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진 박사의 특별기고
비난의 대화 습관
남편이 아내에게 말한다. “ 왜 ! 이 로션을 여기에다가 넣었어? 없어서 아이들이 찾고 있었는 데.. 여기에 넣어두면 날짜가 지나서 아무도 사용을 못하게 되잖아 !” 그러자 아내가 변명하듯 이야기한다. “ 아이들이 쓸 게 많아서 욕실에 둘 수 없었는데 다른 곳에도 자리가 없어서 거기에 넣어 두었어 !” 아내는 그렇게 답변을 하면서도 기분이 나빠진다. 그리고는 평소에는 아침에 토스트를 구우면 같이 먹자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를 하지 않고 혼자서 먹고는 얼른 자리를 뜬다.
사람은 감정이 상하면 상한 감정으로 인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감정은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부부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한 존 가트만 박사님은 부부 문제의 갈등은 갈등의 내용에 있기 보다는 갈등을 담는 형식 즉 상호 작용의 패턴에 있다고 본다. 갈등을 잘 풀어나가지 못하는 부부는 파괴적이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대화의 방식이 있다고 말한다. 그 중에 대표적인 하나의 유형이 ‘비난’이다. ‘비폭력 대화’의 저자, 마셀 로젠버그는 평화로운 대화법을 연구하여 전세계의 분쟁이나 작은 갈등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인 대화법을 개발하여 그것을 다양한 환경에 적용을 하는 데 부부 관계에도 그것을 적용한다. 그런데 평화를 깨뜨리며 폭력을 일으키는 의사소통의 여러가지 유형을 설명하면서 거기에 비난을 포함시키고 있다.
‘비난’ 게임은 많은 가정에서 부부 관계에서 흔히 발생하는데 이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게 하기도 하고 자신을 합리화시키기도 하고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기도 한다. 비난을 받는 사람은 존중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고 억울함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비난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저항감을 느끼게 된다. 대부분 비난을 받으면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맞짱을 뜨게 된다. 비난한 사람이 잘못한 것도 같이 찾아서 잘못을 지적하게 된다. 예를 들면, 위의 예에서 공격적인 아내는 변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당신은 맨날 로션을 아무 때나 늘어 놓는 거야 !” 라고 말이다. 수동 공격적인 사람은 사람은 비난을 한 사람에게 겉으로 표현은 안해도 “너는 잘하니? 너나 잘해 !” 라는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위의 경우 처럼 수동적인 사람은 변명을 늘어 놓게 된다. 이 모든 반응은 건강하지 않은 반응인데 비난이라고 하는 것이 감정이 섞여있는 공격의 표현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난의 말들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방어’를 사용하게 만든다. 공격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격으로 부터 자신을 지키고 싶어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기 방어의 방식이 나타나고 그 방식은 평소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사용하는 건강하지 않은 의사소통의 방식으로 표현되어진다. 비난을 하는 사람의 내면에는 “나는 괜찮고 ( I am okay) 너는 잘못되었어 ( You are not Okay)” 라고 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거나 “ 나는 안 괜찮지만 ( I am not okay) “ 그런데 “너도 한참이나 잘못되었어 ( You are not okay)” 라고 하는 태도를 가진 경우가 많다. 비난은 오래된 인류 역사와 함께 있어왔던 부분이다. 지금도 비난은 많은 조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어진다. 조직에서는 잘못이 발생했을 때 비난받을 대상을 정하고 그 대상으로 하여금 책임을 지게 함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조직의 기능을 유지시켜 나간다. 예를 들어, 어떤 비리 사건이 발생할 경우 모두를 처벌하기 보다는 몇 몇에게 책임을 돌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들이 그런 경우다.
한 사람에게 비난을 돌림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가정에 적용하는 부모가 있다고 할 때 자칫 한 대상을 희생양으로 삼게 된다. 동생이 맞아서 울고 있을 때 동생이 피해자라는 생각을 부모가 하고 언니를 무조건 야단을 치는 부모들을 우리는 종종 보게 되는데 이 경우에 언니는 희생자가 된다. 언니를 희생자로 삼으로 비난을 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부모와 그 희생을 당하는 언니가 있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그런 비난을 받은 언니는 부모가 없을 때 동생을 학대하는 진짜 가해자가 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가정에서 누군가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게 하는 비난이라고 하는 방식의 문제 해결 방법은 ‘역기능 가정(dysfunctional family)’을 산출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비난 대신에 우리는 어떤 방법의 의사표현을 사용해야 할까? 코칭 리더십에서는 가장 중요한 코칭의 기술로 “질문, 경청, 피드백”을 이야기하는데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을 때 왜 라고 하는 비난의 말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을 통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칭에서는 좋은 피드백은 인정, 교정과 지지의 말, 칭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실수나 잘못한 일이 있을 때 비난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를 먼저 인정해주고 나서 고쳐야 하는 부분을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그 다음에 다시 칭찬으로 마무리를 해주라는 것이다.
