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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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생체시스템의 곤충, 뒤영벌과 가뢰이야기
호박꽃가루 매개
필자는 비탈진 앞뜨락에 호박을 재배하며 애호박 수확하는 재미를 본다. 호박꽃은 암꽃과 수꽃이 있어서 숫꽃의 꽃가루를 발라 주어야 열매가 맺히게 마련이다.한국에서는 이 작업을 호박벌이 해 주었는데 호주에는 이벌이 없어서 호박꽃이 피면 아침 일찍 이작업을 해주어야만 한다. 호바벌을 뒤영벌이라고 하는데 뒤영벌과 관련된 복잡한 생태시스템이 있다. 뒤영벌은 한국에서 “뒝벌”로 불렀는데 뒝벌은 뒤웅박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벌의 몸이 뚱뚱한데 날개은 상대적으로 짧아 마치 뒤웅박에 날개르 단것 같다는 것이다. 뒤웅벌의 여왕벌이 곷가루를 뭉쳐 경단을 만들고 그 안에 일을 낳으면 애벌레가 자라면서 뒤둥박 처럼 생긴 경단이 된다. 이래 저래 뒤영벌은 뒤웅박과 인연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뒤영벌에 운명을 걸고 마주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곤충이 있다. 이 곤충이 이름도 생소란 “가뢰”라고 하는 곤충이다.
딱장벌레 종류인데 특이한 생체시스템을 갖고 있다. 가뢰는 독충이자 약용 곤충으로 먹이식물에서 얻은 독성 물질인 칸타리딘을 갖고 있다. 칸타리딘 (cantharidin)은 약재로 쓰이며, 가뢰를 건조시켜 피부염 치료제, 이뇨제, 통증완화제로 쓰기도 한다. 대부분 따뜻하고 건조한 지역을 좋아한다. 가뢰는 반묘 (斑猫) 하는데, 이 때문에 길앞잡이류와 혼동하기도 한다. 칸타리딘을 가지고 있어 맨살에 닿으면 따갑고 부어오르니 가뢰를 채집할 때 맨손으로 잡는 것은 좋지 않다. 종류는 남가뢰, 먹가뢰, 청가뢰가 있는데, 성충은 초식성 (herbivore) 곤충이지만 애벌레 시기에 육식 (carnivore)을 하는 종류도 있다. 번식과 성장 과정이 아주 특이하다. 한번 산란시 약 5000개의 알을 낳는데, 알을 많이 낳는 다른 과 비슷하게 대부분 죽는다. 살아남은 건강한 개체들은 본능적으로 근처에 있는 풀줄기의 가장 높은 곳이나 꽃봉오리로 이동한다. 그리고 벌이 꿀을 빨려고 온 순간을 노린다. 만약 운이 좋지 않아 벌이 오지 않는다면, 그냥 죽는다. 간신히 벌의 다리에 매달려 벌의 둥지로 가게 되면 알과 애벌레를 먹으면서 완전변태 과정을 통해 어른벌레가 된다. 알 1000개에서 2~3마리만이 어른가뢰가 된다. 가뢰는 뒤웅벌의 기생곤충이며 뒤웅벌은 가뢰의 숙주인 것이다. 한국에는 몇 종류의 가뢰가 있다. 남가뢰, 둥글목남가뢰, 좀남가뢰, 먹가뢰, 청가뢰 등 대여섯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박벌과 뒤웅벌의 차이
토종 호박벌 (Bombusignitus)과 수입 서양뒤영벌 (B. terrestris)이 있다. 호박벌이나 서양에서 수입되어 농작물재배에 넓게 활용되고 있는 뒤영벌은 진수수분행동 (Buzz foraging)을 통해 꽃가루를 몸에 빽빽 박혀있는 털뭉치에 묻히는 행동을 말한다. 뒤영벌의 인공사육이 발전하면서 농업생산에 활용되고 있다. 꿀이 나지않는 토마토, 가지, 고추 등과 같은 가지과 식물과 복숭아, 자두, 사과, 살구, 딸기등의 재배시에도 뒤영벌을 방사해서 수분매개 작용을 통해 결실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19세기 후반, 북아프리카에 주둔하고 있었던 프랑스 병사들이 가뢰와 관련된 아주 곤란한 상황에 빠진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식재료로 개구리를 요리하여 식사하고 난 후에 음경이 힘차게 발기하는 바람에 다들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군의관들이 원인을 파악하기위해 그 지역에 사는 개구리들을 해부했더니, 거의 대부분의 개구리들의 위장 속에 가뢰의 시체 찌꺼기들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즉 가뢰에 있던 어떤 물질이 개구리를 거쳐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 것. 나중에 연구를 통해 바로 칸타리딘이 그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게 중추신경계를 마비시켜 자연산 비아그라가 되었다고 한다. 가뢰는 동의보감에도 꽃매미와 함께 한약재 (정력제)로 기록되어 있다. “약효는 발기부전을 치료하고 정액을 증가시키며, 성기능을 강하게 한다고 한다”고 적혀 있으나, 사실 칸타리딘은 독성이 있고 부작용이 심해 내복약으로 만들기는 곤란한 물질이다. 칸타리딘의 독성은 매우 강해서 배뇨 시 통증, 발열, 혈뇨를 일으킬 수 있고 심하면 신장의 영구 손상이나 사망까지 이르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여성최음제 (催淫劑) 스패니쉬 플라이 (Spanish fly)
가뢰과에 속하는 딱정벌레의 추출물의 일종으로, 역시 칸타리딘 (cantharidin)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이 칸타리딘은 앞서 설명하였듯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요도를 자극하고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러한 요도 작열감이 성적 흥분과 유사하게 느껴져서 고대에는 최음제로 여겨진 것이다. 하지만 유령 효과일 뿐 실제 성기능에 기여한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과거 유럽에서 낙태 유발제나 살인을 위한 독약으로 스패니시 플라이가 쓰였던 것도 이런 독성 때문이다. 그런 위험 물질을 두고, 미국 식약청 (FDA)의 승인을 받았다는 거짓 정보와 광고가 인터넷에 떠돈다고 한다. 일반 유통되는 것 중에 칸타리딘 성분은 없으며 몇몇 강장식품 등을 섞어 놓고 스패니시 플라이처럼 강렬함을 줄 것이란 암시를 상품명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칸타리딘이 들어 있는 진짜 스패니시 플라이는 인체에 사용해서는 안되며 미국에서도 불법이다.
