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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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 이야기
“엉겅퀴”의 어원(語源)
엉컹퀴는 “언들구리” 또는 “헌들구리”라고도 불린다.
“언들구리”의 “언”은 “가시”를 의미한다.
“가시>아시>애=안”의 변형을 거쳐서 “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가시>아시>애=안”이라는 변화를 거쳐서 “아내”라는 말이 되는 것과 비슷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엉겅퀴”의 “엉”은 바로 이 “언” 즉, “가시”라는 말이다. “엉겅퀴”의 “겅”은 “들”의 변형이다. “엉겅퀴”의 “퀴”는 “개 (芥)”와 통하는 말로 “풀”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엉겅퀴”는 “언들구리”와 같은 말이며, “가시잎풀”이라는 말이다. “엉겅퀴”는 “잎”에 “가시”가 많이 나 있는 식물이다. ‘엉겅퀴’라는 어원 (語源”의 다른 해석도 있다. “엉겅퀴”이름은 피를 엉기게 하는 성질이 있어 붙은 이름이라는 주장이다. 넘어지거나 칼이나 낫에 베어 피가 날 때 엉겅퀴를 찧어 바르면 금방 피가 멎는다는 것은 옛사람들의 생활 상식이었다.
1690년에 나온 <역어유해>에 이미 ‘엉것귀’라 나와 있는데, 이는 엉기다와 엉겅퀴의 한자말 귀계 (鬼薊)의 ‘귀’가 합쳐진 것이라고 추정 (推定)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곧, ‘엉기는 귀신풀’ 정도의 뜻이 된다. 키가 크고 가시가 많아 ‘항가시나물’, ‘가시나물’이라고도 한다. 큰 것은 1m가 되는 것도 있는데, 이때 크다는 뜻의 ‘한’이 ‘항’으로 변한 것이다. 톱니잎의 가장자리가 모두 가시로 되어 있어서 찔리면 따끔거린다. 한자말로는 빛이 붉어 ‘야홍화’ (夜紅花), 약이름으로는 ‘대계’ (大薊)라 이른다.
황폐 (荒廢)의 상징 식물 – 엉겅퀴
성경 상에 나오는 에덴동산은 인간이 하느님과 더불어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나무들이 있는 지상낙원이다. 하지만 인간들은 하느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에덴동산 밖으로 쫓겨나게 된다. 이때, 하느님께서 땅이 저주를 받아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어 종신토록 수고하여야 먹을 것을 얻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엉겅퀴는 아직 가시가 굳어지기 전의 어린 싹일 때는 목초가 귀한 팔레스타인에서 양이나 염소의 먹이가 되기도 하지만, 자라면서 억세고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어느 동물도 접근할 수 없다. 이렇듯, 성경 상에서의 엉겅퀴는 하느님이 인간에게 내리신 저주의 표상이요, 아울러 황폐의 상징이다.
엉겅퀴는 메마른 땅보다 밭 가장자리나 버려진 땅, 휴작한 묵밭 같은 곳에서 잘 나며 길섶에도 흔히 자란다. 인간을 에덴동산에서 쫓아내실 때 땀 흘려 수고해야 밭의 소산을 먹을 것이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생각하면 엉겅퀴는 게으른 자의 밭에 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데 높이 50~100센티미터이고 전체에 흰 털과 더불어 거미줄 같은 털이 있다. 뿌리잎은 꽃필 때까지 남아 있고 줄기 잎 보다 크다. 꽃은 6~8월에 피고 자주색에서 적색이다. 엉겅퀴는 종류가 많으며 어린 순을 산나물로 먹을 수 있는데 보기보다는 좋은 산채이다. 우리는 흔히 봄에 돋아나는 비교적 가시가 연한 어린 잎을 이용하며 살짝 데쳐서 약간 쓴맛을 우려낸 뒤 나물로 무치기도 하고 볶아도 좋고 국거리로도 이용한다. 그러나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어린 순보다 크게 자란 줄기를 이용하는데 굳어지지 않은 것을 잘라 잎을 쳐내 버리고 껍질을 벗긴 후 엉겅퀴의 대궁을 생으로 샐러드나 국거리, 튀김 등에 이용하며 삶아서 볶음이나 조림, 저림 등 다양하게 조리하는데 향기롭고 맛도 좋으며 씹히며 사각거리는 맛을 즐겨서 더 중요시하고 있다.엉겅퀴는 종류가 많다.
