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도즈워스
싱클레어 루이스 / 휴머니스트 / 2022.6.20
- 런던, 파리, 베를린, 나폴리… 혼자가 되기 위해 함께 떠나는 사랑의 여정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미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싱클레어 루이스의 숨은 명작. 국내 초역. 유럽 각지를 여행하는 도즈워스 부부의 두근거리고 이상야릇한 사랑의 여정을 생생하고 희화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끝없는 방황과 영원한 안착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인간의 두 가지 욕망을 동시에 실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런던, 파리, 베를린, 나폴리… 유혹적이고 아름다운 유럽의 도시와 사람들 속에서 질주하고 부딪치고 끝내 정체하는 부부의 모습은, 일상적 결혼 생활에서는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새롭고 성숙한 사랑의 가능성을 역설적으로 희망하게 만든다.
○ 목차
제1장 _007
제2장 _018
제3장 _033
제4장 _047
제5장 _055
제6장 _072
제7장 _081
제8장 _092
제9장 _104
제10장 _114
제11장 _128
제12장 _172
제13장 _191
제14장 _200
제15장 _213
제16장 _236
제17장 _259
제18장 _274
제19장 _292
제20장 _317
제21장 _331
제22장 _347
제23장 _372
제24장 _399
제25장 _415
제26장 _432
제27장 _451
제28장 _464
제29장 _477
제30장 _487
제31장 _504
제32장 _520
제33장 _533
제34장 _547
제35장 _559
제36장 _568
해설 | 진정한 자아와 성숙한 관계를 찾아 떠나는 여정 _578
○ 저자소개 : 싱클레어 루이스 (Sinclair Lewis)
실험적 사회주의 공동생활체인 헬리컨 홈 콜로니에 참가하여 상업주의와 싸워가면서 끝까지 과학정신으로 살려고 하는 세균학자를 다룬 《애로스미스》로 퓰리쳐 상을, 자동차 제조업자의 전통과 예술에의 각성을 그린 《도즈워스》등을 써 미국 문학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이다.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 1920)』, 『배빗(Babbitt, 1922)』, 『엘머 갠트리(Elmer Gantry, 1927)』 등 다수의 작품을 집필했다. 그의 책 『우리의 미스터 렌』은 사실적인 묘사와 더불어 유머와 풍자 등을 유쾌한 문체로 쓴 작품으로 작가 등단 초기에 쓴 장편소설이다.
그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사회비평가로 미국의 자만심에 일격을 가하는 풍자소설을 써서 폭 넓은 인기를 얻었다. 1885년 2월 7일 미네소타주(州) 소크센터에서 출생하였다. 예일대학교 재학 중 U.싱클레어를 중심으로 시작된 실험적 사회주의 공동생활체인 헬리컨 홈 콜로니(Helicon Home Colony)에 참가하였다. 졸업 후 편집 조수, 파나마에서는 운하공사장·건축공사장·신문사 등에서 일하면서 각지를 전전하다가 드디어 최초의 장편소설 《우리 회사 사원 렌 Our Mr.Wrenn》(1914)을 발표하여, 사실주의 수법·유머·풍자 등을 개성적인 재능으로 잘 표현함으로써 알려졌다.
1907년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기자로 활동했으며 여러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메인 스트리트’를 계기로 문학적 명성을 얻었고, 1922년 속물적 미국인을 파헤친 ‘배빗’을 출간했다. 그 후 ‘배빗’이라는 이름은 행동 반경이 자기 마을에 국한된 낙천적이고 자기만족적인 중년의 사업가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루이스는 말년을 거의 해외에서 보냈으며 1930년 이후 문학적 명성이 차츰 쇠퇴해갔다. 2번의 결혼은 모두 이혼으로 끝났고, 알코올 중독되는 등 불운한 말년을 보냈다.
