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콩에 얽힌 이야기
콩 농사의 시작
한민족의 오랜 역사 속에서 벼와 보리, 콩 등은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해 온 농작물인데 복고풍[復古風]이 불었다고 할까? 근래에 와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콩과 관련된 연구며 식품개발, 콩 농사 이야기 등 그 인기가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것 같다. 콩의 원산지는 중국의 동북부에서 한반도라는 것이 정설이다. 충청북도 청원의 소로리 유적지에서 기원전 13000년경으로 보이는 쌀과 함께 콩과의 꽃가루가 발견 되였다. 특히 중국의 최초의 농서[農書]라고 하는 ‘제민요술’ 에서는 콩을 ‘고려대두’ 라고 기록하고 있는 것 등 한반도 기원설 을 뒤 받침 하는 기록은 많다. 또 대두가 유럽에 최초로 전래된 것은 18세기 초반이고, 미국에 최초로 전래된 것은 19세기 중반이다. 그렇다고 그 전에 서양에 콩이 전혀 없었던 건 당연히 아니고, 렌즈콩, 병아리 콩, 완두콩 등은 고대 이집트 기록에도 나올 정도로 유럽, 아프리카에서도 오래 전부터 먹어왔다 그러나 한 민족만치 콩에 매달려온 민족은 없는 것 같다. 그러기에 메주며, 두부, 된장, 간장, 고추장, 콩나물, 숙주나물 등 콩과 관련된 수많은 식품이 창출되었고 계속 새로운 식품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보통 그냥 “콩“이라고 하면 대두를 지칭하는 것이다. 두[豆]는 원래 제사 지낼 때 제물을 담는’豆’라는 제기를 상형화[象形化] 한 것이다. 글자 ‘묘’ 위의 ‘ㅡ’ 자는 담아 놓은 제물을 가리키고 아래 부분’ㅛ’는 다리가 달린 그릇 모양인데 이 ‘豆’라는 제기가 ‘콩’을 뜻하는 글자로 가차[假借-substitution]된 것이라고 한다. 제사 의식[儀式]도 변질되고 제기도 변형 되여 ‘豆’라는 제기를 볼 수는 없으나 제기[祭器] ‘豆’는 나무로 만들었고 뚜껑이 있는 것으로 김치나, 젓, 고기 국 등 국물이 있는 제물을 담는 중간 부분이 붕긋해서 콩 모양을 연상하게 한다. 이 ‘豆’의 이름을 따서 메주도 만들고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흰콩을 대두[大豆]라 하고 팥을 소두[小豆]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한민족은콩을태(太)라고도불렀다. 한자뜻풀이로는으뜸이란뜻이다. 서리태, 서목태등콩중에서도약성[藥性]이뛰어난콩에는태를붙였다.
질소 비료공장을 차린 콩
콩에 포함된 단백질의 양(40%)은 농작물 중에서 으뜸이다. 우리네 선조들은 일찍부터 콩의 우수한 효능을 체험을 통해 알았다. 콩을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부르며 항시 밥에다 콩을 넣어 먹음으로써 건강을 유지해왔다. 신선한 채소가 없는 겨울철에 콩나물을 길러 먹음으로써 충분한 비타민을 섭취해온 것도 놀라운 지혜가 아닐 수 없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의 구성원소는 C[탄소], 수소[H], 산소[0]인데 단백질은 이 3가지 원소에다가 질소[N]를 끌어다 붙인 물질이다. 이 과정에 생명의 기원이 되는 mechanism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공기 하면 산소부터 생각하지만 공기 중에는 산소가 20.99%고 질소가 5분의4에 가까운 78.03%로 월등히 많다. 질소가 화학적 구조상 2개의원자가 결합한 분자-“N2” 의 상태로 존재하는 질소는 삼중 결합을 포함하고 있어 3000°C이상으로 가열해도 약간의 해리가 일어날 뿐이다. 상온에서 반응 성이 크지 않지만 고온에서는 대부분의 비금속, 금속과 반응할 수 있어서 천둥 번개 칠 때 자연 방전 시에에너지가 매우 높은 상태에서 공기 속의 질소가 질산이온 (NO3–)이나 아질산이온 (NO2−) 으로 산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질산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빗물과 함께 지표에 떨어져 토양 속에 고정된 질소의 농도를 높임으로써 식물의 성장을 돕는다.
