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내사랑 샤에게
류샤오보 / 글누림 / 2010.12.24
- 시란 얼마나 무력한 것인가, 또한 시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시선집『내 사랑 샤에게』
국가의 거대권력과 맞서 싸운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사상과 문학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도록, 그의 시와 연보를 함께 실었다. 류샤오보와 그의 아내의 시가 함께 수록된 <류샤오보 류샤 시선>을 바탕으로 원본 시집에서 류샤오보 부분만 따로 엮어냈다. 류샤오보가 아내를 위해 바치는 시 71수, 1989년 중국 민주화 운동 때 희생된 이들을 위로하는 추모시 14수, 류샤오보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자료를 함께 번역하여 소개한다.
6.4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많은 주도자들이 중국을 탈출하여 해외 망명의 길을 선택한 반면, 루샤오보는 해외에서 중국으로 되돌아가는 고난의 투쟁을 감행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모든 공직을 박탈당했고, 여러 번의 가택 연금과 체포 구금을 거쳤으며, 2008년에 공표한 ‘08헌장’의 주모자로 지목되어 11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복역 중이다. 이 시집은 민주와 자유에서 출발한 류샤오보의 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특히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고 진상을 왜곡하고 있는 중국 당국에 대한 분노와 그의 아내 류샤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 목차
시서_ 저우중링
시서_ 랴오이우
제1부 내 사랑 샤에게
빗속의 나
경악
그가 앉는다
위험한 쾌락
5분의 찬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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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사망 체험(6 4 추모시)
사망 체험
열입곱 살에게
질식당한 광장
한 떨기 담배는 혼자서 타고 있다
돌멩이 한의 부서짐에서 시작하겠다
:
:
제3부 나는 죄가 없다
08 헌장(08 憲章:Charter 08)
나는 적이 없다-나의 최후 진술
나의 무죄 변론
류사오보 간략 연보
수상 현황
주요 저작
작품 제목 및 창작 연도
옮긴이의 말
○ 저자소개 : 류샤오보
저자 류샤오보는 1955년 12월 중국 지린성 창춘시에서 태어났으며, 지린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베이징사범대학교 중문과에서 석사 학위와 문예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동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다가 1988년 노르웨이 건너가 오슬로대학교에서 중국 현대문학 강사를 지냈다. 그해 말 미국 하와이대학교로 옮겨가 중국 철학과 중국 현대정치 및 지식인 등을 강의하기도 하였다. 1989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방문학자로 체류 중이던 그는 중국에서 천안문 사태가 발생하자 곧바로 귀국해 시위에 참여하였으며 시위대 대표로 중국 정부와 협상을 벌였다. 그는 단식투쟁을 이끌다 중국 공안 당국에 의해 수감된 것을 시작으로 민주화운동에 투신하고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천안문 사태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다가 공직이 박탈되고 20개월 동안 구속되기도 했으며, 1996년에는 천안문 사태 희생자의 명예 회복을 요구하다가 노동개조 3년형을 선고받기도 하였다. 2008년 12월, 중국의 반체제인사와 학자, 변호사, 신문기자, 지식인 등 303명이 중국 공산당의 일당 독재를 종식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내용의 민주개혁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08 헌장’의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중국 공안 당국에 체포되었으며, 2009년 12월에 열린 재판에서 국가 권력 전복 선동혐의로 징역 11년 형을 선고받고 현재 랴오닝성 진저우시의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류샤오보의 이번 수감은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처음 수감된 이후 네 번째로, 2010년 10월 8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중국 정부는 그의 시상식 참석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친척들의 수상식 참석도 허락하지 않았다.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에 선정된 이후 홍콩, 타이완 등 중화권 국가뿐만 아니라 국제 인권단체와 사회단체 등이 그의 석방 운동을 전개했다.
2017년 5월에는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고 2017년 6월 26일에 가석방되었다. 랴오닝성 선양시에 위치한 중국 의과 대학 부속 선양 제1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했으며 2017년 7월 13일에 사망하였다. 2017년 7월 15일에는 류샤오보의 영결식이 부인인 류샤를 비롯한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으며 화장된 유골은 바다에 뿌려졌다.
