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난쏘공
조세희 / 문학과지성사 / 1978.6.5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은 작가 조세희의 총 12편의 단편 연작소설을 묶어서 1978년 6월 5일(문학과지성사 출판) 책으로 출판된 이래 200쇄를 넘기는 등 한국 문학사에 중요한 작품으로 남아있다.
12 단편의 목록은 ‘뫼비우스의 띠’ (‘세대’ 1976년 2월호), ‘칼날’ (‘문학사상’ 1975년 12월호), ‘우주여행’ (‘뿌리깊은 나무’ 1976년 9월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문학과지성’ 1976년 겨울호), ‘육교 위에서’ (1977년), ‘궤도 회전’ (1977년), ‘기계 도시’ (1977년),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문학사상’ 1977년 10월호),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1977년), ‘클라인씨의 병’ (1978년),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창작과 비평’ 1978년 여름호), ‘에필로그’ (1978년) 순이다.
연작 소설의 내용은 모두 이어지며, 각각 하류층(영수와 그 가족), 중류층(신애 가족), 자본가(윤호)의 시점에서 내용을 풀어내지만, 구성 상 등장인물들이 모두 서로 연관이 있다. 주된 내용은 영수와 가족들이 서울 달동네에서 쫓겨난 뒤 은강에 정착하여 노동 계층으로 생활하는 내용이다. 맏아들 영수는 노동자들의 불합리한 현실을 깨닫고 노동 운동에 나서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결국 사장을 살해하지만 알고 보니 그가 죽인 것은 외모가 비슷한 사장의 동생이었다. 그 외에 중류층 대학생 두 명이 사회 운동을 하다가 변절하는 이야기, 중류층인 신애가 하류층인 영수 아버지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이야기, 형제간의 경쟁에서 밀린 재벌 2세의 이야기 등이 각 단편을 통해 그려지면서 다양한 사회 계층의 삶을 그린다.
소설집 처음과 마지막에는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수학 선생의 수업이 나오는데 학생들 성적이 안 좋았다는 이유로 잘리게 된다. 그 때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했는데 말이 학생들의 문제가 진정 누구에 의한 것이냐 묻는 거지 실제로는 독자들에게 일련의 이야기들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은유일 수 있다.
1970년대 후반 산업 발전기와 달동네 재개발 열풍이 서민들에게 어떠한 상흔을 남겼는지 담담하게 서술해나간 명작 소설로 이 소설 안의 내용들은 소설이 쓰인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담론들로 남아있다. 2005년 200쇄를 돌파했다. 한국내 출판계에서 문학 작품으로 2005년 200쇄를 돌파한건 난쏘공이 처음이다.
○ 목차
뫼비우스의 띠
칼날
우주 여행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육교 위에서
궤도 회전
기계 도시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클라인씨의 병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에필로그
○ 난쏘공 줄거리와 등장인물
1970년대 우리 인문주의와 심미적 이성의 한 절정을 보여준 한국문학의 대표작,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최인훈의 ‘광장’과 함께 한국 문단 사상 가장 오래도록 팔린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조세희는 사람이 태어나서 누구나 한번 피 마르게 아파서 소리지르는 때가 있는데, 그 진실한 절규를 모은 게 역사요, 그 자신이 너무 아파서 지른 간절하고 피맺힌 절규가 ‘난쏘공’이었다고 말한다. 긴 세월이 흐른 후에도 그 난장이들의 소리에 젊은이들이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난쏘공’이 시대 문제의 핵심, 인간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기 때문이다.
전체 줄거리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로 난쟁이 김불이와 그의 아내, 그의 세 자녀들로 구성된다. 스토리에서는 빈민층을 상징하며, 강제 철거로 아버지 김불이는 자살하고 장남 영수는 노동조합에 들어서서 은강그룹 회장의 동생을 죽이고 사형을 받게 된다.
등장인물들은 난장이 일가, 난장이 일가 주변인, 중산층, 은강그룹 사람들이다.
– 난장이(난쟁이) 일가
전체 줄거리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로 난쟁이 김불이와 그의 아내, 그의 세 자녀들로 구성된다. 이야기에서는 빈민층을 상징하며, 강제 철거로 아버지 김불이는 자살하고 장남 영수는 노동조합에 들어서서 은강그룹 회장의 동생을 죽이고 사형을 받게 된다.
