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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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電磁波]와 환경호르몬–내분비교란물질 [endocrine disruptor] 문제
몇해 전 오랫동안 애용하던 전자렌지를 버린일이 있다. 이유는 전자렌지가 유해하다는 논란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전자레인지는 과거 전자제품을 석권하던 일본 사람이 붙인 이름이고, ‘전자 오븐’ 또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microwave oven)이라고 부르는 것이 올바른 것 같다. 전자오븐의 원리는 전자파 [고주파]가 물분자 [H20]를 진동시키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 [열]를 얻는 것인데, 빠르고 고르게 음식을 덥힐 수 있는 아주 편리한 가전제품이지만 유해성 논란이 있다. 논란의 핵심은 전자오븐에서 작동하는 전자파도 문제지만 전자파와 접촉될 가능성이 있는 플라스틱을 비롯하여 인공화합물로 된 용기와 포장재료에서 “환경호르몬”이 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호르몬”이라는 용어도 1997년 일본 NHK 방송국에서 관련학자들의 대담[對談]중에 등장한 말이며, 적절한 용어는 내분비교란물질 (endocrine disruptor)이다. 생체의 호르몬과는 근본적으로 화학적구조가 다른 물질이다.
생명체가 정직하긴 하지만 속아 넘어가기가 쉬운 약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백신 [vaccine]은 생체를 속여서 만든 제제 [製劑]라고 할 수 있다. 병원체를 죽이거나. 병원체를 죽기직전의 상태로 약화시키던가, 병원체의 독성을 무력화 시켜서 생체에 주입하면 생물체의 몸에서는 진짜 병원체가 침입한 것으로 인식하고 대응전략이 나오는 것이다. 병원균을 항원이라고 하며 이를 섬멸하려는 물질이 항체하고 한다. 생체에는 정규군, 향토방위군 같은 항체가 생겨서 실제로 강력한 병원균이 침입하면 출동하여 병원균과 맞서게 되어 있다, 백신 [vaccine]은 가상적 [假象敵]을 투입시켜서 생체내에 대항하는 물질을 형성시킨 것이다.
환경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내분비교란물질은 진짜 호르몬처럼 작용하는 것이며, 생체는 그 차별성을 인식하지 못해서 호르몬분비체계에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아는게 병이라고 하여야 할까? 내분비교란물질은 실제의 호르몬같이 초미량 [超微量]이라 존재조차도 몰랐던 것인데 과학의 발달로 그 정체가 서서히 밝혀져 가면서 당황하기 시작한 것이다. 환경호르몬의 종류는 광범위하다. 1990년대 들어서서 내분비교란물질의 위해성을 지적하기 시작한 세계야생보호기금 (WWF)은 자연에 노출된 내분비교란물질의 종류를 67종으로 선정했다. 67종이란 수는 현재까지 색출된 것일 뿐이고 매년 수십만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실험실에서 합성되고 있기 때문에 자연계에 얼마나 많은 수가 존재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봐야한다. 그런 점에서 내분비교란물질을 거론하는 것은 장님코끼리 만지기 격이다.
전자파의 유해성 (有害性)도 환경호르몬 못지않다. ‘전자파’ (電磁波, Electromagnetic Wave)란 명칭은 전기자기파 (電氣磁氣波)을 줄여서 부르는 말로 전기 및 자기의 흐름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전자기 에너지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반복하면서 파도처럼 퍼져나가기 때문에 전자파로 불리우는데 전자오븐은 파장이 짧고 주파수가 높은 고주파를 이용한 가전제품이다. 전자오븐의 핵심은 고주파를 발생시키는 마그네트론 [mabnetron]이다. “Magnetron”은 자석 (magnet)와 전자 (electron)의 합성어로 자전관 [磁電管]이라고도 하는데 강한 전자기파를 만들어내는 부품이다.
