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인문학교실 ‘Pragmatism을 중심한 미국철학 이야기’ 중에서
미국의 철학자 · 심리학자 · 교육학자 존 듀이 (John Dewey, 1859 ~ 1952)
존 듀이 (John Dewey, 1859년 10월 20일 ~ 1952년 6월 1일)는 Vermont에서 태어나 John Hopkins대학과 Vermont대학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칸트의 심리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고등학교의 교사를 거쳐 시카고대, 미시간대, 미네소타대학과 콜롬비아대학에서 철학과 교수를 지냈습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심리학> 교과서를 집필했고 <시카고 실험학교>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기능주의 심리학자요 진보주의 교육학자요 미국의 민주주의, 여성운동 및 복지운동에 <참여하는 지식인>으로 활동했던 듀이는 프라그마티즘의 대표적 사상가입니다.

그의 저서 중 한국어로 번역이 된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민주주의와 교육, Democracy and Education>, 이홍우 옮김, 교육과학사, 2007. <교육의 도덕적 원리, Moral Principles in Education>, 조용기 옮김, 교우사, 2016. <경험과 교육, Experience and Education>, 엄태동 옮김, 박영사, 2019. <인간의 본성과 행위, Human Nature and Conduct> 최용철 옮김, 봄, 2020.
듀이는 이미 퍼스나 제임스가 제기했던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철학을 이해하였습니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이 세계, 곧 우리가 날마다 현실 속에서 부딪히는 삶과 단절된 관념의 문제를 다루는데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철학은 현실적 문제에 대하여 현실적 해답을 제시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한다>, <우리에게는 전부터 전해진 문제이든 살아가면서 생겨나는 새로운 문제이든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철학은 이 모든 문제의 역사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데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 그 문제들을 해결하여 실용적으로 풀어내는데 그 가치와 의미가 있다>.
듀이는 퍼스나 제임스로 부터도 영향을 받았지만 그가 태어난 해와 똑같은 1859년에 출판된 Charles Darwin의 <종의 기원>에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듀이는 다윈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자연 환경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인간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인간은 변화하는 자연의 한 파트이다. 인간은 수시로 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발버둥치는 존재요, 생존경쟁을 하면서 적자생존을 받아드리는 존재다> 듀이는 오래 전 고대 철학자 Herakleitos의 사상을 이어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anta rei! 만물은 끊임없이 흐르고 변화한다>, <자연도 변하고 그 변하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도 변한다. 변하는 자연에 대해 변하는 인간이 투쟁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삶이다. 인간은 그냥 심심해서, 재미로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생기니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생각이라는 걸 하는 존재다.> 그에 의하면 산다는 것은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일종의 도박 같은 것입니다. 작년에는 잘 되었으니까 금년에도 잘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리는 예측불가능한 세계 속에서 삽니다. Bush Fire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자연계와 생태세계는 보이지 않게 우리를 위협합니다. 지금 건강하다고해서 내년에도 잘 지낼 수 있을지, 지금 생겨난 코로나 바이러스만 극복해내면 앞으로는 안심하고 살아도 되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듀이에 의하면 이 불안하고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것은 다음 둘 중 하나입니다. 첫째는 신의 도움을 구하는 것, 둘째는 우리 스스로 주어진 상황을 통제하고 극복하여 실제적 유용성을 창출해 내는 것입니다. 첫째 방법은 종교와 윤리를 낳고 그것을 더욱 발전시킵니다. 초기의 정령숭배로 부터 각종 제사와 제의, 기도와 종교적 의례를 발전 시켜왔고 또 신들과의 흥정을 통하여 <하느님, 착하게 살게요, 나쁜 일 않할게요>하면서 윤리와 도덕을 고양시켜왔습니다. 두 번째, 주어진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각종 과학을 발전시키게 됩니다. 천문학과 기상학의 발전은 단순한 일기 예보를 넘어서 자연을 통제하고 순환의 주기를 조정합니다. 각종 의학의 발전은 인간의 건강을 지켜주고 생명을 연장시켜줍니다. 그러나 듀이는 이런 과학적 노력도 신의 도움을 구하는 종교적, 도덕적 방법과 마찬가지로 모든 인류의 불안을 완전히 제거하는 실제적이며 유용한 방법이 되지는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듀이는 여기서 이 둘의 협력과 상호 보완성을 제시합니다. 종교와 도덕은 과학과 기술과 더불어 서로 싸울 필요도 없고 싸울 대상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종교와 과학은 상호모순이 되는 게 아니다. 그 둘은 서로 대결하거나 충돌할 필요가 없다. 제발 싸우거나 대결하지 마라. 종교든, 과학이든 결국은 다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이 둘은 서로 제각기 다른 분야에서 제 할일을 하면된다> 듀이는 여기에서 미국적 실용주의가 나갈 길을 제시합니다. <누가 문제를 풀든지 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못하면 둘이서 해야 한다. 여기서 않되면 저기서 해보고, 저기가 어려우면 여기서 가능할 수도 있다> 미국의 프라그마티즘이 지향하는 것은, 불완전한 세계, 불완전한 인간, 불완전한 통제와 해결을 전제 하면서 효용성의 확대를 향한 최선의 노력이라 하겠습니다.
여기에서 교육학자 듀이의 교육철학에 대해 한 마디만 언급하겠습니다. 그에 의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 중 하나는 교육의 변화입니다. <교육이 변해야 인간과 사회는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듀이의 입장입니다. 듀이에 의하면 교육이란 단순히 지식의 전달이 아닙니다. 교육은 창조적이며 창의적이며 능동적인 자기 개발입니다. 선생은 교육의 전달자이고 학생은 교육의 수혜자가 아닙니다. 그 둘은 함께 가르치면서 같이 배우는 자들입니다. 학생은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의 주체입니다. 학교는 기술자를 생산해 내는 공장이 아닙니다. 선생과 학생이 같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삶의 실험장입니다. 그는 이를 가리켜 실용적 민주주의 교육이라고 부릅니다.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