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덩샤오핑 평전
벤저민 양 / 황금가지 / 2004.8.20
“오늘날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는 마오쩌둥이지만 가장 고마워하는 지도자는 덩샤오핑이다.”
‘중국의 21세기를 설계한 지도자’로 평가받는 덩샤오핑의 평전. 이제까지 출간되었던 평전이 덩샤오핑의 가족들의 회고담이거나 중국 내부의 학자들에 의한 저술임을 감안할 때, 외부의 학자가 균형감각을 갖고 쓴 평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쓰촨성의 작은 농촌에서 태어나, 프랑스 유학생으로, 대장정과 항일운동을 거치며 마오쩌뚱의 신임을 얻는 공산당원으로, 숙청의 위기를 겪어 내고 마침내는 중국공산당 최고의 지도자로 성장해온 덩샤오핑의 삶이 연대기순으로 그려진다.
중국정치학을 전공한 지은이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덩샤오핑이 보여준 철저한 실용주의와 탁월한 정치감각, 그리고 오늘의 중국이 덩샤오핑의 유산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약진 운동의 실패후 마오쩌둥의 노선에서 등을 돌리고, ‘흑묘백묘론’을 주창하며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과정, 군부츨신이 즐비한 당에서 문관 출신으로 권력을 운영하는 모습 그리고 덩샤오핑에 대한 중국인들의 평가 등을 내용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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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추천의 말
머리말
제1장 왜 덩샤오핑인가?
제2장 부전자전(1904-1918)
제3장 고국을 떠나 프랑스로(1918-1920)
제4장 프랑스 자본가들이 만든 중국 공산주의자(1921-1925)
제5장 러시아에서 배우다(1926-1929)
제6장 불운한 광시 총독(1929-1931)
제7장 대장정(1932-1936)
제8장 안전한 피난처가 된 전쟁터(1937-1945)
제9장 금광이 된 전쟁터(1946-1949)
제10장 남서부의 제왕(1949-1952)
제11장 패배자들의 어깨를 딛고 올라가다(1952-1956)
제12장 마오쩌둥과 함께 약진하다(1956-1959)
제13장 약진이 가져온 피로(1960-1965)
제14장 문화 대혁명이라는 시련(1965-1972)
제15장 돌아온 자본주의 추종자(1973-1975)
제16장 용의 해(1976)
제17장 다시 정상을 향하여(1976-1980)
제18장 절정에 이른 권력(1981-1984)
제19장 실패한 후계자들(1985-1988)
제20장 톈안먼의 비극(1989)
제21장 장막 뒤의 실력자
제22장 더할 나위 없는 원숙함
제23장 덩샤오핑과 중국의 21세기
찾아보기
○ 저자소개 : 벤저민 양
베이징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1981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1986년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페어뱅크 동아시아 연구 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여러 편의 논문과 저서를 썼다. 최근까지 중국 베이징 런민 대학에서 국제 정치학을 강의했다.
– 역자 : 권기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찍이 1980년부터 뉴욕 월스트리트의 은행에서 근무했다. 그 길만 걸었더라면 부와 권력의 금수저를 누릴 수도 있었겠지만, 바보스럽게 그 기회를 버리고 유년기부터 그를 매혹했던 문화와 예술을 살고자 노력했다. 인도네시아와 호주를 거쳐 홍콩에 둥지를 틀고서는 다양한 문화 콘텐트의 국제교류를 업으로 삼기도 했다. 2005년에 귀국하여 이젠 다소곳이 ‘번역하고 책 만드는’ 사람이 되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이미 에드거 앨런 포의 추리소설을 번역 발표한 적이 있는 그의 번역 활동은 영어, 독어, 불어를 아우르며 그렇게 펴낸 작품이 어느덧 50종에 가깝다. 그가 옮긴 영어 서적으로는 베스트셀러 『덩샤오핑 평전』, 부커상 수상작 『화이트 타이거』, 한국학술원 우수도서 『부와 빈곤의 역사』, 『우주 전쟁』, 『살아있는 신』, 『첼시의 신기한 카페로 오세요』, 『다시 살고 싶어』, 『아이는 어떻게 성공하는가』 등이 있다. 독일어 서적으로는 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의 『돈 후안』, 쇼펜하우어의 『이기는 대화법 38』과 『신비주의자가 신발끈을 묶는 방법』 등을 번역 출간했으며, 불어 도서로는 르노도상 수상작 『샬로테』, 앙드레 지드의 장편 소설 『코리동』, 『어바웃 타임』 등을 펴냈다.
○ 책 속으로
1962년 7월 7일 덩은 공산당 청년동맹에서 초청 연설을 하면서 잘 알려진 몇 가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청중에게 말했다.
