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고르기아스 (Gorgias)
플라톤 / 김인곤 역 / EJB / 2014.8.1

‘고르기아스’에서 플라톤은 철학과 정치가 연설술을 가교로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또 권력과 힘을 추구하는 정치가에게,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들 각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가지면 그것으로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가?
2400년이나 지난 시대의 작품이지만, 오늘날에도 정치와 도덕의 문제를 고찰함에 있어 하나의 지침으로서 손색이 없다.
힘과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으며 문제를 바라보는 플라톤의 시각이 정곡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 목차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을 펴내며
작품 해설
작품 개요
등장 인물
본문과 주석
부록
옮긴이의 글
참고 문헌
찾아보기

○ 저자소개 : 플라톤 (Platon)
플라톤은 그 유명한 펠로폰네소스전쟁이 시작된 지 4년째 되는 해, 그리스 아테나이에서 태어났다.
전쟁은 기원전 404년 아테나이의 패배로 끝났으므로 전쟁 속에서 태어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장했다.
플라톤 집안은 비교적 상류계급이었고 그러한 배경의 귀족 출신 젊은이답게 정계 진출을 꿈꾸었지만, 믿고 따르던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정치적인 배경이 있음을 알고 철학을 통해 사회의 병폐를 극복하기로 결심한다.
자주 외국 여행길에 올라 이집트·남이탈리아·시칠리아 등지로 떠났던 플라톤은 기원전 4세기 초 아테나이로 돌아와 서양 대학교의 원조라 할 아카데메이아 학원을 열고 철학의 공동 연구, 교육, 강의를 시작했다.
그곳을 통해 뛰어난 수학자와 높은 교양을 갖춘 정치적 인재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들을 배출하며 집필활동에 전념한다.
주로 스승 소크라테스가 등장해 대화를 주도하는 철학적 대화편을 집필하는데, 그러한 대화편이 무려 25편에 달한다.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이온』 『프로타고라스』 『메논』 『파이돈』 『파이드로스』 『국가』 『향연』 『필레보스』 『소피스트』 『정치가』 『티마이오스』 『법률』 등을 남겼다.
– 역 : 김인곤
성균관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플라톤 철학 연구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철학아카데미에 출강하고 있으며, 정암학당 연구원으로 그리스 고전철학 원전 강독과 번역에 매진하고 있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과 플라톤 철학에 관한 논문들을 썼고, 역서로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공역), ‘크라튈로스'(공역), ‘고르기아스’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소크라테스 : 우리가 고르기아스 선생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말해보게. 아니 그럴게 아니라, 고르기아스, 당신이 직접 우리에게 말해주십시오.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그러니까 무슨 기술에 정통한 자라고 불러야 하는지 말입니다.
고르기아스 : 연설술이지요,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 : 그렇다면 당신을 연설가라고 불러야하는군요?
고르기아스 : 그렇지요 그것도 훌륭한 연설가라고, 소크라테스. 호메로스가 말했듯이 나를 “내 스스로 그렇다고 자부하는 자로” 불러줄 마음이 있다면 말씀이오.
소크라테스 : 당연히 그럴 마음이 있습니다.
고르기아스 : 그럼 그렇게 불러주구려.
소크라테스 : 그렇다면 당신은 다른 사람들도 연설가로 만들어줄 수 있는 분이라고 우리가 말해도 될까요?
고르기아스 : 바로 그게 내가 공언하는 겁니다. 여기서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말이오.
소크라테스 : 그러시면 고르기아스, 방금 우리가 대화를 나누었던 것처럼 한쪽은 묻고 한쪽은 답하는 식의 논의를 계속하실 용의가 있으신지요? 폴로스가 시작했던 식의 길게 말하는 방식은 다음으로 미루시고요. 아무쪼록 약속하셨던 것을 어기지 마시고 질문 받는 것에 기꺼이 짧게 대답해주십시오. — p.68-69
폴로스 : 그렇다면 당신은 죽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되는 자는 누구든지 죽이는 사람을, 그가 정당하게 죽일 경우에도, 비참하고 가엾은 자라고 생각하십니까?
소크라테스 :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그렇지만 부러워할 만한 자도 아니지.
폴로스 : 방금 비참한 자라고 하셨잖아요?
소크라테스 : 친구여, 그건 부당하게 죽이는 자를 말한 거네. 덧붙여서 ‘가엾은 자’라고도 했고. 그리고 정당하게 죽이는 자라 해도 부러워할만한 자는 아니라고 했네.
폴로스 : 당연히 부당하게 죽임을 당하는 자가 가엾고 비참한 자겠죠.
소크라테스 : 죽이는 자 보다는 덜하네, 폴로스. 정당하게 죽임을 당하는 자보다도 덜하고.
폴로스 : 아니 어째서 그렇죠,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 :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나쁜 것들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니까.
폴로스 : 정말 그것이 가장 큰가요? 불의를 당하는 것이 더 크지 않습니까?
