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 : 서적소개
지능의 기원 : 우리의 뇌 그리고 AI를 만든 다섯 번의 혁신
원제 : A Brief History of Intelligence: Evolution, AI, and the Five Breakthroughs That Made Our Brains
맥스 베넷 저 / 김성훈 역 /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5년 1월 22일
– 21세기 뇌과학의 최전선에서 AI의 눈으로 새롭게 복원한 인류의 기원
“신경과학에서 이뤄진 모든 발견을 아름답게 녹여낸 이 책은, 감히 무서워서 물어보지 못했던 모든 것을 밝혀준다” _칼 프리스턴, 전 세계적으로 제일 많이 인용된 신경과학자 1위
“단순한 뇌과학책이 아니다.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의 미래에 대한 독특한 통찰이 담겨 있다” _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 융합인재학부 학부장
최초로 탄생한 뇌의 기능은 매우 단순했다. 생물체를 먹이로 가까이 갈 수 있게 또는 포식자로부터 멀어질 수 있게 단순히 조종하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도 뇌는 반복학습하고, 상상하고, 짐작하고, 언어를 사용하는 다섯 번의 혁신을 거친다. 인간의 뇌는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하지 않으며 딱히 고등한 사고를 하기 위해 진화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뜻밖에도 생각하는 존재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이 존재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AI라는 새로운 지능을 탄생시키고 있다.
현재 세계 석학들이 주목하는 과학자이자 AI 기업가인 맥스 베넷은 인간의 지능 너머 AI가 탄생할 수 있었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알아야 할 모든 비밀은 인간 계통의 뇌에서 일어난 다섯 번의 혁신에 있다고 말한다. 학문적 호기심과 기업가적 실용주의가 결합된 그의 책 『지능의 기원』은 뇌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 인간의 본질을 알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뿐 아니라 AI 산업을 이끌어가는 사람과 미래의 변화를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의 다음 혁신은 어떤 모습인가? 진화적 관점과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통합해 새로운 통찰을 전하는 이 차세대 뇌과학 입문서를 통해 미래를 그려보자.

○ 목차
이 책을 감수하고 추천하며 – 지능의 역사라는 무대에서 펼쳐진 인간 뇌의 경이로운 여정
다섯 번의 놀라운 혁신 │인공지능은 어디로 가는가?
들어가며 – AI의 눈으로 인류 지능의 역사를 재구성하다
자연의 단서 │뇌 박물관 이용하기 │층이라는 미신 │모험의 이정표│나에 대해서│사다리와 우월주의에 대한 마지막 당부
1. 뇌가 등장하기 전부터 지능은 있었다
지구의 테라포밍│복잡성 3단계│6억 년 동안 뇌의 기본 요소는 변하지 않았다│신경세포의 원래 목적 │뇌가 만들어질 준비가 되었다
혁신 #1
조종과 최초의 좌우대칭동물
2. 좋음과 나쁨의 탄생
조종을 통한 탐색│최초의 로봇│감정가 신경세포│맞교환 문제│얼마나 배고픈지에 따라 감정가 뒤집기
3. 감정의 기원
어둠 속에서 조정하기│도파민과 세로토닌│선충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감정의 공허
4. 연합, 예측 그리고 학습의 여명기
좋음과 나쁨을 변경하기│연속학습 문제│신뢰 할당 문제│학습의 고대 메커니즘
혁신 #1의 요약: 조종
혁신 #2
강화와 최초의 척추동물
5. 시행착오에서 배우기
척추동물 뇌의 원형│손다이크의 닭│물고기의 놀라운 영리함