농업혁명을 일으킨 프리츠 하버 와 카를 보슈
질소를 제쳐놓고 생명체의 기원에 관한 연구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원시대기(무기물)→ 단순유기물 → 복잡유기물 → 유기물복합체 → 원시생명체가 된 것 이라는 오파린[1894. 3. 2. – 1980. 4. 21.]의 가설이나 이를 증명하고자 했던 미국의 화학자, 생물학자인 밀러[1930. 3. 7. ~ 2007. 5. 20.]는 질소[N]가 탄소[C], 수소[H], 산소[O]가 방전하는 에너지로 단백질의 기본단위인 아미노산[NH2CHRnCOOH]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보여 주려고 하였던 것이다. 두 과학자의 가설이나 실험이 생명의 기원을 입증하지는 못하였지만 그 중심에는 질소[N]라는 원소가 있음을 주목 해야 한다.수 십 억년의 지구의 구성성분의 변화 속에서 질소[N]가 끼어 들어 지구상에 생명체가 생기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였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 할 수 없는 것이다. 질소가 생명체의 기원인 단백질이 되고 단백질 생산의 참피언 격인 콩을 제켜 놓고 인간의 먹거리를 생각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어떤 식물이고 빼 놓을 수 없이 질소[N]라는 성분은 필수원소 지만 농작물에 질소가 없으면 농작물 수확을 기대 할 수 없다.인구는 증가하고 식량이 턱 없이 모자라 인류의 장래를 비관하고 있었는데 20 세기 초에 독일의 프리츠 하버Fritz Haber,1868. 12. 9. ~ 1934. 1.29.]와 카를 보슈[Carl Bosch, 1874.8. 27 ~ .1940..4. 26.]가 인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화학연구 업적을 남기게 된다. 공기 중에 질소분자[N2]를 고정시켜서 암모니아를 만드는 공정을 발명한 것이다. 인공적으로 암모니아가 합성됨 으로써 이 근심을 씻어 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인구가 70억을 넘어가도 기아에 굶주리는 인구가 극소수에 그치게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암모니아 비료가 보급되면서 세계의 옥수수 생산량이 6배로 증가하는 가시적인 성과에 세계인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기 중에서 빵을 만드는 기술이 탄생한 것이라고 열광한 것이다.
콩의 질소 비료공장
그러나 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조용하게 자체 비료공장을 차리고 공기 중에 무진장으로 섞여있는 질소를 끌어 들여 단백질이라는 생명의 물질을 만들어 여유만만하게 생존하여 왔다. 콩과 식물은 박테리아와 협력하여 그 까다로운 질소 분자 “N2” 을 쪼개서 단백질을 만드는 특허권을 가지고 있었다.토양에서 공급되는 무기 원소 가운데 식물이 많은 양을 필요로 하여 부족되기 쉬운 것으로 질소-N,·인-P, 칼륨-K 을 들 수 있다. 이것을 ‘비료의 3요소‘라고도 하고 이 3요소 다음으로 칼슘-Ca을 포함 시켜 ‘비료의 4요소‘라고도 한다. 논에서 재배하는 벼는 빗물을 통해 자연 속에 있는 유용한 성분도 공급 받을 수 있지만 기타 농작물은 작물 특성에 맞게 비료가 공급되어야 소기의 수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콩은 100% 충족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질소비료를 만들어 쓰기 때문에 질소비료는 적게 주어도 만족할 만한 수확을 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에 인기가수 이효리의 콩 농사 이야기가 뉴스화 된 일이 있었다. 제주도의 전원주택에서 텃밭 농사로 꽤 많은 콩을 수확해서 유기농산물이라고 광고문구를 붙여 시장에 내다 판 것이 문제가 된 사건 이였다. 이효리는 비료를 별반 주지 않았을 것이고 농약도 뿌리지 않았을 텐데 유기 농 콩이라고 확신 하였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다만 유기농산물이라는 당국의 인증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인데, 어느 준법정신이 투철한 의인[義人-?]에게 고발 되여 호된 질책을 받았다[계도처분]. 콩 농사가 기업농에 가까운 대규모는 몰라도 소량 수확을 할 경우에는 논두렁 등에 별반 거름을 하지 않고 콩을 재배하여 왔다.
