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기형도 전집 : 시 소설 산문 자료
기형도 / 문학과지성사 / 2020.2.28
– 한국 문학의 지울 수 없는 시간, 영원한 문학청년의 표상, 기형도
1999년 기형도 시인 10주기에 맞춰 발행되었던 이 전집은 1998년 여름에 구성된 편집위원회가 유족들의 도움을 받아 기형도의 미발표 작품을 한데 모아 검토하는 작업 및 기존에 발행된 세 권의 책에 실린 작품들을 유고 원고와 대조하는 작업을 거쳐 기형도의 작품들을 하나의 책으로 담아낸 것으로, 독자와 연구자들에게 기형도 시인의 작품 세계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스물아홉 짧은 생애를 살다 간 그의 처음이자 유고 시집이 되어버린 《입 속의 검은 잎》,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 5주기 추모 문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에 수록된 작품들과 그동안 세 권의 책에서 누락되었던 작품을 추려냄으로써 기형도 작품의 완결본을 내고자 했다. 시 20편과 단편소설 《겨울의 끝》을 새롭게 찾아내어 전집에 포함시켰고, 기자 시절 썼던 기사와 다른 자료와의 관련성이 애매모호한 메모, 사적인 서간 등은 논의 끝에 제외했다.
신문사 문학 출판 담당 기자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중, 자신의 첫 시집 출간과 만 29세 생일을 엿새 앞두고 돌연 세상을 떠난 기형도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 만큼 지난 30여 년간 한국 현대시사에 대단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우울한 유년 시절과 부조리한 삶의 체험을 묵시적인 시어와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담아낸 처음이자 유고 시집이 되어버린 《입 속의 검은 잎》이 출간되자마자 수많은 독자와 평단이 함께 들끓었고, 투명하고도 깊이 모를 절망과 우울, 끊임없는 죽음에의 예감이 떠도는 그의 시들은 한국 시의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집을 통해 죽음과 절망을 철저하게 자신의 삶으로 끌어안고, 매혹적인 언어로 그려냈던 그의 작품세계를 다시 되새겨볼 수 있다.

○ 목차
간행사
편집자의 말
– 시
『입 속의 검은 잎』 수록
안개
전문가
백야
조치원
나쁘게 말하다
대학 시절
늙은 사람
오래된 서적
어느 푸른 저녁
오후 4시의 희망
장밋빛 인생
여행자
진눈깨비
죽은 구름
흔해빠진 독서
추억에 대한 경멸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물 속의 사막
정거장에서의 충고
가는 비 온다
기억할 만한 지나침
질투는 나의 힘
가수는 입을 다무네
홀린 사람
입 속의 검은 잎
그날
바람은 그대 쪽으로
10월
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
포도밭 묘지 1
포도밭 묘지 2
숲으로 된 성벽
식목제(植木祭)
그 집 앞
노인들
빈집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
밤눈
위험한 가계(家系)·1969
집시의 시집
나리 나리 개나리
바람의 집─겨울 판화 1
삼촌의 죽음─겨울 판화 4
성탄목─겨울 판화 3
너무 큰 등받이의자─겨울 판화 7
병
나무공
사강리(沙江里)
폐광촌
비가 2─붉은 달
폭풍의 언덕
도시의 눈─겨울 판화 2
쥐불놀이─겨울 판화 5
램프와 빵─겨울 판화 6
종이달
소리 1
소리의 뼈
우리 동네 목사님
봄날은 간다
나의 플래시 속으로 들어온 개
엄마 걱정

– 5주기 추모 문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달밤
겨울·눈·나무·숲
시인 2─첫날의 시인
가을에 1
허수아비─누가 빈 들을 지키는가
잎·눈·바람 속에서
새벽이 오는 방법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388번 종점
노을
비가─좁은 문
우중(雨中)의 나이─모든 슬픔은 논리적으로 규명되어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 긴 겨울의 통로를 비집고 걸어갔다
레코오드판에서 바늘이 튀어 오르듯이
도로시를 위하여─유년에게 쓴 편지 1
가을 무덤─제망매가
– 새로 찾아낸 미발표 시
껍질
귀가
수채화
팬터마임
희망
아버지의 사진
풀
꽃
교환수
시인 1
아이야 어디서 너는
고독의 깊이
약속
겨울, 우리들의 도시
거리에서
어느 날
이 쓸쓸함은……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2
얼음의 빛─겨울 판화
제대병
소설
영하의 바람
겨울의 끝
환상일지
미로
그날의 물망초
어떤 신춘문예
노마네 마을의 개
면허
– 산문
짧은 여행의 기록
참회록─일기 초
시작 메모·기타
서평
– 자료
기형도 연보
발표 시 연도 및 출전
미발표 시 창작 연도
참고 문헌

