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석류나무 이야기
경기도 여주
성호르몬 지켜준다는 석류, 남성이 먹어도 좋을까? 어제 (2024.5.7.) 필자는 뜨락의 석류나무에서 30여개의 튼실한 석류를 수확했다.
시드니는 최근 석류 수확기이다.
필자의 고향, 경기도 여주는 추운지방인 한수이북으로 온대성의 석류나무가가 자랄 수 없는 곳이다. 선친께서 늦가을에 석류나무 한 그루를 땅속에 묻었다가 이른 봄에 캐내서 다시 심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석류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 과일이다. 중동지역에서는 고대 페르시아부터 쭉 석류를 염료의 원료로 이용해 왔다.
석류로 염색을 하면 삼베처럼 조직이 변한다고 한다.
변영노의 詩 “논개”
빨갛고 단단한 껍질 안에 알알이 박힌 새빨간 씨앗들. 석류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여성에게 인기다. 변영노의 詩 “논개”의 시구 (詩句) 중에 “석류속 같은 그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란 구절이 있다. 영롱한 석류의 속알갱이를 보면 찬사를 아낄 수가 없다. 석류의 주산지인 이란과 튀르키예 방면 중동지역에서는 석류에 관한 전설이 전해져 온다. 꽃과 나무, 과일이 귀한 지방에서 생명이니 지혜니 하며 귀한 의미를 담아 대접했다. 석류의 매력적인 색깔은 염료의 원료로도 쓰이도록 했다. 아울러 면 옷을 석류로 염색하면 삼베처럼 조직이 변하기도 해 고대 페르시아부터 쭉 사용해 왔다고 한다.
석류 속 무수한 알갱이는 자손 번창의 의미
석류가 외국이 주산지인 과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히 귀한 취급을 받았다. 다산을 중요시하는 풍토에서 석류 속에 박힌 무수한 열매가 자손 번창의 의미를 가지면서 혼례복인 활옷이나 원삼, 여러 문인의 그림 곳곳에 등장한다. 옛날에는 자손은 곧 재산이었고, 풍요로움 이었다.
동의보감에도 석류가 등장한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면서 신맛이 있다고 했다. 신맛은 갈증을 없애고 기운이 흩어지는 것을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석류에서 효능이 강한 부위는 석류의 껍질이라고 한다. 이 부분을 달여 먹어서 회충을 없애는 쪽으로 사용했는데 지금은 회충약이 워낙 잘 발달해 있으니 그 목적으로 먹을 사람은 없겠다. 하지만 석류껍질은 장도 편안하게 해 주어 만성 설사에 도움이 되며, 남성의 기능을 도와준다고 언급이 되어 있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젠-estrogen)
요즘 석류에 관한 연구는 항산화제와 천연적인 여성호르몬 (에스트로젠) 전구체에 상당히 많은 할애를 하는 듯하다. 여성을 위한 과일이라고 불릴 정도로 석류 안에는 에스트로젠 전구체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스트로젠은 여성의 건강과 미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에스트로젠 덕분에 여성이 심장병에 걸릴 확률도 줄어들고, 골다공증도 예방된다.
항산화, 항노와 작용
석류는 항산화, 항노와 작용을 해 여성이 꼭 먹어야 할 과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석류는 남성의 기능을 좋게 하는 효과도 갖고 있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밝혀졌다. 영국의 의학전문지 『렌싯』 에 따르면 체내 에스트로젠 양이 많은 여성은 10년 이상 젊어 보인다고까지 발표했다. 또 전북대 병원에 따르면 8주 동안 석류를 섭취하니 11가지나 되는 갱년기 증상이 완화됐고, 폴리페놀의 일종인 엘라그산은 유방암 세포 생장 전이도 억제했다. 그래서 평소 예뻐지고 싶은 여성뿐만 아니라 특히 폐경 이후의 중년이 많이 찾는 이유가 됐다. 이 역할을 하는 부분은 투명한 열매에도 있겠지만, 가장 많은 부분은 열매를 둘러싸고 있는 하얀 막과 열매 안에 박혀 있는 씨앗 속에 있다. 다행히 씨앗은 먹을만 하니 석류를 먹을 때는 참고해서 꼭 먹어야겠다. 석류에는 폴리페놀과 안토시아닌이 풍부하게 있어서 항산화, 항노화 작용을 한다.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스 중 폴리페놀이 가장 풍부한 것으로 조사가 됐다. 또 칼슘은 바나나의 2배, 아연도 키위의 2배, 칼륨은 블루베리의 3배, 이런 미네랄 외에 각종 비타민도 풍부한데, 엽산은 크랜베리의 30배 이상이나 들어있다.
바이오사이언시스 – Biosciences
이런 효능 때문에 여성이 꼭 먹어야 할 과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의 미 (美) 하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클레오파트라와 양귀비가 즐겨 먹은 과일로 손꼽힌다. 그런데 재밌게도 남성에게도 상당히 좋은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동의보감에서 언급한 것으로 남성의 기능을 좋게 한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밝혀졌다. 오랜 역사와 문화 속에서 인체를 이롭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현대과학은 그 실체를 속속 밝히고 있는 것이다. 석류도 그 대표적인 사례임이 틀림없다. 바이오사이언스 (Biosciences-생명과학) 분야 전공자는 2019년 현재 215,000여 명 (전체의 11%), 석사 33,000여 명 (전체의 13%), 박사 12,000여 명 (전체의 25%)에 이른다고 한다. 바이오 사이언스의 학술적 가치나 경제가치는 수치로 가름하기는 불가능 하지만 향후 무한발전 가능한 분야임에 틀림없다.
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3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민주화 실천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