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진딧물과 무당벌레와 개미의 삼각관계(2)
무당벌레는 여름의 폭염[暴炎]이나 겨울의 혹한[酷寒]에는 모든 것을 중지하고 잠을 잔다. 겨울잠, 동면[冬眠]을 하는 동물들은 꽤 있지만 여름에 덮다고 하면[夏眠]까지 하는 동물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무당벌레는 죽은척 하기 대장이다. 조금만 건드려도 무당벌레는 웅크린채 죽은척 한다. 무당벌레는 노란색의 고약한 냄새가 나는 액체때문에 새들은 거의 잡아먹지 않는다. 하지만 어른벌레나 유충에 기생하여 죽게하는 기생파리, 고치벌, 좀벌등의 기생곤충에 의해서 수가 조절된다. 기생곤충들은 무당벌레의 애벌레나 어른벌레 몸에 알을 낳는데, 기생당한 숙주는 양분을 빼앗겨 기생곤충의 애벌레가 빠져나와 번데기가 되면 죽는다. 그외 침노린재과의 육식곤충인 침노린재, 게거미도 무당벌레의 체액을 빨아먹는 천적들이다. 무당벌레는 동그랗고 알록달록한 겉모습 때문에 인간에게 친숙한 벌레중 하나다. 무당벌레의 붉은 빛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동시에 경계심을 유발하는 데 쓰인다. 농작물에 많이 생기는 진딧물은 여러 마리가 떼 지어 나타나 식물의 즙을 빨아먹어서 어린 순을 말라죽게 할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를 매개하여 식물에 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무당벌레는 그런 진딧물의 가장 큰 천적 곤충이라 할 수 있다. 하루 평균 한 마리의 무당벌레가 150마리 이상, 일생동안 5000마리 이상을 먹어 치운다고 하니 살아 있는 농약이라 불릴 만도 하다. 진딧물을 배부르게 잡아먹은 무당벌레는 역시 진딧물이 많은 식물 근처에 알을 낳는다. 노란색 타원형의 알을 20~50개 정도 무더기로 낳아 붙이는데, 여기서 곧 애벌레들이 태어난다. 신기하게도 먼저 태어난 애벌레들이 미처 깨어나지 않은 옆의 알을 갉아먹기도 한다. 어미가 어린 애벌레들이 충분히 자랄 수 있도록 여분의 영양분으로 알을 더 낳은 것이다.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비롯한 식물 즙액을 흡즙하는 해충들을 주로 먹이로 취한다.
무당벌레의 냄새
성충은 다양한 점무늬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적으로 포식자들이 이러한 경고색을 보고 먹을 생각을 못하게 한다. 많은 다른 밝은 색을 띤 곤충들처럼 이들도 역겨운 냄새물질을 발산해서 포식자들이 자신들을 비롯한 비슷한 색을 띤 곤충들을 다시는 공격하지 못하게 한다. 무당벌레는 진딧물만 잡아 먹는 것이 아니라 진딧물 못지 않게 농작물의 피해를 입히는 깍지벌레나 노린재의 유충도 잡아 먹는다. 무당벌레의 유충때 부터 해충을 잡아 먹기 때문에 사육한 유충을 방사 하는 것이 진딧물등 해충박멸의 효과적이다. 무당벌레는 부화하면서 진딧물 등 먹이감이 풍부한 장소를 택해 산란한다. 19세기 미국정부에서는 귤나무를 해치는 깍지벌레의 천적인 배달리아라는 무당벌레를 호주에서 수입하여 깍지벌레의 수를 줄인 적이 있다. 이 해충은 감귤 산업을 완전히 망쳐 놓을 기세로 급속히 확산 되었었는데 이 깍지벌레가 원래 있던 곳인 호주에서는 농작물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한 곤충학자가 호주에는베달리아라는 무당벌레가 천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무당벌레, 약 500마리를 캘리포니아로 들여다가 사육하여 방사한지 1년도 채 안 되어서 깍지벌레가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그 결과 감귤 과수원을 보호할 수 있었다. 무당벌레는 화려한 겉 모습과는 다르게 역겨운 냄새를 풍긴다. 노린재 냄새와는 또 다른 지독한 냄새 때문에 천적이 될 만한 다른 동물들이 건드릴 생각을 못한다. 무당벌레가 천적을 물리 치기 위한 냄새지만 포도밭 농장주 들에게는 무당벌레가 다른 의미의 유해곤충으로 인식 되고 있다. 무당벌레의 지독한 냄새는 포도에 오염되여 포도주 맛을 버려 놓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포도농장에서는 해충[害蟲]으로 박멸 대상이 되니 무당벌레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무당벌레의 잡식성
