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산삼 버금가는 식물 지치
식물학자 고 (古) 임세흥 (林世興) 교장
필자가 근무 (勤務)하던 여주 대신중·고등학교의 고 (古) 임세흥 (林世興) 교장은 식물학자 (植物學者)겸 한의사 (韓醫師)였다. 그는 만주 봉천에서 교육과 식물연구를 하다가 해방과 함께 월남하여 필자의 고향에, 여주 대신중·고등학교를 설립하고 후진양성과 전후에 피폐한 농촌재건을 위해 헌신한 교육자 겸 식물학자 (植物學者)였다. 고 (古) 임세흥 (林世興) 교장님은, 유일무이 (唯一無二)한 후생 (厚生)이라는 과목을 설정해서 특강 (特講)을 하였는데 내용은 한국전쟁 (韓國戰爭) 후의 피폐 (疲弊)해진 농촌을 부흥 (復興)시켜 낙원 같은 나라를 세우는 일에 기여하는 역군 (役軍) 되어야 한다는 교육이념 (敎育理念)이었다. 이 분이 후생시간에 지치라는 식물이야기로 한 시간 동안, 학생들의 넋을 빼놓은 일이 있었다. 감명 깊은강의 내용이 필자의 뇌리 (腦裏)에 각인 (刻印) 되어 있었는데 하루는 필자를 애지중지 (愛之重之) 하시던 할머니가 산나물을 하러 가시면서 보디가드 (bodyguard) 겸, 필자를 대동 (帶同) 하셨다. 필자는 산 나물이라야 취나물밖에 모르는데 할머니는 식물학자 못지 않게 산나물 이름을 아셨고 놀랍게도 귀한 산나물 지치를 찾았다고 외치시는 것이 아닌가? 고 (古) 임세흥 (林世興) 교장님이 예찬 (禮讚)던 그 지치 실물 (實物)을 할머니 덕에 처음 관찰 (觀察) 할 수 있었다. 지치는 한국의 각지 산과 들판 양지바른 풀밭에서 자라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보랏빛의 자초 (紫草)
지치는 지치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가 보랏빛을 띤다고 자초 (紫草)라 한 것이 지초 (芝草)로 결국 지치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자초, 지초, 지추라고도 부른다. 지치의 줄기는 곧게 위로 높이는 약70cm 내외로 자라나며 잎과 줄기 전체에 잔털이 많이 나는 것이 흡사 참깨와 비슷하지만 자연산 지치는 굵은 보라빛 뿌리가 나사처럼 땅속을 깊이 파고드는 특성이 있다. 지치는 예로부터 뿌리에서 자주빛 염료 (染料)로 사용하여 왔고 지치 뿌리는 산신령 (山神靈)도 캐 먹는다는 진귀한 식물로 여겨 왔다. 뿌리가 마르면 자주색을 띠는데 이 뿌리를 말려서 한약재 로 사용하거나 자주색 염료, 홍주, 감홍로 등의 첨가물로도 쓰인다. 대한민국, 일본, 중국 동북지방 등에 분포하며, 기원전 1,400년부터 역사에 등장했고 기원전 600년 춘추전국시대 에 이미 자색 옷을 착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지치의 학명 (學名)은 (Lithospermum erythrorhizon-)이다. 한방 (韓方)에서 주장하는 약효 (藥效)는 거의 만병통치 (萬病通治)에 가깝다. 치지에는 산삼이 무색할 정도의 사포닌 과 피루브산키나아 (pyruvate kinase) 제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항산화성분도 함유하고 있어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고 재생시켜 주기 때문에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한다. 또한 지치는 혈관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지치에 함유된 시코닌 (shikonin)
지치에 함유된 시코닌 (shikonin), 아세틸시코닌은 (acetyl shikonin)은 혈전을 방지하고 혈압조절과 혈액순환을 도와주기 때문에 각종 혈관질환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치에는 각종 미네랄 (mineral)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면역력을 높여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치는 민간에서 고질병이나 난치병 등을 고치는 약재로 알려져 왔다. 오래 묵은 지치는 산삼보다 더 좋은 신비로운 약초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 지치와 산삼 삼지구엽초 와 함께 3대 신약 (神藥)이라 불릴 만큼 최고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치가 함유하고 있는 생약성분을 열거해보면 왜? 높이 평가하는지 유추 (類推)할 수 있다. 지치에는 나푸로키논 유도체인 니세틸시코닌, 알칼로이드 시코닌 (shikonin), 루틴 (rutin),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동의보감 (東醫寶鑑)
동의보감 (東醫寶鑑)에서는 지치는 맛이 달고 쓰며 성질은 차고독성은 미약하다. 황달 (黃疸)을 낫게 하고 오줌은 잘 나오게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지치 먹는 방법은 보리 차처럼 연하게 끌 여서 하루에 1-2잔씩 꾸준하게 마시라고 한다. 지치가 이와 같은 평가를 받다 보니 관련기관에서 연구와 개발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지치 뿌리의 다량 함유되어있는 시코닌 (shikonin) 화합물에 대한 기능성은 규명된 바 있다 (한국식품연구원).
새로 육성한 대홍 (大紅) 지치
전남도농업기술원 (원장 김성일)은 약효성분이 높은 토종 약초 지치 ‘대홍’을 국내 최초로 육성해 농가에 보급 중이라고 밝혔다.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육성된 품종이 없어 농가는 주로 재래종을 재배하고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이 새로 육성한 대홍 (大紅) 지치는 종실의 크기가 균일하고 무거워 종자생산량이 재래종보다 1.8배가 많아 종자보급에도 매우 유리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뿌리 생산량도 1.5배가 높아 농가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하며 현재 지치의 국내 소비량은 연간 50톤으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주로 홍주 (紅酒) 색소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 생산량은 재배면적 5㏊에서 약 8톤 정도이며 자급율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주산지는 전남 진도이며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김명석 기술원 식량작물연구소 연구사는 “이번에 육성한 대홍 지치는 생육 특성이 우수하고 종자 수확량이 많아 농가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뿌리 생산성과 약효성분 함량이 높아 지치 재배농가의 소득향상 및 생약재 수입대체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 약초 종자 자급률을 높이고 전통 홍주 색소원료 및 생약재 안정생산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신품종 대홍 (大紅) 지치 종자를 조기에 농가분양해서 지역 특화단지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투유유 (屠呦呦)의 개똥쑥
2015년에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한 중국의 의학자인 투유유 (屠呦呦)는 개똥쑥에서 추출한 아르테미시닌 (artemisinin) 성분을 말라리아 치료제로 개발하여 말라리아 퇴치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바 있다. 우리 주변의 산야 (山野)에는 보석 같은 식물들이 널려 있다. 산야초 (山野草)의 가치는 뛰어난 생명력에 있다. 산야초는 자연을 둘러싼 자연환경과 늘 부딪치며 살아간다. 자연의 치열한 생존경쟁은 산야초의 생명력을 더욱 강하게 한다.재배채소는 뜯은지 2∼3일이 지나면 시들어 버리지만 산야초는 1주일이 지나도 싱싱함을 유지한다. .또한 영양면에서 재배채소와 큰 차이가 있다.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 등도 재배채소보다 월등하지만 특히 성인병 예방에 좋은 섬유질, 무기질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산야초 (山野草)의 자연의 신비 (神秘)를 인식해야 한다.
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3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민주화 실천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