가시가 부더러운 울릉도에 자생하는 섬엉겅퀴, 유럽 원산으로 귀화 토착화된 지느러미 엉겅퀴, 고려엉겅퀴, 도깨비엉겅퀴, 가시엉겅퀴, 참엉겅퀴 등이 흔히 어린 순을 식용하는 종류이다. 엉겅퀴는 잎 줄기에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회분, 무기질, 비타민 등이 함유되어 있는 영양가 높은 식품이다. 성숙한 뿌리는 약용으로 이용한다.
엉겅퀴 효능
엉겅퀴는 정력을 보강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엉겅퀴를 우리말로는 조방가새, 약 이름으로는 소계라 하며, 1미터가 넘게 자라는 엉겅퀴를 우리말로는 항가새, 약 이름으로는 대계라고 한다. 두 가지 모두 약으로 쓰지만 주로 약효가 더 좋은 대계를 많이 이용한다.
독은 없으며 맛은 달고 이뇨, 해독, 소염작용이 있으며 열이 혈액의 정상 순환을 방해하지 않도록 다스린다. 지혈작용이 있어 각종 출혈, 예를 들면 토혈, 코피, 잇몸출혈, 대변출혈, 소변출혈, 자궁출혈 등에 응용된다. 또,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굳어 버려 통증과 응어리를 일으킬 때 혈액이 원활히 순환될 수 있도록 돕고, 쌓인 응어리를 깨끗이 청소해 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타박상이나 부스럼, 종기 등을 비롯한 악성종양에도 효과가 아주 좋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정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노인이라도 30그램씩 생즙을 내 마시면 잃었던 정력이 다시 샘솟는 효험을 볼 수 있을 정도다.
따라서 조양이라고 하는 아침 발기(發起) 현상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려면 허리가 아파서 꼼짝 못하거나, 소변 줄기가 시원치 않고 소변을 보고 싶어도 금방 배뇨가 이루어지지 않는 증상이 있는 남성들에게 적합하다고 한다. 물론 달인 다음 마셔도 약효를 볼 수 있지만 오래 끓일수록 약효는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다리에 힘이 없고 발바닥이 화끈거리며 열이 달아오르는 자각증이 있을 때, 또 성욕이 줄어드는 것을 말할 것도 없고 성생활의 질이나 양이 전만 못하다고 느낄 정도여서 인생 전반의 의욕마저 떨어질 때, 더구나 입이 잘 마르며 항상 뒷머리가 무겁고, 목과 어깨가 짓눌리는 듯한 증상이 있을 때 더없이 좋은 것이 엉겅퀴차다. 옛날에 스코틀랜드에 침입한 바이킹 (Viking)의 척후병 (斥候兵)이 성 밑에 난 엉겅퀴가시에 찔려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성내의 병사들이 깨어나 바이킹을 물리쳤다 하여 구국 (救國)의 공로로 스코틀랜드의 국화 (國花)가 된 것으로도 유명한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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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농업기술명인 심재석 대표 (임실생약)
특정인에 관한 내용이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한국의 공공기관에서 인정된 사실이기에 심대표의 엉겅퀴연구 업적을 소개한다. 한국 토종 엉겅퀴 중에 한 종류인 임실지역에서 자생하던 자생 엉겅퀴를 국내 최초로 재배에 성공하여 연구 개발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 심재석 대표 (임실생약)가 있다. 특징적으로 임실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는 토종 엉겅퀴가 간기능보호에 매우 탁월하다는 점에 밝혀내고 이를 연구한 결과로서 숙취해소제품 ‘엉쿨환’이라는 제품을 탄생시켜 성공을 걷은 인물이다. 한국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임실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는 엉겅퀴 추출물에는 알콜성 간손상 억제에 뛰어난 효과가 있으며 함께 연구한 조성물로서 토종 민들레는 알콜성 위염 손상 억제에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또한 전주대학교 의과학대학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임실엉겅퀴 추출물은 지방간염 관련 염증인자 감소와 중성지방 감소, 혈중 GOT 및 GPT의 함량 감소, 지방 간염 개선 효능 등을 규명하여 SCI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 저널)급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바가 있으며 전주 생물소재연구원과의 공동연구 결과에 의해서도 엉겅퀴 추출물의 간 성상세포 활성 억제 효과를 밝혀내 특허를 등록했다. 