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나이트 (Night) : 살아남은 자의 기록
엘리 위젤 / 위즈덤하우스 (예담) / 2007.6.20
– 노벨평화상 수상자 엘리 위젤의 대표작이자 자전적 장편소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열다섯 살 소년의 눈에 비친 나치 강제노동수용소의 참상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돌아보게 한다.
화자인 ‘나’는 독일군이 고향 마을 시게트를 점령하면서 운명의 장난이 시작된 때부터 독일군의 패배로 수용소가 해방될 때까지 아우슈비츠 수용소, 부나 수용소, 부헨발트 수용소에서 겪은 일과 이송 도중에 겪은 일을 섬뜩할 만큼 사실적으로 들려준다. 이 책은 단순히 나치의 만행을 폭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의 심연을 들추어내고 있다.
○ 목차
새 번역판 출간에 부쳐 – 엘리 위젤 …….. 8
서문 – 프랑수아 모리아크 …….. 21
추방 …….. 29
아우슈비츠로 가는 길 …….. 59
노동은 자유를 준다 …….. 69
교수대에 매달린 하나님 …….. 97
마지막 밤 …….. 125
선별 작업 …….. 153
살아남은 자들 …….. 173
아버지의 죽음 …….. 183
역사의 수레바퀴 …….. 197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문 …….. 201
옮긴이의 글 …….. 208
○ 저자소개 : 엘리 위젤 (Elie Wiesel)
1928년 루마니아에서 태어났으며,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열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후 그곳에서 가족을 잃었다.
전쟁이 끝난 후 프랑스로 건너가 소르본 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잡지 『라 르슈』의 기자로 활동하던 중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 4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미국으로 건너온 후 뉴욕 시티칼리지를 거쳐 보스턴 대학교 인문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아와 박해 현장을 찾아 구호활동을 벌이고 핵전쟁 방지운동에도 힘을 쏟는 등 폭넓은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국 홀로코스트 대통령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1986년에 ‘인종차별 철폐와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며, 프랑스에서 레지옹 도뇌르 훈장, 미국에서 대통령 자유 메달과 미의회 금메달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예루살렘 거지』(1969년 메디시스상 수상), 『제5의 아들』(1984년 프랑스 문학대상 수상), 『이방인은 없다』, 『새벽』, 『나치스와 유대인』, 『망각』 등이 있다.
– 역자: 김하락
독어 및 영어 번역가. 영남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국어문화운동본부에서 문장 비평가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콘클라베》, 《수학의 역사》, 《나이트》, 《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 《하루 만에 읽는 생명의 역사》, 《나자렛 예수》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어둠이 우리를 에워쌌다. 바이올린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율리에크의 영혼이 바이올린 활이 된 것 같았다. 율리에크는 자신의 목숨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의 존재가 바이올린 현 위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이루지 못한 그의 희망이. 숯처럼 새까맣게 타버린 그의 과거가. 사라져버린 그의 미래가. 율리에크는 다시는 연주하지 못할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나는 율리에크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죽은 사람과 죽어가는 사람들 앞에서 들려준 그의 마지막 연주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지금도 베토벤 곡을 들을 때면 나는 눈을 감는다. 그러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하던 폴란드인 친구의 창백하고 우울한 얼굴이 어둠 속에서 떠오른다.(168쪽)
밖에서 친위대가 소리치며 지나갔다.
“죽은 사람을 내던져라! 시체는 전부 밖으로!”
살아 있는 사람들은 기뻐했다. 공간이 조금은 넓어질 테니까. 자원자들이 나서서 시체를 내던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바닥에 늘어져 있는 사람들을 뒤적였다.
“죽은 사람이다! 끌어내!”
자원자들은 시체의 옷을 벗겨 서로 나누어 가졌다. 그러면 마무리하는 사람 두 명이 각각 머리와 다리를 잡고 밀가루 부대 던지듯 시체를 열차 밖으로 내던졌다.(174쪽)
눈을 떠보니 대낮이었다. 퍼뜩 아버지가 생각났다. 경계경보 중에 무리를 뒤따르느라 아버지를 챙기지 못했다. 기력이 다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버지를 버렸다.
나는 아버지를 찾으러 나갔다.
