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가난한 사람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열린책들 / 2010.05.10
–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의 ‘가난한 사람들’
이 책은 도스또예프스끼의 처녀작으로 서간체 소설의 형식을 취했다.
이 작품은 새로운 형식의 탐구와 진정한 완성에 대한 갈망으로 점철된 그의 예술적 엄격함을 잘 보여 주는 것으로 수차례에 걸친 개작과 수정, 보완 작업을 통해 완성되었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는 1821년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미하일 안드레예비치는 리투아니아 성직자의 아들이었는데, 신학교를 졸업한 뒤 성직의 꿈을 접고 황실 의학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군의관을 거쳐 마린스키 빈민 구제 병원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8등 문관으로 승진했지만, 여전히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내핍생활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그래서 도스토예프스키를 취업이 보장된 공병학교에 보냈다. 그러나 문학소년이었던 도스토예프스키는 공병학교의 틀에 박힌 교육과정에 넌덜머리를 냈다. 그런데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반작용처럼 낭비벽이 심했다. 육군 소위로 임관해서도 월급은 타기 무섭게 소비되었고, 아버지에게서 유산의 지분이 도착하는 즉시 바닥이 났다.
극도의 낭비와 극도의 결핍 사이를 오가던 도스토예프스키가 비교적 안정된 직장이던 군을 서둘러 제대하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순전히 ‘돈’ 때문이었다. 다행히 ‘가난의 심리학’을 보여줬다고 극찬을 받은 첫 소설 <가난한 사람들>(1846)이 대박을 터뜨렸다.
이 소설에서, 마흔 살 먹은 하급관리인 주인공 마카르는 “나를 파멸시키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삶의 모든 불안, 이 모든 쑥덕거림, 냉소, 농지거리”라고 고백한다. 제정러시아의 하급관리는 ‘관리’라는 직책과 달리 최하층계급의 하나였다. 그를 정말 힘들게 한 것은 극빈이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이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혹시 누군가 자기에게 가난뱅이라고 손가락질할까 신경을 곤두세웠다. 말투는 늘 변명조이고, 방어적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평생 가난한 사람들, 학대받는 사람들, 소외당한 사람들에 대한 깊은 연민을 품고 살았다. 그러나 그 연민을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다. 가난한 사람을 착하고 순수한 사람으로 묘사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 지긋지긋한 가난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다만 “그들도 인간”임을 전해주고 있다. 아울러 부자에게 베풂이 과시이자 욕망의 실현이라면, 빈자에게 그것은 존재의 의미라고 말한다. 부자들은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 뭔가 베풀면서 그들이 고마워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그 고마워하는 걸 보는 것이 베풂의 큰 기쁨이기도 하다.
“그렇다, 가난은 ‘볼거리’가 될 수 있고 적선은 볼거리에 대한 입장료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박애주의와 거리가 멀다. 휴머니즘도 아니다. 받는 사람이 자신이 볼거리가 되었다고 느끼는 그런 적선이라면 그것은 베풂이 아니다.”(<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석영중, 예담 42쪽)
<가난한 사람들>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가난한 사람 역시 베풀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하고 있다. 베풂은 일시적이나마 ‘없음’을 잊게 해주기 때문이다. 주인공 마카르는 이웃집 처녀 바르바라가 한사코 거부하는데도 줄곧 꽃이나 사탕을 사 준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돈을 소비하는 행위는 그에게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그녀에게 아무 것도 사 줄 수 없을 때 그는 이미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마카르가 자기보다 더 가난한 고르시코프가 10코페이카를 빌려달라고 했는데도 20코페이카를 빌려준 것도 마찬가지다.
극빈자가 다른 극빈자에게 갖는 동병상련일 수도 있지만, 마카르는 복음서에 나오는 가난한 과부처럼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불쌍한 사람을 돕고 있다. 옹색한 처지가 별 차이 없을 텐데도, 마카르는 고르시코프를 가리켜 “정말로 불쌍하고 불행한 사람”이라고 절규한다. 몇 푼이라도 남을 도울 수 있는 자는, 그래서 행복하다, 살만하다.
○ 목차
가난한 사람들
문학적 빈곤에 관한 짤막한 고찰
도스또예프스끼 연보
○ 저자소개 : 도스토예프스키 (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
러시아의 심리학자이자 소설가이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과 세계에 존재하는 불변의 진리를 종교·철학·사상적 관점에서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20세기 문학 전반에 심오한 영향을 주었다.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며 인간 심성의 가장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는 심리적 통찰력으로, 특히 영혼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20세기 소설 문학 전반에 심오한 영향을 주었다.
모스크바 말린스키 시립병원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로서 사형 집행 몇 분 전에 특사를 받은 바 있었고, 4년간의 시베리아 유형생활과 불치의 간질병 등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질곡과 고난을 다 겪으며 살았다. 절망적인 인생을 살아왔던 그였지만, 인간 내면의 추악함에만 집착하지 않고 영혼의 아름다움과 궁극적인 정화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집필한 전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상적 기조는, 인간 생활에 있어서 모순되는 선과 악의 투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죄와 벌』『백치』『악령』『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등 그의 장편소설들은 삶의 지혜와 영혼의 울림을 전달하는 데 예술이 매체로 이용된 뛰어난 본보기이며, 그에게 세계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가의 한 사람이라는 명성을 안겨주었다.