6. 시간차학습의 진화
마법 같은 부트스트래핑│도파민의 용도 변경│안도, 실망, 타이밍의 등장│바닥핵의 계산
7. 패턴인식의 문제
냄새를 인식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컴퓨터가 패턴을 인식하는 방법│패턴인식을 목적으로 설계된 최초의 신경세포 │파괴적 망각: 연속학습 문제 2부│불변성 문제
8. 생명에게 왜 호기심이 생겼을까
9. 세상을 인식하는 최초의 모델
어류의 지도│인간 내면의 나침반│공간지도를 저장하는 곳
혁신 #2의 요약: 강화
혁신 #3
시뮬레이션과 최초의 포유류
10. 신경의 암흑기
두 번의 대멸종 │시뮬레이션을 통한 생존 │최초 포유류의 뇌 안쪽 들여다보기

11. 새겉질이 안겨준 선물
마운트캐슬의 미친 아이디어 │지각의 특이한 속성│생성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한 인식│환각, 꿈, 상상: 생성모델로서 새겉질│모든 것을 예측하기
12. 상상극장 속의 생쥐
새로운 능력1: 대리 시행착오│새로운 능력2: 반사실적 학습 │새로운 능력3: 일화기억
13. 미래의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기
이마엽앞겉질과 내적 시뮬레이션의 통제│자신을 예측하기 │포유류는 어떻게 선택을 하는가?│포유류의 내적 이중성 │최초의 목표│포유류가 스스로를 통제하는 법
14. 식기세척 로봇이 나오지 못한 이유
명령이 아니라 예측│목표의 위계 설정
혁신 #3의 요약: 시뮬레이션
혁신 #4
정신화와 최초의 영장류
15. 정치적 수완을 위한 군비경쟁
사회적 뇌 가설│집단과 개인 간의 진화적 긴장│권모술수에 능한 유인원│영장류 정치학│여유 속에서 피어난 사회적 본능
16.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초기 영장류의 새로운 새겉질 영역│자신의 마음을 모델화하기│다른 사람의 마음을 모델화하기│다른 사람의 마음을 모델화하기 위해 내 마음을 모델화한다
17. 원숭이 망치와 자율주행차
원숭이 거울│전달성이 독창성을 이긴다│쥐가 망치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봇 모방
18. 쥐가 식료품 쇼핑을 못하는 이유
비쇼프쾰러 가설│영장류가 미래의 필요를 예측하는 방법
혁신 #4의 요약: 정신화
혁신 #5
언어와 최초의 인류
19. 인간의 고유한 속성을 찾아서
인간 고유의 소통 방식│유인원에게 언어를 가르치다│생각 축적하기 │특이점은 이미 찾아왔다
20. 뇌 속의 언어
웃음이냐 언어냐│본능적인 언어 교육과정
21. 퍼펙트 스톰
동쪽의 유인원│호모에렉투스와 인간의 등장│월리스의 문제 │이타주의자│집단지성의 등장│인간의 번성
22. 챗GPT와 마음을 들여다보는 창
내면세계가 없는 단어│종이 클립 문제│그렇다면 GPT-4는 무엇이 다른가?
혁신 #5의 요약: 언어
나가며 – 여섯 번째 혁신

○ 저자소개 : 맥스 베넷
AI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여러 개 보유하고 있는 연구원이자 AI회사 알비Alby의 공동 창립자 겸 CEO다.
그는 〈다섯 가지 혁신 (Five Breakthroughs)〉 등 진화신경과학과 지능을 AI의 눈으로 풀어낸 논문으로 세계 석학들을 놀랍게 만들었으며 해당 논문들을 엮어 완성한 《지능의 기원》으로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베넷은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학교를 졸업하고 경제학 및 수학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최고의 경제학 논문에 수여하는 존 M. 올린 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블루코어 (Bluecore)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 제품 책임자로서, 포브스 30세 미만 리더, 빌트인뉴욕 (Built In NYC)에서 선정하는 30세 미만 기술 리더 목록에 포함된 바 있다. 현재 아내 시드니, 반려견 찰리와 함께 뉴욕 브루클린에서 거주하고 있다.
