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
분석 심리학 이야기
이부영 저 / 집문당 / 2014년 8월 20일
‘분석 심리학 이야기’는 분량이 얼마 되지 않지만, 내용은 아주 명료하고 분명했다.
융의 분석심리학과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지만, 이 책만큼 용어의 정의를 분명하게 한 책은 보지 못했다.
저자인 이부영 교수가 우리나라에 융 학파의 분석심리학과 정신요법을 최초로 도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더욱 신뢰가 갔다.
이교수는 1966년 스위스 취리히 융 연구소를 수료하여 융 학파 분석가 자격을 취득하였고,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이 되었다.
1997년 정년퇴임 후 18여 년 동안 한국융연구원을 설립, 운용하면서 국제학회공인의 융학파 분석가를 많이 배출했을 뿐 아니라 분석심리학과 문화에 관한 역저를 출간하였고, 한국의 전통문화와 전통사상의 숨은 가치를 분석심리학적 해석을 통하여 재발견하고 정신의료에 접목하는 작업을 줄기차게 수행해 왔다.
‘분석심리학 이야기’ 독서 보고서는 융과 분석심리학을 소개한 후, 책에 나열된 용어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이고, 마지막으로 융과 관련되어 ‘마음이란 무엇인가?’란 제목으로 기고한 내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융과 분석심리학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 분석가로, 이 분야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 중요한 심리학 학교인 분석 심리학을 창시했다. 그는 심리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여겨지며, 인간의 정신을 이해하고 무의식을 탐구하는 선구적인 업적으로 유명하다. 분석 심리학은 스위스 정신과 의사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이 개발한 심리학 이론이자 치료 접근법으로, 무의식의 탐구와 인간 정신의 이해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몇 가지 주요 측면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다르며 심리학, 심리치료 및 기타 분야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분석 심리학으로 알려진 융의 심리학 접근 방식은 인간 마음의 깊이를 탐구하여 종종 숨겨져 있는 의식의 층을 찾아냈다. 그는 우리의 정신은 개인일 뿐만 아니라 집단적이며, 이 집단적 무의식 속에 보편적인 상징과 원형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영웅, 어머니, 그림자와 같은 이러한 원형은 기본 수준에서 모든 인간을 연결하는 시대를 초월하고 반복되는 주제이다. 칼 융의 사상은 심리학 분야를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문학, 예술, 신화, 영성을 통해 반향을 일으켰다.
융 심리학의 핵심 교리인 개성화 과정은 개인이 자기실현을 향한 여정이다. 개인 성격의 다양한 측면을 통합하고 반대되는 부분을 조화시키며 전체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무의식, 원형, 성격 유형에 대한 그의 선구적인 연구는 현대 사상에 계속해서 영감을 주고 영향을 미치며 인간 경험의 복잡성과 자기 이해 추구에 대한 심오한 통찰력을 제공했다.
2. 분석 심리학의 용어들?
– 무의식(unconscious):
융은 무의식은 창조의 샘이라고 했다. 융에 의하면 무의식이란 내가 가지고 있으나 내가 아직 모르고 있는 마음의 세계이다. 나의 마음음 무한히 크다. 나는 그 가운데 극히 일부만을 알고 있다. 우리가 나(자아, Ego)의 마음이라고 알고 있는 마음은 의식이다. 의식하고 있는 마음 너머에 무의식이 있다. 그것은 의식의 섬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와 같이 넓고 깊다. 의식과 무의식의 과녜가 끊어질 때 사람은 마치 한쪽 폐만으로 숨 쉬는 사람과 같이 옹색한 삶을 살게 된다. 우리가 우리이 내면 세계, 무의식을 살피지 않으며 무의식은 내용은 바깥세상의 사람이나 집단, 사물에 투사된다. 내 안에 있는 무의식적 성향들을 밖에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pp. 12-26)
– 투사(Projection):
투사는 말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는 ‘방어기제’의 하나로 간주되 개념이다. 방어기제란 사람이 자기의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용납할 수 없는 충동에 직면할 때 겪는 불안으로부터 자아를 지키려는 심리기제인데 투사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일시적인 마음의 편안을 갖기 위해 허물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방어기제로서의 투사는 분명히 존재한다. 프로이트 입장에서는 투사는 방어기제로 보지만, 융의 입장에서는 굳이 그런 심리기제로 이용되는 경우뿐 아니라 하나의 보편적인 심리현상으로 본다. 투사되는 것은 반드시 우리 마음 속의 미숙한 ‘그림자 뿐 아니라 자기가 인정하지 않고 있는 좋은 성격의 부분까지 포함한 여러 가지 다양한 내용들이다(pp. 27-36).