어떤 생산 체제가 가장 좋은지 이야기하자면, 나는 농업 생산을 비교적 수월하고 신속하게 회복시킬 수 있는 체제라면 무엇이든 지지한다. 또 대중이 기꺼이 도입하고자 하는 체제라면 그것이 채택되어야 한다. 만일 아직 합법적인 것이 아니라면, 합법화시켜야 할 것이다. 노란색이든 흰색이든 무슨 상관인가, 쥐를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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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의 평
이 책은 이미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었지만 2008년 12월 18일 중국의 개혁개방 3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펼쳐들었다. 위대한 거인 덩샤오핑의 업적을 홀로 기념하고자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당쟁에서 벗어나 그의 발자취를 더듬어 대한민국을 보다 생산성 높은 강소국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기원도 함께 했다.
이 책은 중국의 관변사가들의 사관과는 확실히 시각을 달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 사가들의 무조건 적인 반중국/반공산당적인 시각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역사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으로서 저자가 주장하는 일부 새로운 주장들이 얼마나 학계의 인정을 받는 부분인지, 혹은 얼마나 정확한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나, 중국 현대 공산당사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인 논리의 방향이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중국공산당사를 총체적으로 훑고 있지만 그 시선을 절대로 덩샤오핑에서 떼지 않는다. 따라서 여러가지 중국 현대사의 사건들이 당시 덩샤오핑의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으며, 어떻게 처리되어갔는지를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다.
본론으로 돌아가 덩샤오핑에 대해 논하자면, 그는 중국공산당의 총서기였지만 철저한 공산주의자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그는 중국 인민해방군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지만, 그는 훌륭한 군인도, 훌륭한 전략가도 아니었다. 그는 도탄에 빠진 중국을 일으켜세워 백년 이백년을 구가할 번영의 길로 중국을 이끌었지만 그는 결코 세상이 말하는 것 처럼 그가 경제에 대한 이해가 깊어 중국의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시장경제 이론을 정립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지주 아들의 신분으로 보다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프랑스행 배에 몸을 실었고, 그곳에서 중국 공산당 청년조직인 중국청년동맹에서 잡지 편집일을 담당한다. 다분히 사상적 고무에서라기 보다는 중국청년동맹은 당시 프랑스에 있던 중국 유학생들 조직이었고, 덩샤오핑이 나이가 비교적 어렸으며, 현학적인 말투로 세상을 비판하기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운동권 학생 생활에 재미가 들렸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다가 조직은 프랑스 당국에 쫒기는 입장이되고, 소련으로 피신해서야 공산주의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공산당에 입당하게 된다.
프랑스에서의 인연으로 덩샤오핑은 항상 프랑스에서부터 인연을 맺은 쩌우언라이의 지원 아래서 본인의 능력보다는 다소 깊이있게 중국공산당의 활동에 개입하게 되고, 비록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실수를 저지르게 되지만 저우언라이의 우산 아래서 비교적 안정되게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중 덩샤오핑은 마오쩌뚱을 알게되고, 그의 카리스마에 감화를 받아 열심히 그의 생각을 읽고 그가 원하는 것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중국 개혁개방의 아버지인 덩샤오핑이 마오쩌둥이 주도해 수천만의 아사자를 양산하고 만 대약진운동의 선봉에 있었음은 무척 놀라운 일이다.
물론 대약진 이후 덩샤오핑의 마오쩌둥에 대한 절대적인 동경은 다소 빛이 바랬지만 그는 여전히 마오쩌둥을 두려워하고 또 존경했다.
덩샤오핑은 여러차례 정치적 고난을 겪었지만 신체적인 피해는 피해갔고, 이를 통해 그는 곧 다시 재기했으며, 결국 중국의 최고지도자 자리에까지 오른다.
이는 작가의 말대로 그가 좌파와 우파 중 늘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으나, 결코 한쪽으로 넘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의 절정은 작가의 의도였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6.4. 천안문사태에 맞춰져 있다. 비록 승승장구하던 덩샤오핑의 중국 통치는 천안문사태로 찬물을 한 바탕 끼얹은 샘이 되어 버렸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덩샤오핑의 천안문사태 수습은 향후 중국의 미래를 더 힘찬 도약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 폭동이 끝나면 우리는 정말로 인민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며, 우선 두가지를 처리해야 한다. 첫째로 지도부를 갈어 치워야 한다. 새 지도부는 인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일신된 면모를 보여야 한다. 둘째로 우리가 부패에 진정으로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저들의 신임을 다시 얻기 위해 건전하고도 단호한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덩샤오핑의 이러한 다짐은 어쩌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이세상 그 어느 정부가 중국 정부만큼 조심스럽고 능숙하게 국가와 인민 전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국정을 다루고 있는가?
그는 특별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기회를 즐길 줄 알고 위험을 피해갈 줄 아는 정치가였다.
대한민국에도 어서 이러한 정치가가 나와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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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