기약도 없는 뒤영벌을 기다리는 “가뢰”
“가뢰”라는 곤충은 “뒤영벌”을 백마을 탄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모양, 기약도 없는 “뒤영벌”을기다리고 있는 희한 (稀罕)한 곤충이다. 되영벌도 “가뢰”의 유별난 특성 못지않게 생태적 특성이 있는 곤충이다. 서두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뒤영벌은 오동통한 게 어린이들이 만지고 싶을 만치 귀엽게 생겼다. 필자가 어린 시절 호박꽃에 들어가 윙윙소리도 요란하게 꽃 속에 박혀있는 꽃잎을 오물뜨려 포획을 해서 장난을 한일이 있다.
뒤영벌의 화분매개 행동
호박벌을 포함한 뒤영벌류는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단독성의 벌에 비하면 활동기간이 길다. 또한 차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도 활동성이 있어, 바깥기온이 5°C의 저온에서도 가슴부위의 근육을 진동하여 체온을 35°C로 유지하고 또 방화 (傍花)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꿀벌에 비하여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 또는 해뜨는 시각과 해 지는 시각까지도 활동성이 강하다. 방화활동 거리는 주로 수 백미터 이내로서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장소에서 꽃을 방문하기 때문에 한정된 농작물이나 좁은 지역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 km까지 비행하기도 한다. 뒤영벌 일벌은 몸이 큰 개체는 집밖으로 나가서 꽃가루와 꽃꿀을 채취하지만 아주 작은 개체는 일생동안 집안에 틀어박혀서 새끼를 기르거나 집짓기만 한다. 중간크기의 개체는 밖에서 수분활동과 안에서 육아 등 같이 하는 경우와 한쪽만을 하는 경우도 있다. 토마토는 원래 풍매화로서 노지 재배의 경우 방화곤충이 거의 필요가 없다. 그러나 최근 시설 토마토재배면적이 늘어나면서 토마토 수정을 위해 유럽은 95~100%, 국내에서는 약 40%가 뒤영벌을 사용하고 있고 있다. 뒤영벌은 꽃가루가 성숙한 꽃들만을 선택적으로 방문하고, 꽃가루가 성숙되지 않은 개화직후의 꽃은 방문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벌이 날아다니면서 더듬이와 겹눈을 통하여 꽃의 상태와 성숙한 꽃가루의 냄새를 감지하기 때문이다. 뒤영벌 일벌은 토마토의 꽃을 방문하면서 약 (수술 끝에 붙어서 꽃가루를 만드는 주머니 모양의 부분)의 끝부분을 큰 턱 사이에 끼어 물고 위를 쳐다보면서 고정한 후 가슴의 근육과 앞뒤날개를 아주 빠르게 진동시켜서 꽃가루를 체모에 붙여 모으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진동수분형’꽃 벌이라고도 한다. 뒤영벌의 진동 작용에 의하여 꽃가루가 주두에 떨어지면 수분이 완료된다. 그때 일벌은 배위에 떨어지는 꽃가루를 앞다리와 가운데 다리를 사용하여 뒷다리의 양쪽 넓적다리에 있는 꽃가루바구니에 모아서 직경 2~3mm의 꽃가루단자를 만들어 집안으로 운반한다. 이 꽃가루단자의 1개의 무게는 약 10~35mg이 된다. 이 때 양쪽에 동일한 꽃가루단자를 부착하기 때문에 양 다리에서 거의 배의 꽃가루를 운반한다. 꽃가루의 크기는 일벌의 개체의 크기, 토마토의 품종에 의한 꽃의 크기 (꽃가루 양의 차이), 동일 꽃의 방화회수 등에 따라서 다르다. 토마토의 경우 일벌은 꽃가루를 채집하기 위하여 하루에 5∼12회나 밖으로 나가고, 1개의 꽃에 약 2∼10초 정지하면서 1회의 채집활동에는 50∼220개의 꽃을 방문한다. 방울토마토에서는 꽃에 머무는 시간이 완숙토마토보다 짧은 편이어서 방화횟수는 많아진다. 뒤영벌의 방화활동에 의해 약에는 파상의 씹혀진 상처가 나서 몇 시간~며칠 후에는 그 부분이 갈색으로 변하는 특유의 씹은 흔적 (Bite mark)을 만든다. 이것은 벌이 방문한 증거로서 과실의 발육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이 흔적이 저온기에는 갈색으로 천천히 변화되기 때문에 눈에 거의 띄지 않은 채 과실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참조: 한국농천진흥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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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3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민주화 실천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