– 콤플렉스(Complex):
콤플렉스란 마음의 응어리이다.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마음 속의 응어리를 융의 분석 심리학에서는 콤플렉스라고 하나. 전문적인 말로 하자며 ’감정적으로 강조된 심상군‘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콤플렉스를 마치 열등의식과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콤플렉스는 열등감뿐 아니라 모든 감정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콤플렉스는 본래 해롭거나 병적인 것이 아니다. 콤플렉스가 문제되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모르거나 무시할 때이다. 융은 자기가 무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알지만 콤플렉스가 그를 가지고 있는 것은 모른다고 했다. 그러므로 콤플렉스를 의식화하는 것, 즉 깨닫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pp. 37-54).
– 페르조나(Persona)
페르조나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도의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는 가면을 말한다. 인생은 어떤 면에서 하나의 연극과 같다. 집단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배우가 가면을 썻다 벗었다 하듯이 집단이 자기에게 기대하는 여러 역할을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추어 수행하려고 노력한다. 융은 이렇게 인간이 집단사회에 적응하기 위하여 터득하는 사회적 역할을 ’페르조나‘라고 하였다. 사회적 역할을 페르조나, 곧 탈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이유는 사회적 역할이 그 개인의 삶의 궁극적 목표가 아니고 방편일 뿐이라는데 있다. 페르조나는 어릴 때부터 가정 교육이나 사회교육을 통해서 형성되고 강화된다. 그것은 집단이 만들어 준 틀과 같은 것이며 그 사람의 진정한 삶, 가야 할 길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페르조나가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생기는 외적인격이라면 내면세계와 관계를 갖는 과정에서도 내적 인격이라고 할 만한 무의식의 요소가 있다. 융은 이것을 ’아니마와 아니무스‘라고 부른다. 성화 혹은 자기실현은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우리 정신의 모든 측면을 실현하는 작업이다(pp. 55-76).
– 심리학적 유형(Psychological Type)
사람들끼리의 관계에서 서로 오해하고 실망하고 원만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이 자기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는 생각 또는 그래야 한다는 잘못된 기대 때문이다. 융의 분석심리학에 의하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외향형과 외향형으로 구분된다고 했다. 내향형은 비사교적이고 내성적인 사람, 또 외향형은 사교적이고 활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정확한 설명이 아니다. 내향형은 객관세계의 가치보다 주체의 내면적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대신 객관세계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고, 외향형은 외부적인 객관세계의 가치를 알고 잘 다루는 대신 내면세계의 중요성을 소홀히 한다. 분석심리학설에 의하며 이 세상에는 내향형과 외향형뿐 아니라 이성으로 판단하고 살아가는 사람과 정으로 판단하고 사는 사람, 그리고 주로 직관으로 사는 사람, 감각적으로 사는 사람등 네가지의 형이 있다(pp. 77-97).
– 무의식으로의 탐험여행
그림자란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을 말한다. 도덕적으로 열등하고 좋지 않은 성격부분으로 자아의식이 고상하고 높은 인격을 지향하다 보니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억압되어 형성된 또 하나의 ’나’ 또는 자아의 무의식적인 동반자이다. 그림자는 동성의 사람들 사이에서 투사되는데 투사된 대상에 대해서 이유 없이 껄끄럽고 싫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림자는 본래 개인적 무의식의 내용을 말하지만 집단적 무의식의 원형상의 모습을 띠고 나타나는 수도 있다. 자기의 그림자를 보는 것은 인격의 성숙에;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내가 남들을 보고 비난하는 좋지 않은 생각이나 욕심이 내안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은 성숙된 인격의 첫 번째 조건이다. 남성과 여성은 적이 될 수 없고, 경쟁자도 아니다. 그런데 때때로 양자 사이에 묘한 감정적 갈등이 일어나는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심리적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의 페르조나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여성의 무의식, 즉 내면세계에 있는 남성성과 남성의 무의식에 있는 여성성 때문이다. ‘아니마’는 남성 속에 있는 여성성이고, ‘아니무스’는 여성 속에 있는 남성성이다(pp. 88-120).
– 개성화(자기실현, Individuation)
개성화란 ‘그 사람 자신’, 즉 ‘그 사람의 전체’가 되는 것이다. 분석심리학에서 개성이란 그 사람의 의식뿐 아니라 무의식을 포함한 전체인격이다. 분석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라 불러 의식의 주임인 자아와 구별한다. 개성화를 자아실현이라 하지 않고 자기실현이라고도 부르는 이유가 이것이다. 개성화는 무의식의 의식화, 즉 우리가 아직 모르는 마음을 깨달아 나가는 작업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개성화는 끊임없는 인격이 변환과정이다. 항상 새로워짐으로써 좁은 의식의 중심이던 자아가 의식, 무의식을 통틀어 전체정신의 중심으로 다가가는 길이다. 개성화는 그 개인의 전체가 되는 것이다.