○ 저자소개 : 기형도
시인 기형도는 1960년 3월 13일 경기도 옹진군 연평리에서 3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64년에 경기도 시흥 (현 광명시)으로 일가족이 이사해 이후 이곳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1985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졸업 직전인 1984년 중앙일보사에 입사, 정치부, 문화부, 편집부 등에서 기자로 근무했다.
중학교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시인은 연세대 교내 문학 서클인 ‘연세문학회’와 안양의 문학동인 ‘수리’에 참여, 활발한 습작 및 시작 활동을 했다.
대학 재학 중에는 연세대 신문 『연세춘추』에서 제정, 시상하는 ‘박영준문학상’과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시인은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안개」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공식 데뷔했다.
민중시, 노동시 등 투쟁적이고 정치적인 시가 주류를 이루던 당시에 그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시 세계를 다지는 작품들을 줄곧 발표했다.
1989년 3월 7일 새벽, 그는 시집을 출간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서울 종로의 한 심야극장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사인은 뇌졸중이었으며 만 29세 생일을 엿새 앞두고 있었다.
그해 5월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이 출간되었다.
기형도는 장례를 치른 후 안성의 천주교 묘지에 묻혔다.
묘비에는 세례명 “그레고리오”가 새겨져 있다.
기형도의 무덤은 문학을 동경하고 시를 꿈꾸는 이들에게 일종의 성지다.
2년 뒤에는 그의 아버지도 그의 옆에 묻혔다.
시인의 요절과 죽음의 그림자 짙게 드리워진 시집은 이후 기형도 신화를 빚어냈다.

○ 출판사 서평
1980년대 이후 시를 꿈꾸는 많은 문학청년과 독자들의 압도적인 열광 속에 한국 문학의 뜨거운 신화로, 그리고 꺼지지 않는 생명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시인 기형도 (1960 ~ 1989).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스물여덟 해가 지났다. 한 청년의 투명하고도 깊이 모를 절망과 우울이 지난 30여 년간 한국 현대시사에 끼친 영향력은 그야말로 ‘기형도 현상’이라고밖에 규정지을 수 없는 엄청난 파문이었다.
스물아홉 짧은 생애를 살다 간 그였기에, 신문사 문학 출판 담당 기자로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고 더욱이 자신의 첫 시집 출간과 만 29세 생일을 엿새 앞두고 떠난 그의 돌연한 죽음은, 가족은 물론 문우와 지인들 모두에게 비명과 당혹스러움,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점철된 89년 3월의 이른 봄을 안겨주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그의 처음이자 유고 시집이 되어버린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1989)이 출간되었다.
우울한 유년시절과 부조리한 삶의 체험을 묵시적인 시어와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담아낸 이 시집이 출간되자마자 수많은 독자와 평단이 함께 들끓었고, 그의 시들은 한국 시의 새로운 경향으로 단숨에 자리 잡았다. 누구랄 것 없이 “그의 죽음과 함께 우리는 어떤 시적 매혹, 어떤 문학적 성찰에 동참해왔다 말해도 좋을 시간”이었다.
– ‘여전한 현재형의 이름’으로 한국 현대시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다
작품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30년 가까이 꾸준히 읽혀온 그의 시들은, 그만큼 많은 시인과 비평가가 내놓는 새로운 의미들이 끊임없이 추가되면서 그 미학적 시대적 의미 역시 풍부하게 확대되어왔다.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외에도 10주기 문집『기형도 전집』 (1999), 20주기 문집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형도의 삶과 문학』 (2009)으로 이어진 출간, 그리고 그 책들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중쇄를 이어오고 있는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2017년 11월 초 ‘기형도문학관’ (경기도 광명시 기형도문화공원 내 소재) 개관을 계기로 폭넓은 세대에 걸쳐 그의 삶과 문학을 추억하는 다채로운 행사 역시 계속된다.

