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진 박사의 특별기고

통증 관리
막내 딸의 척추 측만이 너무 심해서 지난 주 금요일에 수술을 했고 지금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척추에 심을 박는 큰 수술을 하고도 아이는 그렇게 많이 아프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통증이 너무 크기 때문에 링겔로 두 가지 종류의 가장 센 진통제를 계속 맞고 있기 때문이었다. 수술 후 3일째가 되자 가장 센 진통제를 끊었고 4일째가 되니 마져 다른 진통제를 끊고 이제는 알약으로 된 진통제를 먹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 지 아이는 수술한 부위의 통증을 이제야 좀 느끼는 지 ‘끙끙’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통증을 호소하는 아이를 보며 인류에게 있어서 통증을 다루는 기술이 없다면 현재의 수술의 놀라운 발전은 없었을 거라 생각하며 통증을 다루는 영역이 어떻게 발전했을까가 궁금해졌다.
인간은 엄마의 산고라는 통증을 통해 이 땅에 태어나고 평생 크고 작은 통증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런데, 통증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내가 경험할 때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이 드는데 타인은 겉으로 보아서는 그 통증의 정도를 알거나 이해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병원에서는 우리 아이가 최고의 환자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의사나 물리 치료사가 왔을 때 다른 환자보다 빨리 일어나 걷고 의료진 앞에서 아픈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는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아이의 고통이 어떠한 지를 겉으로 보기에는 알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아이는 의료진이 가고 나거나 몇 번 걷고 나면 짜증을 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통해 자신의 몸의 통증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렇게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통증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가 않기에 알퐁스 도데의 ‘통증은 내게는 언제나 새롭지만 지인들에게는 금세 지겹고 뻔한 일이 된다’는 말이 실감된다.
<통증 연대기> 라는 책은 멜러니 선스트럼이란 분이 2001년 뉴욕 타임즈 매거진의 요청으로 쓴 책인데 본인이 만성 통증을 경험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책에서는 자신의 만성 통증에 대해서 다룰 뿐 아니라 통증과 관련된 인간의 철학, 종교, 문화, 역사, 의학, 신경과학을 통틀어 탐사할 뿐 아니라 고대로 부터 내려온 통증과 관련한 인류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연구들을 다양하게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고대에서는 흥미롭게도 통증을 영적 영역으로 해석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성경에서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으면서 인류가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후에 사람들에게 고통이 생겨난 것에 유래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마신이 통증을 일으킨다고 했다고 한다. 이런 생각은 질병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과 상당히 비슷해 보인다. 질병을 신의 저주로 보았던 시각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있었고 중세 시대에는 조현병을 가진 환자의 경우 마녀 귀신이 씌어졌다고 보기도 해서 그들에게 엄청난 학대도 자행되었다.
이렇게 영적인 시각으로 통증에 대해서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이 되었고 그래서 그런지 처음 미국에서 마취하는 법이 나왔을 때 통증을 인간이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으로 사탄의 활동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현병에 대한 이해나 처우가 달라진 것처럼 통증에 대한 생각도 달라진다. 19세기에는 통증을 생물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통증을 이해할 때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신체의 손상을 막기 위해 생겨나는 것으로 보고 치료를 통해 질병이나 부상이 나으면 통증도 함께 낫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 의견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질병이 낳고 치료가 끝나도 여전히 통증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통증의 연대기의 저자도 만성 통증을 경험하고 있었고 실제로 교통 사고를 경험한 환자 중에 만성 통증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다. 환상 지통처럼 실제 없는 신체 기관에 대해서 고통을 느끼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온 통증에 대한 새로운 이론은 뇌의 상호 작용으로 생물학적 요인 뿐 아니라 심리적 요인이 함께 작용해서 통증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근대 이전의 통증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이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통증 연대기에서 저자는 만성 통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뇌에서 통증을 관리하는 부위가 축소가 되어지고 인지를 관리하는 부분에 변화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그러면 통증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인간의 다양한 통증을 조절하는데 촛점을 두고 있는 통증 의학에서는 진통제와 항염증제, 신경통 약물, 근육 이완제와 같은 약물을 통한 치료, 척추나 관절에 주사하는 신경 차단술, 스테로이드 주사, 근육 주사와 같은 주사 요법, 스트레칭, 운동 치료, 전기 자극 요법, 초음파 치료와 같은 물리치료, 그외 신경 자극기 삽입술을 통해 전기 자극을 통한 통증 억제 방법, 심리 요법등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치료들은 병원에서 의사들을 통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상담사인 필자는 심리적 요법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마음 챙김(Mindfulness)은 현재 순간의 경험에 주의를 집중하는 연습이다. 통증을 회피하지 않고 지금 통증 부위에 집중해서 그것의 강도, 느낌, 모양, 위치 등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표현하고 이름을 붙여주어 통증에 대한 반응을 줄이는 기법이다.
