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진 박사의 특별기고
트라우마 예방 서비스
호주는 역사적으로 원주민들의 자녀들을 부모로 부터 빼앗아서 기관에서 양육하던 트라우마가 많아서 그들을 돕기 위해 trauma informed practice (트라우마 기반 실천) 라는 것이 생겨났다. 이것은 트라우마가 한 사람에게 모든 삶의 상호 작용에 그리고 정신 건강과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에 트라우마를 재경험하지 않도록 사람이 일을 하는 모든 곳에서 트라우마를 예방하고 인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런데 호주에만 트라우마가 있지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지금도 전쟁과 핍박으로 수 많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나라들이 있고 개인적으로는 건강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나면서 복합적인 트라우마 증상을 가지고 성인이 되었을 때 우울증, 불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증상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 많다. 필자가 자라온 한국은 가까운 역사만 살펴 보아도 트라우마 투성이다. 일본으로 부터 식민지 생활을 했고 한국 전쟁으로 인해 나라가 두 개로 나누어졌고 나라 안에서 좌, 우간의 세력 다툼으로 인한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이 늘 있었다. 그랬기에 어쩌면 호주보다도 사람들에게 트라우마의 결과가 더 많이 나타나고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결과로 알코올 중독, 일중독과 같은 수 많은 중독자들이 있고 감정적으로 분노를 경험하고 우울증을 경험하는 많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의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병원도 그렇고 모든 서비스에 ‘트라우마 기반 실천’을 한국도 적용을 해야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트라우마를 재경험하지 않도록 돕고 회복과 치유로 나아갈 수 있게 되리라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면을 통해, 트라우마 기반 실천(trauma informed practice)이 무엇인지를 짧게 설명하고자 한다. 이것은 모든 삶의 영역에 있어 트라우마가 한 개인의 모든 영역에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안전과 신뢰와 잃어버린 힘을 부여해주는 실행 방식을 말한다.
Trauma informed practice에는 6가지 원리가 있다. 그것의 첫 번째는 안전이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은 불안정하며 불안감을 많이 느낄 수 있기에 안전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좋은 관계를 맺고 치료를 잘 이어나가기 위해서 중요한 부분이다. 영어에서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면 의사 선생님이 “what’s wrong with you?“ 라고 무슨 문제로 오셨나요? 라는 질문을 하는데 트라우마를 고려한 실행에서는 “What happened to you?“ 당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나요? 라고 질문을 바꾸어서 하라고 한다. 문제를 물어 보면 자신이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생각되어 방어적으로 될 수도 있고 공격을 당한다고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당신을 힘들게 했다고 표현하는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물어서 트라우마를 재경험하지 않게 도와주고 안전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심인성 질환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병원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아픈사람은 마음도 힘든 사람들이다. 그들로 하여금 조금 더 안전함을 느끼게 하고 그 안전감을 가지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고 대화를 나눌 때 훨씬더 회복과 치유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두 번쨰는 신뢰와 투명성이다. Trauma informed practice 에서는 모든 과정에서 투명함을 보인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은 사람을 신뢰하지 못한다. 때로는 의사도 믿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료진은 진료를 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되는 과정을 명확하게 다 설명하고 어떤 약이 사용되어지는 지부터 일관성있고 친절하고 정직하게 고객을 대하는 것이다. 좀 더 수익을 올리기 위해 더 많은 검사를 받게하거나 원하는 약을 복용하기 위해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설명하고 필요하면 고객의 동의를 구하는 것을 통해 고객은 신뢰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원리는 동료의 지원이다. 이것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격려하는 것을 통해서 함께 경험을 나누고 서로가 지원을 하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나만 겪는 아픔이라고 생각을 하다가 타인과 아픔을 나누면서 그것이 나의 아픔만이 아니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면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게 되고 더 큰 그림으로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격려하는 일을 하게 된다. 의료진 자체도 지원을 해주는 동료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우리 모두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람임을 기억하고 서로가 함께 격려해주고 힘을 부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네 번째 원리는 협력하고 권능을 부여하는 것(Empowerment)이다. 서비스를 받고 치료나 도움을 받을 때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지만 서비스를 정하고 결정하는 모든 과정에 고객을 참여시키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책임을 지며 결정을 하게하는 것은 고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에서 잃어버린 힘을 가지게 한다. 트라우마를 심하게 경험한 사람들은 너무나 큰 어려움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의존적으로 되어 있을 수 있고 미래에 대한 소망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에게 그들은 더 이상 트라우마의 피해자가 아니고 생존자이며 자신의 삶의 선택과 결정을 스스로가 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은 회복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다섯 번째 원리는 문화, 역사, 성별의 이슈를 고려하는 것이다. 한국도 이제는 더이상 한국 사람만이 사는 곳이 아니다. 호주처럼 수 많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섞여서 살아가는 곳인데 생김새가 다르고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또는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상처와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경우가 지금까지는 많았다. 이제는 그런 부분에서 서비스 현장에서는 다양성의 시각을 가지고 고객을 고려하고 일상해서는 타인의 다른 부분들을 존중함으로 트라우마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는 트라우마의 영향을 인식하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에 경험한 트라우마가 평생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어 힘들어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아주 작은 것에도 트라우마를 경험하게도 된다. 최근에 만난 한 난민인 인도 여성은 코비드 시절에 어느 집에서 살면서 병아리와 닭을 키웠는데 30마리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 마당이 없는 작은 집으로 갈 수 밖에 없어서 키우던 닭을 타인에게 모두 기부를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서 그 분에게는 닭을 보내는 것이 큰 슬픔이고 트라우마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사람마다 다른 트라우마를 고려하며 함부로 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고려하면서 사람을 돕는 것이 필요함을 생각할 수 있다.
이 여섯까지의 원리를 가지고 있는 trauma informed practice는 호주와 한국 그리고 어디에서나 필요하다 생각된다. 교회에서도, 사람들이 모이는 모든 곳, 그리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 더불어 모든 직장에서 이런 것을 고려하여 정책이나 직장의 문화에 적용을 한다면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안전하다고 느끼고 치유와 회복으로 좀 더 빨리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서미진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부학장, 호주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