소크라테스 : 전혀. — p.106-107
칼리클레스 : 글쎄 저는 말했다니까요, 나랏일에 슬기롭고 용감한 자들이라고. 이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적절하며, 이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갖는 것, 그러니까 다스리는 자들이 다스림 받는 자들보다 더 많이 갖는 것, 그것이 정의로운 것이란 말입니다.
소크라테스 : 그런데 친구여, 자신들에 대해서는 어떤가?
칼리클레스 :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소크라테스 : 다스리는가, 아니면 다스림을 받는가?
칼리클레스 : 무슨 뜻이지요?
소크라테스 : 개개인은 자기가 자신을 다스린다는 말을 하고 있네. 아니면 자기가 자신을 다스릴 필요는 전혀 없고 다른 사람들을 다스려야 하나?
칼리클레스 : 자신을 다스린다는 말이 무슨 뜻인데요?
소크라테스 :복잡한 뜻은 전혀 아니고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대로네. 절제 있으며 자기가 자신의 주인이 되어 자신 속의 쾌락들과 욕구들을 다스린다는 뜻이지.
칼리클레스 : 참 재미있는 분이셔! 우둔한 자들을 두고 절제 있는 자들이라고 하시니.
소크라테스 : 어째서지? 내 말이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걸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 p.149
소크라테스: 만약 누군가가 나를 논박하여 이것으로는 내가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든 몇몇 사람들 앞에서든 일대일로든 나는 논박당하는 것을 부끄러워 할 거네. 그리고 이 무능함으로 인해 죽게 된다면 나는 원통하겠지. 그러나 아첨하는 연설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삶을 마감하게 된다면, 내가 확신하거니와 자네는 내가 그 죽음을 쉽사리 감내하는 것을 보게 될 거네. 사실, 완전히 무분별하고 비겁한 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죽는 것 자체는 두려워하지 않고 불의를 저지르는 것을 두려워한다네. — p.207

○ 출판사 서평
– 문제는, 다시, 정치와 도덕이다!
플라톤의 ‘고르기아스’는 ‘연설술’(또는 ‘수사술’)로 번역되는 레토리케를 주제로 시작하지만, 곧이어 정치와 도덕의 문제로 나아가며 삶과 행복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연설술은 기원전 5~4세기 그리스 사회에서 유망한 젊은이들이 이름을 떨치고 출세하는 유력한 수단이었다. 나라와 시민들에게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는 것은 오늘날에도 성공적인 삶의 목표로 여겨지기는 마찬가지다.
‘고르기아스’에서 플라톤은 권력과 힘을 추구하는 정치가에게,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들 각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가지면 그것으로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가? 그리고 이 물음의 이면에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와 관련된 더욱 근본적인 물음들이 놓여 있음을 깨우쳐 준다. 우리는 삶의 목표를 쾌락을 극대화하는 데 두어야 하는가? 아니면 유덕한 행위를 하는 데 두어야 하는가? 이 선택을 정당화해 주는 근거는 무엇이며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고르기아스’는 거의 2400년이나 지난 시대의 작품이지만, 오늘날에도 정치와 도덕의 문제를 고찰함에 있어 하나의 지침으로서 손색이 없다. 힘과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으며 문제를 바라보는 플라톤의 시각이 정곡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 작품 개요
I. 도입부
연설 회장 바깥 장면 : 소크라테스, 카이레폰, 칼리클레스 간의 짧은 대화
II. 소크라테스와 고르기아스의 대화
⑴ 연설술에 대한 정의: 말로 설득하는 기술
⑵ 고르기아스적 연설술: 정치술의 원동력이자 모든 기술의 상위 기술
⑶ 고르기아스의 비일관성: 고르기아스적 연설술의 문제점
III. 소크라테스와 폴로스의 대화
⑴ 고르기아스적 연설술의 정체 : 정치술의 부분적 모상
⑵ 고르기아적 연설술의 힘은 과연 큰가?
지성이 결여된 힘은 큰 힘이 아니다.
⑶ 소크라테스적 도덕 원리
불의를 저지르는 것은 나쁘고 비참한 것이다.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
불의를 저지르고 처벌받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이다.
⑷ 연설술은 불의의 고발하고 제거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IV. 소크라테스와 칼리클레스의 대화
⑴ 칼리클레스의 반론
① 자연의 정의와 법의 정의, 성격과 기원
② 더 강한 자의 정체와 행복의 본질, 정치적 삶과 무절제의 덕
⑵ 칼리클레스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설득
① 설화를 통한 설득 : 무절제한 삶과 절제 있는 삶의 비교
② 쾌락주의에 대한 논박
③ 기술적 활동과 경험적 아첨활동의 구별[에 따른 평가]
민중을 상대로 한 아첨 활동들
참된 연설술과 연설가의 활동 : 쾌락(욕구)의 통제와 교정
④ 절제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
절제(개인)-사회(정의)-우주(질서)의 관계
⑶ 사적인 활동과 공적인 활동(정치 활동)에 관한 결론
① 불의에 대한 대책은 어떠해야 하는가?
