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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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이야기
로드킬 (Roadkill)의 희생자들
야생동물 (野生動物)중에 가구리를 중요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생명체의 존엄성 (尊嚴性)을 모르던 필자의 어린시절, 개구리를 마구 학대(虐待)하던 행위가 회한 (悔恨)으로 다가온다. 개구리에 관심을 갖게 된, 두 개의 사건이 있었다. 어느 봄날, 비가 억수로 퍼붓는 밤길에 차를 몰며 산기슭을 돌고 있었는데 차도 (車道)를 뒤엎을 만큼 많은 개구리 떼가 차도 (車道)를 건네고 있었다. 차들은 줄지어 달려 오고 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로드킬 (영어: Roadkill) 의 현장을 똑똑히 목격하였다. 다른 하나는 시드니의 집 앞의 숲 속에 있는 냇물이 가뭄으로 밑바닥이 들어 났는데, 자작자작 고여 있는 냇가 귀퉁이에 올챙이 떼가 내몰려서 할딱할딱 단발마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개구리는 봄 신호등
개구리는 봄 신호등이다. 개구리는 경칩 (驚蟄)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다. 개구리가 경칩 상징이 된 것은 기후 측정이 어려웠던 과거에 개구리가 온도계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양서류 (兩棲類)인 개구리는 기온에 유독 민감한 동물로 꼽힌다. 이에 조상들은 개구리가 동면(冬眠)에서 깨는 시기를 보고 계절을 추측해 농사를 지었다. 물과 육지로 이동하며 서식해야 하는 양서류가 산란을 위해 육지에서 물로 성체가 된 가구리나 두꺼비는 물에서 육지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 들의 통로를 자동차가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붙인 이름이 두꺼비를 “자연 경고등”, “맹꽁이는 바닥 온도계다”라는 등의 표어가 등장한 것이다. 봄에 깜박깜박 신호를 보내는 양서류들이 침묵한다면 생명 가득한 봄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고 경고하고 있다. 양서류가 사라진 지구별은 한 종이 사라진 공간이 아니라 삶터가 모두 무너진 자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약 6,939종의 양서류가 사는 지구
봄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건 아마도 짝짓기를 하고 산란을 하는 개구리와 도롱뇽이 아닐까?. 지구에 진정한 양서류가 등장한 시기를 석탄기 (石炭紀)라 본다면 연약한 피부에 작은 몸으로 아주 오랜 기간 진화해왔다. 극지방을 빼고는 세계에 고루 흩어져 사는 것을 보면 이들 서식생태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먹이 사슬과 생텍계 (生態界) 고리에서 양서류는 안정된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현재까지 지구에는 약 6,939종 양서류가 있다. 개구리류가 88퍼센트 (6,132종), 도롱뇽류가 9퍼센트 (618종), 나머지는 무족 영원류 (무족영원목 (無足蝾螈目) 또는 무족목 (無足目)은 양서강의 한 목이다. 여기 속한 동물들은 다리와 발이 없다)가 3퍼센트 (189종)로 크게 세 개의 목으로 나눈다. 1985년 뒤부터 새로운 종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2012년에 파푸아 뉴기니 정글에서 발견한 개구리 (Paedophryne amaunensis)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척추동물로서 몸길이가 7.7밀리미터이다. 몸길이가 1.8미터까지 성장하는 중국 거대 도롱뇽 (chinese giant salamander)도 있어 크기가 매우 다양하다.
아가미, 피부, 폐로 숨 쉬며 살아가기
양서류 번식생태는 다양하고 신기하다. 한국의 개구리와 도롱뇽 대부분은 물이 흐르는 숲속 계곡이나 저지대 논 가, 저수지 또는 습지에 주로 흩어져 산다. 일부는 동굴 물속에서 번식하고 서식한다. 양서류 가운데는 물이 매우 귀하고 포식자가 많은 곳, 큰 꽃식물 꽃잎 속에 고인 물속에 알을 낳아 번식을 하기도 한다. 땅 위에 많이 적응한 종들은 새끼를 직접 낳아 생존율을 높이거나, 알과 유생을 자기 등 피부 속에 넣어 성장할 때까지 보호하기도 한다. 지구 생태계에서 가장 종족보존전략을 잘 터득한 분류군에 속한다.
대부분 물속에서 보내는 유생시기에는 아가미와 피부로 숨을 쉬다가 변태 한 뒤에는 피부호흡과 함께 대부분 폐호흡을 하며 물 밖 생활로 바꾼다. 하지만 영양상태가 좋지 않거나 환경변화가 심하면 물속에서 아가미로 지내는 우생시기 (幼生時期)를 좀 더 유지하며 육지 환경에 적응할 기회를 늘린다. 일부 종은 평생 아가미를 가지고 물속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환경에 적응한다. 이는 생물진화역사에서 폐호흡을 하는 육상동물로 진화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중간단계라 본다. 물속과 물 밖 생활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생활공간이 넓어졌지만, 동시에 얇은 피부로 호흡을 해야 하는 양서류들은 습지를 완전히 떠나 살 수는 없다. 생명의 힘은 참 대단하다. 특히 양서류들의 번식 본능은 놀랍다. 많은 곳에서 이른 봄 산란종인 산개구리와 두꺼비, 도롱뇽들이 알을 낳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런 개구리들의 향연은 새로운 삶을 탄생시키고자 하는 절박한 몸짓이 아닌가. 올해도 번식이 안정되게 잘 이뤄져 지구생태계 일원으로 그 몫을 다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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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3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민주화 실천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