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버큼힐, ‘Bidjigal Reserve’의 생태계 다양성 (多樣性)의 의미
여우 퇴치, 입간판 (立看板)의 중지
필자의 집 앞에 ‘Bidjigal’이라는 이름의 Reserve (보호구역)가 있다.
186헥타르 규모의 광활 (廣闊)한 보호구역이다.
이 보호구역내에 상당히 긴 산책로가 있어서 거의 매일 걸으면서 다양한 생태양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특히 계곡을 흐르는 시냇물 속에는 송사리를 비롯한 물고기들이 많아서 생태계가 살아있는 계곡이라는 생각을 하였었다.
최근, 이 보호구역에 특이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필자의 집 앞에는, 정기적으로 여우를 퇴치하기 위한 입간판을 세웠었는데 최근에 입간판을 공시 (公示) 하지 않고 있다.
카운슬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을 검색해 보니 그동안의 여유퇴치 작업이 지속되면서 숲속의 여우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 결과로 여우를 퇴치 (退治) 하겠다는 공시 (公示)를 할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숲 속의 생태계 변화
여우가 사라지면서 숲 속의 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카운슬의 모니터링의 결과에 의하면 쥐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그 영향으로 쥐를 잡아먹는 서쪽새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등, 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생태계의 생명체는 어느 것이나 구성요소로 서의 역할이 있다.
Bidjigal Reserve는 자연생태의 보고 (寶庫) 이며 애보리진의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 (遺跡地)이기도 하다.
한국의 유사한 사례가 많다.
한국의 가거도 (可居島)
한반도 서남단에 가거도 (可居島)라는 섬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9년 기준으로 인구는 494명 (남 280명, 여 214명)이고, 세대수는 290세대이다.
취락은 섬 남쪽의 선착장에 집중해 있으며, 북쪽의 동서 해안에도 취락이 일부 분포한다.
토지이용 현황은 논은 없으며 밭 0.13㎢, 임야 8.75㎢이다. 주민의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며, 소량의 채소류를 재배한다. 인근 해역은 난류인 제주해류가 통과하고 있어 각종 어족이 풍부하여 황금어장을 이루고 있다.
주요 어획물은 멸치·전복·농어·장어 등이다. 선사시대의 유물인 돌도끼·돌바늘·패총 등이 출토되었으며, 섬의 북쪽에는 소흑산도 등대가 있다.
그런데 격리 (隔離)된 이 섬의 생태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외래 동식물이 침입해서 가거도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가거도에 족제비
가거도에 없었던 족제비가 우연한 기회에 상륙해서 번식하며 가거도의 동물군을 혼돈 (混沌)에 빠뜨렸으며 이 섬에는 없었던 쑥과 쇠무릅과 같은 식물이 유입되면서 가거도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섬에는 밀사초라는 풀이 있는데 새들의 이동과 서식에 적합한 식물이지만 외래종인 쑥과 쇠무릅이 유입되면서 밀사초가 위축되고 새들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생태전문가들이 확인하였다.
생태계 평형은 생태계를 이루는 생물의 종류와 수가 급격히 변하지 않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생태계 다양성과 종 다양성이 중요하다. 생물종이 다양한 생태계에서는 어느 한 종이 사라져도 그 포식자는 다른 종을 먹이로 섭취할 수 있으므로 사라지지 않아서 생태계의 평행이 깨지지 않는다.
그러나 생물종이 단순한 생태계에서는 어느 한 종이 사라지면 그 포식자는 먹이가 없어 사라지게 된다. 생물자원은 인간의 생활과 생산 활동에 이용되는 모든 생물로 식량, 의약품, 유전자 자원, 생명과학 자원 등으로 쓰이게 된다.
과거에는 생물종 멸종 원인이 원석이나 화산 등에 있었지만 현대에는 기후변화 및 인간의 활동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한 집단의 멸종은 인간의 경제와 생활, 환경에 영향을 주고 있다.
생물종의 다양성의 중요성
생명체의 멸종 원인은 기존의 자연 현상에서 인간에 의한 직접적 원인으로 변해가고 있다. 환경오염, 불법 포획, 지구온난화 등 우리가 자초한 결과물이 생명체 멸종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생물 다양성 감소는 상당 부분 인간의 활동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전문가들은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난, 영양실조 등으로 많은 사람이 죽을 것으로 예상한다.
벌에 의해서 수분이 되는 과수와 채소, 곡물 생산에 영향을 주고 이는 식량 부족으로 이어져 인류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생물종 감소는 단지 해당 생물종이 사라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생물 다양성의 감소는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려 결국에는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생물 다양성의 보전은 인류의 건강과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생물 다양성 감소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다.
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3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민주화 실천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