.김불이 : 난장이 일가의 가장이자 이 소설 전체의 주인공. 영수, 영호, 영희 남매의 아버지. 소설 타이틀의 난쟁이이며 노비의 후손이다. 이름의 한자는 金不伊이다. 이 이름의 뜻은 작중의 주제를 관통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름의 한자가 초판의 작가의 말에만 간신히 언급되는 데다가 직역하면 별 뜻이 없어서 작중 전개와의 연관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작중 전개를 끌어오자면, 작중 김불이의 조부대에 갑오개혁으로 신분해방이 이루어졌으나 조부는 신분이 해방됨을 도리어 두려워했다. 그러나 다음 대에 들어서 김불이의 아버지 대에는 자유를 추구하여 주인집에서 독립하였다. 그렇기에 김불이의 아버지가 득남하였을 무렵에 진취적인 생각을 가졌던 김불이의 아버지가 더이상 노비가 되지 말라는 뜻을 담아 이름을 지은 것이다.
신분 해방 전 노비들은 번듯한 한자 이름을 가지기 어려웠는데 노비 매매 증서와 같은 문서에 기록할 때에는 한자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음이 같거나 비슷한, 이름의 실제 뜻과는 딱히 상관 없는 어조사류 한자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즉 언년이, 막동이, 점박이와 같이 대충 부른 노비 이름에 붙어 있는 접미사 ‘-이’를, 한자로 옮길 때는 ‘伊’로 썼던 것. 하여 별 뜻 없는 伊자가 노비를 상징한다고 보았기에 ‘不伊’는 아들이 노비가 되지 말라는 염원을 담은 이름이 된다.
그러나 김불이의 아버지는 토지조사사업으로 추정되는 계기로 집과 땅을 잃게 되었고, 김불이는 조부 때와 같이 노예 같은 근로를 자처하게 되며 철거민이라는 수동적인 입장에 놓이게 된다. 공식적인 신분만 없다뿐 노비나 마찬가지 신세가 된 것이다. 이는 작중의 ‘낙원구 행복동’ 운운하는 지명과 함께, 이름과 실제가 다른 사회의 반어적인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도시 빈민으로 살아가며 일용직을 전전하며 겨우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으며, 그나마도 동료들로부터 불길하게 여겨지며 일감이 줄어든다며 구타를 당하기도 한다. 근처에서 가정교사 일을 하던 한지섭에게 ‘일만 년 후의 세계’라는 책을 받은 후 그 책을 읽으며 현실의 고달픈 삶에서 벗어나기를 꿈꿨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고, 재개발 과정에서 행복동 집이 철거당하자 굴뚝에서 투신하였다.
나름대로 이상 세계를 꿈꾸던 캐릭터였으며 그의 사상은 자녀들 중에서 특히 김영수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김불이의 아내 : 영수, 영호, 영희 남매의 어머니. 남편이 자살한 후 은강시 저목장에서 일하고 있다. 가정관에 있어서 보수적인 캐릭터이며 이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에피소드에서 영희에게 “여자가 가져야 할 가족과 가정에 대한 전통적 의무”를 어머니가 가르치곤 했다, “어머니는 내가 어둠 속에서 남자를 생각하는 것도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는 것과 영수의 “어머니는 영희에게 했던 것처럼 영이에게 여자가 가져야 할 가족과 가정에 대한 전통적 의무”에 대해 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영수가 노동 운동에 가담하자 항상 영수의 안위를 걱정했고 결국 우려하던 걱정은 현실로 나타나고 만다. 이후 에필로그에서는 영수의 사형 집행 이후 영호, 영희와 함께 시신을 인도받는다.
.김영수 : 난장이 일가의 첫째. 막내 영희가 17살인 것으로 봐서 2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청년. 현실주의적이고 침착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학업을 계속하여 “큰 회사”에 취직하려 했으나 집안 형편 때문에 학업을 마치지 못했고, 대신 공장의 생산직이 되어 생계를 꾸려 나가야 했고 아버지의 자살 후 가장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은강그룹 산하의 공장에서 일하면서 열악한 노동 환경 및 처우와 마주치게 되고, 뜻을 같이 하는 공장 노동자들을 모아 노동 운동을 벌였으나 사측의 방해로 실패하자 은강그룹 회장의 동생을 살해하여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에필로그에서 꼽추와 앉은뱅이의 대화에 따르면 사형이 집행되었고 어머니와 영호, 영희 남매가 영수의 시신을 인도받았다고 언급된다.