전자파는 가열하려고 하는 음식물의 물분자를 진동시킬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이용해서 음식물의 온도를 높이게 된다. “전자오븐으로 조리한 음식이 안전한가?”하는 문제인데 음식물의 탄수화물, 단박질, 지방 같은 영양분이 전자파의 발열작용으로 변질되었다는 연구결과는 없으며, 전자오븐뿐만 아니라 조리할 때 음식물을 삶거나 굽거나 튀기는 모든 과정에서 영양소의 변형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며, 건강을 크게 해칠 정도는 아니란 것이 현재까지의 정보다. 전반적인 전자기파의 유해성은 판단은 간단하지 않다. 다만 장시간 노출되면 유해하다는 것이 공인된 사항이다. 전자오븐이 작동하고 있을 때 1m이내에 접근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고압송전선의 전자기파의 유해성 논란도 사회적 갈등으로 증폭되며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스웨덴 국립연구소의 키엘 한손 밀드 박사는 암 전문지 ‘유럽 저널 오브 캔서 프리벤션’ 최근호에 게재 [揭載]한 보고서에서 뇌종양 환자 1617명과 정상인을 4년간 비교 연구한 결과 오랫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종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4년 5월에는 일본 도호쿠 (東北)대 혼도 쓰요시 교수팀이 “열차나 엘리베이터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전자파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금속 재질의 벽에 부딪쳐 되돌아오기 때문에 다른 승객들에게 심각한 위험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핀란드의 다리우스 레스진스키 박사도 휴대전화 전자파가 혈액속 유해물질의 뇌조직 유입을 가능케 하고, 두통 피로 수면장애를 가져올 수 있으며, 알츠하이머병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휴대전화가 생물체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휴대전화의 안테나를 수 분간 머리에 대는 경우, 사람의 뇌세포 온도를 0.1도 정도 높일 수 있으나 매우 약한 수준이기 때문에 조직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 DNA분자를 파괴하여 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엑스선·감마선과 달리 전파 에너지가 낮기 때문에 유기분자의 화학결합을 부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최근 미국 과학 아카데미 (NAS)에서도 전자파를 2B 발암등급 (커피 고사리 등 발암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되는 인자)으로 분류하자는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 (NIEHS)의 견해를 전면 부정해 유해성 여부가 여전히 유보돼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휴대전화 전자파는 아직 커피 수준의 유해성을 인정하는 수준에도 와 있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등에서 모토로라 · 노키아 · 에릭슨 등 휴대전화 업체들을 상대로 진행중인 휴대전화 전자파 유해성과 관련한 소송에서도 아직 주목할 만한 판결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정보를 종합해 볼 때 전자오븐이 작동하고 있을 때 가까이서 조리과정을 관찰한다던가, 휴대폰을 머리맡에 놓고 잔다던가, 바지주머니에 휴대폰을 습관적으로 넣고 다니는 것 등 은 위해 [危害] 요인임에 틀림없다
전자오븐은 수분을 이용해 음식을 익히는 것이기에 수분을 포함하지 않은 물질은 아무리 돌려도 데워지지 않는 것이며, 그릇은 내열 유리나 내열 플라스틱, 도자기, 종이들을 이용하여야하고, 도자기 그릇도 금박이나 은박으로 싼 것은 스파크가 튀고 위험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용수칙이다. 문제는 가정에서 많이 쓰고 있는 식품비닐랩이다. 랩의 원재료는 크게 염화비닐계와 폴리에틸렌계로 나눌 수 있다. “염화비닐”이니 “폴리에틸렌”이니 하는 것은 화학적인 전문용어다. 석유 [石油]나, 석탄, 천연가스 등으로 플라스틱 [plastic]이라는 물질을 만들었고 이 플라스틱을 화학변화를 시키며 성질이 다른 많은 물질을 생성하는데 그 중에 폴리에틸렌과 염화비닐이라는 두 종류가 있다. 랩은 이들 두 종류로 만든다. 염화비닐계의 랩은 내열성을 높이거나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안정제, 가소제, 난연제, 곰팡이방지제 등 여러 가지 첨가물이 사용된다. 그럼에도 식품용 랩으로 염화비닐계가 사용되는 이유는 성질이 유연하여 사용하기가 편리하며, 온도가 140~160도를 넘지 않으면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어 우려가 된다. 에틸렌 [H2C=CH2]을 중합 [重合]하여 얻어지는 고분자의 총칭을 폴리에틸렌 (약칭: PE)이라고 하는데, 이와 같이 에틸렌을 단위체로 만든 플라스틱을 폴리에틸렌계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플라스틱은 열가소성과 열경화성 플라스틱으로 구분되는데,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한번 굳어져도 다시 열을 가하면 녹는 성질을 가진 플라스틱이고,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열에 의해 다시 녹일 수 없는 플라스틱이다. 폴리에틸렌계 플라스틱은 열가소성 플라스틱에 속한다.
