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야샤르 케말 / 문학과지성사 / 2005.8.12
터키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이며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야샤르 케말은 여성, 소수민족, 가난한 소시민과 도시 빈민의 이야기를 현대의 신화로 다시 창조해내는 작가이다. 꾸준히 수집한 민속 자료를 바탕으로 서구화를 통해 잃어버린 터키의 전통과 가치 회복을 염두에 두면서도 그릇된 전통과 악습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이고 긴박감 넘치는 필치로 그려내는 케말은 가장 터키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영화와 연극으로도 제작되어 터키는 물론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표제작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는 납치혼과 명예살인이라는 그릇된 전통에 희생되는 여인의 삶을 아이의 시선으로 면밀히 파헤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50년대에 작가가 교도소에 수감되었을 때 만난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의 압력에 못 이겨 어머니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밖에 없었던 아이의 복잡한 심정과 처절한 가족사, 사람들의 질투와 증오가 간결한 문체로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또한 두 번째 작품 「아으르 산의 신화」는 오스만 제국 말기 쿠르드족에게 동화 정책을 강제 집행하던 오스만 제국과 쿠르드족의 갈등을 풍자한 작품이다. 터키와 쿠르드족의 갈등을 비유하는 설화적 형식과 연인들의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사랑이 긴 여운을 남기는 이 작품은 그 이면에 깔린 작가의 정치적 의도로 인해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13개 언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 목차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아으르 산의 신화
옮긴이 해설
작가 연보
기획의 말

○ 저자소개 : 야샤르 케말
1923년 터키 아다나Adana 시의 작은 마을인 헤르미테 Hermite에서 출생하였으며 본명은 ‘케말 사득 괴의젤리’이다. 1944년 「추한 이야기」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공산당을 조직하는데 가담하였다는 혐의로 구속된 후 풀려나 1951년부터 『줌후리에트 Cumhuriyet』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아기」 「가게 주인」 「땡볕」 등 여러 작품을 발표하였다. 이 시기에 채집한 아나톨리아 민속 자료를 바탕으로 훗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대표작 「의적 메흐멧」과 「아나톨리아의 세 가지 신화」를 집필하였다. 1956년 완성된 「의적 메흐멧」으로 『바르륵』지의 공모 대상을 받았으며 국제 펜클럽의 추천으로 이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 출판하였다. 1962년 터키 노동당에 입당하면서 작가로서의 기반을 확고히 하게 되는 여러 작품들을 집필하였으며, 1969년 발표한 「이슬람 사원의 겨울」이 정부를 비판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수감되기도 하였다. 이후 터키 작가 협회 회장, 터키 작가 노조 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정치 활동에도 주력하였다.
「철공소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으로 마다라르 소설상 (1974)을 수상하였으며, 1970년 프랑스에서 「불로초」로 최고의 외국 문학상을, 「빈보아 신화」로 그해 최고의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1982년에는 국제 델 두카DEL DUCA 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1987년에는 스웨덴 한림원과 작가 협회의 추천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 역자 : 오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터키 정부 장학생으로 초청되어 국립 하제테페Hacettepe 대학교에서 터키문학과 비교문학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 앙카라 대학교 한국어문학과 외국인 전임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문화방송의 터키 통신원으로 활동하였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초빙연구원, 고려대, 성균관대 강사를 거쳐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한국전쟁과 세계문학』 (공저), 『성과 사랑의 시대』 (공저)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하산은 꿈을 꾸면서 살았다. 매일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오히려 하루라도 아버지와 엄마에 대한 얘기를 듣지 않으면 뭔가 허전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젠 익숙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는 말을 달달 외울 정도였다. 이제 자기 아버지나 엄마에 대해 떠드는 사람이 있어도 그냥 지나쳤다.
아버지가 귀신이 되었다,
엄마는 창녀다,
하산이 드디어 미쳤다 등의 갖가지 얘기가 귀 아프게 들려왔다.
새로운 화젯거리가 없으면 이젠 또 말을 만들어서 떠들어댔다. 그 사실이 진짜인 양 떠들어댔다. 꿈인지, 생시인지도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귀신이 된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를 둘러싸고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마을 사람들은 계속 무슨 얘기든 지어냈다. 지어내고, 또 지어내고, 꾸며낸 얘기인 줄 알면서도 그 얘기를 믿고, 또 믿었다. — 본문중에서
나는 저주받은 아후리 땅에 무릎을 꿇는다. 천년이나 된 사랑의 땅에, 천년이나 된 봄 땅위에 무릎을 꿇는다. 나는 세 번 소리를 지른다. 세 번 모두 높은 산이 대답을 해주었다.
나는 빨강, 파랑, 노랑꽃들에게, 우거진 녹음, 그리고 산꼭대기 은하수에게 무릎을 꿇는다. 산등성이 눈 쌓인 심장 위에 무릎을 꿇는다.
(…)
커다란 사랑에 가슴을 활짝 연 밝음에, 그리고 빛에 무릎을 꿇는다. 닿을 수 없는 분노의 노래를 부른다. 어두운 구름 아래로, 머리가 돌 것처럼 짙은 향내 안으로 무릎을 꿇는다.
끝없이 펼쳐진 천년이나 묵은 땅을 향해 세 번 소리를 지른다. 천년이나 묵은 사랑의 땅을 향해 세 번이나 소리를 지른다. ‘목동들이여’ 하고 부른다. ‘목동들이여, 어디에 있는가?’ 목동이 와서 내 앞에 멈추어 선다. — 본문중에서

○ 줄거리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미모가 뛰어난 에스메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그녀에게 눈독을 들이던 할릴이라는 남자에게 강제로 납치를 당해 혼인을 하게 된다.
아들 하산을 낳고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던 에스메는 옛 연인 압바스가 찾아오자 그를 만류하면서도 만남을 가진다.
이를 눈치 챈 할릴과 압바스 사이에서 다툼이 일게 되고 결국 압바스는 할릴을 죽이고 자신도 총에 맞아 죽는다.
할릴이 죽자 할릴의 가족들은 그녀가 스스로 죽기를 종용하고 그녀가 이를 거부하자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아들 하산에게 그녀가 죽어야 함을 계속 이야기하는데…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