.김영호 : 난장이 일가의 둘째. 형과 여동생에 비해 크게 비중은 없다. 소설에 따르자면 다혈질이고 흥분을 잘 한다고 한다. 보수적이다.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현실의 모순에 불만을 가진다.
.김영희 : 난장이 일가의 셋째. 17살이며, 그녀가 난쟁이네 딸이라는 걸 사람들이 못 믿을 정도로 미소녀라고 한다. 집이 철거되는 대신 받은 아파트 입주권 표찰을 부동산 업자의 아들이 다른 표찰과 함깨 대량으로 매입하자 표찰을 되찾기 위해 그와 동거를 하며 검열삭제를 하게 된다. 결국 업자의 아들이 잠든 틈을 타 그를 마취시키고 표찰을 찾아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아버지는 자살한 뒤였고, 영수에게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 버려”라는 말을 했던 것을 떠올리며 오열했다. 이후 은강그룹 산하의 회사 은강방직의 방직공으로 취업한 후 노동 운동에 가담한다. 에필로그에서는 큰오빠 영수가 사형당한 뒤 그의 시신을 인도받았다고 한다.
– 난장이 일가 주변인
.한지섭 : 노동 운동가. 독립유공자의 손자이며 명문 대학교에 재학하던 중 퇴학당한 후[5], 윤호의 가정교사가 되었으나 난장이네 집이 철거되자 철거반원들에게 항의를 했다가 구타당한 후 쫓겨났다. 그 후 노동 운동에 가담하여 가는 곳마다 조합을 만들었으며 김영수를 지원하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에피소드에서는 김영수가 살인죄로 재판을 받자 증인을 섰다.
.명희 : 김영수의 소꿉친구. 김영수에게 자신과 사귀는 조건으로 공장에 나가지 말 것(블루칼라가 되지 말고 화이트칼라가 될 것)을 약속했지만 영수 쪽에서 학비가 모자라서+아버지의 와병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결국 영수와 헤어졌다. 그 후 가출해서 여러 일을 전전하다가 음독자살했다.
.앉은뱅이와 꼽추 : 이 세상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개똥벌레를 잡아죽였지. 김불이의 지인들이며 2인 1조로 뭉쳐다니고 있다. 누군가에게 사기를 당해 그 사기꾼에게 복수하기 위해 행방을 쫓고 있다. 에필로그에서도 등장하며 김불이의 장남 영수의 사형 소식을 이야기한다.
.영이 : 영희의 동료, 은강방직에서 방직공으로 일하고 있으며 사측의 방해로 한 번 와해되었던 노조가 재건되었을 때 노조 대표를 맡게 된다.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에피소드에서는 사측과 처우 개선에 대한 협상을 시도했으나 사측에 의해 무시당했다. 참관인으로 참석했던 김영수의 작중 언급에 의하면 “영이의 흰 원피스는 그날로 더러워졌다”고 한다.
.과학자와 목사 : 김영수의 지인으로 ‘클라인씨의 병’ 에피소드에서 의식화 교육을 통해 김영수의 현실 인식과 각성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 중산층
.윤호 : 신애의 이웃집에 사는 중산층 학생. 아버지의 강권에 따라 유명 명문대에 입시를 준비하던 중 은희를 알고 사귀게 되나 인규의 요구에 의해 은희를 포기할 위기에 빠지고 입시에도 실패하자 자살을 시도하나 은희의 개입으로 자살은 하지 않았다. 궤도 회전 에피소드에서는 은강그룹 회장의 딸인 경애에게 난장이 일가와 도시 빈민의 비참한 삶, 상류층의 부정적인 모습에 대해 알려 주며, 기계 도시 에피소드에서 회장을 살해하겠다며 은신처를 요구하던 김영수에게 “살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반대했으나 영수를 설득시키는 것에 실패했다. 그런데 궤도 회전 에피소드 에서 경애의 옆집에 살다가 결국 10대 노동자 주제의 모임에서 경애와 사실상 연애 관계가 되고, 끝에선 “대학에 들어가는 대로 경애와 결혼하겠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있다.
.윤호의 누나 : 이름은 나오지 않으며 윤호의 언급에 의하면 몸매가 좋고, 예쁘다고 한다. 문란한 생활에 빠져있다. 한지섭을 싫어했다.
.윤호의 아버지 : 이름은 나오지 않으며 직업은 율사다. 윤호가 입시를 망치자 사회계열 대신 사학과를 전공하려던 윤호를 철사로 두들겨 팼다. 이 후 윤호의 입시를 포기하고 원하는 대로 하게 해주었다.