폴리에틸렌은 가소제 [可塑劑]를 첨가하지 않아도 부드럽고 투명하기 때문에 식품포장이나 전자오븐 사용에도 안전하다고 공인 [公認]하고 있지만 염화비닐계의 랩이라면 첨가 되었을 가소제, DEHP[di-2-ethylhexyl phthalate]가 부주의로 전자오븐이 과열되었을 경우 작은 알갱이[입자]로 분해될 수 있고, 이 작은 알갱이는 지방성분에 흡착하게 되므로 내분비교란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내분비교란물질은 극미량 [極微量]으로도 생체의 발육과 성장 및 각종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내분비교란물질의 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ppt”가 자주 사용된다. 흔히 100만분의 1라고 해서 “ppm”[parts per million]이라는 단위는 익숙하지만, 1조분의 1을 나타내는 농도의 단위 “ppt” [parts per thousand]는 생소하다. 질량의 무게를 나타내는 피코그램과 비견되는 단위인데, 1pg (피코그램)은 10조분의 1그램에 해당한다. ppm이란 parts per million의 약자로 100만분의 1을 나타내는 농도의 단위이다. 곧 1ppm은 0.000001%를 뜻한다. 1ppm은 예컨데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m인 수조에 1g의 각설탕을 1개 넣고 물을 가득 채웠을 때의 설탕의 농도이다.
ppb는 “parts per billion”의 약자로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농도이다. 예를 든다면,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0m인 거대한 수조에 1g의 각설탕 1개를 넣고 물을 가득 채웠을 때 설탕의 농도이다. 발암성 등에 대한 연구에서 하루 1킬로그램당 0.1ppg [100반분의 1g]을 쥐에게 투여한 경우 보통 쥐에서는 간암, 폐암, 인두암 등이 발생했고, 임신하고 있는 쥐의 경우 태아에서 소장의 출혈이나 신장의 기형 언청이 등이 관찰되었다. 극미량의 내분비교란물질을 인식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너무나 엄청난 일이 밝혀지니 어쩌랴?
한국전쟁중에 군대생활을 하였던 사람들은 살충제 [殺蟲劑] DDT를 기억한다. 1939년 독일 화학자 P.H 밀러가 DDT가 곤충에 미치는 강력한 독성을 발견하면서 해충을 없애기 위한 농약으로 전세계에서 사용되었고, 말라리아와 이질 등의 원인모기를 박멸한 공로를 평가받아 1948년 노벨의학 생리학상을 수상했던 물질이다. 미군이 공급해준 DDT로 이 [louse]를 죽인다고 살분기 [撒粉機]로 한국군인들의 군복속에 마구 뿌렸다. 그후 동물과 인간에 대한 독성이 밝혀지면서 1970년대 이후 인도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제조와 사용이 금지되었다.
1950년에 V.F. Lindeman과 Howard Burlington은 DDT가 닭에서 성호르몬과 같이 작용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DDT를 처리한 숫병아리가 정상적인 수탉으로 발생하지 못했고, 또한 동물 정소의 성장과 발육을 저해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노벨상까지 수상한 DDT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하였다,
다이옥신 [dioxin]은 환경호르몬의 boss격이다. 탄소 여섯 개가 고리모양으로 결합된 화학구조를 벤젠구조라고 하는데 다이옥신은 두개의 벤젠화합물 고리에 하나나 두개의 산소 원자를 통해 결합하고 있는 화합물 군을 통칭하는 것이다. 다이옥신은 염소가 들어있는 화합물을 태우거나 염소나 브롬을 함유하는 산업공정에서 화학적인 부산물로 생성되고, 산불이나 화산 등의 자연현상에서도 발생하며, 그 종류도 210여 가지에 이른다. 그중 2,3,7,8-다이옥신의 대한 연구에서 발암성이 확인되었고, 체내에서 갑상선호르몬과 성호르몬의 농도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이옥신은 치사량이 0.15g인 청산가리의 1만배, 비소의 3000배에 이르는 독성을 가진 맹독 물질이다. 다이옥신 1g이면 2만명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물질은 잘 분해되지도 않고, 용해도 되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극히 적은 양이 흡수됐다고 해도 점차 몸속에 축적돼 각종 후유증을 일으킨다.