두 번째로는 호흡이다. 깊이 쉼호흡을 하여 마음을 안정 시킴으로 통증이 주는 불안, 긴장, 두려움을 편안함으로 바꾸는 것이다. 깊이 숨을 마시고 잠깐 멈추고 최대한 천천이 내뱉는 복식 호흡을 하면서 자신의 호흡에 모든 관심을 두는 것이다. 생각이 흐트러지면 다시 그 생각을 내려 놓고 호흡에 집중하면 된다.
세 번째로 바디 스캔 (Body Scanning)이다. 머리부터 신체의 각 부위에 차례로 주의를 기울이며 하나 하나 그것의 감각을 느껴보는 것이다. 이것은 통증 부위 뿐 아니라 몸 전체의 감각을 인지하게 함으로 통증에 집중되어 있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몸에 대한 인식을 발전시키게 한다.
네 번째로 걷기 (Walking)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처음에는 짧게 하다가 점차적으로 늘려가면 좋은데 걸으면서 자신의 통증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전체적인 감각을 느껴보도록 해서 어떤 것이 보이는 지 내 몸의 호흡은 어떤 지 발이 어떻게 팔은 어떻게 움직이는 지, 몸이 땅에 닿는 느낌은 어떤 지를 생각하면서 걸음으로 마음의 통증이든 육체의 통증이든 그것으로 부터 주위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킨십이나 맛사지가 도움이 된다. 필자의 아이가 수술 환부의 통증으로 힘들어 할 때 다른 신체 부위를 마사지해주는 것이 아이의 통증을 다루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발견했고 아이의 머리 위에 손을 얻고 기도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었다. 가족의 따뜻한 피부를 통한 접촉은 통증을 완화시키는 좋은 심리적 도구다.
이런, 심리적인 기법은 통증을 직접적으로 없애주진 않지만 통증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을 바꾸기에 통증을 줄이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그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평안을 되찾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통증으로 부터 나를 지켜 나가기 위해 평소에 심리적 기법들을 실천해 보는 것이 좋겠다.
무의식의 중요성
아침마다 한국 라디오 방송을 듣곤 하는데 오늘 아침에 이런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7세 전의 기억을 거의 잘 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잊어버리고 만다고 합니다. 그 설명에 어떤 사람이 이런 댓글을 달았다고 합니다. ‘다 잊어버린 어린 아이들 한테는 잘 해줄 필요가 없네’ 그러자 어느 엄마가 이렇게 댓글을 다시 달았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에게는 어제가 오늘이 되고 오늘이 내일이 되기 때문에 나는 무조건 지금 사랑해 줄 거예요’. 너무 멋진 말인 것 같습니다.”
