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
오이디푸스왕 안티고네 외 아가멤논 · 코에포로이
소포클레스, 아이스퀼로스 / 문예출판사 / 2001년 2월 28일
지난 9월 말과 10월 초 사이에 한국을 방문했다. 코로나19로 3년만에 방문이다. 공무와 양가 가족모임들 사이사이 지역 서점들을 들러보았다. 박광하 선생님과도 만나 코엑스에 위치한 대형서점도 둘러보고 차도 마시며 시나브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중 골라본 책이 본서 ‘오이디푸스왕 안티고네 외’ (소포클레스, 아이스퀼로스 / 문예출판사 / 2001년 2월 28일)였다.
본서의 ‘아가멤논 · 코에포로이’는 아이스퀼로스의 작품이고, ‘오이디푸스왕’과 ‘안티고네’는 소포클레스 (기원전 497년 – 기원전 406년)가 기록한 희곡으로 비극의 전형이다. 오이디푸스는 신의 저주에 따라서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죽인 것도 그렇지만 자신을 낳은 어머니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은 것은 근친상관과 함께 부모와 자식이라는 가장 가까운 천운의 관계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아마도 이 작품의 최고의 비극이라고 칭송받는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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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아가멤논
- 코에포로이
- 오이디푸스왕
- 안티고네
○ 줄거리
웅장한 구성과 심오한 종교관, 대담한 비유와 은유로 가득 차 있어 희랍 정신이 낳은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아가멤논>과 인간의 죄과에 대한 신의 응징이 자손들에게까지 나타난다는 교훈을 시사하는 <코에포로이>, 그리고 친부살해, 어머니와의 결혼 등 비극적 아이러니는 통해 관중이나 독자를 극적 긴장속으로 끌어들이는 서양문학의 대표적 분석극 <오이디푸스왕>, 복잡하고 모순된 요소 간의 총돌을 통해 비극적 진리를 제시한 <안티고네> 등 네 편을 수록했다.
본 발제에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과 ‘안티고네’에 집중하려 한다.
- 친부살해, 어머니와의 결혼 등 비극적 아이러니를 통해 관중이나 독자를 극적 긴장속으로 끌어들이는 서양문학의 대표적 분석극 <오이디푸스왕>
오이디푸스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인 라이오스와 어머니인 이오카스테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에 의해서 아버지가 장차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신탁이 내려진다. 오이디푸스가 태어나자,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는 신탁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을 두려워하여 어린 오이디푸스의 발목을 묶어 부하를 시켜 인적 없는 산에 버리게 했다. 그러나 그 일을 맡은 부하는 차마 어린 오이디푸스를 버리고 오지 못하고, 이웃 나라 코린토스의 목동에게 아이를 넘겨준다.
어린 오이디푸스를 받은 목동은 그 아이를 코린토스의 왕인 폴뤼보스와 그의 아내 메로페에게 바친다. 오이디푸스는 폴뤼보스와 메로페를 친부와 친모로 여기고 자라던 중, 장차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는 그 무시무시한 운명을 피하기 위하여 코린토스를 떠난다. 오이디푸스는 테바이로 여행하던 중에 자신의 친아버지 라이오스와 길거리에서 통행에 분쟁이 붙어 라이오스를 죽이고 만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오이디푸스는 테바이의 오랜 골치거리였던 스핑크스를 죽이고 테바이로 돌아와 왕이 되었고, 자신의 어머니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하고 이오카스테와 오이디푸스 사이 두 아들인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 그리고 두 딸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를 낳았다. 오이디푸스는 테바이를 선정으로 잘 통치하였으나, 갑자기 테바이에 역병이 돌게 된다.