뿌리혹 박테리아
필자가 몇 년 전에 넝쿨 콩을 울타리 밑에 여기 저기 심어서 큰 공을 들이지 않고 쏠쏠하게 수확하며 콩 가꾸는 재미를 보고 있다. 이 넝쿨 콩은 1년생 식물이지만 뽑아 버리지 않으면 이듬해 다시 움이 나서 성장하며 수확량은 떨어지나 콩꼬투리가 달리기도 한다. 넝쿨 콩이 심겨 졌던 자리에는 거의 대형 고구마 만한 크기의 혹 모양의 덩어리가 들어 앉아 있다. 이것이 공과 식물의 특징인 뿌리혹 박테리아 덩어리다. 이 박테리아 들이 공기중의 질소를 아질산염[NO2-]이나 질산염[NO3-]으로 고정시켜 콩에 전달하면 콩은 이를 원료로 해서 단백질의 기본단위인 DNA, 아미노산 등을 만들고 화학반응을 거치며 효소 등 생명체의 원형질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국정부에서 쌀 생산 조정 정책의 일환으로 논에서 콩을 재배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지원책도 속속 내놓고 있다. 한 예로 올해부터 논에 벼 이외의 작물을 재배할 경우 소득차 보전을 위해 ㏊당 300만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또 식품업체들이 한국 토종 콩을 이용한 콩 제품의 다양화 작업이 활발해지면서 콩 농사가 활발해 지고 있다고 한다. 콩 제품 회사와 계약재배를 통해 콩 생산 농가에 소득이 보장되고, 이를 통해 다시 재배면적이 늘어나 콩의 공급이 원활해지는 선 순환 구조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콩은 단백질 덩어리다. 단백질[蛋白質]의 한자어 ‘蛋白’은 ‘새알;의 흰 부분’이란 뜻이다. 즉 알의 흰자위에 많이 들어 있는 물질이란 의미이다. 또 단백질을 의미하는 영어 protein은 ‘중요한 것’, ‘최초의 물질’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생명체의 최초의 물질 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콩이라는 식물이 비료공장까지 차려 놓고 단백질을 생산하고 있으니 얼마나 신비스러운 일인가?
알아 두어야 한 콩의 성분
세상사가 다 그렇지만 콩의 단백질도 100%가 다 인간에게 유익할 수 만은 없는 것이다. 콩에는 비린내가 나고 단백질의 소화효소인 트립신의 활동을 저해하는 리폭시게네이즈[lipoxyginase]라는 효소와 피틴산[Phytic acid]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비린내 나는 날 콩을 먹으면 체질에 따라서는 설사를 하기도 하는데 이런 원인은 콩이 가지고 있는 리폭시게네이즈가 단백질 소화 효소인 트립신[Trypsin]의 작용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콩을 날로 먹으면 소화흡수가 거의 되지 않고 다른 무기질의 흡수를 방해하며 폭풍설사를 유발한다. 리폭시게네이즈 같은 비린내가 나지 않는 새로운 콩 품종도 개발되었다고 하니 콩 비린내가 싫은 사람은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콩과 현미 등에 많이 들어 있는 피틴산은 유해[有害]함과 유익[有益]함이 크게 엇갈리는 성분이다. 예로 든다면 현미에는 백미에 거의 들어 있지 않은 피틴산을 대량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씨앗들이 자기방어물질[부패방지물질]을 갖고 있듯이 현미도 피틴산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부패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피틴산이 인간의 건강문제는 알 바가 아니기 때문에 인간의 생리 작용에 부작용을 일으키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미의 피틴산이 찌거기 활성산소, 농약성분, 중금속, 환경호르몬 등을 제거 하는 유익함이 있는 반면에 인체에 필요한 철분이나 칼슘 아연 망간 등도 함께 제거해서 미네랄 결핍을 초래하는 유해성도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건강에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의 선기능[善機能]의 광고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미는 겉껍질[왕겨]만을 벗긴 쌀로 아직 씨의 형태를 갖추고 있어서 재배하면 싹이 나온다. 싹을 틔워 벼 모를 키우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진 상태니 온갖 영양소가 듬뿍 들어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사람 먹으라고 저장한 것이 아니기에 조리하기가 어렵고 맛이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콩이 나무랄 데 없는 식품이지만 피틴산을 비롯해서 많은 함정을 가지고 있다.
