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야생초 (野生草)의 약효 (藥效) 이야기
익모초 (益母草)
필자는 어린시절, 토속신앙 (土俗信仰)과 전래요법 (傳來療法)으로 손자 손녀를 보살펴 주시던 할머니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성장했다.
할머니께서는 야생초 (野生草)에 약효 (藥效)가 있다고 굳게 믿고 사셨다. 야샹초의 가지 수는 부지기수 (不知其數) 이지만 할머니께서 애지중지(愛之重之) 하시던 두 가지의 야생초 (野生草)를 살펴본다.
필자는 할머니께서 조제 (調製)한 쓰디쓴 익모초 (益母草) 즙 (汁)을 많이 마셨다.
익모초 (益母草, 영어: motherwort)는 꿀풀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이다. 여름, 가을에 싹을 틔워 어느 정도 자라다 겨울을 지내고 이듬해 봄부터 급속히 성장한다. 물이 잘 빠지고 통풍이 잘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잘 자란다.
익모초는 어머니에게 이로운 풀이라는 뜻으로, 어머니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 이로운 풀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 원산이며 일본, 대만, 중국에도 서식한다.
한방에서 말하는 익모초의 효능 (效能)
익모초는 혈액 순환에 좋은 풀이다. 그래서 여성들의 생리통이나 생리불순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생리불순으로 임신이 잘 안 되는 경우에 효과가 있고, 또 출산을 한 후에는 자궁 수축을 도와주어 약으로 쓴다.
여름 더위병 치료나 식욕 증진에도 효과가 있다. 또, 꽃에 꿀이 많아서 양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익모초가 주변에 몇 포기 있으면 따로 번식에 신경 쓰지 않아도 저절로 씨앗이 떨어져 잘 자란다. 주변에 워낙 흔해서 씨앗을 따로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구절초 (九節草)
구절초 (九節草)의 환 (丸)은 거의 가정의 상비약 (常備藥)이었다. 구일초 (九日草) · 선모초 (仙母草)라고도 한다. 구절초라는 이름은 아홉 번 꺾이는 풀, 또는 음력 9월 9일에 꺾는 풀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학명은 Dendranthema zawadskii var. latilobum (Maxim.) Kitam.이다. 높이는 50㎝ 내외이고, 땅 속줄기가 옆으로 길게 뻗으면서 번식한다.
잎은 난형 또는 넓은 난형이며, 가장자리가 1회 우상 (羽狀)으로 갈라져 있다. 측렬편 (側裂片)은 흔히 4개로 긴 타원형이며, 끝이 뭉툭하고 가장자리가 다소 갈라지거나 톱니가 있다.
꽃은 9∼11월에 담홍색 또는 백색으로 피며, 가지 끝에 두상화서 (頭狀花序: 여러 개의 꽃이 꽃대 끝에 모여 머리처럼 보이는 꽃차례)로 달린다. 두상화서의 가장자리 꽃은 설상화 (舌狀花)이고, 복판의 꽃들은 관상화 (冠狀花)이다.
열매는 수과(瘦果: 여윈 열매. 모양이 작고 익어도 터지지 않으며 한 개의 씨를 가짐.)이다. 높은 지대의 능선에서 군락을 형성하여 자라지만, 들에서도 흔히 자란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일본·만주·중국에도 분포한다.
개화시기는 9월이며, 9월에 꽃이 피고 약성도(藥性度) 높은 9월에 채취하여 약용으로 사용한다. 국화과의 구절초는 우리나라에는 야생으로 산에 자생하고 약재용으로 재배를 하기도 한다.
구절초 효능
구절초 효능은 많기도 하나 그 중 치풍 (治風)과 부인병 그리고 위장질환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초 (全草)를 약재로 사용할 때는, 활짝 핀 꽃과 시들지않은 잎과 줄기를 사용하며 음력 9월 9일경에 채취하여 깨끗이 씻어 4Cm 정도로 잘라 바짝 말려 달여서 복용한다.
구절초는 모양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가치가 높으며, 재배도 가능하다.
또한 예로부터 월경 불순 · 자궁 냉증·불임증 등의 부인병에 약으로 쓰여왔다.
익모초나 구절초는 농작물이 아니라 한국인과 함께 유구한 세월속에서 줄기차게 삶을 이어온 야생식물이다.
생태계에서 어느 생명체나 서로 무관한 것은 없다. 익모초나 구절초도 인간과 생존전략을 공유하며 진화해 왔을 것이다.
그런 과정속에서 터득한 지식이 민간요법으로 남은 효험이라고 생각된다.
온갖 특효약품이 범람하고 있는 세상인데 잡초에 가까운 구절초와 익모초를 쳐들어 본다.
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3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민주화 실천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