오이디푸스는 이 역병의 이유를 알기 위해 이오카스테의 남동생인 크레온을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으로 보내어 역병의 원인을 알아 오게 한다. 신탁은 “선왕인 라이오스왕을 죽인 자를 찾아서 복수를 하면 역병이 물러간다.”고 하였고, 일전에 자신이 길거리에서 죽인 사람이 바로 자신의 아버지 라이오스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의 살해자를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맹세한다. 라이오스의 살해자를 찾기 위해 크레온이 데려온 그리스 최고의 예언가 테이레시아스는 오이디푸스가 찾고 있는 살해자가 바로 그 자신임을 말해 준다. 오이디푸스는 크레온이 자신의 왕위를 노리고 테이레시아스를 조종하여 근거 없는 말을 하도록 했다고 생각하지만 라이오스가 아들에게 살해될 것이라는 신탁이 내려졌음을 이오카스테로부터 듣게 되고, 또 마침 코린토스의 왕인 폴뤼보스의 죽음을 알리러 온 사자가 곧 어린 자신을 폴뤼보스 왕에게 바친 당사자임을 알게 되고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의 명령에 따라 오이디푸스를 버리는 일을 맡았던 목자를 불러 대질해본 결과 바로 자신이 친아버지인 라이오스를 살해하였고, 지금껏 아내라고 알고 있었던 이오카스테는 사실 자신의 어머니임을 깨닫게 된다. 이오카스테는 이 무서운 진실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여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의 브로치를 빼어 자신의 눈을 찔러 스스로 소경이 되고 만다. 절망한 오이디푸스는 테바이를 크레온에게 맡기고 딸인 안티고네에 의지하여 각지를 떠돌아 다니다가 죽는다.
- 복잡하고 모순된 요소 간의 충돌을 통해 비극적 진리를 제시한 <안티고네>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와 그의 어머니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태어난다. 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가 자신의 생모라는 사실에 격분해 자신의 두 눈을 뽑아버리고 방랑을 하게 되는데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가 방황하는 동안 같이 다니면서 도와준다.
오이디푸스가 죽은 후 안티고네는 테베에 살다가 형제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와의 싸움에서 형제들이 모두 죽는다. 그리하여 안티고네의 삼촌인 크레온이 왕이 된다.
크레온은 애국자인 에테오클레스만 성대히 장례를 치러주고 반역자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는 들에 그냥 버려두어 야생동물들에게 먹히게 하라는 포고를 내린다. 안티고네는 혈육의 정에 이끌려 크레온의 명령을 어기고 들에 버려진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몰래 묻어준다. 이 사실을 안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소굴에 가둔다. 안티고네를 연모하던 크레온 왕의 아들 하이몬도 안테고네를 따라 죽기로 결심하는데 크레온은 아들이 죽게 된 것에 놀라서 안티고네가 갇혀 있는 소굴로 달려간다. 하이몬은 아버지를 보자 격분하여 칼로 찌르려고 하고 크레온은 도망친다. 하이몬은 자살하고 이 사실을 안 크레온왕의 아내 에우리디케도 침대에서 자살한다.
○ 저자소개 : 소포클레스, 아이스퀼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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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소포클레스 (Sophocles)
소포클레스는 『시학』의 저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그 어느 작가보다도 높이 평가했던 그리스 극작가다. 『시학』의 비극론은 바로 소포클레스의 비극을 토대로 해 집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괴테는 소포클레스를 다음과 같이 칭찬하고 있다. “소포클레스 이후 그 어떤 사람도 내게 더 호감이 가는 사람은 없다. 그는 순수하고 고귀하고 위대하며 쾌활하다. 현존하는 소포클레스의 작품이 몇 편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몇 편의 작품일지라도 이 작품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 좋게 느껴진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작품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기원전 496년 그리스 아테네 근교에 자리 잡은 콜로노스에서 태어난 소포클레스는 아테네가 문화적으로 가장 성숙했던 시기에 배우인 동시에 극작가로 활동했다. 수려한 용모와 배우로서 손색이 없는 신체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처음에는 배우로서 명성을 날렸다. 기원전 468년, 28세에 첫 작품을 발표했고 이는 경연대회에서 일등상을 받았다. 이후 123편의 작품을 썼고 24회나 일등상을 받았다. 정치가로서도 탁월한 식견을 지녔던 소포클레스는 기원전 445년, 델로스 (Delos) 동맹이 결성되었을 때, 아테네 동맹국의 재정을 통괄하는 재정관에 선출되었다. 또한 기원전 443년에 페리클레스와 더불어 10명의 지휘관 직에 선출되었으며, 기원전 440년에는 사모스(Samos) 섬 원정에 출전할 장군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평생을 아테네에 살면서 그가 보여준 애국심과 진지한 인품은 시민들의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일생동안 123편의 작품을 발표했지만 현존하는 작품은 다음 7편뿐이다. 〈아이아스〉,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왕〉, 〈필록테테스〉, 〈엘렉트라〉, 〈트라키스의 여인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가 그것이다. - 저자 : 아이스퀼로스
에레우시스의 귀족 가문에서 출생하여 젊어서 극작에 투신하였다. 그는 90여 편의 극을 쓴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현재 남아 있는 것은 7편의 비극뿐이다. 현존하는 7편 모두 페르시아 전쟁 이후의 작품들이다.