2017년 류샤오보 서거 이후에는 중국 민주화 운동가들을 주축으로 류샤오보사망진상조사위원회가 설립되어 류샤오보의 사망 진상 조사와 류샤오보를 기리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역자: 김지은
역자 김지은은 덕성여자대학교에서 중문학과 정치학을 전공하였다. 이후 중앙대 국제대학원 전문통번역학과 한중과를 졸업하고 현재 국제회의 동시통역사로 활동 중이며,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 인허증권 애널리스트 장신파(張新法)의 『2008 호황 속 중국경제』, 『한중수교 15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동북아역사재단 주최 국제학술회의 『중심과 주변에서 본 동아시아』, 중국 동북사범대학 역사학과 취안허슈(權赫秀) 교수의 『만청 대외관계의 ‘하나의 외교 두 개의 체제’ 연구』, 중국사회과학원 루젠런 연구원의 『한중 투자협력강화』, 베이징사범대학문학원의 『민간예술, 상품 그리고 문화 자각: 당대 중국의 민속문화시장의 번영에 대한 고찰』 등 많은 논문과 자료를 번역하였다.
○ 출판사 서평
류사오보가 그의 아내 류샤(劉霞)에게 바치는 사랑의 시 85수와 08헌장ㆍ나는 적이 없다-나의 최후 진술ㆍ나의 무죄 변론 등 그의 확고한 신념을 알 수 있는 자료 수록!
- 책 소개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 시선(詩選)
세계를 찌르는 한 자루의 칼이 되다!
지금, 나는 감옥에 갇혀 있어
그대의 손발을 녹여줄 수 없다
그러나, 그대에 관한 기억은
모두 빙설(氷雪)과 인연을 맺고 있다……
―그대는 줄곧 추위에 떨고-추위에 떠는 작은 발에게
이 책에 실린 류샤오보의 시 85수와 08헌장ㆍ나는 적이 없다-나의 최후 진술ㆍ나의 무죄 변론 등의 글은 모두 64 투쟁 정신에 입각해 있다. 64 투쟁 정신이란 중국의 경제적 개혁ㆍ개방 정책 추진에 걸맞게 정치 및 법률 등 사회 모든 부문에서도 민주와 자유의 전면적인 확대를 요구하는 중국 시민의 민의(民意)를 가리킨다.
- 들어가는 말
1980년 광주의 대학살을 겪으며 지난한 민주화 역정을 거쳐온 우리에게 1989년 6월 4일에 일어났던 중국 톈안문(天安門) 광장의 대학살과 중국의 민주화 운동은 단지 이웃 나라의 정치적 사건으로만 치부할 수 없었다. 그것은 우리에게 광주의 아픔과 똑 같은 분노와 고통을 안겨주었다. 국민을 지키라는 군대가 국민을 학살한 이율배반적 사태는 우리나 중국이나 현대사의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이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이야 말로 진정한 민주와 자유를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경우는 미흡하나마 5.18 학살 당사자들에 대한 단죄가 이루어졌지만, 중국의 경우는 아직도 6.4와 관련된 모든 담론들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금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는 민주와 자유를 이념으로 중국의 프롤레타리아 독재 정권을 비판하면서 목숨을 걸고 6.4 사태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거대한 권력구조와 맞서 싸우는 그의 지난한 투쟁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듯한 무모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그의 불요불굴의 정신으로 말미암아 한 가닥 남은 중국의 민주와 자유, 그리고 인권과 양심의 빛이 새롭게 되살아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민주와 자유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현대 국가의 시민이라면 진보든 보수든 막론하고 응당 류샤오보의 목숨을 건 투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민주와 자유라는 이념을 위해 지금 류샤오보는 순도자(殉道者)의 길을 걷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근래 오히려 민주와 자유의 퇴행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여러 현상들이 만연하고 있다. 이제 류샤오보 시의 세계 최초 번역 시집인 내사랑 샤에게가 우리의 민주와 자유를 다시 한번 근본에서 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아울러 류샤오보의 사상과 문학에 대한 폭넓은 관심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 이 시집의 원본과 구성
