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
9명의 경제학자들 : 그들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왜 오늘의 경제학은 경제학의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가?”
류동민 저 / EBS BOOKS / 2022.6.30
지난 9월 말 한국을 방문하며 지역 도서관이나 서점들을 들르며 책 몇권을 구입했는데 그중 한권이 최근 출간된 본서 ‘9명의 경제학자들 : 그들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류동민 저 / EBS BOOKS / 2022.6.30)이다.
마르크스 경제학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자인 류동민 교수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왜 오늘의 경제학은 경제학의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가?”란 소(小)부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경제학의 역사를 9명의 경제학자들을 통해 개관한다.
본서는 저자가 EBS클래스에서 12번에 걸쳐 강의한 내용을 기초로 출간됐다.
저자 류동민 교수가 사회과학적 문제의식과 인문학적 관점에서 애덤 스미스에서 레옹 왈라스, 마르크스에서 민족 경제학자 박현채까지, 연대기별로 서술된 삶의 기록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경제학자로서의 삶의 목적을 설정하고 보람을 찾아갔는지, 그리고 좌절하면서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는지 ‘내러티브 (이야기)로서의 경제학’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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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책머리에
Chapter 01. 서사, 재현 그리고 당파성
그들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을 찾아서
Chapter 02. 애덤 스미스
이기심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방법
Chapter 03. 데이비드 리카도
노동이 가치를 만든다 믿었던 금융투자자
Chapter 04. 맬서스와 밀
모든 아들은 아버지를 딛고 일어선다
Chapter 05. 카를 마르크스
자본주의는 과학적으로 비판될 수 있다
Chapter 06. 레옹 왈라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양립할 수 있을까
Chapter 07. 존 메이너드 케인스
사상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희망
Chapter 08. 블라디미르 레닌
경제학은 혁명을 기획할 수 있는가
Chapter 09. 박현채
민족이라는 급진과 경제라는 현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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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내용
– 애덤 스미스 : 이기심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방법
현경제학의 시조가 되는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산업혁명 초기의 충격 속에서 「국부론」을 저술했다. 당시 중상주의적 사고가 만연하던 사회에 던진 「국부론」이 갖는 의미를 살피며, 또한 「도덕 감정론」을 통해 이기심과 공감 등 자본주의적 윤리를 성찰한다. 스미스는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나 자신을 두 개의 사람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하나는 관찰자이다. 그는 특정관점에서 나 자신을 그의 상태에 집어 넣어 나에게 어떻게 나타나는지 생각하는 자이며, 또 다른 하나는 내 자신이라고 부르는 그 사람이다. 첫 번째 사람은 판단자이며, 두 번째 사람은 판단을 받는 자이다. 도덕적인 인간은 본질상 두 개의 자아로 나뉘며, 양심의 소리에 하나가 된다. 그 양심은 바로 나를 바라보고, 듣고 판단하는 타자이다. 포스트모던의 도덕론에서는 ‘판단하지 말라’라고 하지만, 스미스에게 판단하는 것은 인간을 도덕적 존재로 만드는 실체라고 여겼다.
– 데이비드 리카도 : 노동이 가치를 만든다 믿었던 금융투자자
데이비드 리카도가 평상에 천착했던 문제는 ‘노동자, 지주, 자본가 계급 간의 분배를 규제하는 법칙을 밝히는 것’이었다. 영국 자본주의가 한창 꽃피던 시대를 살면서 동시에 고전학파 정치경제학의 정점에 다다른 인물이었다. 그는 지인이자 논적인 맬서스와 곡물법 논쟁을 벌이며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 자본 편에 서서 지주의 불로소득을 공격했다. 자유무역을 뒷받침하는 정교한 논리를 제공함으로써 피어오르는 영국 자본주의에 날개를 달아주기도 했다.
리카도는 스미스의 절대 우위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교 우위론을 발표했다. 1819년 이후 종신 하원 의원이 되었다. 참고로 그는 맬서스와 친한 친구였으며 유서에 있던 3인의 재산 상속인에도 포함시켰다. 또한 그는 노예 폐지론자로 동인도 회사의 회의에서 노예제도가 영국의 국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였다.
– 맬서스와 밀 : 모든 아들은 아버지를 딛고 일어선다
노동자 계급에 적대적이었던 「인구론」의 저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 그리고 경제학자이자 사상가로서 「자유론」을 완성한 존 스튜어트 밀. 두 경제학자는 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서 동일한 문제를 고민했지만 각자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당시 영국사회는 17세기에 청교도 혁명 등 위기가 있었으나 잘 극복하였고, 18세기에는 산업혁명으로 성장을 거듭했으며, 드디어 다가올 새로운 세기인 19세기 미래에 대해 부푼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맬서스는 그런 유토피아적 환상으로 낙관하던 사람들의 낭만적인 꿈을 앗아가 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밖에도 맬서스의 생전에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고 ‘인구론’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지만, 자신의 견해를 철회하거나 크게 바꾸지는 않았다.
19세기 비평가인 토머스 칼라일 (Thomas Carlyle)이 맬서스의 책을 읽은후 “경제학은 우울한 학문 (dismal science)’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1820년 윌리엄 고드윈은 맬서스의 인구 이론을 비판하기 위해 《인구에 대하여》를 저술하였다. 존 스튜어트 밀, 나소 윌리엄 시니어와 같은 경제학자들, 로버트 오웬과 같은 산업가, 윌리엄 헤즐리트와 같은 논객, 윌리엄 코베트와 같은 윤리학자 등도 맬서스의 이론에 비판적이었다.