이소프라빈[Isoflavin]
콩에는 이미 언급한 피틴산과 함께 이소프라빈[Isoflavin] 이라는 물질이 있다. 콩 하면 피틴산 보다는 이소프라빈 을 염두[念頭]에 두어야 한다. 이소프라빈은 식물성 에스트로겐 [phytoestrogen]으로 장내 세균에 의해 활성화 되는 식물의 화학성분[phytochemical]이다. 이소프라빈은 몇 단계 화학변화를 거치며 제니스테인(genistein), 다이드제인(daidzein), 글리시테인(glycitein)이란 활성물질이 되는데 이들의 하는 일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같다. 콩의 이소프라빈에 관한 연구결과는 많다. 이소프라빈은 유방암에 걸릴 확율을 낮추고, 또한 여성 폐 경 이후 나타나는 증상을 약화[弱化]시키며 혈당콜레스테롤을 35%로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동물성단백질인 우유단백질(casein)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는데 비해 식물성 단백질인 아이소프라빈은 반대로 낮추는 작용을 한다. 양질의 콩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미국의 경우 폐경기를 맞은 15% 정도의 여성들은 에스트로겐[estrogen]투여라는 호르몬 요법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에스트로겐투여가 생식기관의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어, 점차 에스트로겐 대체물질로 자연식품인 콩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에스트로겐은 뼈의 칼슘 용출을 막고 칼슘 흡수율을 높혀주는 비타민 D활성에 관여하기도 하면서 골다공증의 위험수위를 낮춰준다. 에스트로겐과 같은 역할을 하는 물질이 바로 콩에 있는 에스트로겐이라는 의미로 ‘식물-phyto’ + ‘estrogen’ 피토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이라고 한다. 이소플라본은 부작용이 전혀없는 여성 호르몬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프라본의 일종인 제니스테인은 항암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그러나 콩도 현미와 마찬가지로 인간을 마냥 이롭게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를 뒤 받침 할 수 있는 널리 알려진 사례가 하나 있다. 베트남전에서 공격 헬기를 조정했던 퇴역 미군 장교 제임스 프라이스는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 하였다. 턱수염이 자라는 속도가 느려졌고 팔다리와 가슴의 털도 빠지며 건강한 남자라면 당연한 아침의 발기도 멈춘 것이다. 의료진과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그의 증상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밝혀낸 결과는 두유[豆乳]였다. 그는 매일 3.5리틀 에 가까운 두유를 마셨다고 한다. 두유 속의 이소프라빈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역할을 하며 그를 여성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의료진의 처방과 두유 복용을 멈추면서 정상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범법 행위로 교도소 가는 것을 “콩밥 먹으러 간다”고 하였었는데 교도소에 수감된 남성의 성기능을 약화 시키려는 의도 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과도한 두[豆]제 식품 섭취는 남성들에게 성기능을 멈추게 하는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 줄 수 있는 것이다.
콩 단백질의 효용성
식품으로서의 콩이 약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단백질 보조식품으로 콩을 능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콩의 단백질의 양도 농작물 중에서 최고이며, 구성 아미노산의 종류 역시 육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콩의 단백질은 식물성 단백질인데, 동물성 단백질과 달리 식물성 단백질은 혈압을 낮춰줘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된다. 우유와 계란은 필요한 단백질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서 완전 단백질[complete protein]덩어리 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는 포화지방산을 함유하고 있어서 지속적으로 과식하면 혈관벽에 축적 되여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는 위험성이 있는 반면에 콩 식품은 이런 염려를 할 필요가 없다. 콩에 함유하고 있는 필수 아미노산이 한 두 개 부족하지만 소량의 동물성 단백질을 첨가하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음으로 자신있게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의 종류에 따라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아미노산의 종류와 함량이 다르다. 