 전체적인 묵가/시詩와 변辯
10 진나라의 묵가, 진묵
묵자들이 진으로 간 까닭/묵가는 어떻게 사라졌나
11 묵가 사상의 비조, 그 이름 자로여
《논어》라는 화단에 핀 색다른 꽃/공자 학단의 야당 대표, 자로/자공, 명을 받지 못한 아주 좋은 그릇
12 묵자 읽기 | 묵자 사상의 예습편들
친사親士/수신修身/소염所染/법의法義/칠환七患/사과辭過
13 묵자 읽기 | 계급 타파와 사회 개혁을 위한 외침
14 묵자 읽기 | 겸애 실현을 위한 조직론
태초에 질서가 없었을 때/하나로, 일원적으로, 통일로
15 묵자 읽기 | 이것이 겸애다
별別과 겸兼, 별에서 겸으로/군주가 좋아하면, 이루어진다
16 묵자 읽기 | 구체적인 겸애, 반전
17 묵자 읽기 | 구체적인 겸애 2
절용節用/절장節葬/비악非樂
18 묵자 읽기 | 기존의 질서 부정과 하느님
명命에 반대한다/천지天志, 그들의 대안
19 묵자 읽기 | 현실을 만들어가는 하느님
현실의 인간과 단절된 하느님/현실을 만들어가는 주체로서의 하느님/천하를 두루 사랑하여 만민을 이롭게 하는 하느님
20 묵자 읽기 | 묵자가 직접 묻고 답한 말들
에필로그
참고문헌
○ 저자소개 : 묵자 (墨子)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제자백가 중 묵가를 대표하는 위인으로 송 허난 성에서 탄생한 사상가이다. 본명은 묵적 墨翟이다. ‘묵’을 성, ‘적’을 이름으로 보는 게 통설인데, 그에게 ‘자’를 붙인 것은 존경을 표한 것이다. 그가 활약한 시기는 대략 기원전 450년에서 390년 사이로, 시기적으로 춘추시대 말기에서 전국시대 초기에 해당한다. 묵자는 대략 공자가 세상을 떠난 지 10여 년 뒤 태어나, 맹자가 태어나기 1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예수보다 약 4백여 년 가량 앞서 인류가 서로 평화롭게 사는 비결을 전수한 셈이다. 묵자의 핵심 사상은 겸애와 비공이며, 유교나 도교와 차별화된다. 그가 말한 ‘겸애’는 관념적인 사랑이 아니다.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 곧 자신을 이롭게 하는 길이라고 설파한다. 기독교과 불교에서 말하는 아가페나 이타 정신과 하등 다를 게 없다. 싸움을 그치고 안정과 휴식을 취함으로써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비공’ 주장 역시 매우 합리적이다. 그는 시대를 앞서간 인물로 만민평등과 반전이라는 인류번영의 보편적 가치를 주창했다.
– 편역자 : 임건순
노동자의 성인 묵자에 대한 책으로 철학자로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저돌적 성격의 동양철학자이다. 국적 있는 철학자의 삶과 철학 공부를 고민하는 이로서, 국적과 영혼을 가지고 공부하려고 애면글면하고 있다. ‘우리 현실에서, 우리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우리의 눈으로 공부와 연구를 해야 한다. 어떻게든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꿈이 저술과 강의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고집하며 살고 있다. 대학 때는 사회과학과 역사학을 공부했고 태동고전연구소에서 한학을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다. 제도권 동양철학과 강호 동양철학을 두루 공부하려 노력하면서 현재성과 가독성 있는 글쓰기를 지향한다.
○ 묵자의 사상
묵자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춘추 (春秋) 시대는 중국 주나라의 후반기인 약 300년 (기원전 8세기~기원전 5세기)의 기간을 이르는 말로 구체적으로는 기원전 770년, 주 왕조가 낙양 (洛陽)으로 수도를 옮긴 이후를 말한다. 이 시대를 동주 (東周) 시대라고도 하는데, 이 무렵 주 왕조는 명맥만을 유지했을 뿐, 세력이 강해진 제후들이 독립하여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던 시대였다. 춘추전국시대는 기원전 221년 진 (秦) 나라 시황제 (始皇帝)의 통일로 끝이 난다. 묵자가 살았던 춘추 시대 말기와 전국 시대 초기는 제후국 사이의 잦은 전쟁으로 도덕적·사회적으로 혼란이 극심했던 시대였다.
–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기초
1. 친사(親士) – 선비를 가까이 하라
2. 수신(脩身) – 자기 자신부터 수양하라
3. 칠환(七患) –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곱가지 재앙
4. 사과(辭過) – 사치와 허례허식을 하지마라
– 세상을 바꾸기 위한 열 가지 주장
1. 상현(尙賢) – 현명한 이를 숭상하라
2. 상동(尙同) – 백성들이 서로 하나가 되게 하라
3. 겸애(兼愛) – 차별하지 말고 두루 사랑하라
4. 비공(非攻) – 침략 전쟁을 반대 한다
5. 절용(節用) – 물자를 절약하라
6. 절장(節葬) – 장례는 검소하게 하라
7. 천지(天志) – 하늘의 뜻이 옳고 그름의 기준이다
8. 명귀(明鬼) – 귀신을 밝힌다
9. 비악(非樂) – 음악을 반대한다
10. 비명(非命) – 운명이란 없다
11. 비유(非儒) – 유가를 비판한다
– 실천하는 지식인의 삶
1. 공맹(公孟) – 행동하는 지식인
2. 노문(魯問) – 충신을 아끼고 인의를 행하라
3. 공수(公輸) – 반전과 평화의 길
– 적의 공격에 맞서는 방어의 방법
1. 비성문(備城門) – 성문을 지키는 법
2. 호령(號令) – 전시에 백성을 올바로 다스리는 법
○ 나가며
묵자의 사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유자를 비판하지만 여전히 그의 교훈은 이 시대에 회자되고 있다.
이는 개인이나 국가 이기주의가 만연한 때 묵자의 사상은 인간의 생명과 가치를 존중하며 인류애를 강조한 평화 사상으로 현대의 우리들이 이뤄야할 선명한 깃발을 흔들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묵가는 좌파 사상과 좌파 운동이 그 이후 장구한 역사 속에서 겪어나갈 파란만장한 드라마를 역사의 초기에 미리 보여준 역설적인 선구자였다.” _ 신영복
발제: 임운규 (시드니시나브로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