이 시집의 원본은 2000년 홍콩에서 출판된 류샤오보 류샤 시선(劉曉波劉霞詩選)(샤펠국제출판공사夏菲爾國際出版公司)이다. 본래 원본 시집에는 류샤오보(劉曉波)와 그의 아내 류샤(劉霞)의 시가 함께 실려 있다. 그러나 원본 시집은 446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어서, 먼저 1차로 류샤오보 부분만 따로 번역하여 단행본으로 출판하고, 2차로 계속해서 류샤 부분을 번역 출판할 예정이다. 이 번역 시집은 전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원본 시집의 류샤오보 부분을 번역한 것으로 류샤오보가 아내 류샤에게 바치는 사랑의 시 71수이다. 제2부는 류샤오보가 1989년 6.4 민주화 운동 때 억울하게 희생된 원혼들을 위로하는 추모시 14수이다. 제3부에서는 류샤오보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자료인 08헌장(08憲章), 나는 적이 없다-나의 최후 진술(我沒有敵人-我的最後陳述), 나의 무죄 변론(我的自辯)을 번역하여 함께 실었다. 또 부록으로 류샤오보 간략 연보, 수상 현황, 주요 저작을 추가하여 독자들이 보다 쉽게 류샤오보의 생애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 내용 소개 (옮긴이의 말)
.류샤오보와 6.4
이 책의 저자이며 올해(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는 중국의 유명한 반체제 인사이다. 그는 1989년 컬럼비아대학 방문학자로 미국에서 연구를 수행하다가 톈안문(天安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기 위하여 급거 귀국하였다. 6.4 당시 톈안문 광장 인민영웅기념탑 앞에 장막을 치고 학생들을 성원하며 중국 당국을 향해 단식으로 민주화 개혁을 요구하였다. 당시 단식 농성에 참가한 류샤오보·저우퉈(周舵)·허우더젠(侯德建)·가오신(高新)을 ‘톈안문 단식 4군자(天安門絶食四君子)’라고 부른다. 그러나 학생들의 민주화 요구와 류샤오보의 단식 농성은 탱크를 앞세운 중국 당국의 강제 진압에 의해 피의 참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후 중국 당국은 6.4 톈안문 사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당시 시위에 참여하였거나 당국의 진압 과정을 직접 목격한 베이징(北京) 시민들은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음을 증언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6.4 톈안문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자식과 가족을 잃은 ‘톈안문 어머니(天安門母親)’ 모임의 조사에 의하면 2010년 현재까지 무려 201명의 학생과 시민이 학살당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적수공권의 중국의 인민들이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인민해방군에 의하여 참살당한 6.4 톈안문 사태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의 도덕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사건이었다. 이후 6.4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박해가 끊임없이 계속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감시ㆍ연금ㆍ투옥을 당하였고, 또 상당수 6.4 주도자들은 중국을 탈출하여 해외 망명의 길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류샤오보는 오히려 해외에서 중국으로 돌아와 톈안문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였고, 6.4 피의 참극 이후에도 중국을 떠나지 않고 학살 진상의 규명과 민주화 실현을 위해 지금까지도 고난의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류샤오보는 이 과정에서 모든 공직을 박탈 당하였으며, 여러 차례의 가택 연금과 3 차례의 체포 구금, 5 년여의 감금 생활을 거쳐, 지금은 2008년에 공표한 08헌장 주도자로 지목되어 1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랴오닝성(遼寧省) 한 감옥에서 복역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류샤오보 문학의 출발점–민주와 자유
당연한 이야기지만 류샤오보의 투쟁과 문학은 6.4 톈안문 민주화 운동과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류샤오보의 시 85수와 08헌장ㆍ나는 적이 없다 – 나의 최후 진술ㆍ나의 무죄 변론 등의 글은 모두 6.4 투쟁 정신에 입각해 있다. 6.4 투쟁 정신이란 중국의 경제적 개혁ㆍ개방 정책 추진에 걸맞게 정치 및 법률 등 사회 모든 부문에서도 민주와 자유의 전면적인 확대를 요구하는 중국 시민의 민의(民意)를 가리킨다. 그러나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1989년 중국의 6.4 민주화 운동은 중국 당국의 무자비한 무력 진압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낸 채 역사 속으로 잠복하고 말았다. 