고엽제와 다이옥신의 피해사례를 중심으로
10여년 전부터 모유의 환경호르몬 함유량을 조사한 수치가 발표 된 바가 있으며,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환경호르몬이 농축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게 밝혀진 것이다.
다이옥신은 소각장, 화력발전소, 제지, 펄프, 철강생산공정에서 배출된다. 이러한 다이옥신이 극미량 이긴 하나 쉽게 분해되지 않고 먹이사슬을 따라 사람이 섭취하는 육류, 어패류 및 낙농제품 속에 축적된다는 점이다. 오염된 식품을 먹으면 다이옥신이 배설되지 않고 축적되었다가 모유를 통해 유아에게 까지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지역마다 있는 쓰레기 소각장은 다이옥신을 줄여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각장이나 산업시설에 의해 배출된 화학물질이 먼저, 대기, 수질, 토양 등의 환경을 오염시키고 다음으로 오염물질이 물고기, 축산물 등 생물체에 축적된 다음 최종적으로 사람이 소비하는 음식물을 통하여 인체 내로 들어오는 것이다. 그 동안 다이옥신과 관련된 대형 사건들이 있다. 베트남전쟁에서 미군들이 사용한 고엽제[枯葉劑]는 다이옥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베트남국민들은 물론 참전하였던 군인들이 오염되여 4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베트남 전쟁 때, 미군은 정글에 가까운 베트남의 전쟁터를 초토화시키기 위해, 살포한 몇 종류의 제조제가 있다. 그 중에 “에이전트 오렌지”라는 상표의 제초제가 대표적인 것이다.
이 제초제에는 불순물 상태의 다이옥신이 들어 있었는데, 정글의 나무들을 고사시키는 것만 생각하고, 2차, 3차의 오염후유증을 예상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더구나 고엽제의 위험성을 몰랐던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은 비행기로 고엽제가 공중 살포될 때에는 “모기에 물리지 않는다”며 고엽제가 쏟아지는 곳을 쫓아다니기도 하고, 고엽제 가루를 맨손으로 뿌리며 제초 작업에 나서기도 하였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엽제로 인한 많은 후유증과 장애가 들어나자 1979년 9월 미국 베트남재향군인 오렌지 희생자 회는 “에이전트 오렌지” 제조회사인 다우케미컬 주식회사 등 7개 업체를 대상으로 400억 달러 규모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고, 1984년 5월 업체에서 고엽제 피해자와 가족에게 1억8000만 달러의 기금을 준다는 약속을 받고 합의하기도 했다. 1984년 미군과 호주(7,000명 참전) 뉴질랜드(600명 참전) 참전 고엽제 환자들은 2억 4,000만 달러를 피해 보상금으로 받았으나 베트남전에 대대적으로 참가하였던 한국에서는 고엽제에 관한 어떤 정보나, 뉴스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유신독재정권과 전두환 정권의 권력자들이 베트남전에 만신창이가 된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언론을 통제하였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베트남전쟁에 1964년 9월부터 1973년 3월까지 8년 6개월간 연인원 32만명이 참가 하였으며, 4624명이 전사하고 15000여명의 전상자가 발생하였다. 국가보훈처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보훈지원을 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3월 말 고엽제 후유증에 따른 국가유공자는 2만 3405명, 후유증으로 수당을 받는 환자는 5만 2848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고엽제 후유증 2세로 수당을 받는 환자가 57명, 고엽제 후유증이나 후유증은 아니지만 등외 판정을 받아 병원 치료비를 지원받는 환자는 3만 6582명으로 조사되는 등 고엽제로 인한 직·간접 피해로 보훈 대상이 된 국민은 모두 11만 2892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고엽제 후유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주에서 살기 때문에 외국 언론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었던 고 최영환 전우에 의해서 이 사실이 중앙일보에 보도 되었으나 전두환 정부는 제보 기자를 해고시키고 타 언론이 보도하지 못하도록 통제하여 국민의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입에는 재갈을 물렸다. 