문득 이대로 아버지를 찾지 못했으면 하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러면 나 자신을 돌보고 나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데 모든 힘을 쏟아 부을 수 있을 텐데. 바로 죄책감이 엄습했다. 숨을 쉬고 살아 있는 한 영원히 이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186쪽)
○ 출판사 서평
– 폭력과 억압, 인종차별주의가 여전히 자행되는 이 시대, 무한한 인도주의로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줄 감동적인 이야기!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벌어진 비인간적인 행위를 열다섯 살 소년 엘리(엘리저) 위젤의 눈에 비친 그대로 기록한 자전소설 『나이트』는 절대 악에 직면한 신앙심 깊은 유대인으로서 느낀 절망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호송열차 안에서 죽은 사람을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열차 밖으로 내던지고 빵 한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참혹한 광경을 보면서 엘리 위젤은 자신도 모르게 신의 자비를 부인하고, 인류의 도덕성을 의심한다. 심지어 죽음이 임박한 아버지에 대한 책임감을 감당하기 힘들어 순간적이나마 아버지를 버리려 마음먹었다가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평범하고 순수한 소년의 내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나이트』는 인류에게 가장 가슴 아픈 기억인 전쟁의 모습을 어떤 논리나 주장을 앞세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억압,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 가슴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진실의 기록!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죽은 사람뿐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해서도 증언할 의무가 있다고 믿는 엘리 위젤은 40여 권이 넘는 저술을 통해 나치의 유대인 말살정책을 고발했다. 지금은 아우슈비츠를 다룬 연극과 영화, 소설이 나오고 각종 국제회의와 전시회가 활발히 열리기도 하지만 엘리 위젤이 『나이트』를 처음 출간한 1958년 당시에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소름 끼치는 주제를 다룬 탓에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유대인이 과거에 겪은 비극으로 후세들에게 짐을 지우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생존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록은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하고 미래 세대에게 전해주어야 하는 증언이다.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에 현재 미국의 여러 학교에서는 『나이트』를 교과 과정의 일부로 읽는다.
반면 같은 시기에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겪은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15년째 매주 수요일이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책임자 처벌, 법적 배상을 요구하지만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한 증거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두고 국제법 위반과 강제노동금지규약 위반을 인정하고 2007년 6월 미의회에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상정된 상황에서 정작 당사국인 우리의 태도는 적극적이지 못하다. 그사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이에 대한 기억도 사람들의 뇌리에서 차츰 잊혀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1993년에 개관한 이래 2,200만 명의 방문객에게 나치의 만행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가 여덟 차례에 걸친 회담 끝에 지난 5월 남북공동성명을 채택한 수준이다.
과거를 기록하고 그 기록을 남겨두는 것은 똑같은 일이 후대에 일어나지 않도록,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경계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의도로 볼 때 『나이트』는 안네 프랑크의 『일기』와 더불어 나치의 만행을 증언한 홀로코스트 문학의 대표작으로 손색없는 작품이다. 또한 일찍이 하나님에게 헌신하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은 신앙심 깊은 유대인으로서, 나치의 악행을 보고도 침묵하는 신을 의심하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는 소년의 고뇌를 섬뜩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낸 수작으로 그 울림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 끝없는 암흑과 절망에서 살아남은 자의 기록!
엘리 위젤은 철들 무렵부터 『탈무드』를 공부하고 카발라(고대 유대교의 신비주의) 공부를 지도해줄 스승을 찾는 등 누구보다 신을 숭배하고 경외한 사람이다. 그러나 20세기 유럽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살육 현장을 목격하고 그 자신의 가족들이 희생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랑의 하나님, 은총의 하나님, 위로의 하나님은 도대체 어디 있느냐고 울부짖는다. 산 채로 용광로에 던져진 수많은 사람들, 교수형 당한 뒤 30분 넘게 몸부림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다 힘겹게 세상을 떠난 어린이, 호송열차에서 죽음을 맞이해 눈 덮인 들판에 무덤도 없이 내던져진 벌거벗은 사람들을 보면서 엘리 위젤은 하나님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하나님이 전적으로 의롭다는 말에는 수긍할 수 없게 된다. 그는 하나님을 찬미하거나 신에게 무릎 꿇고 “주여, 축복받으소서!”라고 외칠 수 없었고, 심지어 모든 유대인이 단식하는 속죄일에도 하나님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음식을 먹는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과 고뇌에도 불구하고 엘리 위젤은 끝없는 암흑과 절망에서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자신에게 내려진 은총을 나누기 위해 생각조차 하기 싫은 그 일들을 기억해내고 기록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음을 힘 있는 어조로 전해준다.
– 50여 년 동안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화제작!
『나이트』는 1958년에 프랑스에서 초판이 출간된 후 50여 년 동안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다. 2006년에는 그의 아내 매리언 위젤의 새 번역판이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반스앤노블 베스트셀러 3위에 오르며 다시 한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라고 믿는 홀로코스트를 다룬 작품이 50여 년 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아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억압, 인종차별 행위에서 아우슈비츠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하기 때문일 것이다. 엘리 위젤을 비롯해 전쟁 방지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혹은 알고도 침묵하는 사이에 파괴와 혼란, 불평등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