– 역자 : 김성훈
치과의사의 길을 걷다가 번역의 길로 방향을 튼 번역가. 중학생 시절부터 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적어온 과학노트는 아직도 보물 1호로 간직하고 있다. 물질세계의 법칙에 재미를 느끼다가, 생명이란 무엇인지가 궁금해졌고, 결국 이 모든 것을 궁금해하는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생겨났는지가 몹시도 궁금해졌다. 이런 관심을 같은 꿈을 꾸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 경희의료원 치과병원 구강내과에서 수련을 마쳤고, 현재 출판번역 및 기획그룹 바른번역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늙어감의 기술』로 제36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 감수 : 정재승 (鄭在勝)
KAIST에서 물리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박사후 연구원,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조교수를 거쳐,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와 융합인재학부 학부장을 맡고 있다. 주된 연구 주제는 의사 결정의 신경 과학, 뇌-로봇 인터페이스, 정신 질환의 대뇌 모델링, 대뇌 기반 인공 지능이며, 다보스 포럼 ‘2009 차세대 글로벌 리더’, ‘대한민국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저서로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2001), 《열두 발자국》(2018)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뇌의 작동방식을 역설계하고 싶다면, 로봇 로지를 만들고 싶다면, 인간 지능의 숨겨진 본성을 밝히고 싶다면 인간의 뇌는 가장 마지막으로 들여다봐야 할 대상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각 깊숙이 묻혀 있는 먼지투성이 화석, 동물계 곳곳의 세포에 박혀 있는 작디작은 유전자, 지구에 사는 다른 많은 동물의 뇌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다시 말해 해답은 현재가 아니라 오래전 과거가 숨겨놓은 잔재에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최초의 뇌를 조사하고 그 작동방식과 그로 인해 가능해진 기능들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나아가 인간으로 이어진 계통 안에서 뇌가 점점 복잡해진 과정을 추적해 각각의 물리적 변화와 그로 인해 가능해진 지적 능력을 관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그 결과로 탄생한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생물학자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 는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생물학에서는 진화의 관점으로 비춰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 — 「들어가며. AI의 눈으로 인류 지능의 역사를 재구성하다」 중에서
좌우대칭에 대한 더 중요한 관찰 내용이 있다. 뇌가 있는 동물은 좌우대칭동물밖에 없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최초의 뇌와 좌우대칭 체제는 처음에 동일한 진화의 목적을 공유하고 있었다. 동물이 조종을 통해 주변을 탐색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조종이 바로 혁신 #1이다. — 「2. 좋음과 나쁨의 탄생」 중에서
어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다. 어류는 특정 버튼을 찾아내고 눌러서 먹이를 얻는 법7을 학습할 수 있다. 그물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작은 탈출구로 빠져나가는 법도 배울 수 있다. 심지어 고리를 통과해 먹이를 얻는 법도 학습할 수 있다. 어류는 이런 과제를 수행하는 방법을 훈련하고 나서 몇 달, 심지어 몇 년 뒤까지도 기억한다. 이 모든 실험에서 학습 과정은 동일하다. 물고기는 상대적으로 무작위적인 행동들을 시도하면서 어떤 행동이 강화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점진적으로 다듬어간다. 사실 손다이크의 시행착오 학습은 다른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린다. 바로 ‘강화학습’이다. — 「5. 시행착오에서 배우기」 중에서
강화학습이 작동하려면 호기심이 필요하기 때문에 호기심과 강화학습은 함께 진화했다. 패턴을 인식하고 장소를 기억하고 과거의 보상과 처벌을 바탕으로 행동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능력을 발견하면서 최초의 척추동물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처음으로 학습이 그 자체로 지극히 가치 있는 활동이 된 것이다. 척추동물이 더 많은 패턴을 인식하고 많은 장소를 기억할수록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더 많은 일을 시도할수록 자신의 행동과 그에 따르는 결과 사이의 올바른 연관성을 학습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따라서 호기심은 5억 년 전 지금의 어류와 비슷한 조상의 작은 머릿속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 「8. 생명에게 왜 호기심이 생겼을까」 중에서
AI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운트캐슬의 가설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과학적 선물이다. (중략) 새겉질 전체에 들어 있는 수조 개의 연결을 모두 이해할 필요 없이 새겉질 기둥에 있는 100만 개 정도의 연결만 이해하면 될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마운트캐슬의 이론이 옳다면 이는 새겉질 기둥이 운동, 언어, 지각 등 모든 감각 양식의 다양한 기능에 적용할 수 있는 아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알고리즘을 구현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의 AI 모델은 좁은 AI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훈련을 받은 한정된 상황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의 뇌는 범용으로 보인다. 다양한 상황에서 작동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연구의 초점은 인공일반지능을 만드는 데 있었다. 하지만 거꾸로 연구해온 것인지도 모른다. 새겉질이 자신의 일을 그렇게 잘할 수 있는 이유는 어떤 면에서는 현재의 인공신경망보다 훨씬 범용성이 낮기 때문일 수 있다. (중략) 예를 들어 새겉질에는 입력되는 감각 데이터가 시각이든 청각이든 몸감각이든 상관없이, 모두 우리 자신과는 별개로 존재하면서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3차원 대상을 표상한다고 가정하도록 미리 회로가 배선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시간, 공간, 나와 다른 존재의 차이 같은 것을 학습할 필요가 없어진다. — 「11. 새겉질이 안겨준 선물」 중에서
포유류와 유사한 운동 시스템을 갖춘 로봇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여러 가지 바람직한 속성도 함께 따라올 것이다. 이런 로봇은 새로운 복잡한 기술을 이용해서 스스로 자동 학습하고, 세상에서 발생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운동을 조정할 것이다. 우리가 상위목표를 제시하면 로봇들은 그것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하위목표를 생각해낼 것이다. 이들이 처음 새로운 과제를 학습할 때는 각각의 동작을 행동하기 전에 시뮬레이션하느라 속도가 느리고 조심스럽겠지만 점점 나아지면서 행동이 자동화될 것이다. 로봇은 기존에 학습했던 낮은 수준의 기술을 새롭게 경험한 상위목표에 재적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이다. 이들의 뇌가 실제로 포유류의 뇌처럼 작동한다면 이런 과제를 완수하는 데 거대한 슈퍼컴퓨터가 없어도 될 것이다. 실제로 인간의 뇌 전체가 작동하는 데는 전구 하나에 들어가는 에너지 정도면 충분하다.