그러면, 위의 사례에서 남편은 비난 대신에 아내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코칭의 피드백 방법으로 이야기를 하면 “여보, 당신은 정리를 참 잘 하는 것 같아. 집이 깨끗해져서 좋지.. 이 로션들은 아이들 화장실에 갔다 놓을래? 아이들이 찾던 것 같아. 그러면 유통기한 내에 쓸 수 있어서 좋을 거야. 아이들도 이 로션이 있어서 좋아할 것 같네. 잘 보관해서 좋네.” 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것은 인정, 교정요청, 칭찬의 공식을 사용한 것이다.
아니면 비폭력의 대화 방법으로는 이렇게 할 수 있다. “여보, 여기 찬장을 열어 보니 로션이 많이 있네. 아이들이 로션을 찾았는 데….. 이 속에 있다가 유통기한이 끝나서 못쓰게 될까봐 염려가 되네. 아이들이 제 때 필요한 것을 잘 쓸 수 있는 것이 나의 바램이야. 아이들이 잘 쓸 수 있게 다른 곳으로 옮겨놓을 수 있을까? 어떻게 생각해 ? “ 이것은 관찰, 감정, 필요, 부탁의 공식을 사용한 것이다.
만약 남편이 이렇게 말을 하면 아내는 변명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존감에 전혀 손상을 입지 않고 오히려 존중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아내는 변명 대신 “그래, 알았어~ 욕실에 둘 자리가 있는 지 확인해 봐야 겠네. 유통기한이 되기 전에 찾아서 다행이네. 잘했네” 그리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토스트를 구워서 남편에게도 함께 먹자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비난’ 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 존중이라고 하는 가장 중요한 태도를 손상시킨다. 그러므로 좋은 의사소통을 통해서 관계를 세우고자 하는 사람은 ‘비난’ 대신에 건설적인 피드백을 표현해 주거나 비폭력대화의 방식을 통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요청을 하는 것을 사용하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비난’의 습관은 역사와 그 뿌리가 깊을 수 있으나 반드시 변화가 필요한 나쁜 대화 방식인 것을 잊어버리지 말자.
가족스트레스와 회복 탄력성
사람들과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는 시간이 있었다. 인생그래프 ( Life graph)는 인생 전체를 A4 용지에 가로줄을 긋고 나이를 10살 단위로 표기한 다음 좋은 일은 위로 나쁜 일은 아래로 넣어 보면서 나중에 서로 연결하여 인생의 전체를 살펴보는 하나의 상담 및 코칭의 도구다. 연세가 지긋한 성인들이 모여 있는 그룹이어서 그런지 인생 그래프에서 행복한 사건만 가득 차 있고 어려움이 없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조금씩은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살아온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는 희, 노, 애, 락을 경험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필자의 인생 그래프도 몇 번의 제법 큰 굴곡이 있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깊은 수렁과 같은 그 어려움들이 삶을 포기하게 되거나 깊은 상처로 남아있지 않고 어려움 끝에는 매번 높이 치솟는 새로운 기쁨과 삶의 소망이 있었고 경험이 가져다준 깨달음으로 인한 인격적 성장과 지혜가 생겨났다. 그것을 생각해 보면 인생의 어려움은 경험하는 그 순간은 절망이고 암흑이나 어두움 뒤에는 반드시 빛이 있고 회복이 있다는 것을 믿으면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내는 것이 중요함을 본다.