융의 분석심리학의 가장 본질적인 핵심을 저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에는 본래 인간이 전체로서 살게 하는 창조적 원동력이 있다”라고 했다. 창조적 원동력은 우리가 무의식이라 부르는, 우리의 속마음에 들어있으면서 항상 그 사람의 삶이 전체가 되도록 자극한다. 융은 무의식에 갖추어진 이러한 원초적 조건을 자기원형이라 불렀고 의식과 무의식을 포괄하는 전체정신, 또는 전체 정신의 중심핵을 의식의 중심인 나, 즉 자아와 달라 자기라 불렀다. 따라서 ‘전체로서 산다’는 것은 나의 의식뿐 아니라 나의 무의식적인 내용을 가능한 한 살리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태어난 나의 모든 가능성을 발휘하는 것이다(pp. 121-192).
3. 마음이란 무엇인가?
– 마음이란 무엇인가?
심리학(psychology)의 어원인 ‘psyche’는 마음·정신, ‘logos’는 지식·연구를 뜻한다. “평강의 하나님이 친히 너희를 온전히 거룩하게 하시고 또 너희의 온 영(Spirit)과 혼(Soul)과 몸(Body)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강림하실 때에 흠 없게 보전되기를 원하노라”(살전 5:23)에서 인간을 영-혼-육의 삼중 구조로 나누었다. 여기서 혼에 해당하는 헬라어 푸쉬케(ψυχὴ)가 영어로 마음(Psyche)이다. 심리학에서는 혼이란 용어 대신 ‘마음(Mind)’ 혹은 ‘정신'(Soul)이라고 한다.
– 의식 (The Conscious)
우리가 알거나 느낄 수 있는 모든 경험과 감각은 의식이다. 마음은 극히 일부분만이 의식의 범위 안에 포함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를 빙산으로 비유한다. 수면 위에 있는 부분은 의식, 수면 밑의 있는 부분을 무의식이라고 한다.
융은 “무의식을 바다에 비유한다면 의식은 그 가운데 있는 자그마한 섬과 같다”고 했다. 의식의 중심부에는 ‘자아’(Ego)가 있다. 나의 생각, 나의 지각, 나의 느낌으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우리는 의식, 또는 자아의식이라 한다. 자아의식은 ‘유전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발생된다.
융은 자아(Ego)와 자기(Self)를 구분하였다. “자아(Ego)는 의식의 중심이고, 자기(Self)는 의식과 무의식의 중심이다”라고 했다. 인간은 성숙하면 할수록 Ego가 아닌 Self가 마음을 지배한다. ‘의식과 무의식’이 통합하지 못하고 충돌하면 ‘분열된 인간’이 된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이.
– 개인 무의식 (The Personal Unconscious)
‘무의식’이란 글자 그대로 ‘의식되지 않은 것’이다. 우리의 의식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으면서도 모르고 있는 마음의 세계는 모두 무의식이다. 자기가 하고도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모르는 것’은 모두 무의식의 결과이다.
융은 프로이트와는 다르게 무의식을 ‘개인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으로 구분하였다. 개인 무의식은 자아(Ego)에 의해 인정되지 않는 경험들은 소멸되지 않고 무의식에 저장된다. 개인 무의식은 의식적인 개성화나 기능과 조화되지 않은 모든 정신적 활동과 내용을 받아들이는 장소이다. 너무 약하기 때문에 의식에 도달할 수 없거나 의식에 머물러 있지 않은 경험은 모두 개인 무의식에 저장된다. 개인 무의식의 여러 내용은 필요할 때에는 언제나 쉽게 의식에 접근할 수 있다.
– 집단 무의식 (The Collective Unconscious)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은 융이 제창한 분석심리학(Analytical Psychology)의 중심개념이며, 인간의 무의식의 심층에 존재하는 개인의 경험을 넘은 선천적 구조 영역이다. 이를 ‘보편적 무의식’이라고도 부른다. 개인 무의식보다 더 아래에 위치한 하부구조이다.
집단 무의식은 개인 무의식과 달리 개인적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모든 일류에게 공통적으로 유전되어온 ‘집단 무의식’이 마음의 심층에 존재한다고 보았다.
융은 집단 무의식 속에 있는 것을 ‘원형'(Archetype)이라고 하였다. 이 단어는 ‘시작·원리’ 등의 의미를 가진 ‘arche’와 ‘각인’이란 뜻의 ‘type’의 합성어이다. 고고학이란 단어인 ‘Archaeology’도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다.
개인 무의식이 개별적이고 주관적인 반면, 집단 무의식 초개인적이며 객관적이다. 집단 무의식은 유전되지만 개인 무의식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뱀을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왜 그럴까? 한 번도 뱀을 본 적 없는 아이들까지도 말이다. 자기도 알지 못하는 ‘집단 무의식’ 때문에 그렇다.
물론 예외도 있다. 땅꾼은 뱀을 보면 ‘심봤다’, ‘유레카’, ‘할렐루야!’
발제 : 김환기 사관 (시드니시나브로 회원)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