포유류와 유사한 운동 시스템을 갖춘 로봇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여러 가지 바람직한 속성도 함께 따라올 것이다. 이런 로봇은 새로운 복잡한 기술을 이용해서 스스로 자동 학습하고, 세상에서 발생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운동을 조정할 것이다. 우리가 상위목표를 제시하면 로봇들은 그것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하위목표를 생각해낼 것이다. 이들이 처음 새로운 과제를 학습할 때는 각각의 동작을 행동하기 전에 시뮬레이션하느라 속도가 느리고 조심스럽겠지만 점점 나아지면서 행동이 자동화될 것이다. 로봇은 기존에 학습했던 낮은 수준의 기술을 새롭게 경험한 상위목표에 재적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이다. 이들의 뇌가 실제로 포유류의 뇌처럼 작동한다면 이런 과제를 완수하는 데 거대한 슈퍼컴퓨터가 없어도 될 것이다. 실제로 인간의 뇌 전체가 작동하는 데는 전구 하나에 들어가는 에너지 정도면 충분하다. — 「14. 식기세척 로봇이 나오지 못한 이유」 중에서
영장류 조상을 미로에 집어넣었다고 상상해보자. 그 동물이 갈림길에 도착하자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만약 그 동물의 서로 다른 뇌 영역에게 왜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냐고 물을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단계별로 아주 다른 대답을 들을 것이다. 반사작용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내게는 먹이 냄새가 풍기는 왼쪽으로 틀도록 진화가 새겨놓은 규칙이 있으니까.” 척추동물의 뇌 구조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왼쪽으로 가면 예측되는 미래 보상이 극대화되니까.” 포유류의 뇌 구조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왼쪽이 먹이로 이어지니까.” 영장류의 뇌 구조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배가 고프고, 배가 고플 때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내가 아는 한 왼쪽 경로가 먹이로 이어지니까.”
광고 플랫폼에서는 사람의 행동을 통해 다음에 어떤 물건을 구입할지 예측할 수 있다. 얼굴에 나타난 감정을 파악하는 AI도 있다(감정별로 분류한 얼굴 사진을 수없이 보여주며 시스템을 훈련시켰다). 하지만 이런 것 모두 사람과 다른 영장류의 뇌에서 보이는 복잡한 마음이론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AI 시스템과 로봇이 우리와 함께 살면서 우리가 하는 말로 우리의 의도를 추론하고, 우리가 말하기 전에 우리에게 필요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예측하며, 온갖 규칙과 에티켓이 숨겨져 있는 인간 집단에서 사회적 관계를 탐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다시 말해 사람과 비슷한 AI 시스템을 원한다면 그 시스템은 반드시 마음이론을 갖춰야 한다. — 「16.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중에서
어떤 면에서는 LLM이 생각하는 방식과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를 파악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계산기는 세상 그 어떤 사람보다도 산수를 잘하지만 사람처럼 수학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LLM이 상식적 질문과 마음이론 질문에 정답을 말한다고 해서 사람과 동일한 방식으로 추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략) 실제로 LLM은 슈퍼컴퓨터만큼 메모리 용량이 막대해서, 사람 한 명이 1,000번 살면서 읽을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책과 글을 읽었다. 그래서 겉으로는 상식적으로 추론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천문학적으로 방대한 텍스트 말뭉치에서 패턴매칭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작동한다. — 「22. 챗GPT와 마음을 들여다보는 창」 중에서
각각의 혁신은 그에 앞서 만들어진 기본 구성요소가 있기에 가능했다. 조종은 그에 앞서 신경세포가 진화한 덕분에 가능했다. 강화학습은 이미 앞서 진화한 감정가 신경세포를 바탕으로 부트스트래핑이 이루어졌기에 가능했다. 시뮬레이션은 그에 앞서 바닥핵의 시행착오 학습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시행착오 학습을 가능하게 한 바닥핵이 없었다면 상상한 시뮬레이션이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척추동물에서 실제 시행착오 학습이 진화함으로써 나중에 포유류에서 대리 시행착오가 등장할 수 있었다. 정신화가 가능했던 것도 그 전에 시뮬레이션이 진화했기 때문이었다. 정신화는 한마디로 새겉질의 오래된 포유류 영역들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동일한 계산이 그저 내면에서 이뤄진 것이다. 언어가 가능했던 이유는 그에 앞서 정신화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속 의도와 지식을 추론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아이디어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내용을 소통해야 하는지도 추론하지 못하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듣고 그 사람의 의도를 추론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상대방의 지식과 의도를 추론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교사가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공동관심이라는 중요한 단계에 참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지구에서 원재료 분자들이 인간의 뇌로 바뀌기까지 겨우 45억 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70억 년의 진화에서는 지능이 어떤 수준에 이를 수 있을까? — 「나가며. 여섯 번째 혁신」 중에서