그 후 지금까지도 중국에서는 6.4와 관련된 담론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왔고, 6.4 관련 인사들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 계속되면서, 6.4 참극의 진상 규명이나 복권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류샤오보는 바로 이러한 불의한 현실, 즉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중국 당국의 인권 무시 정책으로 천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모든 인권 재난과 6.4 참극에 대해 신랄한 비판의 화살을 쏟아 붓고 있다. 특히 비폭력 6.4 민주화 운동을 무력으로 강제 진압하며 200 명이 넘는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고도 진상을 왜곡하고 있는 중국 당국에 대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6.4, 무덤 : 망각에 의해 황량해져가는 무덤
이 광장은, 겉보기엔 아주 완벽하게 아름답다
마오타이와 브랜디와 전복 파티에 의해
의식(儀式)과 보고와 3개 대표이론에 의해
세컨드와 정액과 붉은 손톱에 의해
가짜 담배와 가짜 술과 가짜 학위에 의해
경찰차와 철모와 전기 곤봉에 의해
완벽하게 새로워졌다…… -‘6.4’, 무덤–‘6.4’ 13주년 추모제
류샤오보의 인식에 의하면 피의 참극 위에 세워진 중국의 고도 경제 성장은 ‘부패한 자본주의/ 죽음에 직면한 공산주의/ 몰락한 봉건주의’일 뿐이다. 탱크와 총칼로 학살된 인권의 무덤은 찬란한 경제 발전에 의해 장식되고 있지만, 그 내면에서는 아직도 저승으로 떠나지 못한 6.4 원혼들의 핏빛 아우성이 들끓어 오르고 있다. 인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민의 정부가 비무장ㆍ비폭력의 인민을 탱크와 총칼로 학살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런 불의와 부도덕을 화려한 현대화로 치장하는 것은 부패한 일당 독재의 끝없는 탐욕을 숨기기 위한 허위와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입장에서 류샤오보는 중국 당국이 1970년대 말부터 추진해온 개혁ㆍ개방 정책이 인간의 권리를 박탈하고 인성을 부식시키고 인간의 존엄을 파괴해온 재난의 과정이었다고 비판하면서, 자유ㆍ평등ㆍ인권이라는 인류 공통의 보편 가치에 바탕을 둔 민주ㆍ공화ㆍ헌정의 현대 정치를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당 독재의 특권을 없애자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권을 돌려주자는 정치 개혁을 요구한 것이고, 최종적으로 ‘국민이 권리를 가지고[民有], 국민이 다스리며[民治], 국민이 권리를 향유하는[民享]’ 자유 국가를 건설하자는 것입니다. – 나의 무죄 변론
민주와 자유는 우리에게 얼마나 귀에 익은 단어인가 우리 곁의 수많은 진보와 보수 단체들이 모두 민주와 자유를 운위하고 있다. 민주와 자유는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진부한 가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민주와 자유가 과연 우리 귀에 익숙한 만큼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가 안타깝게도 최근 들어 민주와 자유의 보편 가치에 역행하는 수많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어 우려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류샤오보는 공산주의 일당 독재의 엄혹한 중국 현실에서 바로 이 민주와 자유를 기치로 중국 정치의 근본적인 개혁과 열악한 인권 상황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서 6.4는 바로 민주와 자유를 중국에 실천하기 위한 출발점이었고, 아울러 그 과정에서 희생된 6.4의 원혼들은 민주와 자유의 제단에 바쳐진 고귀한 넋, 즉 민주와 자유를 실천하기 위한 정신적 자산에 다름 아니었던 셈이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류샤오보는 중국의 민주와 자유를 위해 순도자(殉道者)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죽음으로 6.4 학살의 진상을 규명할 것을 요구하면서 중국 정부 당국과 불굴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 류샤오보의 애정시
6.4 피의 참극에 대한 류샤오보의 분노가 그의 시의 출발점이라면, 그의 아내 류샤(劉霞)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은 그의 시의 모든 것이며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6.4 추모시를 제외하고 그가 쓴 모든 시의 제목에는 아내 류샤에게 바치는 작은 제목이 달려 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류샤오보의 모든 시는 아내 류샤에게 바치는 애정시이다.