– 카를 마르크스 : 자본주의는 과학적으로 비판될 수 있다
「경제학 철학 초고」, 「자본론」, 「공산당 선언」 등을 저술한 카를 마르크스, 청년 시절 마르크스가 강조한 ‘소외’의 개념은 어떻게 당대 정치경제학을 비판하는 ‘자본론’으로 연결될 수 있었을까? 사상가로서의 마르크스에 대한 평가는 20세기 사회주의의 실험과 실패라는 역사적 사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현실사회주의의 실패를 오로지 마르크스 탓으로 돌리는 것도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마르크스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기도 힘들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비판을 강조하고 그것을 대체할 공산주의 사회의 도래를 논했지만, 적어도 자본제 사회가 과거의 사회 (노예제 및 봉건제 사회)들보다는 진보된 것임을 인정했다. 마르크스는 윤리학에 관해서는 명징한 언설을 내놓은 적이 없지만, 학자들은 마르크스의 저술들이 도덕과 정의의 개념에 관해서도 논리적 귀결을 내놓고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 레옹 왈라스 :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양립할 수 있을까
슘페터가 “모든 경제학자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라고 추앙한 레옹 왈라스의 생애와 사상을 살핀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결합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에 매달렸다는 점은 흥미롭다. 윌리엄 제본스, 카를 멩거와 함께 ‘한계효용 이론의 선구자’로 여겨지며. 왈라스는 1874년과 1877년에 ‘순수경제학요론’ (Éléments d’économie politique pure)을 출판했고, 이는 곧 왈라스를 ‘일반균형 이론의 선구자’로 만들어주었다. 왈라스는 간단한 방정식에서 시작해서 점점 더 복잡한 식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통해 균형 이론의 토대를 놓았다. 왈라스는 또한 모든 시장에서 어떤 가격 체계 하에서도 총초과수요가치의 합은 항상 0이 된다는 ‘왈라스의 법칙’을 주장했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 : 사상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희망
20세기의 경제학자, 대공황의 한가운데에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썼다. 고전학파 경제학과 달리 불황과 실업이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제시한 케인스가 자신의 이론을 ‘일반이론’이라 칭한다. 평생 최고 엘리트의 삶을 살아왔던 케인스. 엘리트 경제학자였던 그가 당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릿속에 재현한 경제는 완전고용을 실현·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유방임주의가 아닌 소비와 투자, 즉 유효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보완책 (공공지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 이론 및 이에 입각한 정책, 그 기반을 형성하는 사상의 개혁을 ‘케인스 혁명’이라고 한다.
– 블라디미르 레닌 : 경제학은 혁명을 기획할 수 있는가
볼셰비키 혁명을 이끌고, 소련이라는 현실 사회주의 국가의 첫 번째 권력자 블라디미르 레닌. 혁명가이자 정치가였지만, 그의 경제학자로서의 면모를 살핀다. 제정 러시아의 혼란한 혁명 속에서 레닌이 경제학자로서 건설하고자 했던 새로운 사회, 새로운 경제체제는 제한적으로 도입한 신경제정책 (NEP)을 추진했다. 신경제정책(NEP)은 전시 공산주의로 파괴된 러시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실시된 것이며, 공산주의에 시장경제를 넣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볼셰비키 정부는 이에 개입하여 기업들의 독점행위 규제, 핵심 공산품 가격 규제 등의 정책을 통해 물가 상승율을 안정시키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 박현채 : 민족이라는 급진과 경제라는 현실
한국의 상황에 천착해 재야 경제학을 일궈온 박현채를 조명한다. ‘성장’에 대한 문화적 유전자가 지배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항 담론을 제안한 박현채. 박현채의 「민족경제론」가 지금의 한국 경제에 던지는 함의를 살핀다. 그의 ‘민족경제론’은 ‘농업 협업화’ 및 대기업 위주가 아닌 중소기업을 진흥하게 하고 수입대체 산업화를 통한 대외 의존에서 벗어난 자립 경제를 강조하였고, 이후 신식민주의 이론과 국가독점자본주의 이론을 합하여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창시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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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류동민
학사·석사·박사과정을 모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마쳤다. 국민대·서울대·서울시립대·순천향대·아주대·한국방송통신대·한신대에서 시간강사 생활을 했으며, 수협중앙회와 기아경제연구소에서는 경제동향 보고서 쓰는 일도 했다. 영산대학교 유럽지역통상학과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는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있다. 정치경제학과 경제학설사를 가르치며 ‘분배와 민주주의의 경제학’이라는 강좌를 새로 개설할 예정이다. <한겨레>와 <시사IN>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오랫동안 칼럼을 연재했고, 최근에는 <경향신문>에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일하기 전에 몰랐던 것들》,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 《경제학의 숲에서 길을 찾다》,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 등이 있다.
○ 마치며
본서에서 소개하는 오늘날의 세계를 만든 9명의 경제학자는 삶의 조건이 서로 달랐으며, 서로 다른 삶의 모멘트를 경험했고,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성격, 따라서 그들이 바꾸고자 했던 현실과 변화의 방식도 서로 달랐다.
경제학자들의 학문 세계가 그들이 살았던 사회의 구조와 맞닿아 있는 지점과 방식을 탐구한다는 의미에서 경제학의 역사는 사회과학의 영역이 된다.
연대기별로 건조하게 서술된 삶의 기록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경제학자로서의 삶의 목적을 설정하고 보람을 찾아갔는지, 그리고 좌절하면서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는지 이해하는 것은 인문학적 상상력의 몫이다. 본서는 이처럼 사회과학적 문제의식과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경제학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생생하게 다시 써내려간다.
이렇게 사회과학적 문제의식과 인문학적 상상력의 결합을 통해 경제학의 역사는 계속해서 재구성되고 다시 쓰일 것이다. 본서는 그런 시도중 하나의 조각이다.
발제: 임운규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