○ 출판사 서평
– 우리가 뇌를 알아야 하는 실질적인 이유 : 뇌과학의 현주소를 만나는, 단언컨대 최적의 안내서
30여 년 전, AI 공동체는 분열됐다. 한쪽은 인간의 지능 중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능력, 곧 추론 능력, 언어 능력, 문제해결 능력, 논리력 등을 AI 시스템에 채워 넣으려고 했다. 반대편은 간단한 뇌에서 시작해 점점 복잡성을 키워가는 방식이야말로 AI 시스템이 먼저 연습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후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존재와 반응의 본질은 생명과 번식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수준으로 주변 환경을 감지하면서 역동적인 환경에서 돌아다니는 능력이다. 진화는 이런 지능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적으로 시간을 쏟았다. 그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최초의 가정용 상업 로봇은 후자 진영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이 상업용 로봇 청소기 룸바 (Roomba)는 최초의 좌우대칭동물과 놀라울 정도로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센서가 단순했다. 최초의 룸바는 벽에 부딪혔을 때, 충전 스테이션에 가까워졌을 때 등 몇 가지 상황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둘 다 뇌가 단순했다. 또한 보잘것없는 감각 입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주변 지형을 그리거나 사물을 인식하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둘 다 좌우대칭이었다. 룸바의 바퀴는 전진과 후진만 가능했다. 방향을 바꾸려면 일단 멈춰서 방향을 바꾼 다음 전진 운동을 계속해야 했다. _2. 좋음과 나쁨의 탄생
조종이 다른 지적 업적처럼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진화의 결과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로봇에게 최초의 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지능이 있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뇌의 일부가 어떤 특정 알고리즘을 사용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알고리즘을 기계로 구현해보니 작동하지 않는다면 뇌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반대로 AI에게 잘 작동하는 알고리즘을 찾아냈는데 그 속성과 동물 뇌의 속성 사이에서 유사점을 발견한다면 뇌가 실제 그런 식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이후의 연이은 AI의 혁신은 생물학적 발견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뇌를 안다는 것은 나를 안다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뇌과학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세상의 최전선에서 변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헬스케어, 챗GPT, 가전제품, 자율주행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AI가 그 증거다. AI는 진화적 관점과 신경과학적 메커니즘이 통합해 만들어낸 산물이다. 『지능의 기원』은 뇌과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를 누구나 체감할 수 있도록 AI 발전과 뇌과학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약 50~60년 동안 펼쳐진 두 분야의 만남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 AI가 주도하고 있는 변화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 조종, 강화, 시뮬레이션, 정신화, 언어ㅡ생각 이전의 ‘5가지 혁신’이 지금의 뇌를 만들었다
최초의 지능이 탄생한 순간부터 인간의 지능이 출현하기까지 그리고 인간이 새로운 지능을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전체를 요약하면 딱 다섯 번의 혁신이 누적된 결과라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지능의 기원』의 중심 뼈대다.
#1 조종(Steering)
5억 5,000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은 뇌를 갖춘 좌우대칭동물로 바뀌면서 단 하나의 혁신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신경학적 변화를 이뤘다. 바로 조종을 통한 탐색이라는 혁신이다.
#2 강화(Reinforcing)
약 5억 년 전 등장한 물고기처럼 생긴 척추동물은 강화학습이 가능해지면서 미래의 보상을 예측하고 호기심이 생겼으며 패턴을 인식할 수 있게 됐다.