이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피해자단체들이 결성되었고 1993년 2월에 고엽제후유증 환자진료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 되었고 시행 세칙도 마련되어 국가보훈처에서 한국을 제외한 베트남 참전국들은 고엽제 문제를 거의 마무리가 되어갈 무렵인 1990년대 초에서야 고엽제문제가 신문기사로 등장하였지만 이것마저 권력자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기사를 올린 해당기자는 해고 되었다고 한다. 1991년 2월 26일 호주에 거주하는 한국군 파월용사단체인 “따이한 호주지부”의 고 최영환 회장이 제초제 피해보상에 관한 정보자료를 한국에 있는 “따이한 중앙회”에 제공함으로써 한국 사회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나눔과 기쁨”(이사장 서경석 목사)이라는 NGO (Non Governmental Organization) 단체에서, 고엽제에 관해 수기형식의 글을 보면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베트남 국민들의 참상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으며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이 얼마나 맹독성 물질인가 하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베트남의 고엽제환자는 600만명이라고 하며, 베트남 인구 약 8500만명에 600만명이면 14명에 1명 꼴인 셈이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은 고엽제를 비행기로 살포했을 뿐만 아니라 드럼통에 고엽제를 담아 비행기에 싣고 공중에서 투하하여 터지게도 하고, 로켓에다 고엽제 가루를 넣어 투하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폭탄을 맞은 현장은 아직도 벌거숭이의 죽음의 땅으로 남아 있다. 군인 백 만 명, 민간인 480만명이 고엽제 환자가 되었는데 이중에 3백만명이 중환자라고 한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엔 더 심각해서 머리만 커진 아이, 하반신이 없는 아이, 걸을 수 없는 아이, 자라지 않는 아이, 피부가 갈라지는 아이, 눈이 없는 아이 등이 태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겪고 있는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있겠는가? 이에 <나눔과 기쁨>이라는 단체는, <베트남 고엽제 어린이 돕기 운동본부>를 결성해서 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76년 7월 10일 이탈리아의 롬바르디 지역의 세베소라는 마을에 위치한 한 제약회사 공장에서 유독가스 누출 사고는 다이옥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세계인에게 알리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이 공장은 제약회사인 스위스 Roche 그룹의 자회사인 익메사(Icmesa)의 현지 공장으로, 1969년부터 의료용 비누인 헥사클로로폰의 생산을 위해 TCP(트리클로로페놀)를 생산하던 중이었다. 사고는 TCP를 담는 반응용기가 과열이 되자 과다한 압력으로 안전밸브의 표면이 파열되면서 일어났다. 안전밸브가 파열되자 염소 등이 혼합된 화학물질과 독성이 매우 강한 다이옥신이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Seveso, Meda, Cesano, Maderno, Desio 등 주변 마을을 덮치게 되었다. 이들 화학물질의 누출은 냉각시설이 작동될 때까지 한 시간이 넘도록 계속되었으며, 분무식 구름(aerosol cloud)의 형태로 온 마을들을 뒤덮었다. 이 사고로 주민들과 가축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은 심한 화상을 입고 피부에 염증이 생겼으며 심지어는 피부조직이 일그러지는 증세를 나타냈다. 어린이들의 경우는 특히 피해가 더 심하였다. 많은 임신부들이 유산을 하고, 기형을 우려한 임산부들의 낙태가 속출하였으며, 로마 교황청에서 이들의 낙태를 허용하기까지 하였다. 닭과 토끼, 염소 등의 가축 수 만 마리가 떼 죽음을 당하였고, 먹이사슬로 인한 오염을 우려하여 1978년까지 7만 7천마리의 가축이 도살되었다. 토양은 온통 다이옥신에 뒤덮여 곡류와 야채 과일을 모두 오염시켰다. 오염이 가장 심한 중심부 43 헥타르의 토양은 땅 밑 40센티미터까지 초토화되었고 건물들은 폐허가 되었으며, 80.3헥타르 이내의 전 주민들은 소개되어 마을을 떠나야 했다.