② 참된 정치가의 자격과 현실 정치가들에 대한 비판
③ 소크라테스의 자기변호
⑷ 사후 심판에 관한 설화
⑸ 삶의 선택을 위한 권고

– 등장인물
1) 고르기아스
소크라테스 다음으로 잘 알려진 역사적인 인물이다. 그의 이름이 본 대화편의 제목이기도 하고, 연설의 힘에 대한 그의 주장이 대화편 전체 논의를 성립시키는 출발점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논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화 참여자들 중에서 제일 작다. 그는 시켈리아 섬의 동해안 가까이 위치한 레온티노이 출신이며, 펠로폰네소스전쟁 초기(기원전 427년)에 조국이 이웃나라인 시라쿠사의 공격을 받아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외교사절로 동맹국 아테네를 방문했으며, 이후에 그는 테살리아를 방문해 그 지역의 귀족들을 지혜로 매료시켰다고 한다. 일부 학설사가들은 고르기아스가 엠페도클레스의 제자였다고도 하고, 그가 “있지 않은 것(to mei on)에 관하여, 또는 자연(physis)에 관하여”라는 책을 썼다고 알려져 있기는 하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그가 본격적인 철학자였다는 증거를 확인할 수가 없다.
2) 카이레폰
카이레폰은 이 대화편의 초반에 잠깐 등장한다. 나이는 소크라테스보다 두어 살 어린 동년배였던 것 같고, 젊었을 때부터 소크라테스의 친구이자 충실한 제자였다. 한동안 희극 작가들의 작품에 단골 등장인물이 되기도 했다. 희극 시인들은 그를 키가 크고 인상이 창백하며 깡마른 모습으로 묘사하며, 끽끽 소리를 낸다고 해서 그에게 박쥐라는 별명을 붙였다.
3) 폴로스
시켈리아의 아크라가스에서 태어났고 출생 연대는 대략 기원전 440년경으로 추정된다. 그에 대해서는 연설술을 전문으캷 가르치는 선생이었다는 사실 외에 ‘고르기아스’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이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이 대화편의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젊은 그는 논박을 당해도 떼를 쓰듯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며, 세상 사람들의 통념에 호소하거나 논의 도중에 경멸조의 웃음소리를 내는 등, 지적으로 둔하고 품성에서도 조금 버릇없고 유치한 인물로서 그려지고 있다.
4) 칼리클레스
‘고르기아스’에서 소크라테스의 대화 상대자들 중 가장 비중이 큰 인물이다. 이 대화편이 그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문헌이기 때문에 그가 실존 인물인지 아니면 플라톤의 창작 인물인지조차 불확실하다. 작중의 역할에서 보듯 그처럼 활동적이고 유능한 인물이 다른 문헌에 이름을 남기지 않는 이유가 궁금한데, 만약 실존 인물이었다면 아마도 기원전 5 세기말 전쟁과 혁명의 혼란기에 일찍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5) 소크라테스
플라톤의 작품들 속에 그려진 원숙한 소크라테스는 도덕과 이성의 화신, 진리의 순교자, 바로 그 모습이다. 자신은 아는 게 없다면서 내로라하는 당대의 지자(知者)들을 논파하며 곤경에 빠뜨리는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정의, 용기, 경건, 우정 등을 주제로 그가 대화의 좌장으로 등장하는 대화편들에서 집요하게 캐묻고 추궁하고 풍자하는 짓궂은 모습도 이 대화편 속에서 예외 없이 만나게 된다.
– 옮긴이의 도서 소개 글 중에서
‘고르기아스’에서 플라톤은 철학과 정치가 연설술을 가교로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철학은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앎을 추구하는 지적 활동이고, 정치는 시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합의와 동의를 이끌어 내는 실천적 활동이라고 볼 때, 양자는 당연히 연결되어야 하지만 플라톤 시대나 지금이나 가교의 역할을 해야 할 연설술과 대중매체가 문제다. 플라톤은 여기에 연루된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 최초의 인물이다. 그의 통찰과 해결책은 도덕적인 삶과 철학적인 삶이 유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깨우치고 설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성사에서 플라톤이 도덕적 삶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대하고 심화시켜 준 가장 위대한 도덕주의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르기아스’는 플라톤 철학의 가치와 의미를 가장 선명하게 확인시켜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도덕적 삶을 권하는 ‘고르기아스’의 특별한 매력과 호소력은 헬레니즘시대의 주석가 테미스티오스가 전하는 일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코린토스의 한 농부는 ‘고르기아스’를 읽고 즉시 농장을 버리고 아테네로 와서 자신의 영혼을 플라톤의 보살핌 아래 맡겼다는 이야기가 지금은 남아 있지 않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 속에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내용의 측면에서도 그렇거니와 짜임새와 서술 방식에서도 ‘고르기아스’는 플라톤의 여느 대화편을 넘어서는 특징들이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