저서로는 『테바이를 공격한 일곱 사람』, 『구원을 바라는 여자들』, 『결박한 프로메테우스』, 『오레스테이아』 등이 있다. - 역자 : 천병희
서울대학교 문리대 독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분학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5년 간 독무학 및 고전무학을 수학하였으며, 북바덴 주정부 시행 희랍어 자격시험 및 라틴어 자격시험에 합격한 바 있다. 현재 단국대학교 인문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역서로는 『일리아스』, 『어뒤세이아』, 『시학』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호라티우스), 『자비로운 여신들』,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메네이아』, 『히폴뤼토스』, 『알케스티스』, 『헬레네』, 『트로잉아의 여인들』, 『구름』, 『새』, 『뤼시스트라테』, 『개구리』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 오이디푸스 왕
208 61행 오이디푸스: 그대들 중에 나만큼 고통을 당하는 자는 아무도 없으리라.
208 62행 오이디푸스: 그대들의 고통은 단지 자기 한 사람에게만 돌아가고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에게도 미치지 않으니 말이다. 하나 나의 영혼은 동시에 도시와 나 자신과 그대를 위해 슬퍼하고 있다.
210 95행 크레온: 그러시다면 내가 신에게서 들은 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포이보스 왕께서는 우리들에게 분명하게 명령하셨습니다.
이 땅에서 양육된 나라의 치욕을 몰아내고 치유할 수 없을 때까지 품고 있지 말라고 말입니다.
210 99행 오이디푸스: 어떤 의식에 의해 정화하라고 하시던가? 불행이 일어난 경위는 뭐라고 하시던가?
211 100행 크레온ㅣ 사람을 추방하거나 살인을 살인으로 갚으라고 하셨습니다.
바로 이 피가 우리의 도시에 폭풍을 몰고 왔다는 것입니다.
211 102행 오이디푸스: 대체 어떤 사람의 운명을 그 분께서는 이렇게 드러내시는 것인가?
211 103 크레온: 왕이여, 그대가 이 도시를 바른 길로 인도하시기 전에 우리들에게는 라이오스가 이 땅의 통치자였습니다.
211 105행 오이디푸스: 들어서 잘 알고 있다. 한 번도 그분을 본 적은 없으니까.
211 106행 크레온: 그분은 살해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신께서 우리들에게 그자들이 누구건 그 살인자들을 손으로 벌주라고 분명하게 명령하시는 것입니다.
211 108행 오이디푸스: 그자들이 대체 대지 위 어느 곳에 있단 말인가?
질문 2. 그자들이 대체 대지 위 어느 곳에 있단 말인가?
213 131행 오이디푸스: 그렇다면 나는 새로 시작하여 다시 어두운 일을 밝히겠다.
232 405행 코로스장: 우리들이 생각하기에, 저분의 말씀이나 그대의 말씀이나 오이디푸스여, 모두 노여움에서 나온 말씀 같습니다.
하나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러한 말씀들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신의 명령을 가장 훌륭하게 이해할 수 있겠는지 궁리하는 일입니다.
232 413행 테이레시아스: 그대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234 439행 오이디푸스: 온통 수수께끼 같은 모를 소리만 하는구나!
257 740행 오이디푸스: 나야말로 불행하도다! 방금 내 자신을 무서운 저주 속으로 내던져놓고서도 그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니 말이오.
259 770행 이오카스테: 그자는 올 거예요. 하지만 왕이여, 그대의 마음을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나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262 820행 오이디푸스: 그리고 이러한 저주를 나에게 내린 자는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자신이었던 것이오.
265 873행 우1: 오만은 폭군을 낳는 법. 오만은 시의에 맞지도 않고 유익하지도 않은 부로 헛되이 자신을 가득 채우고 나서 꼭대기로 기어 올라갔다가 가파른 파열 속으로 굴러 떨어지니
267 910행 코로스: 신들에 대한 공경도 사라져 가고 있나이다.
279 1050행 오이디푸스: 드디어 그것이 밝혀질 때가 왔도다.
280 1056행 이오카스테: 이 사람이 말하는 자가 누구면 어때요? 조금도 심려하실 것 없어요.
그따위 말은 일고의 가치도 없어요. 다 부질없는 짓이여요.