– 기형도의 삶과 문학, 시대의 문화적 징후를 한데 담은 『기형도 전집』
시인의 10주기에 맞춰 발행된 『기형도 전집』 (초판 발행 1999년)은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1989)과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 (1990), 그리고 5주기 추모 문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1994)에 수록된 시편들과 소설, 산문, 자료, 그리고 여러 지인과 문인의 추모글로 구성되었다.
이 전집 작업은 이미 나와 있는 세 권의 책을 한데 묶음으로써, 이후의 독자와 연구자들에게 기형도 시인의 작품 세계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또한 그의 나머지 유고를 일괄 검토하여, 작품성과 완결성을 지니고 있으나 그동안 세 권의 책에서 누락되었던 작품을 추려냄으로써, 기형도 작품의 완결본을 내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기형도의 책은 모두 세 권이다. 첫 번째 책은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으로, 그가 유명을 달리한 해인 1989년 5월에 나왔다. 생전의 지인들과 유족 대표가 편집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미 발표된 시에 미발표 시 일부를 선별하고 보태는 과정을 거쳤다. 두 번째 책은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 (살림출판사)으로, 1990년 3월에 나왔다. 역시 고인이 생전에 발표한 산문과 앞의 편집위원회가 추린 미발표 산문을 묶어서 낸 책이다. 마지막 책은 5주기가 되는 해에 나온 추모 문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솔출판사)이다. 고인의 미발표 시 16편과 사진 자료, 생전에 고인과 가까웠던 문인들의 단편소설과 시, 그리고 평론을 담았다.
기형도의 10주기를 앞두고, 전집 간행을 위해서 1998년 여름에 다시 편집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문학과지성사는 산문집과 추모 문집을 펴냈던 출판사 측에 양해를 구하여 동의를 얻는 절차를 밟았다. 이후에 편집위원들은 유족의 도움을 받아서 기형도의 미발표 작품을 한데 모아 검토하는 작업, 세 권의 책에 실린 작품들을 유고 원고와 대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편집위원회는 이런 과정과 수차에 걸친 토론 끝에 이번에 시 20편과 단편소설 「겨울의 끝」을 새롭게 찾아내어 전집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기자 시절 썼던 기사와 다른 자료와의 관련성이 애매모호한 메모, 사적인 서간 등은 논의 끝에 제외했다. 기사는 기형도 시인이 쓴 글이긴 하지만 특정 신문사에 소속된 직업인으로 목적을 갖고 씌어졌다는 이유로, 메모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희박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서간은 편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뜻에서 이번 전집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훗날 다른 연구자들의 작업에 의해 이러한 자료들까지 면밀하고 광범위하게 수집되어 보다 완벽한 전집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전집은 시 · 소설 · 산문 · 자료순으로 구성되며, 시는 『입 속의 검은 잎』에 수록된 순서 그대로 맨 앞에,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에 수록된 시와 새로 찾아낸 20편의 미발표 시를 창작 연도순으로 그 뒤에 배치했다. 소설은 단편과 콩트순으로, 산문은 여행기 · 일기 · 당선 소감 · 시작 메모 · 작가의 말 · 서평순으로, 그리고 책의 맨 뒤에는 자료로서 연보, 발표 시의 연도 및 출전, 미발표 시 창작 연도, 시인에 관한 글과 시인을 모티프로 삼은 시의 목록을 실었다.
“기형도의 시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육체의 죽음을 견디는 시의 강렬한 내구력이다. 그의 시 내부에서 떠돌고 있는 끊임없는 죽음에의 예감. 우리는 기형도의 시 도처에서 그 예감의 색깔로 물든 어느 푸른 저녁의 축축하고 불길한 안개를 만난다. 시인은 이미 그의 시 속에서 충분한 죽음을 살았던 것이다. 기형도 시의 강렬한 내구력은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시인을 습격했던 바로 그 죽음에의 예감으로부터 온다. 그러므로 기형도의 언어들은 유예된 죽음의 언어들이다. 죽음에의 예감으로 끝없이 죽음 이후의 삶을 연장해가는 언어. 지금까지 우리 시에서 죽음과 절망을 이처럼 철저하게 자신의 삶으로 끌어안았던, 그리고 그것을 이처럼 매혹적인 언어의 성(城)으로 쌓아올렸던 시인은 없었다. 기형도, 그토록 치명적이고 불길한 매혹, 혹은 질병의 이름.” (기형도 전집 편집위원회)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