이러 한 연구를 기반으로 개발한 숙취해소 ‘엉쿨환’은 피로회복과 속 편함을 동시에 해소하는 숙취해소제로 음주 전. 후 특히 숙취상태에서 섭취하기 편리하게 미니 환 형태로 만들어 목 넘김이 좋고 환 알맹이 마다 벌꿀을 코팅하여 약재 특유의 쓴맛을 최소화하여 거부감없이 섭취할 수 있도록 제형화 한 품격 높은 제품으로 탄생시켜 사업을 성공시켰다. “최고농업기술명인”이라는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상 (賞)이 있다. 농촌진흥청이 2009년부터 최고 수준의 농업 기술로 지역 농업과 농촌 발전에 기여한 이들 중에서 선정하고 있다. 해마다 식량, 채소, 과수, 화훼·특작, 축산 분야별로 1명씩 5명만 뽑는데 지난해까지 총 56명이다. 심 대표는 2016년 명인이 라는 타이틀의 상을 받았다. 새로운 제품 개발에 몰두하던 중 심 대표는 어릴 적 “엉겅퀴 한 가마니면 쓰러진 사람도 일으켜 세운다”던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2005년에 재배를 시작해 2011년께 재배 방법을 어느 정도 터득했다. 2018년에 이르러 엉겅퀴 재배법이 정립됐다고 한다. 그는 엉겅퀴는 연구를 통해 엉겅퀴가 뿌리보다 지상부의 효능이 더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부위별, 채취 시기별, 재배 고도 별 등 특징을 연구했다. 아집에 빠진 외톨이 연구가 아니라 농촌진흥청,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 전주대, 아주대, 가천대 등 정부 기관 및 학계와의 공동 연구였다. 그 결과 학술논문 15편, 관련 특허 6건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엉겅퀴를 원료로 한 제품에 대해 설명하는 심 대표는 여러 연구와 재배 경험을 통해 토종 엉겅퀴가 밀크씨슬로 불리는 서양 엉겅퀴에 비해 효능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간 기능 개선, 관절염 치료, 면역력 증진 등에 목표를 두고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받기를 추구하고 있다. 심 대표는 엉겅퀴를 원료로 액상차, 티백차, 발효분말, 발효 농축액, 식초, 젤리, 크림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향후 옥수수수염차를 대체할 수 있는 건강 기능성 음료 시장 원료로 엉겅퀴를 활용할 계획이다. 임실생약은 지난해 기준 17농가에 계약재배를 실시하고 많은 농가가 엉겅퀴를 재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을 위해서 엉겅퀴 꽃이 피는 5월에는 밭이 테마공원으로 바뀐다. 이곳을 임실의 대표 관광 명소로 만들어가는 것도 심 대표의 꿈 중 하나다. 이 같은 공로로 지난해 4월 농촌융복합산업인 으로도 선정됐다.
엉겅퀴의 교훈 (敎訓)
엉겅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가지고 있는 식물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자기 방어와 보호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엉겅퀴는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날 수 있는 강인함과 적응력을 주목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노해의 시 (詩)를 소개한다
박노해의 시 (詩)
엉겅퀴
녹음이 점령한 여름산에
모든꽃들이 머리 숙일 때
홀연 꽃잎이 피어난꽃
진보라 고운 향가로운꽃
엉겅퀴
그러나 네이름은 곱지가 않구나
사람이 다쳐 붉은 피가 날 때
널 찢어 바르면 금방 피가 멎는다고
엉기는 귀신풀이라고 붙여진 이름
피흐르는 세상에 자기몸 던져
누군가를 살리고 치유하는 자는
너처럼 억센 가시가 있지
가시 돋친 자리 위에 부드럽게
피어나는
자주 보라 빛 강인한 사랑의 꽃이여
나는 가시 돋친 내몸을 헤치고
보드러운 그 곳에 내상처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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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3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민주화 실천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