무당벌레의 천적들은 경험을 통해 화려한 색깔을 띤 무당벌레를 피하게 된다. 무당벌레는 위협을 받으면 관절에서 악취가 나고 맛이 지독한 노란 액체를 내뿜는다. 새나 거미 같은 포식자들은 일단 그런 불쾌한 경험을 하고 나면 결코 그 기억을 잊지 못하는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무당벌레의 요란 스러운 색깔은 포식자들에게 그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무당벌레의 종류도 워낙 많아서 말성을 일으키는 무당벌레도 많을 수 밖에 없다. 무당벌레 가운데 한 종이 처음에는 해충 방제 목적으로 사용되었지만 나중에 오히려 어느 정도 해충 역할을 하게 된 경우가 있다. 아시아얼룩무늬무당벌레라고도 하는 할리퀸무당벌레는 동북아시아의 원산지에서는 무당벌레의 다른 종들과 아무런 문제없이 공존하고 있었으며 이 무당벌레는 진딧물뿐만 아니라 식물에 해를 끼치는 다른 해충들에 대한 식욕이 매우 왕성하기 때문에, 북아메리카와 유럽에 도입되었으나 너무나 식욕이 왕성 한 탓인지 그 지역에 자생하는 무당벌레들의 먹이까지 모조리 먹어 치우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그 지역 고유의 무당벌레들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아메리카의 인디안이나 호주의 애보리진이 삶의 터전을 잃은 것과 거의 똑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게다가 개체 수를 조절해 줄 천적도 없는 이 무당벌레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떨어지면 허기를 채우기 위해 그 지역 고유의 무당벌레들과 다른 유익한 곤충들을 잡아먹기까지 한다. 곤충학자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일부 무당벌레가 멸종될 것이라고 우려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할리퀸무당벌레는 수확할 때가 된 익은 과일들을 마구 먹어 치우고 가을에는 다가올 겨울의 추위를 피하기 위해 떼를 지어 집 안에 들어와 겨울을 나겠다고 하니 이만 저만 골치거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곤충들의 언어는 냄새다. 냄새로 말 한다고 할 수 있다.
페르몬[pheromone]
무당벌레나, 진딧물, 개미는 특색있는 화학공장을 내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동물끼리의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화학성분을 페르몬[pheromone]이라고 하는데 체외분비성 물질이며, 경보, 음식 운반 , 성적 페로몬 등 행동과 생리를 조절 한다. 페로몬도 그 화학적구조가 다른게 많기 때문에 여려 종류의 페르몬[pheromone]이 존재 하는 것이다. 많은 동물들은 몸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냄새, 즉 페로몬을 통해 의사소통한다. 예컨대 들쥐는 발바닥에 오줌을 뿌려 그 냄새가 흙에 섞이도록 해 자신의 영토임을 나타낸다. 족제비는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항문을 땅에 질질 끌고다니고 열대우림의 개미들은 선발대가 남긴 냄새를 따라 일렬로 행진,낙오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외출하고 돌아온 박쥐는 동굴 안에서 새끼가 이동하면서 뿌려놓은 페로몬 냄새를 따라가 자신의 새끼를 찾는다. 개미의 페르몬은 개미의 사회성을 유지 하는데 절대적인 수단이다.먹이를 물고 돌아가는 개미를 발견하면 배를 땅에 깐 채 눈 높이를 최대한으로 낮추고 개미의 옆모습을 관찰해보라. 배의 끝부분을 땅에 끌며 걸어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개미가 먹이로부터 집까지 냄새길(chemical trail 또는 order trail)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개미가 냄새 길을 그릴 때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일종의 페르몬(pheromone)이다. 페르몬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머리 끝에서 배 끝까지 온갖 크고 작은 화학공장들이 있는 것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