어떤 식품의 단백질이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모든 필수아미노산을 골고루 적당한 비율로 함유하고 있으면, 이 단백질을 완전단백질(complete protein)이라 하며 우유, 계란 등이 이에 속한다. 동물성 단백질은 보통 필수아미노산이 충분히 함유되여 있지만 식물성 단백질은 대부분 한 개 이상의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하다. 불완전단백질이라 하여도 두 개 이상의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거나 소량의 동물성 단백질을 첨가하면 필수아미노산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단백질 음식은 편식하지 않고 고르게 여러 가지를 섞어서 먹는 것이 중요하다. 콩은 종류에 따라 성분이나 용도 등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두(大豆)라고 부르는 메주콩에는 효능 체내 콜레스테롤 함량을 떨어뜨리는 이소프라본이 0.2~0.3% 들어 있다. 또한 여성호르몬 분비가 많은 젊은 여성이 메주콩을 섭취하면 여성호르몬의 흡수를 막아 유방암 발병률을 줄일 수 있으며, 갱년기 여성에게는 여성호르몬처럼 작용해 갱년기 증세를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대두와 같은 영양성분을 가지고 있는 검은콩은 검은색을 내는 색소 안토시아닌 덕분에 강력한 항산화 효과가 있으며 단백질 40%, 불포화지방산 20%, 탄수화물이 11% 정도 들어 있어 어린이 발육에 좋다. 체내 독소를 풀어 주고 신장 기능을 도와 소변 기능을 원활하게 하며, 부기를 가라앉힌다. 통풍, 당뇨병, 심장병이 있는 사람은 식초에 검은콩을 3:1 비율로 하루 절여 두었다 먹으면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강낭콩의 푸른 꼬투리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 단백질 등이 풍부해 요리 재료로 많이 사용한다. 주성분은 녹말이지만 단백질도 많은 편이다. 밥 지을 때 넣으면 강낭콩에 들어있는 비타민 B1·B2·B6 등이 쌀밥의 체내 대사를 돕는다.크기가 작은 녹두 콩은 몸 속 열 독을 없애 주며 염증성 질환을 소염 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피부 미백효과가 있어 화장품 재료로도 많이 사용한다. 녹두에는 철과 카로틴이 풍부해 어린이 성장과 발육을 돕는다. 체내에서 피를 만드는 작용을 하므로 한방에서는 몸이 허약하거나 발육이 늦은 아이에게 녹두 음식을 먹이면 좋다고 한다. 콩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식품이다. 완두콩에는 두뇌 활동을 돕는 비타민 B1이 들어 있어 종일 책상에 앉아 아이디어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좋다. 단, 녹두 콩에는 소량의 청산이 들어 있으니 과식을 경계 하고 있다. 한방에서는 완두콩이 위 기능을 좋게 해 속이 더부룩하고 울렁거리거나 설사 날 때 완두콩 수프나 완두콩 죽을 먹으면 좋다고 한다.
친구와 장과 술은 오래 묵을수록 좋다
한민족은 콩으로 장[醬]문화라고 할 수 있는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등 독특한 식품을 개발하여 왔다. 일본이나 중국에도 유사한 제품은 있으나 한국의 장[醬]류와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한국의 된장은 콩으로만 만들고 있으나 일본에서는 콩과 쌀누룩으로 빚어 왜 된장이라고 하는 미소[味噌, みそ]를 만들어 먹고 있다. 우리가 즐겨먹는 청국장은 삶은 콩을 짚에 감싸서 구들방의 뜨끈한 아랫목에 모셔놓고 발효시키는 ‘즉석된장’이다. 볏짚에 붙어있는 야생 고초균(Bacillus Subtilis)이 번식으로 실 모양의 끈끈한 점물질(粘物質)이 생성 되는 것인데 일종의 항생물질로 간주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먹는 저장식품인 된장과 다르게 즉석된장이지만 그 영양가와 항암효과는 대단하다고 평가 받고 있다. 한국의 청국장과 비슷한 일본의 낫도는 용기에 삶은 콩을 담고 낫도(고초균)을 순수하게 접종하여 용기포장을 하여 발효시키는 반면에 청국장은 발효시킨 후에 부 재료를 혼합하여 항아리에 담아 사용하는 것 이 다르다. 일본은 이 낫도 [納豆 – なっとう]는 낫도라는 단일균을 배양해서 발효시키기 때문에 제조방법이나 맛이며 질의 균질성을 유지 할 수 있다. 세계적 건강전문지인 미국 〈헬스〉는 2006년에 ‘세계의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일본의 낫토를 선정했다. 청국장도 자화자찬을 뛰어 넘어 모두에게 인정 받기 위해 가야 할 길은 먼 것 같다. 된장 청국장 고추장 등 장[醬] 문화 속에서 살아오다 보니 관련된 속담도 많다. “광속에서 인심 나고 장독에서 맛 난다”, “장맛 보고 딸 준다”, “고을 정치는 술로 알고, 집안일은 장맛으로 안다”, “친구와 장과 술은 오래 묵을수록 좋다”, “장 단[甘味] 집에는 가도, 말[言] 단 집에는 가지 말라” 하였다. 이런 속담들의 유효성[有效性]을 거의 상실한 시대가 된 것 같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3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민주화 실천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