208 1058행 오이디푸스: 이러한 실마리를 잡고서도 내 자신의 출생을 밝히지 못하다니, 그럴 수는 없는 일이오!
280 1060행 이오카스테: 제발 부탁이니 그대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신다면 이 일을 추궁하지 마셔요. 괴로워 못 견디겠어요.
208 1061행 오이디푸스: 염려 말아오. 내가 노예 어머니의 아들, 아니 삼대째 노예로 드러나더라도 그대는 결코 나쁜 가문에서 태어난 것으로 밝혀지지는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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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1062행 이오카스테: 하지만 내 말을 들어요, 부탁이여요.
280 1068행 이오카스테: 그대가 누구신지 결코 알게 되지 않기를!
281 1073행 코로스장: 어찌하여 부인께서는, 오이디푸스 여, 격렬한 슬픔에 사로잡혀 달려가시는 것입니까? 저 침묵으로부터 재앙의 폭풍이 터져 나오지나 않을까 두렵나이다.
282 1075행 오이디푸스: 터질 테면 터지라지! 설사 내 혈통이 미천하다 할지라도 그것을 알고 싶은 내 소원은 변함이 없을 것이오.
289 1179행 목자: 나리, 그 애가 가엾여서 그랬습니다. 나는 그가 그 애를 다른 나라로, 자기 나라로 데려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 애를 구해 가장 큰 불행을 가져왔습니다. 만일 그대가 이자가 말하는 그 사람이라면, 알고 계십시오, 그대는 불행하게 태어났습니다.
290 1185행 오이디푸스: 모든 것이 이루어졌고 모든 것이 사실이었구나!
오오 빛이요, 내가 그대를 보는 것도 지금이 마지막이 되기를!
295 1270행 사자: 그분께서 부인의 옷에 꽂혀 있던 황금 브로치를 빼들고는 그것으로 자신의 두 눈알을 푹 찌르며 대략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너희들은 내가 겪고 내가 저지른 끔찍한 일들을 다시는 보지 못하리라. 너희들은 보아서는 안 될 사람들을 충분히 오랫동안 보았으면서도 내가 알고자 했던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했으니 앞으로는 어둠 속에 있을지어다!”
이런 노래를 부르며 그분께서는 손을 들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씩이나 자신의 눈을 찌르셨습니다.
297 1298행 코로스(애탄가): 오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무서운 운명이여, 일찍이 이 눈으로 본 것 중에 가장 무서운 운명이여!
299 1327행 코로스: 오오 그대 무서운 일을 저지른 분이여, 어떻게 감히 그처럼 자기 눈을 멀게 할 수 있었나이까? 어떤 신이 그대를 부추겼나이까?
299 1329행 오이디푸스: 친구들이여, 아폴론, 아폴론 바로 그 분이시다.
내 이 쓰라리고 쓰라린 고통이 일어나도록 하신 분은. 하나 이 두 눈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가련한 내가 손수 찔렀다.
보아도 즐거운 것은 아무것도 보지 못할진대 무엇 때문에 보아야 한단 말인가!
301 1367행 코로스: 나로서는 잘하신 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대에게는 장님으로 사느니 죽는 편이 더 나을테니 말입니다.
301 1670행 오이디푸스: 내가 한 일이 가장 잘한 일이 아니라고 내게 가르치지 말고 더는 내게 충고하지도 말라.
307 1470행: 크레온의 시종들이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를 데리고 돌아온다.
308 1485행 오이디푸스: 그 자신이 태어난 바로 그곳에서 너희들의 아비가 되었구나.
311 1524행 코로스: 오 조국 테바이여, 시민들이여. 보라, 이분이 오이디푸스디푸스다.
그는 유명한 수수께끼를 풀고 권세가 당당했으니 그의 행운을 어느 시민이 선망의 눈으로 보지 않았던가!
보라, 그가 얼마나 무서운 고뇌의 풍파에 휩쓸렸는지를.
그러니 우리의 눈이 그 마지막 날을 보고자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는 죽어야 하는 인간인랑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기리지 말라.
삶의 종말을 지나 고통에서 해방될 때까지는
- 안티고네
329 185행 크레온: 나는 안전 대신 파멸이 시민들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게 되면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조국의 적을 나의 친구로 여기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오.
우리를 지켜주는 것은 조국 땅이며, 조국이 무사히 항해해야만 우리가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음을 내가 잘 알기 때문이오.
이런 원칙에 따라 나는 이 도시를 키워나갈 작정이오.