.인규 : 윤호의 학교 동기. ‘우주 여행’ 에피소드에서 윤호에게 은희를 포기해줄 터이니 인규 자신을 위해 부정행위를 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윤호가 자신의 OCR카드에 인규의 이름과 수험 번호를 적는 바람에 윤호와 함께 입시에 떨어지고 은희도 놓치고 만다.
.은희 : 윤호의 여자친구. 인규의 요구에 따라 부정행위를 한 것을 자책하며 자살을 시도하던 윤호를 말렸다. 물론 둘 다 죽지 않았고 기계 도시 에피소드에서 멀쩡히 살아서 윤호와 사귀고 있다.
.윤신애 : 행복동의 중산층 주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으며 시아버지(작중에서 이미 사망한 상태), 남편과 아들이 모두 사회의 불합리한 점에 의문을 품고 있어 걱정하고 있다. 김불이가 펌프를 고치러 왔다가 우물 파는 사람에게 “너 때문에 일거리가 줄어든다”며 구타당하자 식칼로 위협해 쫓아내 김불이를 구하기도 했다.
.신애의 남동생과 친구 : ‘육교 위에서’ 에피소드에서 등장. 둘 다 사무직이며 대학생 때 학생운동을 하다가 학교 신문의 담당주간에게 내용을 검열당해 올리지 못하자 항의를 했지만 무시당했다. 자비로 윤전기를 돌려 신문을 배포하려 시도를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친구 쪽은 자신의 가족을 위해 주간이 상사로 있는 회사의 직원이 되어 현실과 타협한다.
– 은강그룹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세계관에 나오는 가상의 그룹으로 난쟁이 3남매에게는 악의 집단격 존재. 노동조합을 뿌리 뽑으려는 등 온갖 악행만 골라한다. 등장인물 중 경애와 경훈의 사촌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독재자의 면이 두드러진다.
.경훈 : 은강그룹 회장의 3남. 위로 두 명의 형이 있으며 여동생이 하나 있다. 비뚤어져서 아돌프 히틀러에게 호감을 갖고 있으며, 숙부를 죽인 김영수에게 재판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또한 공장 노동자들에게 행복해지게 만드는 약을 먹여 세뇌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은강그룹을 까는 노래를 부르는 공원들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상상, 김영수의 부모, 특히 김불이에 대해 무능력하고 폭력적인 가장일 것이라는 상상을 하는 등 비뚤어진 모습을 갖고 있다. 마지막에 정신과에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보면 불쌍한 인물인데 형들로부터 어릴 때부터 갈굼을 당한 트라우마가 있으며 여자를 성적 도구로 취급하는 성향도 보인다.
.경훈의 사촌 : 김영수에게 살해된 은강그룹 회장 동생의 아들, 현 회장의 조카. 김영수가 아버지를 죽인 건 그가 경훈이 생각하는 것처럼 광인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여 경훈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경애와 함께 사실상 은강그룹의 유일한 개념인.
.경훈의 형들 :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으며 경훈을 어릴 때 괴롭혀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다. 형제 중에서 첫째는 여자를 사귀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말았는데, 여자친구는 죽었지만 첫째는 죽지 않고 15일 만에 회복되어서 경훈은 몹시 아쉬워했다. 사실상 이들이 경훈을 어둡게한 장본인들.
.경애 : 은강그룹 전(前) 회장의 손녀이자 현직 회장의 딸. 경훈의 여동생으로 17세. 궤도 회전 에피소드에서 윤호를 꼬시기 위해 원래 단순한 연예 모임을 윤호가 관심있어 하는 10대 노동자를 주제로 바꾸고 윤호와 모임에 참석하다가 윤호에게 할아버지인 前 회장의 어두운 면(공장 노동자 착취)에 대해 듣고 충격을 받는다. 윤호에게 순수한 아이로 묘사되며, 결혼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은강그룹 전(前) 회장 : 은강그룹의 창업주. 궤도 회전 에피소드에서 사망한 직후라는 언급으로 간접 등장하며 경훈에 의하면 평생 동안 화두로 되뇌어왔던 말은 ‘희생’이었지만 정작 그 자신의 인생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죽을 때는 자신을 미라로 만들어서 장례를 한답시고 난리치는 기행을 지시한걸 본 경애의 평가도 비슷해서 ‘화를 쉽게 냈던 무서운 욕심쟁이, 돈과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에 죽은 사람, 평생 동안 친구도 없었던 어른, 정작 국민 생활의 내실화에 기여한 적이 없는 사람이며 그가 죽을 때 아무도 (진심으로 슬퍼서) 울지 않았다’고 했다.
