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아홉살 인생과 버드나무 이야기
이연실의 ‘새색시 시집가네’
필자는 이연실의 “새색시 시집을 간다네” 라는 곡을 좋아 한다. 서정적이고 애잔한 맬로디가 까마득한 어린시절을 떠 올리게 한다. 작가 위기철의 “아홉살 인생” 이라는 소설이 있다. 필자의 손녀가 아홉살 즘 되었을 무렵 자기 장래에 관해 고민이 많다는 말을 해서 깜짝 놀란 일이 있었는데 아홉살 즘부터 인생사에 관해 눈을 뜨게 된다는 것인가? 필지의 아홉살 때는 초등학교 2-3학년이었다. 일제 감강정기의 일본 교과서로 일본 천황 칭송의 세뇌교육을 받은 기억이 생생하다. 사람이 아홉살 이면 알 만치 아는 것 같다 .
아홉살인생
최근에 매스컴을 타는 유명인 들을 봐도 아홉살 무렵에 재능이 드러나는 것 같다. 그 사례로 축구산수 이강인 이나, 탁구선수 신유빈이 이맘때즘 세상에 알려졌다. 이연실의 아홉살 시집간다는 것이 허황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위기철의 “아홉살 인생” 의 줄거리와 이연실의 “새색시 시집가네” 는 다분히 시 (詩)적인 표현인 것 같다. 가수 남궁옥분은 아홉살 새색시 라고 부르기 거북해서 “열아홉살 새색시 시집을 간다네”로 불렀다. 가사의 어구가 정겹고 아련한 어린 시절을 떠 올리게 한다. 더구나 “수양버들 춤추는 길에” 라는 구절은 고향 냇가의 수양버들을 연상하게 한다.
수양버들
많은 나무가 있지만 수양버들은 물이 흐르는 마을 냈가에 심어지기 때문에 어린시절의 추억이 깃들기 마련이다. 수양버들은 이야기 거리가 많다. 새색시 시집가의 가사는 버들중에도 수양버들이다. 수양버들은 당나라 수양제 (隨煬帝)에서 어원 (語源)이 되었다는 설 (說)이 있다. 세기 (世紀)의 토목공사인 만리장성 (萬里長城)을 쌓면서 수양버들의 식재 (植栽)가 팔요했을 것이다. 양제 (煬帝)가 황하와 회수를 잇는 대운하를 건설할 당시 운하 제방에 버드나무를 심었는데, 대운하를 만들면서 백성들에게 상을 주며 많이 심게 하였기에 붙여졌다는 설이 있고, 양제가 무더운 날씨에 광릉으로 행차할 때 우세기 (虞世基)라는 관리가 둑에 수양버들을 심자고 제안하였고, 이를 수락하여 백성들에게 수양버들 한 그루씩을 바치면 비단 한 필을 하사하겠다고 하자 백성들이 앞다투어 바쳤고, 양제는 기뻐하며 친히 수양버들에 자신의 성인 양 (楊)을 붙여 양류 (楊柳)라고 이름을 하사하였기에 이와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는 설이 있다. 중국어에서 이와 같은 양류의 별칭으로는 수양류 (垂楊柳)도 존재한다.
버드니무의 아스피린 원료
구상에 부지기수 (不知其數)의 식물들이 생태계의 역할이 있고 고유성분을 지니고 있지만 수양버들의 기능성은 식물중에서랭킹안에 들 정도인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아스피린 원료가 수양버들에서 추출한다는 것이다. 버드나무는 부러진 팔다리에서도 퍼질 수 있는 능력이 있어 특별하다. 버드나무 가지를 땅에 심으면 싹이 트고 새 나무로 자랄 수도 있다. 이 유기적 과정은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적응성, 성장 및 끈기를 강력하게 나타낸다. 버드나무처럼 우리도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심지어 번영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버드나무의 이 특별한 특성은 재생과 낙관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생명이 다시 나타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버드나무는 도깨비나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버드나무 종류의 나무들은 모두 물과 친한 성질이어서 대개는 개울이나 연못 가장자리에서 자란다. 그러다 보니 나무줄기는 습기가 가득 차 있게 마련이다. 마를 새 없는 나무줄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썩어 들기 쉽다. 특히 비가 많이 내려 공기가 습한 여름이면 부식은 더 심해진다. 그러다 보면 줄기 한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건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구멍이 바로 도깨비 소굴이다.
도깨비불의 정체
하루살이를 비롯해 여름철 날벌레들이 우연 찮게 이 구멍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구멍은 생각보다 깊어서 어두운 안쪽에 들어간 벌레들은 일쑤 되돌아 나오는 길을 잃곤 한다. 하릴없이 어두운 구멍 안에서 시체가 되어 쌓이게 된다. 때로는 들쥐와 같은 설치류도 그 구멍 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에 더 반짝거린다. 게다가 이 음울한 빛은 흐르는 바람을 따라 춤추듯 흔들리는데, 이 빛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던 옛 사람들은 이를 도깨비불이라고 부른 것이다. 도깨비불이 살아 머무는 왕버들을 도깨비나무, 혹은 ‘도깨비버들’이라고 했다. 한자로도 ‘귀류(鬼柳)’라고 썼다고한다.
버드나무의 교훈
물과 친한 왕버들은 심지어 연못 한가운데에서도 잘 자란다. 영화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진 경북 청송의 주산지는 오랜 세월 연못 속에서 크게 자란 여러 그루의 왕버들을 볼 수 있다. 흔히 버드나무를 이야기하면 가지가 땅으로 길게 늘어지는 능수버들이나 수양버들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버드나무 종류에는 버들피리를 만드는 데 쓰는 갯버들, 가지가 배배 꼬이며 솟아오르는 용버들을 비롯해 40여 종류가 있다. 종합하면, 버드나무는 역사와 전설이 있는 나무로,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나무는 다양한 문화와 신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사람들에게 영적인 지혜와 힘을 상징하는 나무로 여겨져 온 것이다. 또한, 버드나무는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3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민주화 실천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