330 216행 코로스장: 그런 짐이라면 더 젋은 사람에게 지우시지요.
337 332행 좌1: 무시무시한 것이 많다 해도 인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네.
339 365행 우2: 발명의 재능이 있어 바라던 것 이상으로 영리한 그는 때로는 악의 길을 가고 때로는 선의 길을 간다네.
그가 국법과, 신들께 맹세한 정의를 존중한다면, 그의 도시는 융성할 것이나 무모함으로 인하여 불미스런 것과 함께하는 자는 도시를 갖지 못하는 법.
358 666행 크레온: 누구든지 도시를 세운 자에게는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옳은 일이든 옳지 않은 일이든 마땅히 복종해야 한다.
362 737행 하이몬: 한 사람에 속한 국가는 국가가 아닙니다.
374 880행 안티고네: 가련한 나에게는 더는 허용되지 않건마는, 내 운명을 위하여 울어줄 눈물도 없고, 슬퍼해줄 친구도 없구나!
384 1024행 테이레시아스: 인간은 누구나 다 실수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실수를 하더라도, 자기가 저지른 실수를 고칠 줄 알고 고집을 피우지 않는 자는 더러 조언과 행복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이 아니오.
고집만이 어리석음의 죄를 짓게 되는 것이오.
그러니 그대는 사자에게 양보하여, 죽은 자를 찌르지 마시오.
죽은자를 또 죽여보았자 그게 무슨 용감한 행위가 되겠소?
406 1337행 코로스장: 이제 더는 기도하지 마시오.
인간은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407 1349행 코로스: 지혜야말로 으뜸가는 행복이라네.
그리고 신들에 대한 경의는 침범되어서는 안 되는 법.
오만한 자들의 큰 소리는, 그 벌로 큰 타격들을 받게 되어, 늙어서 지혜를 가르쳐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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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며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과 안티고네는 그리스 비극의 전형적인 구조를 택하고 있으며 그 어떤 극작품보다 정교한 플롯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은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압축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읽히고, 재창조되는 ‘오이디푸스 왕’은 서구 문명의 원형이라고 불릴 만하며, 아들과 아버지의 대립, 친부살해, 정체성의 탐구는 인류 역사를 설명하는 하나의 모델을 보는 듯하다. 고대의 작품임에도 현대인들에게 지루하지 않은 것은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반증일 것이다.
오이디푸스 왕은 서구 문명과 정신사의 원형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끊임없이 연구되고, 재창조된 작품이다. 어머니와 아들의 애착, 아버지와 아들의 대립은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에 의해 설명된 바 있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오이디푸스의 갈망은 흔히 인간의 실존적 조건으로 해석된다.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 왕’에 연결된다. 오이디푸스가 죽고 난 후에 오이디푸스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가 ‘안티고네’에서 펼쳐진다. 안티고네는 모든 내용이 안티고네의 큰오빠이며 크레온의 생질인 폴리네이케스의 매장이란 단일한 사건을 중심으로 빈틈없는 인과관계의 맥락 속에서 치밀하게 전개된다.
이디푸스의 두 아들 간의 불화가 깊어져 치열한 싸움이 진행된다. 결국 그들은 서로의 목숨을 빼앗게 된다. 테베의 왕인 크레온은 조국인 테베를 상대로 싸움을 벌였던 조카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들판에 그대로 방치하고 매장을 금지했으며, 이 명령을 어기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폴리네이케스의 시신 매장을 금하는 크레온의 명령에 모든 백성들은 침묵한다. 그러나 그의 조카인 안티고네는 테베의 왕인 크레온의 명령을 어기고 오빠의 시체를 묻어 주기로 결심한다.
크레온의 명령과 경고에 대한 안티고네와 이스메네의 대사로 《안티고네》는 시작된다. 폴리네이케스의 매장을 둘러싼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립, 즉 신의 법을 크레온 왕의 명령보다 우위에 두는 안티고네와, 국법을 고집하는 크레온의 갈등이 이 극의 가장 근원적인 갈등이다.
안티고네는 동기간의 사랑으로 인해 왕명을 거역하는 인간이지만, 근본적으로 선한 인간이고 어느 한 순간도 천박하고 이기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행동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리하여 자크 라캉은 이 작품을 가장 숭고하고 가장 완벽한 예술 작품 중의 하나이며 여주인공 안티고네는 “지상에 나타난 인물 중 가장 고결한 인물”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발제 : 임운규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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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