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진 박사의 특별기고
여행의 의미
이번에 평소에 비해서 한 주 정도 더 길게 여행을 하게 되었다. 보통은 하는 일이 바쁘고 아이들도 돌보아야 하다 보니 평균 2주 정도 집을 비우는 일정으로 해외에 나갔는데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 나오면서 아이들도 조금 더 자라 한 주 정도 더 긴 3주라는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게 되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하듯이 한국에 오면 그 동안 진료 받지 못한 병원 치료도 받고 가족들도 보고 또 추가 업무들을 보게 되었는데 집에 돌아갈 시간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지금 여행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여행은 사람마다 그 목적에 따라 또 방식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데 여행 전문 블로거 트레블 콩블리는 여행의 심리적 유익을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그것은 스트레스 해소, 자아 발견 및 개인의 발전, 창의성과 영감 부여, 창의적 네트워크 형성이다. 필자도 많은 여행을 하진 않았지만 일상을 떠나서 여행을 할 때 느껴지는 여행의 유익을 생각하게 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여행이 주는 유익을 통한 의미를 찾아 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필자에게 여행은 먼저 자기 돌봄의 방법이다. 6명의 자녀를 키우며 여러가지 업무인 학교 행정 일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또 개인을 상담하는 일 그리고 늘 새로운 일로 바쁜 남편의 보조를 맞추어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숨을 쉬지 않고 달려만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끔은 스트레스로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면 소화제를 먹고, 지치면 커피를 마시면서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던 중 여행 일정이 있어서 한국에 오게 되었는데 한국에 와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으니 소화가 잘되고, 위가 더 이상 아프지 않다. 엄마가 해주는 밥을 몇 일간 먹고 쉬고 나면 몸도 마음도 회복되어 다시 세상에 나가서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호주에서 삶을 살아가는 이민자들에게는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고 재충전을 시켜주는 역할이 고국 방문 여행을 하는 것이다. 정기적인 고국 방문은 돌아와서 하고 있는 일을 다시금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자기 돌봄이 되는 것이다. 처음 호주에 왔을 때 7년 동안 한국을 방문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제가 한국에 가서 많은 회복을 경험하는 것을 보고 남편이 이제는 매해 한국을 방문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누군가에게는 여행이 사치일 수 있지만 필자에게는 현재의 삶을 더 열심히 살아가게 하며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중요한 삶의 일부이며 자주 뵙지 못하는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자 자기 돌봄을 잘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다음으로 여행은 필자에게는 일탈의 경험이다. 중년의 직업 여성으로서 평소에 가지고 있는 역할들이 있다. 자녀가 많은 필자는 집에서 해야 하는 일이 많다. 심지어 강아지를 돌보는 일부터 작은 화초에 물을 주는 일까지 해야 한다. 이것은 필자뿐 아니라 대부분의 주부들이 하고 있는 일이다. 그 외 직장인으로서 또 상담자로서 매일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유일하게 그 일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기회가 여행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번 여행에서 필자는 일탈을 경험하시는 많은 선교사님들을 만났다. 오지에서 사역을 하시다 그 것에서 탈출해서 쉼과 자유를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의 기회를 가지시는 선교사님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일상을 탈출할 때 보이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그것을 통해 나의 일상의 삶이 얼마나 중요하고 감사할 일로 가득차 있는 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다음으로 여행은 필자에게 통찰을 갖게 되는 기회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전 세계가 지금 얼마나 경제적어려움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지를 볼 수 있었다. 한국에도 많은 상가들이 텅텅 비어있는 모습을 보았고 태국에서도 여행객들이 많지 않아 힘들어하는 관광업의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현재 내가 겪고 있는 호주에서의 어려움이 우리만 경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온 세계가 함께 경험하고 있는 것임을 실감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힘을 내어서 이 시기를 더 열심히 살아감으로 이겨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호주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할 수 있는 일인가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또 한가지 필자가 가지고 있는 연약함에 대한 통찰도 다시 얻게 되었다. 여행을 오면서도 포기하지 못한 상담 시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일들을 경험하면서 여행을 올 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일상의 짐을 확실히 내려 놓고 와야 하며 그렇다고 해서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실제로 여행 기간동안 대부분의 일을 내려 놓고 여행을 하는 것과 일상의 짐을 그대로 가지고 여행을 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해야 할 일로 인해서 몸은 다른 나라에 있지만 마음은 할 일들로 인해서 쉬지 못하는 경험은 여행의 질을 낮추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을 보면서 여행에서는 확실하게 쉬고 일상으로 가서는 또 일상의 일을 열심히 하는 구별된 삶을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또한 일상에서도 일에 치여서 일에 끌려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그 외에 일은 포기할 수 있는 나의 한계에 대한 인식의 힘이 필요함도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여행은 누구나에게 주어진 선물을 아니다. 여행을 하고 싶어도 일상의 의무와 책임으로 인해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여행을 잠시라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인데 여행을 할 수만 있다면 그 여행을 통한 심리적 유익을 충분히 누리는 것은 참 중요한 부분이다. 여행에 대해서 준비하며 꿈꾸며 즐거워하는 일 부터 여행에서 경험한 유익을 생각하는 것 까지 여행이 주는 유익은 많다. 그러므로 삶의 주어진 역할을 잘 살아가기 위한 의미 있는 여행을 잘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서미진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부학장, 호주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