1999년 6월에 벨기에 정부는 사료공장에 제공하는 기름에 다이옥신이 다량 함유된 원료를 공급해서 이를 원료로 해서 사료가 만들어졌으며 이를 공급받아 사육한 가축들이 오염된 것을 확인하였다는 발표와 함께 오염되었다고 판단되는 700여만 마리의 가축을 도살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각국에서 이미 도입한 돼지고기 등을 반송하고 손해배상을 청구 하는 등의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였었다. 다이옥신이 묻어있는 토양이나 풀을 소, 돼지, 닭 등의 가축이 먹게 되면 가축의 혈액 및 지방 성분에 다이옥신이 쌓이게 돼 가축의 고기, 난류 및 낙농품에도 역시 다이옥신이 함유된다. 벨기에산 돼지고기도 다이옥신으로 오염된 사료를 먹은 돼지의 체내에 다이옥신이 축적되어 문제가 된 것이다.
강이나 바다로 흘러간 다이옥신은 바닥의 침전물에 쌓여 있거나 물속을 떠다니다가 그곳에 서식하는 미생물, 플랑크톤 등의 아주 작은 생물체의 몸속에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다이옥신에 오염된 미생물이나 플랑크톤을 작은 물고기가 먹고, 작은 물고기를 더 큰 물고기가 먹는 먹이 사슬에 의해 다이옥신은 이들의 몸속에 급격하게 쌓여 점점 더 많은 양이 축적된다.
이와 같이 다이옥신에 오염될 우려가 높은 식품은 육류, 낙농품, 난류, 생선, 조개류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인간은 다이옥신에 오염된 식품들을 평생 동안 먹게 됨으로써, 몸속에 다이옥신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특히 다이옥신은 체내 농축성 물질이므로 고래, 상어 등 수명이 긴 동물일수록 함유 농도가 높을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성인의 체중 1㎏당 1~4피코그램 (1조분의 1그램) 이하의 다이옥신을 평생 섭취한다면 그로 인한 심각한 유해 영향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식품 및 환경오염으로 인한 일일 평균 다이옥신 노출양은 성인의 체중 1㎏당 약 0.6피코그램 수준으로 조사된 바 있어 다이옥신에 오염된 먹거리를 많이 오랫동안 먹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다이옥신에 의한 건강 악영향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국내 성인의 일일 평균 다이옥신 노출량의 8%는 대기 등 환경오염에 의한 직접 노출로 인한 것이며, 약 92%는 식품을 통해 노출된다. 미국, 유럽 등 육류 및 유제품 섭취를 선호하는 국가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어패류 섭취로 인한 기여율이 가장 높다.
현대사회에서는 육류나 고지방 식품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어 식단을 현명하게 잘 선택해야 한다. 어린이들과 임신 가능한 연령의 여성들은 다이옥신과 폴리염화비페닐과 같은 환경호르몬 물질에 오염된 물고기의 섭취를 피해야 한다. 사실상 오염된 생선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원산지가 분명하지 않은 조개 및 생선류는 되도록이면 구입하지 말도록 한다. 또한 다이옥신을 많이 함유할 가능성이 있는 버터 등 동물성 지방 섭취를 피하고 대신 야채와 곡류, 과일이 풍성한 식단을 택하는 것이 좋다. 유기농 야채를 사거나 직접 기르면 더욱 좋을 것이다.
굳이 다이옥신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환경문제가 개방된 세계 사회에서 통상교역의 문제로까지 발전할 수 있음은 익히 잘 알고 있는 바이다. 더욱이 먼 미래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을 생각한다면 단순히 현명한 먹거리를 찾는 소극적 대안보다는 근본적인 다이옥신 근절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이옥신과 같이 잔류독성물질을 지구상에서 근절하기 위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에 관한 스톡홀름협약 (POP’s 협약)’이 있으며 각국이 가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천적으로 소각장의 연소과정, 화학공정 등의 주요 다이옥신 배출원을 잘 관리함으로서, 총량적으로 다이옥신의 배출이 계속 줄어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도 플라스틱과 일회용기 등의 사용을 억제하고, 재활용과 재사용을 생활화하여 다이옥신 배출을 가중시킬 수 있는 소각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교육과 생활 패턴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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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3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민주화 실천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