.은강그룹 회장 : 은강그룹의 현직 회장, 경훈 3형제와 경애의 아버지이자 경훈 사촌의 백부. 노동조합에 대해 우리(재벌)의 구조를 약화시키는 악마의 도구라는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 동생이 김영수에게 살해되자 동생의 아내가 직원과 바람을 피운 증거를 찾아내 상속권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 작가 조세희 (趙世熙)
소외된 도시 하층민의 삶을 다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통해 시대의 그림자를 밝혀온 소설가다.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돛대 없는 장선」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나, 문단의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75년 난장이 연작의 첫 작품인 『칼날』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1976년 난장이 연작 『뫼비우스의 띠』 『우주공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을 발표하였으며, 1977년 역시 난장이 연작 『육교 위에서』 『궤도회전』 『은강 노동가족의 생계비』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등을 발표하였다.
1978년 『클라인씨의 병』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에필로그』를 이전의 난장이 연작과 함께 묶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작품집을 출간하여, 문학적 성취와 상업적 성공을 함께 이룬 문제작으로 주목 받았다.
그의 난장이 연작은 1970년대 한국사회의 모순에 정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여기에서 난장이는 정상인과 화해하며 살 수 없는 대립적 존재로 등장하고 있으며, 1970년대 한국사회의 최대 과제였던 빈부와 노사의 대립을 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소설적 접근을 통해 한국의 1970년대가 이 두 대립항의 화해를 가능케 할 만큼의 성숙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그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그려내고 있는 난장이 연작에 환상적 기법을 도입함으로써, 계급적인 대립과 갈등이 마치 비논리의 세계나 동화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 결과 현실의 냉혹함은 더욱 강조된다.
연작 형식은 소설 양식의 확대를 가능하게 하면서 이야기 형식의 긴장과 이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이 같은 형식이 난장이 연작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1970년대 소설이 종래의 단편 형식으로는 현실에 적절히 대응할 수는 없으며 그렇다고 장편 양식으로 현실을 개괄할 수 있을 만큼의 성숙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주제와 양식과 기법에 대한 도전과 그 성과는 1970년대 문학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오늘 쓰러진 네모』(1979), 『긴 팽이모자』(1979), 『503호 남자의 희망공장』(1979), 『시간여행』(1983), 『하얀 저고리』(1990)를 비롯하여, 소설집으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8), 『시간여행』(1983)과 콩트를 사진과 함께 엮은 『침묵의 뿌리』(1986), 희곡 『문은 하나』(1966)가 있으며,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로 이상문학상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난쏘공’ 이후에는 한 권씩의 소설집과 사진 산문집을 내놓았을 뿐 그는 글로 소통하는 대신 카메라를 들었다. 집회 현장을 빠짐 없이 다니며 약자들의 투쟁을 렌즈에 담아왔으며, 언젠가 그간 찍은 사진을 정리해 후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함께 남길 것이라고 한다. 광주 이야기를 담은 「하얀 저고리」 역시 언젠가는 세상에 내놓을 계획이다.
” ‘하얀 저고리’는 작품이 됐건, 안 됐건 끝내기는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책 내서 만 명 정도 읽으면 읽을 사람은 다 읽은 거예요. ‘하얀 저고리’ 내서 만 명 정도 읽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병 걸리고 의식 잃고 하다보니 죽는 것 무섭습디다. 그렇지만 진짜 힘든 건 좋은 작품을 쓰는 거예요. 내가 이 세상에 살았다는 흔적이니까요”
○ 난쏘공 영화화
영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A small ball shot by dwarf)은 감독 이원세, 제작 한진흥업, 각본 홍파, 원작 조세희, 음악 정민섭, 촬영 박승배, 편집 이억만이 맡아 1981년 10월 17일 개봉(상영시간 100분)했다.
1981년에 이원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는데 원래는 원작자인 조세희 본인이 직접 각색하고 김민기가 영화 음악을 담당하기로 했으나, 김민기의 음악은 당시 금지처분을 받았다. 사실 10월 유신 때부터 6월 항쟁 때까지 반독재 성격이 강한 김민기의 음악은 모조리 금지되어있던 상태였다.