그런데 인생의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있어서 가족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 필자의 가족은 매주, 가족의 시간 (family time)을 갖곤 하는데 지난 월요일에는 남편이 최근 힘든 시간에 대해서 나누면서 그 모든 시간동안 가족이 함께 어려움을 짊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였다. 그 말을 하는 남편의 눈에서는 눈물이 고였고 그것을 본 온 가족은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가족이 얼마나 힘이 되고 가족이 힘든 시간을 버티는데 있어서 얼마나 큰 의미가 되는 지를 새삼 느끼며 가족으로 인해 하나님께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족이론’이라는 책에는 가족을 이해하는 10가지의 가족학 이론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마지막 부분에 있는 “가족 스트레스와 회복 탄력성 이론” 이 설명되고 있다. 이 이론에서는 가족에 속한 각 개인은 삶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대처 능력이 부족한 취약한 부분에 부딪히거나 삶의 위기를 경험하거나 큰 스트레스를 만날 수 있는데 가족은 역경에 직면해서도 건강을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자원임을 설명한다.
실제로 한국의 한 대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가족간의 관계가 좋은 학생일수록 코비드의 상황에서 덜 힘들어했다고 한다. 결국 건강하고 강한 가족은 스트레스가 올 때 역경과 위험을 이겨내는 보호 요인이 되어서 가족으로 하여금 회복 탄력성을 증가하게 만들어서 가족은 더 적응적으로 되고 더 강한 사람들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당신은 삶의 어려움을 만날 때 누구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할 것 같은가? 만약 단 한 사람에게 전화를 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 할 것 같은 지를 한 번 생각해 보라. 이것은 당신이 스트레스를 당할 때 어떻게 다루는 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가족과의 관계가 어떠한 지도 보여줄 수 있다.
호주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다 보면 많은 어려움들을 당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 교회를 가려고 하는데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영주권 스폰을 해주기로 했던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를 당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갑자기 교통 사고가 났는 데 보험이 없어서 큰 돈을 물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가족을 바라보는 스트레스와 회복 탄력성 이론은 이렇게 가족의 삶에는 자연스럽게 많은 스트레스 또는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게 되는 데 이런 스트레스는 개인과 가족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어떻게 기능하고 적응하는 지를 방해한다고 본다.
어떤 한 사람이 자신이 호주에 살면서 너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동생은 귀찮다는 듯 빨리 전화를 끊으라고 했고 부모님은 자신의 상황을 듣지도 않은 채 가족의 의무만 강조했다고 한다.그 반응에 너무나도 좌절을 하고는 가족과 관계를 끊고 싶은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스트레스를 만났을 때 가족이 어떤 반응을 보이냐는 내가 스트레스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 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스트레스 상황을 어떻게 다루는 지를 함께 보여주었다. 이 가족은 한 가족 구성원의 위기에 무관심과 비난으로 반응을 함으로 오히려 관계가 깨어지고 문제 상황에 자원을 하나도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경험하게 되었고 가족의 기능과 적응을 방해하는 스트레스에 해체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한 가족이 현재와 미래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 지를 예측하는 기준으로 이 가족이 과거에 어려움이 왔을 때 가족들이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을 했고 가족들이 그 어려움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았는 지를 살펴보면 현재의 어려움을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해서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특히, 어려움을 잘 극복한 가정은 가족 구성원의 개인적 자원뿐 아니라 지역 사회 자원을 동원하고 또 어려움을 대처하는 자원이 이미 있기에 지금 현재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과거의 그 자원들을 다시 활용하여 어려움을 이겨내야 더 성장하는, 회복탄력성 즉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 혹은 도전이나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게 된다. 가족의 해체가 아닌 가족의 성장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과거에 가족이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지 못했고 그래서 가족의 자원이 없는 경우에도 여전히 과거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의 가족의 경험을 돌아보면서 어떤 자원이 부족했는 지 어떤 소통이 부족했는 지 어떤 지지와 격려가 부족했는 지를 확인하고 현재에 당면한 스트레스에는 가족의 해체와 같은 파괴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고 가족을 새롭게 성장하는 길로 이끌도록 재조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의 사람들은 많은 재앙적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하고 있다. 전쟁과 기근과, 홍수가 적지 않고 호주에서도 홍수, 산불, 무작위 칼부림, 높은 렌트 비용 등의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한인들 커뮤니티에 살인사건까지 생긴 경우도 있었다. 이런 스트레스는 어느 누구든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기에 나는 위험한 상황을 만날 때 누구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지도 한 번 생각해 보고 내가 가지고 있는 가족의 자원이 어떠한 지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한 번즘 가져보며 현재 나의 가족에게 필요한 자원이 무엇이 있고 강하고 건강한 가족이 되기 위해 어떤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 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어려운 인생길에서 가족을 통해 상처와 아픔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과 지지를 경험할 수 있을 때 가족은 튼튼한 보호막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서미진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부학장, 호주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