필자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녀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이 귀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동시에 ‘무의식(Unconscious)’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7세 이전의 기억은 의식에서는 잘 기억이 되지 못할 수는 있으나 의식 (Consciousness)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무의식에 큰 영향을 주는 시기여서 어쩌면 인생 전체에 가장 중요한 기반이 생겨나기에 어느 시기보다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7세 이전에 사랑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 이후에 부모가 이혼을 하는 아픔이 있거나 관계에서 상처를 받는 경험들을 해도 자기 존중감에는 손상을 많이 받지 않으시는 것들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비록 어려움이 있어도 자신을 미워하거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그에 비해서 7세 이전에 애착경험에 손상이 많이 있으셨던 분들은 그 후에 좋은 일들이 있어도 자기 존중감의 문제로 늘 정서적인 어려움을 평생 가지고 살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조금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반응들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시기가 중요하지 않고 대충 다루어도 된다고 하는 것은 무척이나 잘못된 생각입니다.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로이트는 그의 ‘꿈의 해석’에서 인간의 정신 세계를 의식, 전의식, 무의식으로 구분하며 성인의 행동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무의식적인 성격구조가 발현된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무의식은 의식보다 훨씬 더 크게 자리를 잡고 있어서 개인의 생각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는 치료에 있어서 무의식이 의식에 드러나도록 해서 내면에 처리되지 않은 욕구, 감정, 기억들을 다루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필자는 6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본의 아니게 실험을 하게 된 경험들이 있습니다. 7세 이전에 자녀들 중 옳고 그른 것을 잘 가르치고 훈육을 한 아이들은 7세 후에 그 부분이 그대로 잘 유지되어 성실하게 성장하는 경향이 있고 훈육보다는 응석받이로 하고 싶은 것을 다 받아주었던 아이는 7세 후에도 그 부분이 죽 이어져서 성장하면서 부모의 말을 더 거역하고 감정적 통제가 잘 되어지지 않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들은 아동에게 있어서 7세 이전의 경험이 아주 중요함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무의식으로 들어가 일생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 인생의 자유와 행복을 찾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Annie Grace라는 저자는 ‘벌거벗은 마음 (The Naked Mind)’이라는 책을 저술하면서 무의식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룹니다. 의식적으로 알코올 중독자들은 술을 끊겠다고 결정하는 것을 시작하지만 술을 덜 마시겠다고 의식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더 크고 강력한 무의식적 마음이 의식적 결정을 지워 버리기 때문이라고 언급합니다. 저자는 무의식적 학습은 경험, 관찰, 조건화와 연습을 통해 자동적으로 또 의도하지 않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의식 속에 ‘나는 술을 즐기는 것이며 술은 사회생활을 향상시키고 지루함과 스트레스를 낯춘다’고 술의 좋은 것들로만 각인되어져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만난 한 분은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폭력적이고 무서운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분에게 현재의 힘이 없고 나약한 아버지의 모습을 설명해 주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아버지에게 자기 주장을 할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힘이 없고 나약한 현실의 아버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 분은 아버지 앞에 가면 여전히 자신은 어린 시절의 겁 많고 나약한 아이가 되어서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무의식에 각인된 아버지는 여전히 크고 무서운 분이셨고 현재의 삶에서 아버지와 비슷한 권위자들은 여전히 이 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다 괜찮은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의식 속에서는 기억을 못하는 그것이 고통스러운 공포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억압해 놓은 아픈 상처의 경험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나의 어린 시절이 만들어 놓은 또는 나의 과거가 나에게 만들어 준 무의식의 마음의 조건화된 것들이 무엇이 있는 지를 살펴볼 필요가 종종 있습니다.
한 부부 치료사는 부부가 말로서 같은 문제를 놓고 해결을 하지 못할 때 가끔 꿈을 이야기하게 하고 그 꿈에 나타난 욕구들을 파악해서 해석함으로 서로의 문제와 서로의 필요에 대한 통찰을 얻게 한다고 합니다. 그럴 때 예기치 않게 서로를 공감하며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고 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피상적 문제보다 깊은 내면의 욕구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고 그것이 진정한 갈등의 요소를 다루는 과정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신 분석에서는 꿈은 인간의 무의식적 갈등을 상징으로 보여주는 좋은 도구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꿈을 잘 꾸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실제로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기에 관심을 가지면 꿈을 기억할 수 있는 날이 옵니다. 자신이 어떤 꿈을 꾸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꿈 직후 밤에 일어났을 때 그 꿈을 간략하게 설명하여 녹음을 하거나 기록하는 것을 해 보면 꿈을 통한 자신의 무의식적 욕구나 갈등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감정과 행동에 큰 영향을 주는 무의식의 건강함이 진정한 건강함 임을 기억하고 어린 시절의 상처라도 치료를 잘 받아서 무의식이 편안한 삶을 살아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자녀들이 기억을 못할 지라도 어린시절에 그들을 사랑하고 바른 훈육으로 잘 키워내시길 바랍니다.

서미진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부학장, 호주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