그리고 여러 번의 검열을 통해 배경도 원래 잡아두었던 공장지대의 삶 대신 시흥 소래염전으로 강제 이동되어야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예술성이 좋아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영화는 책과 배경이 다르다. 난장이(김불이)는 염전 일을 하는 큰 아들 영수(배우 안성기), 둘째 아들 영호(배우 이효정), 막내 딸 영희(배우 금보라), 알뜰히 집안 살림을 해주는 아내(배우 전양자)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바다 오염으로 행복동 주민들이 이주하게 되자 그 보상으로 주택 분양권이 배정된다. 그러나 순박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뒷거래들이 성행하고 난장이 일가도 악덕 부동산업자 박우철(배우 김추련)에게 당하고 만다. 가난으로 인한 가족들의 고통을 보아온 영희는 우철의 꾀임에 넘어가고 돌아오라는 오빠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영희가 새벽에 금고에서 주택 분양권을 갖고 돌아오지만 반가워하는 가족들 뒤로 난장이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한편 난쏘공은 영화 외에도 TV 문학관 시리즈와 라디오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 난쏘공의 인상 깊은 구절
햄릿을 읽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교육받은)사람들이 이웃집에서 받고 있는 인간적 절망에 대해 눈물짓는 능력은 마비당하고, 또 상실당한 것은 아닐까?
세대와 세기가 우리에게는 쓸모도 없이 지나갔다. 세계로부터 고립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에 무엇하나 주지 못했고, 가르치지도 못했다. 우리는 인류의 사상에 아무것도 첨가하지 못했고 … 남의 사상으로부터는 오직 기만적인 겉껍질과 쓸모없는 가장자리 장식만을 취했을 뿐이다.
지배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할 일을 준다는 것, 그들로 하여금 그들의 문명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 일, 그들이 목적 없이 공허하고 황량한 삶의 주위를 방황하지 않게 할 어떤 일을 준다는 것이다. — p.110
의사들은 아버지가 아무도 찾아낼수 없는 병으로 곧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뒤에도 무서운 동통과 싸우며 두 해나 더 살았다. 아버지는 전생애를 통해서 그의 시개 사회와 불화했던 사람이다. 신애는 남편이 같은 형통의 사람임을 잘 알았다. 좋은 책을 쓰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던 남편은 단 한줄의 글도 쓰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실어증 환자로 생각했다. 중오하는 돈도 죽어라 벌었으나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부모의 병을 고쳐주지도 못하면서 병원은 그가 죽어라 하고 벌어들이는 액수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돈을 늘 요구했다. 아버지가 돌아갔을 때 그에게는 울 힘조차 없었다. — p.29
‘울지 마, 영희야.’
큰오빠가 말했었다.
‘제발 울지 마. 누가 듣겠어.’
나는 울음을 그칠 수 없었다.
‘큰오빠는 화도 안 나?’
‘그치라니까.’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버려.’
‘그래. 죽여버릴게.’
‘꼭 죽여.’
‘그래. 꼭’
‘꼭.’ — p.143-144
아버지가 꿈꾼 세상은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였다. 그 세계의 지배계층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버지는 말했었다. 인간이 갖는 고통에 대해 그들도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 곳에서는 아무도 호화로운 생활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네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버리고, 바람도 막아버리고, 전깃줄도 잘라버리고, 수도선도 끊어버린다. 그런 집 뜰에서는 꽃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 p.36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사람들은 옳게 보았다.아버지는 난장이였다.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나는 아버지,어머니,영호,영희,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식구의 모든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단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 p.80
나는 아팠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 직원은 신청 용지,시 접수증,주민등록등본을 철박이로 눌렀다. 그 위에 접수 도장을 쿡 찍었다. 그것을 받아 돌아서다 말고 나는 몸을 숨겼다. 줄 반대쪽으로 들어가 건물 바로 앞쪽을 살폈다. 바로 그가 승용차 앞에 서 있었다. — p.120
교사는 두 손을 교탁 위에 얹었다. 그는 제자들을 향해 말했다. 끝으로 내부와 외부가 따로 없는 입체는 없는지 생각해보자. 내부와 외부를 경계지을 수 없는 입체, 즉 뫼비우스의 입체를 상상해보라. 우주는 무한하고 끝이 없어 내부와 외부를 구분할 수 없을 것 같다. 간단한 뫼비우승의 띠에 많은 진리가 숨어 있는 것이다. — p.25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적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도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