– 역자 : 이나경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르네상스 로맨스를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서로 『메리, 마리아, 마틸다』, 『어떤 강아지의 시간』, 스티븐 킹의 『샤이닝』, 『피버 피치』, 조조 모예스의 『애프터 유』, 제프리 디버의 『XO』, 제시 버튼의 『뮤즈』, 『살아요』, 『배반』, 『좋았던 7년』, 내가 혼자 달리는 이유』, 『세이디』, N. K. 제미신의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햇살을 향해 헤엄치기』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난 너무 욕심이 많아! 제니스뿐만 아니라 온 세상을 갖고 싶어! 좋은 아내와 엄마가 되어 예쁘장한 모습으로 카드놀이나 하고 싶진 않아! 난 찬란한 걸 원해! 거대한 지평선들! 우리 함께 그런 걸 찾을 수 있을까?” — p.16
“내 말 들어봐! 이번이 우리 마지막 기회일 수 있어. 우리가 너무 늙어서 돌아다니기 싫어지기 전에 당신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때는 지금뿐일지도 몰라. 기회를 잡자!” — p.25
“세상에, 인생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해요? 빈둥거리는 거? 적게 일하는 거?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만, 야근보다 좋은 휴식은 없습니다!” — p.36∼37
“난 마흔에, 아니 마흔하나에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아. 아무도 나를 서른다섯, 심지어 서른셋 이상으로 안 봐. 그리고 이 덜떨어진 도시에서 바보 같은 짓이나 하면서 영영 산다면 내게 인생은 끝난 셈이야! 그러지 않을래. 내 말은 그거야! 당신은 꼭 원한다면 여기 있어도 좋아. 하지만 나는 멋진 일을 할래. 나는 그럴 권리가 있어.” — p.52
“내겐 젊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 5년이나 10년뿐이야. 마지막 탄창이라고. 그리고 난 그걸 허무하게 써버리지 않을 거야. 이해가 안 돼? 이해해줄 수 없어? 난 진심이야. 간절하다고! 내 목숨을 걸고 애원할게. 아니, 아니야! 요구할 거야! 점잖고 빠르게 다녀오는 단체 관광 정도론 안 된다는 뜻이야!” — p.53
혹시라도 프랜이 다른 남자에게 눈길을 줄 수 있다면, 샘은 그녀는 놔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터였다. — p.90
“그 사람은 내가 친동생 같다고 했고, 얼간이 중의 얼간이가 되다보니 난 그 말을 믿어버렸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사람이 여기 소파에 앉아서 내 손을 잡고 있는 거야. 그래서 고백하는 거야. 오, 나 너무 솔직하게 말하네! 당신이 혹시 이 고백을 내게 불리하게 이용한다면 죽여버릴 거야. 맹세코 죽일 거라고! … 손을 잡는 건 조금도 싫지 않았어. ……내가 멋대로 구는 여자일까?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 하지만 어쨌든 내 말은, 그 사람에겐 전기가 통해. 손을 굉장히 잘 잡아. 너무 꽉 잡지도 않으면서 몸이 떨리게…” — p.157
“그 작자가 이런 말도 했어. 이건 정말 듣기 좋았으니까 당신도 재미있을 거야! 내가 피도 눈물도 없는 세이렌이라는 소리와는 앞뒤가 안 맞았지만 말이야! 그 작자가 위로의 키스 몇 번만 기대한 게 아니고 내게 섹스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감춰져 있는지 모른다고 했어. 당신이, 당신이 유능한 자동차상이고 착하고 친절한 친구이며 도둑이 공격하면 방어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성적인 열정은 없대. ‘영적인 불꽃’, 정확히는 그렇게 말한 것 같아. 나는 ‘각성 전’이라나? 그리고 자기가(그 소중하고 친절하고 이웃다운 영혼에 축복을!) 기꺼이 각성시켜주겠다고 했어.” — p.159∼160
“바로 그거지! 낯선 곳을 원해! 다시 시작할 거야. 다시는 바보짓 안 할 거야. 오, 샘, 여보, 아이들처럼 손을 잡고 달아나자! 그리고 생각해봐! 파란 소다수 병이랑 브리오슈랑 가판대랑 붉은 창문이랑 빨갛고 푹신한 극장 의자랑 뚱뚱한 여자 계산원을 보는 즐거움을! 그리고 가게를 나갈 때 작은 종처럼 ‘안녕하세요, 므시외 에 마담’이라고 인사하는 소리를 듣는 것도! 가자!” — p.167
‘여행은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해야 하는 새로운 일들을 계속 발견하는 과정 같군.’ — p.211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여유롭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거기서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위해 일하는 것 같았어. 일하기 위해 인생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런데 세상에는 배울 것이 너무 많은데, 여기선 너무 바빠서 배울 수가 없는 느낌이야.” — p.263∼264
성당 한 곳을 열 번 본 사람은 뭔가 본 것이다. 열 곳의 성당을 한 번씩 본 사람은 별로 본 것이 없다. 그리고 백 곳의 성당에 삼십 분씩 들른 사람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셈이다. 벽에 400점의 그림을 가득 걸어두면 한 점을 걸어놓은 것보다 사백 배 재미없다. 그리고 웨이터의 이름을 알 정도로 자주 가기 전까지는 그 카페를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여행의 법칙이다. — p.332
○ 출판사 서평
- 중년 부부의 꿈과 사랑, 그것의 실현 가능성을 경쾌한 필치로 엿본 이색적인 작품
싱클레어 루이스는 주인공의 이름인 ‘배빗’을 ‘교양 없는 속물’을 뜻하는 일반명사로 사전에 올릴 만큼 《배빗》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한다. 이후에도 《애로스미스》와 《엘머 갠트리》, 그리고 《도즈워스》까지 모두 크게 성공하며 호평을 받는다. 중산층의 속물근성이나 물질주의에 대한 비판을 작품의 중핵으로 삼은 다른 작품들과 달리 《도즈워스》는 중년 부부의 꿈과 사랑, 그것의 실현 가능성을 경쾌한 필치로 엿본 이색적인 작품이다. 루이스는 193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적 이력이 정점에 달하지만, 두 번의 결혼이 모두 이혼으로 끝나며 힘겨운 말년을 보낸다. 성공 가도를 달린 명망 있는 사업가이지만, 어쩐지 휴식과 사랑에는 모자란 ‘샘 도즈워스’의 모습과도 일면 겹쳐 보인다.
