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쿠카바라 (Kookaburra) 이야기
비지갈 리저브 (Bidjigal Reserve)
필자에게는 오랜 시간 마주하는 쿠카바라 (Kookaburra)라는 호주의 새가 있다. 필자의 집 앞에는 비지갈 리저브 (Bidjigal Reserve)라는 자연보호숲이 펼쳐저 있으며 이 숲은 자연생태의 보고 (寶庫)와 같은 지역이다.
이 지역의 생태시스템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숲이라고 생각된다. 이 숲에 호주의 새 쿠카바라가 서식하고 있다. 쿠카바라는 필자의 집에 줄기차게 찾아오는 이웃중에 이웃이다.
쿠카바라는 호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웃음소리를 내는 새다. 새벽녘에 쿠카바라 한마리가 특이한 “쿠쿠쿠바라라라—” 라고 표현되는 특이한 소리로 정적을 깨면 숲속의 모든 쿠카바라가 기다렸다는 듯이 숲속의 합창이 이루어진다.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쿠카바라의 학명은 Dacela navaeguenae로 물총새과 (Alcedo atthis)에 속한다. 쿠카바라는 쥐, 작은 뱀, 도마뱀, 물고기, 곤충을 먹고 평생 짝짓기를 한다. 봄에는 나무 구멍과 야자수에 둥지를 튼다고 한다.
쿠카바라의 웃음소리는 호주의 상징적인 소리다. 그들의 독특한 웃음소리는 종종 호주의 아웃백을 떠올리게 한다. 이 소리는 영화, TV 프로그램, 비디오 게임에서 자주 사용되어 호주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쿠카바라의 식성
쿠카바라 한 마리가 베란다 난간에 날라와 뭘 바라는 듯이 앉아있어서 고기조각을 주었더니 더끔더끔 받아먹는 것이 아닌가? 이 일이 계기가 되어서 쿠카바라 한 마리가 심심하면 찾아온다. 먹을 것 바라는 것 같아서 고기조각을 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더끔더끔 잘 받아먹는다.
쿠카바라는 손으로 만져도 피하지 않는다. 사람이 않보이면 창문을 들이받아 먹이구걸을 채촉하기도 한다. 쿠카바라는 식성이 까다로운 것 같다. 육식성 (肉食性)이라 고기조각을 좋아 하지만 익힌 것은 먹지 않고 날것만 받아먹는다.
한국에는 쿠카바라가 없지만 사촌 (四寸)격인 물총새는 종종 볼 수 있었다. 물총새가 냇가의 나뭇가지에 앉아서 냇물속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총알처럼 낙하해서 물고기를 낚아채간다. 시드니의 텃밭을 파헤치면 지렁이가 보이는데 전선에 앉아 있던 쿠카바라가 총알처럼 날라와 지렁이를 낚아채 가곤 한다.
깃대종 (flagship species)
깃대종 (flagship species)라는 개념이 있다. 깃대종은 유엔환경계획이 만든 개념으로서,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주요 동·식물을 뜻한다. ‘깃대’라는 단어는 해당 지역 생태계 회복의 개척자격인 이미지를 부여한 상징적 표현이다. 이 종을 살림으로써 그 지역 전체의 회생에 파급효과가 큰 것일수록 좋다.
호주정부가 쿠카바라를 시드니지역의 깃대종으로 지정하였는지는 확인하지 못한 것이지만 필자가 거주하는 버큼힐 지역에 쿠카바라를 비롯해서 코카투, 부처버드, 패롯 등 거의 매일 목격되는 새 종류가 있으며 이들 중에 깃대종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숲속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 것은 기쁨과 행복이다.
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3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민주화 실천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