지금, 나는 감옥에 갇혀 있어
그대의 손발을 녹여줄 수 없다
그러나, 그대에 관한 기억은
모두 빙설(氷雪)과 인연을 맺고 있다……
-그대는 줄곧 추위에 떨고-추위에 떠는 작은 발에게
일찍이 루쉰(魯迅)은 지명수배자로서 살아가는 자신과 아내 쉬광핑(許廣平)의 사랑을 ‘이말상유(以沫相濡)’라는 말로 비유한 적이 있다. 장자(莊子)ㆍ대종사(大宗師)편에 나오는 이 말은 매우 처절하고도 슬픈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가슴 아픈 내용은 이렇다. “샘물이 마르면 물고기들이 땅 위에 서로 함께 놓이게 되는데, 입으로 습기를 서로 불어주고 작은 물거품으로 서로 몸을 적셔준다.” 류샤오보와 그의 아내 류샤와의 사랑도 ‘이말상유(以沫相濡)’라는 성어보다 더 적절한 묘사의 어휘를 찾기가 어렵다. 앞의 시서(詩序)에서 저우중링(周忠陵)이 지적한 것처럼 아내 류샤에 대한 류샤오보의 사랑은 너무나 섬세하여 어떤 면에서는 매우 여성스럽기까지 하다.
지금
그대는
하느님의 손아귀에서
꿈을 받길 갈망한다
하나는 초콜렛이 녹아내려
기억의 꿈이 되리라
또 하나는 눈물이 흘러내려
애도의 꿈이 되리라… – 하느님의 손아귀로부터-아내에게
궁극적으로 민주와 자유가 달성된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바로 이와 같은 인간다운 정감이 넘쳐나는 사회, 서로가 서로를 믿고 서로가 서로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사회, 그리고 아내와 남편과 자식과 가족이 함께 어울려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 이 이상의 유토피아는 아닐 것이다. 류샤오보가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이유의 모든 것도 아내와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류샤오보는 안일과 굴종으로 자신만의 이기적인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이를 위해 보통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짓밟은 중국 당국과 목숨을 건 싸움을 수행하고 있다.
헛된 순난(殉難)의 길을 내버리고
나는 그대의 발아래 눕기를 갈망한다
이것은 죽음과 얽혀 있는
유일한 의무이며
또 마음이 맑은 거울 같은 때
오래 지속되는 행복이다…… -벗어나기를 갈망하다-아내에게
시란 얼마나 무력한 것인가 류샤오보의 시에 드러난 분노와 사랑과 갈망에도 불구하고 저 철옹성 같은 중국 당국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 당국은 노벨평화상의 철회를 요구하며 류샤오보와 류샤에 대한 탄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또한 시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류샤오보와 류샤 부부는 서로 사랑의 시를 주고 받으며 그 온기와 열기로 저 철옹성을 녹이려는 무망(無望)의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 ‘무망(無望)’은 ‘희망 없음’이 아니라 ‘무가지보(無價之寶)’의 ‘무(無)’자처럼 ‘가없는 희망’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진정한 혁명은 ‘사랑’이란 말에 다름 아닐지도 모른다.
- 남는 말
류샤오보(劉曉波)의 시를 읽는 내내 나의 뇌리에는 1980년 우리나라 광주에서 벌어졌던 대학살 사건(광주민주화운동)의 잔상이 사라지지 않았다. 1980년 광주가 꿈꾸었던 세계와 1989년 베이징이 꿈꾸었던 세계는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작금의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운위하는 이른바 공동체의 꿈은 어떤 모양새인가 모두 대답하기 쉽지 않은 명제들이지만 21세기 전반부에 류샤오보는 우리에게 새삼 이에 대한 깊은 사색을 요청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리지 않은 류샤오보의 시사 비평 문장들 중 어떤 것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논리에 입각해 있다는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불의한 권력에 항거하고 안일한 일상을 타파하기 위한 그의 목숨을 건 투쟁은 이런 사소한 혐의를 상쇄시켜주고도 남음이 있다. 중국과 같은 거대한 권력 구조 앞에서 그 사회의 주류 담론과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 루쉰의 이와 같은 전사의 마지막 부분이 류샤오보의 모습과 겹쳐짐은 우연의 일치일까 이제 글의 말미에 루쉰의 목소리로 류샤오보를 부르며 그의 치열하고 고단한 정신을 위로하고자 한다.
이런 곳에서는 아무도 전투의 함성을 듣지 못한다. 태평이다.
태평……
그러나 그는 투창을 치켜든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