모스크바 빈민구제병원 의사의 차남으로 태어나 15살 때까지 생가에서 지냈다. 공병학도와 작가 시절을 보낸 페테르부르크는 이야기의 무대로서 여러 편의 작품에 등장한다. 1846년 첫 작품 『가난한 사람들』로 비평가 펠린스키로부터 ‘제 2의 고골리’라는 격찬을 받으며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하였다. 데뷔 전에 도스토옙스키로부터 직접 작품을 건네받아 읽었던 네크라소프는 감동을 받은 나머지 밤중에 그의 집을 찾아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데뷔는 화려했을지 모르나, 이어서 발표한『이중인격』은 혹평을 면치 못했다.
그 후 미하일 페트라셰프스키 주재의 이상적인 사회주의 모임의 일원이 되었다는 이유로 1849년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 사형판결을 받고도 총살형이 집행되기 직전에 황제의 명으로 특별 사면되어(이 일련의 특사는 모두 계획된 것이었다고 전해진다) 시베리아에 유형을 가는 것으로 감형되었고, 옴스크에서 1854년까지 유배생활을 하였다. 이 시기의 체험을 바탕으로 나중에 『지하실의 수기』를 펴냈다. 그 밖에도 『백치』 등의 작품에 사형집행 직전의 심정을 묘사하는 등 이 사건 이후 그의 작품 색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형을 마치고 군대에서 사병으로 근무한 후 1858년에 페테르부르크로 귀환한다. 이 무렵에 이상주의적 사회주의자에서부터 기독교적 인도주의자로의 사상적 변화를 겪었다. 그는 다시 창작에 정열을 쏟아 그는 다시 창작에 정열을 쏟아 『스테판치코포의 마을』 『학대받고 멸시받는 사람들』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이후 유럽 여행을 떠난 도스토예프스키는 한때 도박에 빠져 빚에 시달리면서도 계속되는 창작 활동을 통해 『악어』 『도박사』 『영원한 남편』 등을 써내려갔고,『백치』『악령』을 잡지『루스키 베스트니크』에 연재했다. 또한 그 시기에 그를 세계적인 대문호로 만들어준 작품『죄와 벌』을 발표하였고 호평을 받았다.
1858년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와서『온순한 여인』을 비롯한 몇 작품들을 모아『작가일기』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표했다. 『우스운 자의 꿈』은 이듬해에『작가일기』에 추가되어 발표되었다. 1878년부터 1880년까지 도스토예프스키는 그의 마지막 작품인『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루스키 베스트니크』에 연재한다. 1881년 1월 28일, 고질적인 폐질환이 악화되어 6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며, 유해는 같은 달 31일에 페테르부르크 소재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사원 묘지에 안장되었다.
최근 한국에서 그의 작품을 ‘돈’이라는 코드로 재해석 하기도 하였다. 지주 출신인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곤차로프 등 다른 작가가 돈에 초연했던 것과 달리, 그는 돈에 얽힌 작가의 개인사와 소설 속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풀어내었으며, ‘가난한 사람들’부터 최후의 대작 ‘카라마조프…’에 이르기까지 돈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중심 모티브라고 분석하였다.
○ 출판사 서평
–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입문서, 뭇 사람들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는 가난한 두 남녀가 주고 받은 감미롭고도 애절한 사랑의 편지
이 작품의 밑바닥에 흐르는 사랑의 정신을 감지한 사람은 유구한 인류 생활에서의 행복의 열쇠를 발견할 것이다. 19세기의 언어로 씌어진 사랑의 복음서이다. 세계 최고의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은 이 작품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더없이 귀한 작품 중의 하나이다.
가난하고 궁색한 삶 속에서도 오로지 문학에만 정진하던 20대의 무명작가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으로 당시 최고의 작가로 불리던 “제2의 고골”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러시아문학의 무서운 신인으로 자리하게 된다.
대도시의 초라한 뒷골목에 사는 중년의 하급관리 마카르 제부시킨과 그의 먼 친척뻘이 되는 고아 소녀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도스토옙스키가 새로운 형식의 탐구와 이의 완성을 위해 스스로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었으며, 치열하게 고민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수차례의 개작과 수정, 보완을 거쳐 완성한 『가난한 사람들』의 첫 독자가 된 친구 그리고로비치와 출판인 니콜라이 네크라소프는 밤을 새워 작품을 읽었고, 마지막 부치지 못한 편지 대목에서 동시에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후 네크라소프는 유명한 평론가인 비사리온 벨린스키를 찾아갔고, 벨린스키는 “가난한 사람들의 사랑과 고통, 파멸을 통해 사회적인 불평등과 갖가지 사회악적 요소들을 드러낸 걸작”이라고 평가하며 도스토옙스키에게 격려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주인공 마카르와 바르바라가 주고받는 54통의 편지글에는 경제적 빈곤, 사람들의 조롱과 따가운 시선으로 하루하루 절박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두 주인공 외에도 이 작품에는 가난하고 가련한 사람이 여럿 등장한다. 몸이 닳도록 일하는 하숙집 하녀 테레자, 아침 일찍부터 빨래와 바느질을 하는 노파 페도라, 약한 몸에도 일자리를 구하려고 분주히 돌아다니가 병에 걸려 죽고마는 대학생 포크롭스키, 삶이 괴로워 술독에 빠져 지내고 아들마저 먼저 떠나보낸 노인 포크롭스키, 거리에서 음악을 들려주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악사 샤르만카, 억울한 일로 오랫동안 법정에서 다투다가 끝내 승소했지만 갑자기 세상을 떠난 코르시코프와 그의 가족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들이 느끼는 외로움, 수치심, 위축감, 두려움, 분노심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은 대부분 가난에서 비롯된 것임을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사실주의 문학의 진수를 선보였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