#3 시뮬레이션(Simulating)
초기 포유류에서 새롭게 등장한 뇌 구조는 새겉질이다. 그중 감각새겉질이 바깥세상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이마엽새겉질이 자기 모델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만든 결과 초기 포유류는 대리 시행착오, 반사실적 학습, 일화기억 등을 통해 포식자를 따돌리며 시뮬레이션을 무기화해갔다.
#4 정신화(Mentalizing)
초기 영장류에게서는 마음이론, 모방학습, 미래의 필요예측이라는 큰 세 가지 축이 등장하면서 성공적으로 과일을 채집하면서도 정치공작을 벌이는 능력을 동시에 촉발시켰다.
#5 언어(Language)
초기 인류는 아프리카 사바나 숲이 사라지면서 도구를 만들고, 육식을 하는 생태적 지위로 내몰렸다. 이런 생태적 지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세대를 거쳐 도구 사용법을 정확하게 전파할 수 있어야 했다. 그 결과 원시언어가 등장했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뇌의 오래된 구조물들이 재조정되면서 뒷담화, 이타주의, 처벌의 되먹임고리를 바탕으로 한 퍼펙트 스톰이 야기됐다.
이 다섯 번의 혁신이 이 책을 구성하는 지도이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험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각각의 혁신은 뇌가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거나 강력한 되먹임고리에 갇혔던 시기에 등장해 동물들을 새로운 지적 능력의 포트폴리오로 무장시켰다. 각각의 발전 단계에서 이뤄진 혁신의 본질은 무엇인지, 그 뒤에 이뤄진 혁신에서 새롭게 나타난 점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나타난 뇌의 복잡성이 새롭게 보인다.
– 미래의 뇌는 결국 과거에서 만들어진다
『지능의 기원』은 인간 지능의 진화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인공지능의 발전 방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언어모델들에게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계속 크기를 키우다 보면 상식적인 질문과 마음이론 질문에 더 나은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이 과정은 필연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깥세상에 대한 내적 모델이나 마음에 대한 다른 모델을 통합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시뮬레이션과 정신화라는 혁신을 통합하지 않는다면 LLM은 인간의 지능에 관한 본질적인 뭔가를 담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LLM을 더 빨리 도입하고 그 모델에 맡기는 결정이 많아질수록 이런 미묘한 차이가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_22. 챗GPT와 마음을 들여다보는 창
그렇다면 AI와 인간의 상호작용이 완전해지면 결국 도래할 여섯 번째 혁신은 무엇이 될 것인가?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섯 번째 혁신은 인공초지능의 창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후손이 실리콘의 형태로 다시 등장하면서 우리의 형상을 본뜬 지능이 생물학적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 전환되는 것이다. (중략)실리콘 기반의 AI는 자신의 인지용량을 필요한 만큼 무한으로 확장할 수 있다. AI가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복제하고 재구성할 수 있게 되면서 개체성의 경계가 불분명해질 것이다. 짝짓기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쇠퇴하고, 새로운 지능적 존재를 창조하고 훈련하는 실리콘 기반의 새로운 메커니즘이 등장하면서 부모가 된다는 것에도 새로운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 심지어 진화 그 자체도 폐기될지 모른다. 적어도 우리에게 익숙한 진화의 과정은 사라질 것이다. _나가며. 여섯 번째 혁신
당신이 생각하는 우리 뇌의 마지막 혁신은 무엇인가? 어떤 혁신이 다가오든 분명한 것은 그 안에는 분명 그 뿌리가 되어준 인간 지능의 흔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인공초지능이 도래해 뇌에는 생물학적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더라도 그 뇌를 가진 존재들은 이전에 있었던 다섯 가지 혁신을 토대로 구축될 것이다. 인공초지능도 처음에는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설계될 것이고, 따라서 그 안에 인간 지능을 재현할 씨앗이 들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인간 지능 이야기에서 여섯 번째 혁신이 일어나려는 시점에 서 있다.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뇌를 탄생시킨 40억 년의 이야기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화의 과정에서 언제나 미래의 혁신은 과거의 혁신을 토대로 이루어졌듯이 우리 자신을 이해할수록 우리의 형상을 따라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낼 능력도 더욱 강해진다. 우리가 생겨난 과정을 이해할수록 지능의 특성 중 어느 것을 버리고 보존하며 개선할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도 커진다. 결국 미래는 ‘뇌의 이해’에 달려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