그는 확실히(관찰자는 그렇게 여겼다) 훌륭한 자동차를 만들 사람이었다. 직원들에게 인상적인 연설을 할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열정적으로 사랑하거나 비극적으로 패배하거나 열대의 섬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도 만족하며 앉아 있을 사람은 아니었다.(22쪽)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성공한 기업가인 도즈워스는 아내인 ‘프랜’과 함께 유럽 여행에 나선다. 평생 일궈온 회사를 매각하고, 자녀들은 장성해 집을 떠나 도즈워스 부부의 긴 여정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없다. 런던을 시작으로 파리, 베를린, 나폴리 등을 거치며 사업과 가정에만 몰두해온 지난 시절과는 사뭇 다른 시간을 경험한다. 그러나 도즈워스는 유럽에서 만난 남자들과 연달아 염문에 빠지는 아름답고 변덕스러운 아내에게 어쩔 줄 몰라 하며 휘둘린다. 급기야 프랜은 독일 귀족 출신의 ‘쿠르트’와 사랑에 빠져 도즈워스와의 이혼을 감행한다. 그럼에도 어쩐지 프랜을 놓지 못하던 도즈워스는, 베네치아에서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여성 ‘이디스’를 만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처음에 샘은 이디스 코트라이트에게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그녀는 외교관들, 리비에라의 빌라, 로마 사회, 그림 이야기를 할 때 퉁명스러웠다. 좀 헐렁한 연한 검은색 옷을 입었고 창백했다. 하지만 샘은 이디스의 손이 얼마나 예쁜지 알게 됐고, 조용한 음성이 위안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또렷한 두 눈은 아무것도 놓치지 않을 듯했다.(341쪽)
도즈워스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선구자이자 성실하게 자신의 사업을 수행해온 기업가이지만, 중년이 되도록 한 번도 이국의 땅을 밟아보거나 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인물이다. 젊은 시절에는 “브라질의 정글과 중국과 온갖 곳을 다 보리라 생각”했었지만, 미국의 근대화를 주도하느라 여행이나 여가를 즐길 틈을 찾지 못한 것이다. 반면 프랜은 “온 세상을 갖고 싶”다는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남편에게 유럽행을 종용한다. 유럽에 도착해서도 끊임없이 유럽의 문화와 사람들을 칭송하며 그에 스며들지 못하는 남편을 무능하다며 다그친다. 나아가 남편을 자신의 취향대로 조정하려 들면서도 자신은 계속해서 유럽의 남자들과 외도를 한다. 어느 순간 진취적이고 자유로운 인물로 생각되던 프랜에게 염증이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도즈워스》는 ‘진중한 남자’와 ‘철없는 여자’라는 위험하고 낡은 소설의 클리셰를 비틀어 한 발짝 더 나아간다. 프랜과는 대조적으로 이상적인 여성상처럼 보이는 이디스와 더불어, 소설은 두 여성 인물의 배후에 당시 사회가 규정해놓은 여성에 대한 시선과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엇이었는지를 면밀히 감지하고 드러내기 때문이다.
- 《위대한 개츠비》의 여주인공 ‘데이지 뷰캐넌’과 비견되는 매력적이고 생생한 캐릭터
부부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도즈워스는 왜 자신을 깎아내리며 대놓고 바람피우는 프랜을 쉽게 놓지 못하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프랜 도즈워스’는 미국 문학사에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여주인공인 ‘데이지 뷰캐넌’과 자주 비견되곤 하는데, 낭만적이고 영원한 흠모와 욕망의 대상이다. 젊은 시절의 도즈워스는 “프랜이 유럽을 원한다면” “그것을 정복해 번쩍이는 금 접시에 담아 바칠 생각”을 할 만큼 낭만적이고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쉰이 넘어서야 처음 온전한 여행을 하고, 아내에게 세련되지 못한 취향에 대해 구박받으면서야 자신의 진정한 꿈과 자아에 대해 비로소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평생 자동차 산업에 헌신했음에도 도즈워스가 직접 차를 몰거나 질주하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싱클레어 루이스는 심리적으로 깊이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일관된 디테일로 구축해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도즈워스 부부의 두근거리고 이상야릇한 사랑의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게 만든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